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세돌 9단(오른쪽)이 AI 한돌과의 두 번째 대결을 호선으로 맞서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렇다할 기회를 갖지 못한 완패였다.
이세돌vs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
한돌, 전투 없이 38수째에 승률 90%↑
'호선'에서의 한돌은 강했다. 2017년 12월에 첫선을 보인 후 호선대국으로 트레이닝해 온 한돌은 '주종목'에서 인간 최고수들의 수준을 넘어선 기량을 보여주었다.
19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이세돌vs한돌의 치수고치기 3번기의 제2국은 이세돌 9단이 한돌에게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대국을 시작한 지 3시간 10분께 기권 의사를 표시하면서 종국됐다.

▲ 인간을 추월한 인공지능과 호선으로 대국한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은퇴기가 아닐까.
절대 다수가 불리로 예상했던 두점바둑을 통쾌하게 이기면서 기대치를 높여 준 이세돌이었으나 '호선'의 벽은 더 높았다. 기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ELO 레이팅 기준으로 이번 대결의 한돌3.0은 4500점 이상.
점수차가 400점 이상 벌어지면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보는데 이세돌은 3400점대 초반이다(최정상권인 신진서ㆍ박정환ㆍ커제는 현재 3600점대 후반, 2016년의 알파고는 3700점대). 한돌은 지난 1월에 4200점 정도이던 2.1 버전으로 국내 프로기사 톱5에 5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 한돌이 자체 분석한 100수까지의 승률. 38수째에 90%, 100수째에 98.5%를 찍었다.
현역 시절 강렬한 전투력으로 반상을 누볐던 이세돌은 1국에서 수비적으로 행마했다. 두점바둑을 공부한 결과 그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국 전에 만난 이세돌 9단은 "훈련 기간이 짧은 한돌이 접바둑을 잘 못 짰다"고 했다. "먼저 실리를 챙겨야지 AI에 타개 승부를 주는 바둑이 되어서는 이기기 힘들다"고도 했다.
이세돌 9단은 호선대국을 맞아 전투가 일어나지 않은 가운데서도 38수째의 승률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사람 간의 대국에서는 간혹 역전도 일어나지만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에서는 '승부끝'이나 다름없는 차이.

▲ 각자 2시간의 제한시간에서 한돌은 1시간 20분가량을, 이세돌은 1시간 42분가량을 썼다.
좌상에서 넉점을 포기한 것이 판단 착오였다. 버려서는 안 되는 돌이었던 것. 그 과정에서 눈 뜨고 2집을 손해본 수도 나왔다. 이어진 우하의 2차 접전에서는 승률이 5% 아래로 내려갔다. 빈 자리가 많은 반상은 그 후 수순이 길게 이어지며 이세돌 9단이 필사적으로 비틀고 변화를 구하면서 반전을 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국후 이세돌 9단은 "질 확률이 높았기는 한데 초반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서 너무 쉽게 패한 부분이 아쉽다. 2집 정도 눈에 보이는 실수라서…. 너무 쉬운 장면이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 이세돌 9단과 이창율 NHN 개임AI 팀장이 국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최종 3국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마지막 판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제 바둑을 두도록 하겠다. 사실 1국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 스타일보다 연습한 대로 이기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마지막을 그렇게 두고 싶지는 않고 지더라도 재미있게 ,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돌의 패배로 3국 치수는 다시 두점으로 올라갔다. 1국 때와 같은 조건이다. '이세돌 은퇴기'의 최종 승부는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다. 신안군 비금도가 이세돌 9단의 고향이다. 이세돌은 또 한 번의 승리를 노리고, 한돌은 자존심 회복을 벼른다.


▲ 이세돌 9단(두점) vs 한돌(백), 122수 백불계승.

▲ 김효정 프로와 조인선 프로가 현장 공개해설을 진행했다.

▲ 이세돌 9단과 돈독한 가수 김장훈 씨가 대국장을 찾아와 응원했다.

▲ 초반 실패에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 신안대국을 끝으로 전설로 남게 된다.

▲ 친형 이상훈 9단은 매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

▲ "마지막을 고향에서 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 여러분이 오실 수 있고 뜻깊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이세돌 9단이다.

▲ 최종 3국에 대해 이창율 팀장은 "은퇴하는 자리에 같이 가게 되어 영광이고 좋은 승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오늘의 대국이 인공지능과 호선으로 겨룬 인간의 마지막 공개대국으로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