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
봄나물 – 석진제
취나물 쑥부쟁이 씀바귀 달래냉이
살얼음 엄동설한 용캐도 견뎌내고
입춘날 시장장터에 고개 숙여 날 보네
입맞춤 코끝 향기 봄내음 진동하네
자연에 순리 순응 천기를 머금었고
잎사귀 움트는 자리 대자대비 퍼졌네
몸보신 한다하여 육화식 즐겨말고
자연이 주는 선물 산천이 약초로세
우리도 봄비처럼 소리없이 잘 자라
<4월의 시>
불성
허연거 꺼먼거도 하널끝 고개숙여
법당내 연불소리 백팔베 서리하네
컨신님 가사 소매속 띠이가는 발자죽
<5월의 시>
회향
하늘엔 조각구름 모였다 흩어지고
이 마음 번뇌망상 생겼다 사라지네
오롯이 자신을 알라 진리만을 따를 뿐
인연은 옴도없이 그 인연 돌아갈 제
탐진치 오탁악세 삼독에 벗어나서
왔던 길 돌아가는 날 미련일랑 던지세
떠난 이 뒷모습에 향 하나 사루어
허공의 우주법계 제자리 돌아오니
언제나 내가 있었나 사대육신 누웠네
<6월의 시>
판문점에서 (6월 우수작품상 부문 입선작)
휴전선 안에 있는 팔각정
그 위에서 판문점을 쳐다보자
표정없는 군사의 얼굴
앞만 보고 있다
눈빛은 눈빛대로
시선은 고요한 몸짓으로 불씨를 끄고
간혹 외국인
무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창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내 삶이 어디에 있는지
참 이곳이 분단의 정점이지 하면서
푸르게 이고 서 있는 상록수
그 꼭대기는 너무 외롭고 슬퍼보여
돌아갈 수 없는 나무다리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7월의 시
다심
세상사 돌아가는 일들을 보았는데
흘러간 옛노래도 타인의 일들인냥
못잊어 푸른빛으로 감고도는 일상들
후원에 찻물끓여 관음전 올렸더니
비바람 잦아들고 밀감꽃 피어났네
아직도 흘러간 편주 다시올지 어떨지
차심을 노래하자 한 우주 내려앉고
마침표 하나없는 세월 속 안개의 잠
파랗게 허물어졌어 빈찻잔에 남았네
<8월의 시>
독도의 깃발
바람이 흔들고 간 그 자리 숱한 전설
동서도 다 합하여 91개 부속 도서
오늘도 뱃길을 열어 대한민국 만만세
동남쪽 부는 바람 다 받고 누웠으니
장하다 우리강토 독도의 동해한
지키자 조상님 은덕 후손가지 가도록
더 높게 깃발 올려 한국인 기개 살려
동방에 안 꺼지는 등불로 살아가세
오늘도 최동단 끝에 지질 유적 살피세
<9월의 시>
추야장천
몇 편의 시를 읽고 울다가 일어섰다
가을비 한참 내려 내 가슴 애태우다
하늘은 어느새 개어 속살같이 빛나네
가을밤 깊어가자 홀로 선 자리마다
관음의 미소인양 하 세월 부여잡네
황국화 혼자서 피어 세상 시름 사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