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병에 6,800원
목포 북교동교회 신호식
인천공항에서 12시간의 비행 끝에 미국 중북부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했다. 배로는 미국 항구를 많이 드나 들었지만 비행기로는 40년 전 LA 공항에 내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포트랜드에서 승선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오래간만이라 약간 긴장 했지만 ESTA 여행비자로 간 입국 수속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아내가 수속에 약간 긴장했는지 공항을 나오자마자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500ml 물 한 병을 집어 들었다. 5불 50센트라고 쓰여 있었다. 주저하는 나를 보고 있던 점원이 다가와 좀 저렴한 것이 있다고 알려준다. 이것도 4불 50센트로 세금 포함 5불로 우리 돈 6,800원이다. 공항이라 좀 비싸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6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다음날 딸과 셋이 1871년 10월에 발생한 시카고 대화재 이후, 시카고 강 주위를 따라 지어진 건축가들의 성지라 불리는 유명 건축물을 보기 위해 리버크루즈를 탔다. 두 시간 가까운 투어를 끝내고, 근처의 이태리 식당으로 가서 파스타, 샐러드, 피자, 맥주 등을 시켜 오랜만에 딸과 유학 생활 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먹고 마셨다. 식사 후 웨이터가 가져온 계산서를 보니 150불이었다. 여기에 서비스 팁이 20%인 30불, 주 및 연방세가 8%인 12불 총 192불이었다. 무슨 스테이크를 먹은 것도 아닌데 26만원이다. 딸이 혼자 사는 학교 근처 다운타운의 7평짜리 아파트의 렌트비는 월 1,700불로 우리 돈 230만원이 훨씬 넘는다. 시카고라 그래도 싼 편이란다. 딸은 박사과정을 다니면서 생활비로 지원되는 50%에 이르는 금액을 아파트 렌트비로 쓰는 셈이다. 이러한 미국의 미친 물가는 마트에서 과일과 고기 같은 농축산물을 사는 때를 제외하고 이후 계속되었다. 여행 중 이러한 물가 스트레스에 더는 달러 가격을 원화로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뉴욕을 여행할 때 센트럴파크 부근에 있는 조카 집을 방문했다. 방3(원래는 방2을 개조하여) 거실1, 주방1, 화장실 2개로 구성된 50년이 넘은 빌라였다. 목포에 있는 16년 된 우리 집보다 작고 시설도 훨씬 못했다. 밖에서 가족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조카 집으로 갔다. 여름날이라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찾으니, 우리나라의 1980년식 소형 벽걸이 에어컨이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여기가 세계 최첨단의 도시 뉴욕이 맞나 싶었다. 그런데 집값이 장난이 아니다. 200만불이 넘으며, 매달 나가는 관리비 등이 2,500불이란다. 목포가 지방의 소도시라지만 우리집 가격과 관리비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래서 뉴욕 근교 뉴저지나 시외의 정원 딸린 넓은 집으로 이사 가지 왜 이런 좁은 데서 사느냐고 물었다. 조카는 이 집을 구입하면서 입주민들의 동의와 재정 상태까지 확인받고서야 어렵게 구입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뉴욕의 유명대학 교수로 있는 조카와 질부의 수입이 년 30만불 정도는 되느냐고 짐작으로 물어보았다. 망설이던 조카는 그것보다는 훨씬 많다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뉴욕에서 생활이 되는구나 싶었다. 뉴욕커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품목 간에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의 물가는 한국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 같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공산품이나 자체 생산하는 농축산품은 우리보다 훨씬 저렴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풀리면서 서비스가 필요한 식사나 미용이나 설비 등은 우리의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 20%에 이르는 서비스에 대한 팁과 주세와 연방세가 별도로 부과된다.
옛날의 천석꾼 만석꾼 부자는 기와집에 살며 쌀밥에 고깃국 먹고 고작해야 말이나 가마를 타고 다니며 하인 부리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부자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아니 할 수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부자를 존경하고, 돈을 사랑하는 지구상 최고 자본주의 나라는 미국이다. 오늘날 전 세계의 모든 부를 빨아드리는 블랙홀과 같은 미국의 뒤에는,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이 있다. 1, 2차 세계대전 전후, 기독교 국가인 유럽에서 수천년간 멸시받고 조롱당하던 유대인들이 전쟁과 천대를 피해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미국은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활짝 펼치는 신대륙이 되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 방송인과 영향력 있는 경제인, 정치인 등 많은 사람이 유대인이다. 뉴욕에는 가장 많은 2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살고 있다. 오늘날 이들이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좌지우지하고 살아간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특이한 그들만의 결속력으로 미국을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