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당직을 마치고 내려와서 다시 쌓여진 속옷하고 양말하고 일상복들을 세탁기에 또 돌려 놓았다. 실습을 급하게 나오느라 속옷, 양말을 충분히 사오지 못한게 아쉽다. 당장 다음 항구에 가면 당직때 입을 옷하고 양말, 속옷을 더 사야겠다. 배안에 뭐가 있는지 다 살펴보지 못한터라 이곳저곳 문을 열어보았다.
탁구장도 있고 옆방에는 간단한 GYM도 있네. 칼리지 시절 운동하고 GNC 단백질 먹으면서 20킬로 감량한 경험이 있어 운동중독 증상이 있는데 마침 잘되었다. 탁구도 아빠따라 다니며 좀 배웠다. 아빠도 배 탈때 배운 탁구라고 하시며 아주 잘 치셨다. 그외 방에는 갑판부, 기관부 자재나 기부속 등을 쌓아논 창고로 이용되고 있었다.
빨래를 널어놓고 나오니 실기사방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잠 좀 자고 이제 일어났다고 한다. 본드창고에서 팩오렌지쥬스를 꺼내 절반을 실기사방에 넣어주고 절반은 가지고 왔다. 시원하지가 않아 맛이 맹맹해서 냉장고에 모두 넣어놓고 오랫만에 컴을 켜보았다. 인터넷이 안되니 컴은 쓸모가 거의 없는듯 하나 외장하드에 가득 채워온 야한 영상을 꺼내 보면서 킥킥 거리고 있는데, 실기사가 노크하고 들어온다. 잽싸게 화면을 전환했다.
실기 "형..뭐해 ??"
실항 "으응..영화 하나 보고 있었어..요새 영화는 볼게 별로 없네."
실기 "나..급하게 오느라 외장하드 하나 챙겨 온게 없는데, 형 영화 재밌는거 복사 좀 할게"
실항 "어엉..(급당황)..야 너..이제 몸이 좋아졌나봐..영화를 다 찾고..어때??" 오렌지쥬스를 꺼내 하나씩 문다.
실기 "형..실은 처음 배에 올라와서 기름냄새 맡고 오바이트를 했어. 새누리호 훈련할때는 몰랐는데 기관실 엔진소리에 기름냄새에 기관부 선원들 기름때 쩌들은 작업복 보고 나..실습 관두고 집에 갈려고 했었어..이런데서 살수 없을 것 같아서.정녕 이 길은 내가 가야 할길이 아닌가 해서.그런데, 가려고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 얼굴도 떠오르고 이대로 학교로 돌아가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머리통 복잡한 것들로 입맛도 없고 어쩌나 고민하다보니 정말로 몸이 아파지던데..근데 나중에 해경이 되겠다는 꿈을 놓칠것 같고 또 2기사님도 말 잘해주고 2항사님도 약도 챙겨주고 형도 옆에서 걱정해 주고 해서 다시 잘해 보자고 맘을 먹으니 몸이 좀 개운해지네. 여친이 실습 나가서 꼭 챙겨 먹으라고 택배로 보내준 '아로나민골드'를 계속 먹었더니 오늘부터는 기운이 나네..헤헤헤"
실항 "너 지금 약올리냐?? 여친 없는 넘 서러워 못살겠네..오늘 밤 Poop Deck에 신발 두짝 가지런히 놓고 나 안보이면 너땜에 물로 뛰어든 지 알아라."
실기 "형..왜그래..농담이지? 실습 마치고 돌아가면 내가 소개팅 해줄게..ㅋㅋ"
실항 "울 아빠에게 들은 얘긴데..앞으로 4년후에 해학연에 아로나민골드 여신이 나타난다고 신탁이 있었대..그집 아들이 기경과에 온대..그래서 그 여신은 아로나민골드를 막 뿌리며 목포해대의 여왕으로 자리한다는 썰이야.."
실기 "뭐래? 돌았어? 배타고 며칠되니까 이제 형이 제정신이 아니고마잉 !!!"
실항 "야..밑에 보니까 탁구장도 있고 짐도 있고 그런던데..탁구칠 줄 알아?? 몸이 더 좋아지면 탁구도 하고 운동 좀 하자"
실기사가 원기를 회복해서 너무 좋았다.
저녁식사시간에 식당에서 실기사의 밝아진 얼굴을 보고 모두들 기뻐하였다. 맛있는 조기구이가 저녁메뉴다. 이번 한국에서 올린 모양인데 학교 바로 옆동네 영광에서 말린 실한 넘이라고 아주 먹을 게 많았다..학교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2항 "실항기사야? 혹시 외장하드에 재밌는 것 많이 담아왔냐?"
실항 "제가요 2테라짜리에 영화하고 모모한거 가득 채워 왔는데요. 실기사가 카피뜨고 있어요."
2항 "30대 아저씨 외로움을 달래줄 재미난것 많겠지?? 실기사 끝나면 나한테 빌려줘.."
어이쿠 건너편 테이블에 선장님이 엿들은 모양이다.
캡틴 "2항사, 오십대 아저씨도 외로움도 많고 눈물도 많다. 알아서 돌려라잉.."
2항 "예..선장님..이따 먼저 들고 올라가겠습니다." "근데, 내가 남의 걸로 생색을 다 내네.미안해 실항사.ㅋㅋ"
캡틴 "이쪽에 올라오면 한바퀴씩 다돌면 한참 걸릴텐데..니들은 실기사 카피 뜬걸로 돌려서 복사해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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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항 "실항사..오늘 야식 파스타 한다고 했잖아..Chief Cook.." "주자한테 재료를 얘기해봐"
실항 "Do you have - Spaghetti Noodle, Brocolli, Bell pepper green/red/yellow, Long pumpkin, Egg plant, Tomato, Black pepper, Garlic, Lettuce Chicory, Cooking wine, Olive oil, Vinega, Red Onion, Beef minced meat, Cheese Mozallela, Mushroom Button, Tomato Paste"
실항 "especially - Balsamic sauce??"
주자가 적어가더니 야채와 소스등은 없고..발사믹도 없단다. 나의 비장의 마법의 소스가 없다니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지. 조리장한테 허브가루와 마른 빨간고추를 꺼내주라고 하고 식사를 마치고 올라갔다..
2기 "야..오늘밤 야식은 근사한 이탈리안 요리를 먹는거야?? 다음에 연가 받을려고 했는데 오늘 맛있으면 연가를 한항차 미뤄야겠는뎅..ㅎㅎㅎ"
2항 "오늘 기대가 됩니다. 실항사가 외국대학에서 정통 조리학을 배운 전문가래잖아요."
실항 "아니예요. 조리학은 이태리요리하고 케밥요리 두개만 배웠어요."
2항 "우왕..케밥도 알아?? 실항사 너 이배 타다가 바로 3항사해라..절대 몬간다. 하하"
+++
올라가면서 조용히 실기사에게
"실기사 이따 당직 마치고 바로 자지말고 브릿지로 올라와. 야식만들어 같이먹자. 기관실에서 먹는것 보단 브릿지에서 달도 보고 별도 보며 바닷바람 쐬어가며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소개팅땜에 너한테 잘해야해서 말이야..ㅋㅋ"
잠들기전에 잠깐 스커틀을 열어 밖을 보니 밤바다가 조용하니 우리배는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zzzzzzzzzzz
첫댓글 절대 다음글씨가 안보여서 한동안 망설였네요
1빠로 열어봤네요~
오메 갈수록 재밌는데요~
근데 아로내민 여신은 누구다요~?ㅋㅋ
낼은 아들한테 탁구배워 보라고 말해야 겠어요~
다들 서로 챙겨주는 정이 많군요~
조용한 밤바다~
갑자기 외로움이.....
쓰고나니 1빠 아님~
혹시 프리지아님?
귀신이여~^^
검사내전 맞네요.
좀전에 거품물고 쓰러진 에피소드 책에 나옴.
저번 롤리님 귀국모임에서 프리지아님이 아로나민 골드 선물 준 걸 어케 기억하고...암튼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으니.. 손을 좀.
역시 끼리끼리 논다고 하는데
지인이 글도 잘쓰고 ~
이선균은 별로라 하시니 김광규 싸인 받아달라 하세요~^^
오케바리 광규오빠가낫지요
근데 작가가 시방 공안검사여유.
어쩐지 재미나게 썼더라니
통영이 아니라 순천이 무대이구만유~
아니 이 댕댕이가 원하는바를 모르것는디요
원작을 많이 각색했네유
그 검사 친구가 ㅍㄴ님 중학동창이라고 해서 네이버 찾아봤는디. 사진은 없는 걸로 봐서 광규님과 비슷한 듯. ㅋ
ㅋㅋ
모라구요??
머리숱도많고 잘생겻어욧!!!
댕댕이가 귀여워 이번만 봐줌
어지간하면. 네이버 인물에 사진 넣던데 그 분은 여엉 자신이 없었던 듯..ㅋ
오메~~~ 진짜 꽃미남인디.
네이놈이 잘못했네.
시벨롬이라구요?
근데 진짜 사진이 없네요? ㅋ
지난주에 찾아봄. 이미.
음.... 누구닮았더라~~
정해인+현빈?
믿거나말거나
책앞에 작가프로필엔 나와있어요
재밌게 봤어요..감사합니다..
갈수록 재미지구만요
아로나인 여신~~~해대에 뜨는거여용?
잼나겠다요 ㅎㅎ
빠져든다 빠져든다~
작가님 빨리 담편 주세요~^^
아... 재미나고 실감나게 잘 봤어요~^^
목해대의 신탁!
달밤에 윙브릿지에서 먹던 야식 급 그리워요....................
아뜰살뜰 야식 챙겨주던 2타 아저씨 보고잡네................ㅎㅎ
일단. 아로나민골드 메모하고
신탁은 프리지아님ㅎ
늘 실감나는 이야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