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마음, 용감한 실천>- 김0태(남, 74) 2021.3.23.
“항상 편안히 살자! 마음 편하고 서로 아옹다옹 안 하면 살죠 뭐.”
가훈이 뭐냐는 물음에 김0태 씨는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편안히 살자’라고 말했다. 이웃과 다투지 말고 있는 것 서로 나누면서 편안히 사는 걸 가훈으로 삼았다. 정말 우항1리 노인회장으로서 마을공동체에 딱 어울리는 가훈이다. 노인회장이 아니더라도 정말 멋진 가훈일 텐데 말이다.
김0태 씨의 이런 마음은 그가 일을 하면서 매일 다짐한다는 마음에서도 드러났다.
“마음의 다짐이란 건 욕 안 먹고 일을 해줘야겠다. 이거 하나죠. 그리고 양심에 벗어난 짓을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내가 장사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돼요.”
장사하면서 이런 마음을 갖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김0태 씨는 매일 이런 다짐을 스스로에게 했다. 그러면서 또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함을 강조했다.
“사람은 손해 보면서 해야 일이 들어오지, 그렇지 않으면 안 들어와요. 동네일을 봐도 다 그래요. 내가 서너 번은 져주면서 해야지. 잇속만 차리면 다들 싫어해요.”
동네에서 양복점과 도배업을 하고, 이장을 오랫동안 봐 오면서 터득한 지혜이다. 삶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그 때문에 마을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면 되도록 피해서 다른 일을 했다. 이웃 간의 신의(信義)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진태 씨의 이런 마음은 그의 인생철학에서 비롯했는지 모른다.
“저는 돈을 벌라고 일을 하는데, 돈에 욕심이 없어요.”
분수 밖의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장을 볼 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땅을 사달라고 많이 왔다. 그러면 중개수수료를 많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진태 씨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장은 부동산매매업자가 아니란 생각이었다. 이장 본연의 업무와는 너무 다르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단번에 사양했다. 양복이나 지업사를 하면서도 그랬다. 돈을 번다는 생각에 앞서 멋진 양복을 만들고, 예쁜 도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 때문일까. 김진태 씨가 하는 일에는 큰 탈이 없었고, 하는 일마다 잘 되었다.
김0태 씨는 농촌에서 태어났기에 어렸을 때 농사일을 처음 했다. 우항에서 4H(지덕노체)에 가입해서 생활을 하다가, 대구에 가서 직장생활을 했다. 대구에서 양복기술을 배웠다. 양복기술을 배워 고향으로 돌아와 양복점을 차렸다. 그때 양복 옷감 등 재료비가 5천원인데, 양복을 만들어서 1만5천원을 받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껴 일을 시작했다. 망설임 없이 용감한 실천이 중요했다. 그 당시 우항리에 시장이 열리고 우천면의 중심지였기에 장사가 되리라 믿었다. 그래서 대구양복점이란 상호를 내걸고 양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천사람들은 김0태 씨가 만든 양복과 학생복을 거의 다 입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잘 되었다. 그러나 뭐든 영원한 것은 없었다. 승승장구도 모두 때가 있는 법, 기성복이 유행을 타면서 맞춤양복을 찾는 사람이 없어졌다. 20년 양복점의 역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양복점이 사양사업이 이뤄질 때 우연히 도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도배 기술자들이 도배하는 장면을 보고 곧장 생각해 냈다. 이걸 운영하면 되겠구나. 그래서 김진태 씨는 무조건 서울에 있는 지업사로 가서 관련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물건을 구입했고 우천지업사란 이름으로 개업을 했다. 그러니까 지업사를 하면서 도배사업을 운영한 것이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과 합동으로 일을 맡아 하다가 돈을 떼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침 그때 이장을 보고 있었는데, 횡성군 이장협의회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1984년도였다. 그래서 횡성군 전역으로 일터가 확장되었다. 여기 문화마을을 지을 때도 김0태 씨는 일을 하였다. 그렇게 지업사는 잘 되었고, 약 17년 정도 하다가 나이 들어 그만 두었다. 아무래도 나이 들면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익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었다. 도배업도 젊은 세대들의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보람은 마무리가 깔끔하게 끝나고 일이 잘 되어 소비자가 만족할 때이다. 가끔 어떤 집에 가보면 벽지가 울거나 자른 선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벽지가 술이 취했네?”라고 그걸 한 사람에게 넌지시 말해준다. 처음엔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나중에 알고 더 신경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