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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운가? 귀촌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현재 생활이 불안정할수록 망설인다. 무엇이 가장 걱정이냐고 물으면 역시 자신감이다. 자신이 없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어떤 자신감이냐고 되물으면 글쎄요……, 하고 한참 머뭇거린다. 망설이는 이유가 뭔지 나는 알고 있다. 귀촌하기 전 내가 그랬으니까 충분히 짐작한다. 우선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겁나는 부분이다. 시골집을 구하는데 나처럼 9개월이나 걸린다면 그 기간 동안 드는 경비와 생활비는 어찌하나. 무작정 시골에 가서 과연 먹고 살 방도가 있을까, 하는 문제다. 그 다음은 낯선 시골환경이다. 이웃들과 마찰이 생겨 다시 도시로 갔다는 뉴스를 보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결심할수록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생각이 솟아오른다. 이래서 안 될 거야, 저것도 걸리고, 하면서 안 된다는 마음을 계속 키워나간다. 특히 현재 생활이 궁핍할수록 주저한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 시골에는 험한 일밖에 없고, 농사일은 힘들다던데, 하면서 기피한다. 결국 의욕이 떨어져 결심을 포기하거나 미룬다. 경제적인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서 시골집을 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귀촌하려면 뜻하지 않게 난관에 부닥친다. 마침 적당한 집이 있어서 드나들며 마음에 들어 했더니 말로만 듣던 다운계약서를 요구한다. 깎아보려고 드나들었다가 깎기는커녕 다운계약서에 막혔다. 여기에 안면을 익힌 마을사람의 태도도 걱정된다. 친절을 넘어 간섭이 심할 것만 같다. 수도권에서 2억5천만 원 정도면 어렵지 않게 시골집을 구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비싸고 싸고를 떠나 다운계약서가 문제다. 조언한다면 다운계약서든 업계약서든 거절하는 게 좋다. 다운계약서는 들어봤어도 업계약서를 쓰는 일도 있을까 하겠지만 나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업계약서를 요구하는 집을 보고 돌아선 경험이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든 없든 귀촌한다는 결심을 세웠는데 뭔지 두렵고 망설여진다면 귀촌한 사람을 찾아가 직접 듣고 보는 방법이 좋다. 숙박까지 할 수 있으면 며칠이라도 보내면서 시골생활을 경험해본다. 손님이 아니라 마을구성원으로 직접 일하는 것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직접 체험해보면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때는 가능하면 자신이 가려고 하는 지역에 머무는 것이 좋다. 첫 번째는 고향이고, 두 번째는 평소 마음에 둔 곳이다. 세 번째는 부동산을 통해 알아본 지역이다. 이 세 곳 중에서 어느 곳도 정하지 못했을 때는 지인 중에 귀촌한 사람에게 부탁해 신세를 지는 방법밖에 없다.
며칠이라도 실제 살아보면서 눈동냥, 귀동냥을 해본다. 지내보면서 어떤 점이 자신과 맞는지, 또는 어떤 점이 고역일지 가늠해볼 수 있다. 우리 집에 오는 지인들은 귀촌해서 사는 내 일상에 대부분 감탄하며 부러워한다. 텃밭과 저장식품을 보며 관심을 보이고 마을을 돌아보면서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글 쓰는 내 직업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들고 만다. 자신은 글을 쓸 수 없으니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다른 직업도 많다고 소개하면 들어보기도 전에 한숨부터 내쉰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손사래를 친다. 풀죽 먹고 마음 천국 할래? 아니면 때깔 빛나는 마음 지옥 할래? 하는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현실은 때깔이 빛나지도 않는 처지다. 마땅한 지인이 없을 때는 비수기철에 시골집으로 민박을 하는 곳이나 관광지에 있는 모텔, 여관에 월 단위로 숙박하며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비수기철에는 비교적 싼 값에 세를 놓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목수 분은 월 50만원에 온천이 있는 관광호텔에 묵었다고 한다. 이때는 귀촌하려는 곳을 정해두고 가는 게 좋다. 운이 좋으면 마을의 이장집이나 마을회관, 노인정 같은 곳에서도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같은 경우 월세를 받아 마을운영비로 쓰는 곳도 있으니까 도움을 청해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마을회관도 2층 건물인데 2층은 월세를 받고 빌려준다. 충남의 한 시골 마을회관에서는 잠만 자는 조건으로 방 하나를 1백만 원에 1년 계약으로 깔세를 받고 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시골에는 빈집도 있으니까 잘만하면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책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귀촌관련 책은 귀농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전혀 모르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귀농·귀촌관련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방법도 있다. 활발한 동호회는 직접 집을 짓거나 수리하는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농사 관련과 시골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도 나눈다. 세미나를 여는 곳도 있으니까 궁금한 점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귀촌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모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귀촌하게 된 동기와 사연도 살피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방편을 알아두고 자신의 형편에 견주어 미리 준비해두라. 검색창에 귀촌생활이라고 해서 알아볼 수도 있고, 농민신문(www.nongmin.com)도 참고한다. 정기적으로 들어가서 귀촌관련 기사를 검색해서 참고한다. 보통 귀촌이라고 하면 농촌마을을 떠올린다. 산이나 바다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취향에 따라 산촌이나 어촌으로 귀촌하는 것도 살펴볼만하다. 만약 나한테 기회가 온다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어촌으로 귀촌하고 싶다. 텃밭을 가꾸고 바닷가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어패류를 얻고, 낚시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리라. 삼시세끼 방송에서 어촌풍경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이 커지고 입가엔 웃음이 달린다. 어촌이라고 해서 농사를 짓지 않는 건 아니다. 농촌보다 먹을거리가 더 풍부할 것이다. 산촌도 마찬가지다. 산에서 나는 각종 나물과 열매는 또 얼마나 흔할까. 어촌이나 산촌에 지인이 살고 있다면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경험할 기회가 있는지 찾아보라. 어촌이나 산촌으로 귀촌하라고 박람회도 연다. 적극적으로 관람해서 정보를 얻는 자세가 필요하다. 귀농·귀촌 박람회는 정기적으로 여니까 ‘귀농·귀촌 박람회’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박람회 일정을 알 수 있다. 농촌과 마찬가지로 체험마을도 운영하니까 참가해서 경험을 쌓는다.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확인해가며 알아보는 방법이 가장 좋다. 남의 말만 듣고 가볼 수 있는 길이 아니므로 주변의 사례를 열심히 찾아보길 바란다. /글 남이영 작가 *해당 내용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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