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묘미
손 원
자연의 빛깔은 계절에 따라 사뭇 다르다. 사계절의 각기 다른 빛깔을 두고 찬양한다. 어느 계절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기는 무리다. 나름의 빛깔이 있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계절에 맞는 옷을 입는다. 계절에 따라 우리의 몸치장이 달라지고,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다. 가까이 아내의 모습, 가족들의 모습부터 그렇다. 외출할 때면 계절을 고려하여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한다. 모임에 간다면 구성원의 성향까지 고려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를 위한 옷차림이라기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옷차림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옷차림을 상대가 좋아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외출준비가 끝나면 아내나 딸에게 점검을 받는다. "오늘 예식장에 가는데 어때?" "동창회에 가는데 어때?" 무난하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철 지난 옷이라며 다른 옷으로 바꿔입기를 권유받는 경우도 있다. 옷치장을 끝낸 상태에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는 귀찮고 번거롭다. 웬만하면 그냥 나서기도 하지만, 다시 한 번 모임 분위기를 떠 올려 보고 고민을 한다. 보는 시각이 객관적이기에 권유에 따르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계절이 없다면 어떨까? 자연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열대지방의 산야는 늘 푸르다. 그곳 사람들은 의복은 비교적 단순할 것 같다. 사계절 속에서 살았던 사람에게 계절이 없다면 어떨까? 적도 부근은 일 년 내내 여름이고, 극지방은 일 년 내내 겨울이다. 우선 계절의 묘미를 잃을 것이다. 일 년을 한 계절로 사는 것 보다 사계절로 살면 더 길고, 맛깔스런 삶이 된다. 한결 같은 환경보다 네 가지 환경체험은 삶의 질을 높인다. 즉 여행과도 같아 한 곳에 머무는 것과 네 곳을 다니며 즐기는 것과도 같다. 계절의 변화는 심신의 활력소가 되어 인생을 더욱 보람 있게 한다. 겨우내 미루었던 것을 봄에 시작하고 여름에 성숙하여 가을이면 결실을 가져온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사계절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담은 여정이다. 봄은 젊음과 재생의 계절로 새 생명이 싹트며, 만물은 깨어난다. 여름은 번성과 성장의 계절로 생명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다. 가을은 풍요와 수확의 계절로 오곡백과가 나고, 마지막을 아름답게 단풍으로 장식한다. 겨울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며, 새로운 봄이 오기 전에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모든 생명에 자연순환의 원칙이 예외 없이 지켜지고 있다. 즉 자연의 섭리인 샘이다. 계절마다 다른 풍광이 모두 아름답고, 기온과 일조량도 차이가 있어 삼라만상이 여정을 거치는 듯하다. 계절은 나름의 역할과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다. 인생 여정의 설계도 자연의 이치를 닮도록 설계되었다면 전 여정이 유익하고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연중 겨울, 여름만 있다면 계절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기에 아름답지 못하다.
계절은 기다림이다. 누구나 계절을 만끽하면서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한겨울에는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봄은 온갖 꽃이 만발하는 환희의 계절, 봄 여행을 계획한다. 싱그러운 여름은 휴가의 계절로 해수욕, 시원한 계곡을 만끽하고파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엔 단풍 명소를 기다린다. 하얀 겨울에는 연인과 함께 안식을 갖기를 원한다. 사계절은 계절마다 특색과 향취가 있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인생의 멋이기도 하다. 그 속에 자연의 섭리가 있고 섭리에 쫓아 사는 것은 모든 이를 아우를 수 있고 행복도 같이 누릴 수 있다.
누군가 한 해를 짧다고 했다. 계절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한 해를 네 등분하여 사계절로 구분해 보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계절의 묘미를 만끽한다면 긴 한 해가 될 수있고, 일 년을 사 년으로 사는 지혜 일 수도 있다. 여생이 짧다고 하기 전에 계절마다 자신만의 계절 맞이 비법을 가져보도록 하자. 긴 인생, 긴 행복을 가질 수 있다. 하고 싶은 일, 즐기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지구상에는 사계절이 없는 곳도 많다. 다행히 우리는 사계절을 맘껏 누리고 있다. 우리의 삶이 더욱 알차고 즐거울 수 있는 여건이다. 거저 주어지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맘껏 누려보자. 세상이 아름답다.
※ 2024. 5. 7. 영남경제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