3-5. 바위를 오르기 전에 (2)
앞에서 바위를 오르기 전에 확인해 두어야 할 홀드, 3지점 균형, 마찰력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이번에는 하나 더, 바위에 도사린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즐겁고 행복한 등반을 시작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확보에 대하여 알아보자.
확보(Belay)
바위를 오를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확보’이다. 또 등반할 때 많이 쓰이고 조심스러운 말이 추락이다. 추락은 말 그대로 등반자가 떨어지는 것이다. 추락을 방지하는 것이 확보이다. 추락을 방지하는 방법과 기술이 확보 기술이다.
바위를 오르는 방법과 기술은 경험이 쌓이며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확보 기술은 바위를 오르기 전에 완벽하게 배워 익혀야만 한다. 등반에 실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확보에는 절대 실패가 있을 수 없다. 나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반자의 안전을 위해 어딘가에 몸을 잠시 고정하는 것을 모두 확보라고 한다. 등반 현장에서는 영어 빌레이(belay) 또는 앵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확보물, 확보점, 확보줄, 확보장비, 확보자 등등 다양하게 쓰인다.
확보와 빌레이는 같은 의미이다. 안전에 관한 우리말과 영어일 뿐이다. 그러나 등반의 현장에서 쓰임을 보면 확보는 등반의 안전을 위한 행동, 방법, 기술 등에 매우 폭넓게 쓰이고 있지만 ‘빌레이를 본다’, ‘선(후)등자 빌레이’처럼 빌레이는 등반자가 바위를 오르는 도중에 추락을 방지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이것은 과문한 필자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음을 양해하시기 바란다.)
확보물은 등반자, 확보자, 대기자 등의 확보를 위해 바위에 설치한 고정물을 말한다. 확보물로는 바위에 설치된 볼트, 체인 등이 있다. 볼트는 캐러비너, 슬링 등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 모양의 쇳조각을 바위에 단단히 박아 놓은 것이다. 체인은 2~3개의 볼트를 쇠사슬로 연결해 놓은 것이다. 앵커 볼트, 앵커 체인이라고도 한다. 바위에 설치된 볼트나 체인을 활용하기 어려울 때는 튼튼한 나무 또는 암각을 이용하기도 한다.
확보는 누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다시 자기 확보, 선등자 확보, 후등자 확보로 나눌 수 있다. 확보 방법과 기술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가지로 응용할 수 있다. 이제 초보 등반가인 우리 친구들은 지도자를 따라 후등자로서 바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우리 친구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자기 확보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자기 확보
등반자가 자신의 몸을 확보물에 고정하여 안전하게 있는 것을 자기 확보(self belay)라고 하고 한다. 경사진 바위에 서 있을 때, 등반을 마치고 확보 지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기 확보이다. 몸을 고정된 확보물에 고정하는 자기 확보만이 어떤 충격이나 실수로 균형을 잃어 추락하거나 다른 등반자가 추락할 경우에 몸이 딸려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자기 확보 방법은 간단하다. 안전벨트에 연결되어 있는 멀티체인 확보줄 끝의 잠금 캐러비너를 확보물에 걸어 잠근다(1). 퀵드로우의 한쪽 캐러비너를 확보줄 중간의 체인에 걸고(2), 반대쪽 캐러비너를 처음과 다른 곳에 건다(3). 여기서 중요한 것은 1과 3처럼 자신의 체중이 실리는 확보점과 다른 곳에 한번 더 확보해 두는 이중확보이다. 흔히 말하는 백업(back-up)이다. 만약 한쪽이 파손되더라도 다른 쪽이 남아있으니 매우 안전하고 간단한 방법이다. 우리 친구들은 어느 경우에도 확보 지점에서 위와 같이 2지점 확보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 위치로 이동할 때도 먼저 안전 조치를 해놓고 확인한 다음 마지막에 이 자기 확보를 해제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이 사진은 국립등산학교의「암벽등반 스포츠클라이밍」p.32~33에서 옮겼다.
자기 확보 후에는 가급적 두 가닥의 확보줄에 체중을 실어 팽팽하게 유지되도록 매달린다.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이 나의 자기 확보를 해제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등반을 하다 보면 같은 확보 지점에 여러 사람이 확보하게 될 때가 많다. 이때는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 이미 걸려있는 로프나 장비의 밑으로 자신의 확보용 캐러비너를 넣어 확보한다. 그래야 올라온 순서대로 다음 등반을 진행할 수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확보 지점에 도착했을 때 빨리 자기 확보하는 것이다.
자기 확보의 방법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다양하게 변용할 수도 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안전벨트에 연결된 등반 로프를 잠금 캐러비너를 이용하여 클로브히치한 다음 확보점에 연결해 놓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친구들은 지금까지 설명한 멀티체인을 이용한 자기 확보로 충분하다. 간단하고 익히기 쉽고 안전하다. 그것만 알아도 충분하다. 다른 방법을 배우려는 노력에 앞서 다음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확보 지점에서는 1. 안전벨트(하네스)에 걸린 확보줄을 뺀다. 2. 확보줄 끝의 잠금비너를 볼트나 체인에 걸어 잠근다. 3. 퀵드로우를 꺼내 한쪽 캐러비너에 확보줄의 체인에 걸고 반대쪽은 처음 확보점과 다른 곳에 건다. 4. 확보줄에 체중을 실어 매달린다. 이 과정이 습관화 되어야 한다.
자기 확보는 말 그대로 자기의 안전을 자기가 확보하는 것이다. 나의 안전을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함께 등반하는 친구들이 서로 장비의 착용이나 확보를 점검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또 하나의 백업이다.
후등자 확보
먼저 올라간 등반자가 다음에 올라오는 등반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후등자 확보이다. 처음에는 여러분들에게 등반자의 확보를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선등자 확보는 없다. 초보 등반가에게 선등자 확보를 맡겨야 할 상황이라면 지도자는 등반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후등자 확보는 당일 인원수나 상황에 따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에 대비하여 후등자 확보를 알아 두어야 한다.
후등자의 확보는 확보자(빌레이어)가 확보기구를 확보물에 설치하고 끌어당기는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확보기구로는 튜브형 하강기를 사용한다. 하강기의 위쪽에는 확보점에 연결하기 위한 큰 고리가 있고 가운데에 로프를 끼우기 위한 2개의 구멍이 있다. 구멍은 위쪽이 넓으며 아래쪽이 좁고 좌우로 제동을 돕는 톱니 모양의 홈이 있다. 2개의 구멍과 같은 위치에 위 아래 방향으로 나일론 코팅된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다. 이 케이블은 휴대하거나 떨어뜨리는 것을 방지하는데 쓰인다(1).
※ 이 그림은 등산전문강사 고경한 선생의 그림을 일부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후등자 확보를 위한 하강기 설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하강기의 위쪽 큰 고리에 캐러비너를 걸어 확보물에 고정해 놓는다(1). 하나의 구멍에 로프를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통과시킨다. 이때 등반자와 연결된 쪽이 반드시 위쪽에 오도록 한다. 그러면 구멍을 통과해 나온 아래쪽은 좁고 즉 톱니가 있는 쪽에 놓이게 된다(2). 하강기의 구멍을 통과해 나온 로프의 고리를 케이블과 함께 둥근 캐러비너로 걸어 놓는다(3). 확보를 위하여 하강기와 함께 사용하는 캐러비너는 모두 잠금 캐러비너를 사용하고 설치 후에는 스크류가 잠겨 있는지 확인한다. 확보는 곧 안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후등자 확보는 후등자의 등반에 맞추어 로프가 늘어지지 않도록 등반자가 연결된 위쪽의 로프를 끌어올리며 제동을 위한 아래쪽 로프를 당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등반자가 추락을 하면 등반자가 연결된 위쪽 로프가 아래쪽 로프를 누르게 된다. 아래쪽 로프는 좁은 틈에 꽉 끼게 된다(4). 이때 아래쪽 로프는 좁은 틈과 좌우의 톱니, 등반자의 체중이 누르는 힘이 함께 작용하여 마찰력이 극대화되어 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등반자의 추락과 함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추락이 멈추게 된다.
앞의 설명을 다시 반복한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확보물에 하강기의 큰 고리에 잠금 캐러비너를 걸어 확보물에 연결한다. 로프를 잡고 고리를 만들어 등반자가 연결된 쪽이 위에 오도록 하강기 구멍에 통과시킨 다음 캐러비너로 걸어 놓는다. 즉, 구멍을 통과한 로프 고리의 위쪽에 등반자가 연결된 로프가, 구멍에 톱니가 있는 아래쪽에 확보자가 손으로 잡고 제동하는 로프가 오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방향이 반대로 되는 경우 등반자가 추락하면 제동이 되지 않고 그대로 빠져 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 반드시 확인 또 확인한다. 또 처음부터 경험자의 시범을 보면서 정확히 배우고 숙달될 때까지 연습하여야 한다.
선등자 확보
등반 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암벽을 오르는 선등자는 다른 등반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선등자는 자신의 추락에 대비해서 중간에 확보장비를 설치하며 등반한다. 그러나 추락하면 마지막 확보물로부터 등반한 거리의 2배 이상을 추락하게 되므로 매우 위험하다. 선등자의 추락을 잡아 안전을 지키는 것을 선등자 확보라고 한다.
선등자의 확보는 일반적으로 등반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맡는다. 처음부터 우리 친구들이 선등자 확보를 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등반을 계속하며 언젠가는 선등자 확보를 하게 된다. 그때를 대비하여 후등자 확보와 함께 확실하게 익혀두어야 한다.
선등자 확보를 위한 확보 장비의 설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선등자 확보장비도 후등자 확보와 같이 튜브형 하강기를 사용한다. 먼저 확보자는 주위의 확보물에 자기 확보를 한다. 자기 확보가 되어 있지 않으면 선등자가 추락할 경우 몸이 딸려가서 선등자와 확보자 모두 위험하다.
자기 확보 후 안전벨트의 허리 고리와 다리 고리를 세로로 연결하는 확보고리(빌레이 루프)에 잠금 캐러비너를 이용하여 하강기의 케이블을 걸어 놓는다(1). 선등자에 연결된 로프가 위쪽으로 오도록 고리를 만들어 하강기 구멍에 끼운다(2). 하강기 케이블에 걸어 놓은 잠금 캐러비너로 로프의 고리를 걸어 몸에 연결한다(3).
이때 등반자가 연결된 로프는 하강기의 큰 고리가 있는 구멍의 위쪽에, 구멍을 통과하여 나온 로프는 구멍의 좁은 틈과 좌우에 톱니가 있는 아래쪽에 오도록 설치했는지 확인한다.
※ 이 그림은 등산전문강사 고경한 선생의 그림을 일부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로프를 조정하고 제동하는데 하강기의 좁은 틈과 톱니를 이용한다. 확보자는 아래쪽 로프를 잡고 선등자의 등반에 따라 로프를 풀거나 당겨 조정한다. 추락할 경우 로프를 바짝 꺾어 더 이상의 추락을 방지하게 된다. 확보자는 항상 선등자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지 만약 추락한다면 어느 방향인지를 예상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후등자 확보와 선등자 확보 모두 하강기에 로프를 설치하는 방법과 원리는 똑같다. 바르게 설치된 하강기(확보장비)는 항상 큰 고리가 있는 쪽이 위에, 톱니가 있는 쪽이 아래에 온다. 큰 고리가 있는 위쪽에 등반자가 연결된 로프, 좁은 틈과 톱니가 있는 아래쪽에 손으로 잡아 제동하는 로프가 오게 된다.
다만 후등자 확보는 하강기를 확보물에 연결하는 간접 확보, 선등자 확보는 하강기를 확보자의 몸에 연결하는 직접 확보이다. 후등자 확보는 등반자가 추락하면 자동적으로 등반자의 체중이 실린 로프가 다른 쪽의 로프를 좁은 틈과 톱니 쪽으로 눌러 제동하고, 선등자 확보는 확보자가 손으로 로프를 꺾어 잡으며 좁은 틈과 톱니의 마찰력을 최대화시켜 제동한다. 그러므로 선등자 확보가 훨씬 어렵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바위에 오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손과 발의 사용, 3지점 균형, 마찰력의 이용, 확보 등의 기본 원리와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이제 우리 친구들의 첫 등반은 지도자와 주위의 선배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시작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첫 등반을 하는 여러분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