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2011.10.11
이곳에서 차는 정말 필수이다. 노선버스도 택시도 없다.
버스 대신 이곳 사람들은 지프니를 탄다. 뒤에 뚫린 문으로 사람들은 오르고 내리는데 정류소는 따로 없고 목적지 아무 곳에서나 손을 들어 타고 또 내릴 수 있다.
지프니에는 행선지가 써 있기도 하고 나름대로 노선을 달리는 모양이지만 익숙지 않은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처음에는 아예 시도조차 못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을 대절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물론 엄청 훗날의 얘기다.
이를테면 한 사람당 요금이 7페소인데 누군가 100페소를 주겠다고 목적지를 흥정하면 그들만 태우고 그곳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것이다.
택시 대신에는 트라이시클이 있다.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 옆구리에 나지막한 의자와 지붕이 달려있는 웃기는 차다. 그것은 몸집이 작으므로 대개 골목 안까지 태워다 주고 요금도 지프니보다는 조금 더 비싼 편이다.
나는 처음으로 시장을 보러 갈 때, 우리 집 헬퍼 제인이 불러다 준 트라이시클을 탔다. 우리 두 사람이 그 안에 타고 제인은 오토바이 운전기사 뒤에 탔다. 어찌나 낮은지 머리가 지붕에 닿았다. 내릴 때쯤,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모자는 어떻게 된 거예요?"
그는 머리를 만져보더니 겸연쩍게 웃으며
없어졌네. 분명히 쓰고 나왔는데....낮은 지붕에 비비적거리다가 어디로 떨어졌나봐. 이런 걸 처음 타니 머리도 놀라고, 모자도 놀라고, 나도 제정신이 아니야....할 수 없지 뭐. 마누라 안 잃어버린 게 다행이야."
이곳에 온 얼마동안 우리는 뭘 잃어버려도 아깝다는 생각을 가질 겨를도 없이 거의 이런 상태로 살아갔다.
이곳의 적응기간에 대한 일종의 수업료 같은 거다.
첫댓글 돈주고 사는 비싼 경험들............................
전원생활도
이민생활도
시기가 있는것 같다
지금이야 적응이 되어 있겠지만
처음에는 재미있는시련인지 삶에 시련인지
이민생활이 꿈같은 세상인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군요
잘 이겨 내는 모습이 자랑스럽네유!
우선 재미가 있는 이야기가 돼서
열심히 애독합니다. 대하 드라마라는게 딴게 아니고 바로 이런것 올씨다…
고맙습니다.
뭐라고 표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소재가 특이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냥 읽으면 끌려 들어 가는 듯
그래서 다음 글을 또 읽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