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정혜신,해냄출판사, 2018
아이의 비명을 들었는데 왜 그에 대해 아이에게 한 번도 직접 묻지 않는가, 아이의 비명을 생생하게 들었는데 왜 아이만 빼놓고 주변만 분주한가. (...)“상담 선생님에게 애기를 듣고 엄마는 진짜 놀랬어, 네가 그렇게 힘든 줄 엄마가 미처 몰랐어. 미안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네 마음은 지금 어떠니?” 아이의 눈에 엄마가 눈을 맞추고 그렇게 직접 물어야 한다. 엄마든 교사든 아이가 힘들다는 사실을 안 사람이면 누구든 제일 먼저 할 일은 아이에게 눈을 포개고 아이에게 묻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고 핵심적인 어른의 반응이 그것인데, 모두가 그것을 건너뛰었다.
문제행동을 가진 아이를 발견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일단 학생을 만나는 일입니다. 아이를 만나 그 행동이 일어나기까지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 보아야 합니다. 아이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을 만나 아이의 평소 모습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이도 만나지 않고 심리검사나 상담을 의뢰하는 건 아이에게는 큰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그렇게 표현합니다. 세상에 대해 불신과 불만을 반항의 행동 나타냅니다. 또는 가슴에 담아 꾹 꾹 눌러 담아 놓았다가 참다 화산처럼 폭발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럼 세상은 아이를 문제아라고 낙인하거나 대상화 해버립니다. 어른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실패의 경험만 쌓은 아이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마음을 닫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묻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선생님 저 너무 마음이 아파요.” “선생님 저 정말 화가 엄청나요.” 찾아와 이렇게 먼저 말하는 아이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했다면 건강하다고 먼저 찾아와서 고맙다고 말해줄 것입니다.
우리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엄마든 교사든 먼저 물어봐 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를 만났다면 학교사회복지사로 계속 살피고 물어봐 주는 게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물어보지 않으면 점점 더 고립되거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 할지 모릅니다.
질문은 답이다. 질문은 곧 해결책이다. (...)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목적지 설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고수의 질문법: 최고들은 무엇을 묻는가」
물어봐야 관계가 쌓이고 질문을 통해 답을 찾는 실마리를 얻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어야 사람은 비로소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사람은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자신이 놓인 상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공감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사람은 믿어도 되는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의 유일한 역할이 그것이다.
학교사회복지사가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권위적이거나 지시하지 않고, 아이들 모습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받아들여줘야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무엇이든 말한 용기를 낼 것입니다. 아이들이 속상한 일을 엄마나 선생님께 왜 말하지 않는지 물으면 혼이 날 것 같다는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이들에게 믿어도 되는 존재로 긍정적 경험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참혹함 속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전부 잃은 사람도 그 '한 사람'을 만나면 그 '한 사람' 을 통해서 세상과 사람 전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이와 아이를 둘러싼 생태, 관계에 집중합니다. 나와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단 한 사람’의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을 연습 삼아 더 많은 관계 맺음을 펼쳐나갈 수 있음을 믿고 기다리고 노력해야 합니다.
의사의 야기를 들으며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아이가 봤던 모양이다. 그걸 아이는 ‘아,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구나,’라는 걸 느끼며 안심했다고 한다. 자기가 엄마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었다는 확인이 뿌리 같은 안정감을 준 것이다. 약물과 상담치료를 다 거부했지만 아이는 엄마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고 편안해 졌다. 아이의 그 말(느낌)을 내게 전하며 엄마는 강물처럼 울었다.
아이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학부모님이나 교사에서 아이의 마음을 잘 전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함께 이루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아이와 부모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가족 간의 관계를 살릴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활동을 구실로 가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전할 때 아이는 좀 더 안정감 있게 성장할 것입니다. 아이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반응해 주어야 할 어른들이 아이에게 사랑 주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 한 명씩 잘 살펴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