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저- 김병만 달인정신
출- 실크로드
독정-2019.6.24.
·소수점까지 소중한 숫자라서 키 엄마냐 물으면 늘 158.7이라 한다. 나를 부하로 삼아 심부름 시키려는 친구가 많았다. 맞고 가면 우리 아들 누가 이랬어하며 친구에게 쫓아가실 줄 알았는데 빗자루로 때리며 “이 썩을 놈아, 또 맞고 왔냐? 넘 먹는 꺼 다 먹이는데 넌 왜 이 모양이여?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나는 키가 작고 힘이 없으니까 친구한테 맞는 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싸웅에[서 신체 조건이 무슨 문제냐며 “작다고? 작은 게 뭐? 힘 없으면 돌로라도 찍어 내 책임질 텡께.”
정말로 돌 하난 주워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키 큰 아이를 상대하려면 나는 키가 작으니까 더 높이 뛰고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맞고 집에 들어가면 어차피 어머니한테 더 심하게 맞는다.’ 키 핸디캡을 인정하지 않는 어머니 때문에 나도 키 작아서 맞았다는 생각을 지우게 됐다. 작은 키로 덩치 큰 아이들을 상대해 잘 싸우니까 키 작은 아이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다.
옥탑방은 옥상에 있는 물탱크 창고였다. 물탱크를 창고 위로 빼고 약간 손을 거쳐 방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난방이 전혀 안 돼서 겨울에는 추위가 심했다.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자면 방 공기는 밖과 다름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다가 숨 쉬려고 코만 내 놓고 자다 시리면 강아지처럼 손으로 코를 덥고 누워 잤다. 아침에 천장에도 고드름이 달여 있고 벽 가장자리가 온통 성에로 가득했다. 냉동실인지 방인지
·돈이 없어 대책도 없이 보증금을 빼서 방 2시에 큰 가방만 들고 나가는데 도둑인줄 알고 경찰이 가방을 열어보라고 했다 웃음이 났다. 발소리를 조심하면서 짐 보따리를 내다가 트럭에 싣는 몰골을 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몇 달을 집 없이 전전하다가 겨우 돈을 마련해서 다시 옥탑방을 얻었다.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 그의 몸짓에 넋을 놓는다. 채플린이 만취한 장면에 채플린을 누군가 데리고 가는데 어깨를 잡고 가는 게 아니라 뒷덜미 잡고 끌고 간다. 술 취한 채플린은 전혀 미동 없이 아무 표정 없이 자고, 관객은 웃지만 그 상황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내가 추구하는 웃음이 그렇다. 따귀를 맞았을 때 반응 하지 않고 맞은 사람한테 반발을 안 한다. 맞은 채로 딴 짓을 하는 거다. 덩치 큰 양아치들이 자기 구역이라고 쫓아내는 데
“야, 니네 좋은 말할 때 여기서 놀지마. 가, 너 구역도 아니면서 여기서 양아치 짓하고 있어?“ 당당하게 양아치들을 쫓아내는 거 같다. 실상은 대사를 하면서 양아치들한테 계속 맞는다. 이런 식의 코미디가 채플린과 저우싱츠의 느낌을 주는 거 같다.
이응진 KBS드라마 PD-“병만 나한테 잘못했다고 해라.”“예? 무슨 일 때문인지.”
“사람 울렸으면 사과해야지 키스엔크라이 보고 나 얼마나 울었는지 아냐? 울게 헸으면 사괄 해.”
“예, 죄송합니다. 웃기지 못해서.”
다친 다리로 댄스 경기를 하는 걸 김연아가 보고 우는 걸 보고 위로가 되었다.
병만은 기묘하다, 숏다리ㅡ 오척단신에 납작한 얼굴, 내 주위에 있는 팔등신 식스팩 꽃미남 스타들과는 좀 많이 다르다. 그는 자신이 스타인지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촌스럽고 인간적이다 겸손하다 묻 위에서도 그의 인간성은 엿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인지도 모른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연기술인지도 사실 전화 받고 연기하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할 일은 아니다. 병만은 스스로 발광하는 스타다. 그가 만드는 코미디는 자신이 작가이고 프로듀서이며 배우다. 모두가 삶 속에서 스스로 관찰하고 발안하고 학습하고 몸으로 빚어내는 작품이다. 스타는 많지만 스스로 발광하는 스타는 우리 곁에 몇 안 된다. 병만의 개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과 성실이다. 사실 병만은 달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의 노력에 웃는다. 성실에 감동한다. 그가 다 털어 넣었을 온몸과 마음, 그가 이겨냈을 고통과 인내에 박수를 보낸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가가 젖어든다. 일찍이 한국 코미디사에 노력과 성실이란 덕목으로 사람을 웃기려고 시도하는 배우는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구태여 예를 든다면 무성영화 시대의천재 찰리 채플린이 있고 목숨을 건 무모한 몸 개그로 전 미국을 웃겼던 벗트 카튼이란 배우가 있다. 사람들은 그가 웃긴 코미다가 어이없어 웃었다. 김병만을 딱 그 두 사람의 중간지점에 있다. 어느 정도 무모하고 어느 정도 천재다. 다른 개그 프로처럼 저질이나 막장 개그로 흐르지 않는다. 병만은 세익스피어적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세익스피어의 명언 ‘풍자할 땐 태우지 말고 그슬려라’ 김병만 개그가 한국 많은 코미디와 다른 점은 태우지 않고 그슬리고 만다는 점이다. 달인의 엉터리가 들통이 나더라도 진행자 류담도 주먹으로 치지 않는다. 대본으로 툭 칠뿐이다 관객들은 그들의 그 은근함에 웃음보를 터뜨리고 박수를 보낸다. 절제의 미학이다.
·내가 실패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닌 거야.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자기가 어떤 만족을 느꼈다면 실패라고 할 수 없는 거야. 고생도 마찬가지다. 고생이라고 생가가 안 하면 고생이 아닌 거야.
사람을 관찰해야 한다. 사람마다 캐릭터가 다 있어 지하철에 종알 앉아 있어봐 지나가는 사람을 유심히 봐. 청소부를 만들어서 그 이야기로 한편 스토리를 만들어 봐 그렇게 캐릭터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해. 방에 불을 끈 상태에서 사물을 봐라. 눈으로 보는 대신 몸으로 느끼면서 사물을 보는 거야. 눈으로 보는 사물의 형체와 다른 것을 보게 된다. 마임의 느낌도 얻을 수 있어.
“어, 저러다 다치면 어떡해!”
관객이 불안해 하면
“떨지 마세요. 떨리는 건 저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긴장은 제가 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즐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