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양 삼 현
불기 2568 갑진년 불탄절 법회 (2024. 5.15)
비로사 동당 진허돈여
第一玄 法界廣無邊 森羅及萬象 總在鏡中圓
제일현 법계광무변 삼라급만상 총재경중원
第二玄 世尊問阿難 多聞隨事答 應器量無邊
제이현 세존문아난 다문수사답 응기량무변
第三玄 直出古皇前 四句百非外 閭氏問豐干
제삼현 직출고황전 사구백비외 여씨문풍간
제 일현은 법계는 광활하여 끝이 없고
삼라만상은 다 둥근 거울 안에 있다네
제 이현은
석가모니 부처님 아난에게 물으시길
많이 들으신 아난 일 따라 답하시니
근기 따라 헤아림이 끝이 없구나.
제 삼현은
옛 황제 앞에 바로 나옴이여
백구와 사구 이외의 것
여구륜이 풍간에게 묻는구나
분양선사께서 소참법문에서 말하시길
“그대들은 삼현의 시절을 앎니까? 반드시 옛사람의 뜻을 알고 난 이후에야, 스스로 마음이 밝아지고 곧장 변화에 통하고 자유자재하며 받아서 활용함이 무궁하여, 자수용신 부처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야, 곧 자신의 살림살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전스님이 말하시길 ‘이 왕노사는 18살 때에 산에 올라와서, 나의 살림살이를 터득하였다’ ” 하시니
한 스님이 묻기를
“옛사람이 18살에 산에 올라와서 살림살이를 터득할 수 있었다. 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무슨 살림살이를 터득하신 것입니까?”
스님이 말씀 하셨다.
“두마리 물소가 두 뿔은 있으나, 울타리도 코뚜레도 없다.”
다시 말씀하시길
“만약에 이것에 대하여 밝히고자 한다면 반드시 삼현의 뜻을 알아야 비로소 받아 활용함에 막힘이 없을 것입니다. 대장부라면 스스로 저버려 겪는 일마다 통하지 않음이 없게 하십시오. 그들에게 은택은 베풀 것이 없으나 그대들을 위하여 게송을 부르리다.
분양스님에 대하여 먼저 알고 갑시다.
인천보감人天寶鑑> 분양선소汾陽善昭 선사 편에 나오는 대문을 여기 합시다.
분양선소汾陽善昭(947-1024) 선사는 태원太原 출신이다.
도량과 식견이 넓고 깊어 겉치레가 없고 큰 뜻을 가슴에 품었다.
어떤 문장 文章이든 스승께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그 뜻을 환하게 깨우쳤다.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세상과 인생이 괴롭고 싫어져’ 염세 출가하였다.
명성이 자자한 스승 칠십여 분께 참문하며 이분들의 현묘한 가풍을 모두 체득하였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오래 머물지 않고 산수 유람도 즐기지 않으니,
어떤 사람들은 그런 선사를 멋 운치 없는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그러자 선사께서는 “옛 분들은 행각 할 때 성인의 마음과 일치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지체없이 스승을 찾아가 결택하였거늘,
어찌 산수를 유람하는 일로 스승을 찾아갔겠는가!”라고 탄식하셨다.
뒷날 수산성념(926-993) 선사를 찾아 뵙고
“마조 선사께서 상당하였을 때, 백장스님이 앞으로 나가 자리를 말아서 거두자
선사께서 즉시 법좌에서 내려왔는데 이때
백장 스님이 자리를 말아 올린 뜻이 무엇입니까?”하고 여쭈었다.
선사께서 “곤룡포의 소맷자락을 걷어 올려 젖히니 온몸이 드러나네.”라고 답하셨다.
분양 선사께서 “스님께선 이를 어떻게 꿰뚫어 보고 계십니까?”하고 여쭈었다.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끊겼느니라.”
분양 선사께서 드디어 이 일전어에 크게 깨닫고 게송을 읊었다.
“만고에 푸른 못에 비친 허공에 뜬 달은
거듭 두세 번 애써 걸러내서야 비로소 마땅히 알 수 있구나.”
萬古碧潭空界月 再三勞漉始應知
그리고는 오체투지의 절을 올리고 대중에게 돌아갔다.
중국 선종에서 분양의 위치는
제33대 육조 혜능 제34대 남악 회양 35대 마조 도일 제36대 백장 회해
제37대 황벽 희운 제38대 임제 의현 제39대 흥화 존장 제40대 남원 도옹 제41대 풍혈 연소 제42대 수산 성염 제43대 분양 선소 이렇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여씨는 태주자사로 있었던 중국의 관료이며 그 시절에 풍간선~~~~ 몸은 사대에 머물고 병은 허깨비 같은 곳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대가 병을 고치려 한다면 깨끗한 물이 필요 합니다.~~~ 그곳에 현인으로 모실만한 스승이 있습니까?
다시금 주제에 입각하여 살펴 봅시다.
삼현은 임제종의 개조(開祖)인 임제(臨濟)에 의해 주창되었습니다.
임제가 “선의 종지(宗旨)를 주장하길
일구(一句) 가운데 모름지기 삼현문(三玄門)을 갖추어야 하고, 일현(一玄) 가운데 모름지기 삼요(三要)가 있다.”라고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삼현의 첫째는 체중현(體中玄)으로서 삼세일념(三世一念) 등이고, 둘째는 구중현(句中玄)으로서 모든 생각과 이론을 초월한 화두(話頭)인 경절어구(徑截語句) 등이며, 셋째는 현중현(玄中玄)으로 선상(禪床)에 올라가서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거나 상대방을 주장자로 치거나 할(喝)을 하는 것 등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 삼현을 체중현 · 용중현(用中玄) · 의중현(意中玄)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임제의 연구가 아니라 고탑주(主塔主)가 주창한 것이다.
후대에 내려오면서 이 삼현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설이 유행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이 삼현과 삼구에 대하여 깊이 있게 논술한 고승은 고려의 지눌(知訥)과 조선의 휴정(休靜) 등을 들 수 있다.
지눌은 ≪간화결의론 看話決疑論≫에서, “선문에 있어서 여러 종류의 근기(根機)가 들어가는 문은 약간씩 다르다. 때로는 유심(唯心)과 유식(唯識)의 도리에 의하여 체중현에 들어간다. 이것이 초현문(初玄門)으로서 원교사사무애(圓敎事事無碍)의 교의가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불법지견(佛法知見)이 마음에 있어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혹 이들 가운데 구중현에 들어가서 초현문의 불법지견을 깨뜨리니, 이것은 경절문의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마삼근(麻三斤)’ 등의 화두가 그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3문을 세운 것은 옛 선사의 뜻이며, 본분사(本分事)의 화두로써 병을 깨뜨릴 수 있으므로 제2현에 두었다. 그러나 해탈지견(解脫知見)의 언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생사계에 자재할 수 없게 되므로 제3 현중현을 세운 것이다.
현중현의 묵묵히 앉아 있거나 할을 하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의 것으로 앞의 지견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삼현을 나타내어 보인 것은 본래 병을 제거하기 위함이다.”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휴정은 ≪선가귀감 禪家龜鑑≫의 임제종 종지를 밝히는 부분에서, “일구 중에 삼현을 갖추고 일현 중에 삼요를 갖추었다고 하였으니, 제1구는 곧 흔적이 없는 인장이요, 삼현과 삼요는 흔적이 있는 인장이다.
권(權, 방편)과 실(實, 진실)은 현(玄)이요, 조용(照用, 體用)은 요(要)이다.”라고 하였다. 그 뒤 조선 중기의 고승인 지안(志安)은 ≪선문오종강요 禪門五宗綱要≫를 지어 임제의 법문을 옮겨 싣고 풍법사(風法師)·월선객(月禪客)의 문답을 인용하여 해설하였다.
또, 조선 후기의 고승 백파(白坡)는 ≪선문수경 禪門手鏡≫을 저술하면서 <임제삼구도설 臨濟三句圖說>을 실었는데, 이는 매우 조직적이면서 자세한 내용을 싣고 있다. 특히, 그는 제1구를 조사선(祖師禪)이라 정의하고 석가모니의 삼처전심(三處傳心)을 이에 배속시켰으며, 제2구를 여래선(如來禪)이라 정의하고 삼현을 여기에 배속시켰다.
백파긍선이 선문수경에서 선을 분류한 것을 보면
본분(本分)과 신훈(新熏), 향상(向上)과 향하(向下), 체(體)와 용(用), 삼현(三玄)과 삼요(三要), 사료간(四料揀)과 사빈주(四賓主) 등으로 짝을 지어 분류하였다. 특히 선의 근본 가르침인 ‘임제삼구(臨濟三句)’를 중시하여 이를 기준으로 조사선(祖師禪)을 널리 떨치고, 임제종(臨濟宗)의 우수함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임제 제1구는 삼요, 즉 대기(大機) · 대용(大用) · 기용제시(機用齊施)이다. 기용(機用)과 살활(殺活)을 완벽하게 갖추어 부처와 조사(祖師)의 스승이 되는 것을 조사선의 단계라 보았고
임제 제2구는 삼현, 즉 체중현(體中玄) · 용중형(用中玄) · 구중현(句中玄)이다. 살(殺)은 있지만 활(活)은 없고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는 여래선(如來禪)의 단계이다.
임제 제3구는 다만 새로울 뿐이지 근본이 없으며 스스로도 구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는 의리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선과 교의 취지가 다 임제 삼구에 포괄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서산스님의 선가귀감에서 삼현을 표현하길
위에 나온 내용과 대동소이 합니다 체 가운데 현은 삼세가 한 생각이라는 따위들이요, 구 가운데 현은 지름길 말들이요, 현가운데 현은 양구와 방망이 할 같은 것 들이다.고 하였다.
삼요 또한 옛사람의 말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인데 첫째 요는 비침이 곧 큰 기틀이요, 둘째 요는 비침이 곧 큰 씀이요, 세째 요는 비침과 씀이 한때가 된다.
삼구에 대하여는 첫째 구는 몸이 죽고 숨이 끊어지는 것이요, 둘째 구는 입을 열기 전에 그르쳤고, 셋째 구는 똥 삼태기와 비이니라.
평창 하겠습니다.
일념인 사람에게 삼현 · 삼구 · 삼요가
어디에 설 수 있겠는가?
천산에 봄이 온 것 같음이요
향로에 꽃은 향 시간이 지남에 스러짐과 같으니
분양이 보인 거울 · 아난 · 풍간 등을
한방의 주장자로 세계 밖으로 보내주고
서산이 체와 경절문과 양구 등으로 나타낸다면
구름을 가르며 지나가는 눈먼 무쇠소가 용을 본다하리니
이런 것들로 살림살이를 삼는다면
쇠몽둥이가 함께하리니
벽파긍선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더욱더 심화 되었나니
공부인에게 활구와 사구의 중요함마저 저버리게 하나니
누가 와서 삼현 삼요 삼구를 묻고 설한다면
주장자에게 물어보라 하리라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