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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엔 아이에게도 作詩法을
조광조의 '선비에 의한 개혁' 정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에 크게 실망한 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는 고향인 장성으로 낙향하여 후학 특히 소아들의 교육에 힘을 쏟지요. 백련초해(百聯抄解)는 바로 아이들을 위한 시작법의 사례를 예시한 일종의 교과서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한시,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빼어난 연(聯, 대구를 이루는 2구절을 1聯으로 함). 이중 엄선한 100련을 百聯抄解란 이름으로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재로 삼았답니다.
여기에서는 이 百聯抄解를 중심으로 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옛시인들이 자연을 소재로 삼은 괜찮은 對句를 모아 올리니 좀 지루하더라도 골라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1. 天地, 日月星, 雲雨風雪霜, 春夏秋冬
예 : 我國天涯北 他邦地角西 (신라 혜초의 南天竺路上作 중)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다른 나라는 땅 모서리 서쪽에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을지문덕 장군이 脩나라 우중문에 준 시)
귀신같은 계책은 天文을 궁구하고, 신묘한 셈은 지리를 다 꿔뚫었네
十里松陰濃滿地 千重岳色翠浮天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십리에 걸쳐 솔 그림자 땅 가득 짙은데, 겹겹 산 빛깔 푸르게 하늘에 떠있네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고려말 이색의 漢浦弄月 중)
해 떨어지니 모래 더욱 희고, 구름 옮겨가니 물은 다시 맑구나
花迎暖日粧春色 竹帶淸風掃月光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따뜻한 날을 맞은 꽃 봄색을 단장하고, 맑은 바람을 두른 대나무 달빛을 쓰누나
月掛靑空無柄扇 星排碧落絶纓珠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하늘에 걸린 달은 손잡이 없는 부채, 창공에 흩어진 별은 끈 떨어진 진주
月作利刀裁樹影 春爲神筆畵山形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달은 날카로운 칼로 나무 그림자를 재단하고, 봄은 신묘한 붓으로 산 모양을 그리네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고려말 이색의 부벽루 중)
텅빈 성 위에는 조각달, 오래된 바위 위엔 천년 구름
庭畔脩篁篩月影 門前細柳帶霜痕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뜰가에 긴 대는 달그림자를 체질하고, 문앞 가는 버들은 서리 흔적을 지니고 있네
山頭夜戴孤輪月 洞口朝噴一片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마루는 밤에 외로운 둥근달을 머리에 이고, 동굴 입구 아침에 한조각 구름을 뿜어내네
雪裏高松含素月 庭前脩竹帶淸風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눈속에 높은 소나무 하얀 달을 품고, 뜰앞 대나무 청풍을 지니고 있네
聲痛杜鵑啼落月 態媚籬菊慰殘秋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목아픈 두견은 지는 달을 보고 울고, 자태 고은 울밑 국화는 가는 가을을 위로하네
星垂平野闊 月湧大江流 (두보의 旅夜書懷 중)
별빛 쏟아지는 들판은 넓고, 달빛 출렁이며 큰강은 흘러가누나
四遠雲俱黑 中天日正明 (이율곡의 出城感懷 중)
사방 멀리 구름 온통 컴컴한데, 중천엔 해가 바로 떠 밝구나
曉鏡但愁雲鬢改 夜吟應覺月光寒 (만당 이상은의 무제 중)
새벽에 거울 보며 검은머리 바뀌었다 시름짓고, 밤중에 시읊으며 달빛 차갑게 느끼겠지
雨晴海嶠歸雲嫩 風亂山溪落葉嬌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비 개인 바다가 절벽에 돌아오는 구름 곱고, 바람 어지러운 산 개울에 낙엽 아리땁다
江南雨初歇 山暗雲猶濕 (唐 戴幼公의 시 중)
강남에 비가 비로서 개었으나 산은 어둡고 구름 아직 습하도다
郊外雨餘生草綠 檻前風起落花紅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성밖에 비가 넉넉하니 풀이 파랗게 돋아나고, 난간 앞에 바람 이니 꽃이 붉게 떨어지네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조선 중기 송한필의 昨夜雨 중)
어재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海國連宵雨 春天盡日風 (조선 김수의 睡餘口占(잠에서 깨어 읊다) 중)
바다 나라에 밤까지 이어 비가 내리는데, 봄철이라 진종일 바람이 부네
風吹枯木晴天雨 月照平沙夏野霜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바람이 고목에 부니 개인날에 비오는 듯하고, 달이 백사장에 비치니 여름 들판에 서리 같구나
風驅江上群飛雁 月送天涯獨去舟 (고려 박인범의 江行呈張峻秀才 중)
바람은 강위에서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아가고, 달은 하늘가 외로이 떠가는 배를 전송하네
風射破窓燈易滅 月穿疎屋夢難成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바람 부서진 창으로 들어오니 등불 꺼지기 쉽고, 달빛 성긴 창문으로 뚫고 들어오니 잠이루기 어렵다
風引鍾聲來遠洞 月驅詩興上高樓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바람은 종소리를 이끌고 먼 동리에서 오고, 달은 시흥을 몰아 높은 누대에 오르네
春風自綠江南岸 明月何時照我還 (북송 왕안석의 泊船瓜州 중)
봄바람은 강남 언덕을 푸르게 하건만, 명월은 언제쯤 내 귀환을 비춰줄까
松含雪裏靑春色 竹帶風前細雨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소나무 눈속에서 푸른 봄빛을 머금고, 대나무 바람을 맞아 가랑비 소리를 낸다
霜着幽林紅葉落 雨餘深院綠苔生 (조선 중기 장유의 示金晦而 중)
서리 내린 그윽한 숲에는 붉은 잎 떨어지고, 비 온 깊은 뜨락엔 푸른 이끼 돋아나네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暉 冬嶺秀孤松 (東晉 도연명의 四時)
春庭亂舞尋花蝶 夏院狂歌選柳鶯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몸뜰에 어지러히 춤추는 건 꽃찾는 나비, 여름 뜨락에 시끄럽게 노래하는 건 버들을 가리는 꾀꼬리
春前有雨花開早 秋後無霜葉落遲 (明 傳採童詩 중)
봄 오기 앞서 비내리니 꽃 일찍 피고, 가을 지나도 서리 없으니 낙엽 늦게 지네
春光不老靑松院 秋氣長留翠竹亭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봄빛 푸른 솔 우거진 집에서 사그러지지 않고, 가을 기운 푸른 대숲 정자에 오래 머믄다
春色每留階下竹 雨聲長在檻前松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봄빛은 매양 섬돌 아래 대나무에 머믈고, 빗소리는 오랫동안 난간 앞 소나무에 남아
耕田野叟埋春色 汲水山僧斗月光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밭을 가는 촌로는 봄빛을 묻어버리고, 물을 긷는 산중은 달빛 마저 떠가네
江樓燕舞知春暮 壟樹鶯歌想夏天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강가 누각에 제비 춤추니 봄이 저믈어 감을 알겠고, 두둑가 나무에 꾀꼬리 노래하니 여름을 느끼네
2. 山水*野海
*水에 江, 河, 川, 溪, 澗 등 포함
예 : 山含落照屛間畵 水泛殘花鏡裏春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이 낙조를 머금으니 병풍속 그림이요, 물에 꽃닢들이 떠있으니 거울 속 봄이라
山月入松金破碎 江風吹水雪崩騰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 위 달이 소나무에 드니 금빛 부서지는듯, 강에 바람부니 물이 눈처럼 부서져 오르네
山上木頭菜 海中石首魚 (퇴계 이황의 시 중)
산 위에는 두롭이, 바다 속엔 조기가 (최고라)
靑山不墨千秋畵 綠水無絃萬古琴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청산은 그리지 않아도 천년 그림이요, 녹수는 현이 없어도 만년 거문고라
白日倚山盡 黃河入海流 (성당 왕지환의 등관작루 중)
해는 산에 기대어 지려는데, 황하는 바다로 흘러가네
村逕繞山松葉滑 柴門臨水稻花香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을 휘도는 시골길에 솔잎 매끄럽고, 물가 사립문에는 벼꽃 향기
鳥去鳥來山色裏 人歌人哭水聲中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새는 산빛에 따라 오가고, 사람은 물소리에 따라 노래하고 울부짖네
水光瀲灩晴方好 山色空濛雨亦奇 (북송 소동파의 飮湖上.. 중)
물빛 반짝반짝 개인 날이 좋고, 산색 흐릿흐릿 비 내려도 멋드러지다
水鳥有情啼向我 野花無語笑征人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물새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어대고, 들꽃은 말없이 웃으며 사람을 보낸다
綠水喧如怒 靑山默似嚬 (송시열의 赴京 중)
녹수는 성이 난듯 시끄럽게 흐르는데, 청산은 말없이 찡그리고 있는 것 같구나
月鉤潛水魚警釣 煙帳橫山鳥畏羅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갈고리 달이 물에 잠기니 고기 낚시인가 놀라고, 안개 장막 산을 가로 지르니 새는 그물인가 두렵네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燃 (두보의 절구 중)
강이 파라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이 불붙은 하구나
江南雨初歇 山暗雲猶濕 (唐 戴幼公의 시 중)
강남에 비가 비로서 개었으나 산은 어둡고 구름 아직 습하도다
日落江天碧 煙昏山火紅 (조선 중기 홍경신의 江東卽事 중)
해지니 강과 하늘 푸르고, 안개낀 어두운 산속에 불빛 붉구나
雪添春澗水 烏趁暮山雲 (조선 박은의 萬里 중)
눈 녹아 골짜기에 물을 보태는데, 까마귀는 저무는 산 구름을 좇네
耕田野叟埋春色 汲水山僧斗月光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밭을 가는 촌로는 봄빛을 묻어버리고, 물을 긷는 산중은 달빛 마저 떠가네
星垂平野闊 月湧大江流 (두보의 旅夜書懷 중)
별빛 쏟아지는 들판은 넓고, 달빛 출렁이는 큰강은 흐른다
雨晴海嶠歸雲嫩 風亂山溪落葉嬌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비 개인 바다가 절벽에 돌아오는 구름 곱고, 바람 어지러운 산 개울에 낙엽 아리땁다
3. 日月雲雨風霜 山水花草木 혼용
예 : 風吹枯木晴天雨 月照平沙夏野霜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바람이 고목에 부니 개인날에 비오는 듯하고, 달이 백사장에 비치니 여름 들판에 서리 같구나
日暮天含墨 山空寺入雲 (조선 김제의 거창산중)
해저무니 하늘은 먹장 머금고, 산이 비어 절간엔 구름이 드네
白日倚山盡 黃河入海流 (성당 왕지환의 등관작루 중)
해는 산에 기대어 지려는데, 황하는 바다로 흘러가네
鬟揷玉梳新月曲 眼含珠淚曉花濃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쪽진 머리에 옥 빗을 꽂으니 굽은 초승달이요, 눈에 구슬같은 눈물 머금으니 농염한 새벽 꽃이라
雲樹幾千里 山川政渺然 (서산대사의 會友 중)
구름과 숲을 따라 몇천리인고, 산천은 정말로 아득하구나
白雲斷處見明月 黃葉落時聞擣衣 (宋 주장문의 望中有懷 중)
흰구름 끝나는 곳에 밝은 달 보이고, 노란 잎 떨어질 때 다듬이 소리 들리네
紅袖遮容雲裏月 玉顔開笑水中蓮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붉은 소매로 얼굴을 가리니 구름속의 달이요, 옥같은 얼굴에 웃음띄니 물속에 핀 연꽃이라
山與雲俱白 雲山不辯容 (송시열의 금강산 중)
산과 구름이 모두 희니, 구름과 산을 구별하지 못하겠네
山疊未遮千里夢 月孤相照兩鄕心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이 첩첩해도 천리 달려가는 꿈 막지 못하고, 달은 홀로 밝아 두 고을을 그리는 마음을 비쳐주네
山影入門推不出 月光鋪地掃還生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그림자 문안에 드니 밀어도 나가지 않고, 달빛 땅을 덮음에 쓸어도 또 생기네
山影倒江魚躍峀 樹陰斜路馬行枝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그림자 강에 거꾸로 비치니 물고기 산봉우리에 뛰놀고, 나무 그림자 길위에 비껴드니 말은 나무가지
위를 가는구나
獨鞭山影騎驢客 閑枕松聲伴鶴僧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홀로 산그림자 채찍질하는 나귀 탄 나그네, 솔바람 소리 한가로히 누워 학을 벗하는 스님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두보의 春望 중)
나라는 깨어져도 산하는 여전하여, 장안성에 봄이 오니 초목이 우거지네
朝愛靑山褰箔早 夜憐明月閉窓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아침엔 청산을 사랑하여 발을 일찍 걷고, 밤엔 명월을 아껴 창을 더디 닫네
珠簾半捲迎山影 玉窓初開納月光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구슬 발을 반쯤 걷어 산 그림자를 맞고, 옥창을 처음 열고 달빛을 받아드리네
雪添春澗水 烏趁暮山雲 (조선 박은의 萬里 중)
눈 녹아 골짜기에 물을 보태는데, 까마귀는 저무는 산 구름을 좇네
遲日江山麗 春風花草香 (두보의 절구 중)
긴긴 해에 강산은 곱고, 봄바람에 화초 향기
野色靑黃禾半熟 雲容黑白雨初晴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들이 푸르면서 누런 건 벼 반쯤 익은 때문, 구름이 검으면서 흰 건 비가 막 개인 탓
閉門野寺松陰轉 欹枕風軒客夢長 (북송 소동파의 病中遊祖塔院 중)
문 닫은 들 절에 솔 그림자 옮겨가고, 바람드는 마루 베개 베고 누은 나그네 꿈은 길어
花落庭前憐不掃 月明窓外愛無眠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잎 뜰앞에 떨어져도 안쓰러워 쓸지 못하고, 명월이 창박에 비취니 사랑스러워 잠들지 못하네
花前酌酒呑紅色 月下烹茶飮白光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밭에서 술을 대작하니 붉은 색을 삼키고, 달 아래 차를 끓이니 하얀 달빛을 마시네
花塢題詩香惹筆 月庭彈琴冷侵絃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핀 언덕에서 시를 지으니 향기가 붓에 끌리고, 달빛 뜨락에서 거문고를 타니 찬기운이 줄에 스미네
紅顔淚濕花含露 素面愁生月帶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발그레한 얼굴에 눈물 젖으니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 하얀 얼굴에 시름드니 달에 구름이 드리운듯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海浪無痕 (송 冶父선사의 話頭頌 중)
대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둥근달 바다를 뚫어도 물결 흔적없네
春日鶯啼脩竹裏 仙家犬吠白雲間 (두보의 膝王亭子 중)
봄날 꼬꼬리는 대나무 숲에서 울고, 仙家의 개는 흰구름 속에서 짖네
松作洞門迎客蓋 月爲山室讀書燈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소나무는 마을 어귀의 손님맞는 차일이 되고, 달은 산골에서 책읽는 등불이 되네
松間白雪尋巢鶴 柳上黃金喚友鶯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소나무 사이 백설은 둥지 찾는 학, 버드나무 위 황금은 벗을 부르는 꾀꼬리
綠楊有意簾前舞 明月多情海上來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푸른 버들은 마음이 있어 주렴 앞에서 춤추고, 명월은 정이 많아 바다위에서 떠오네
身立風端細柳態 眉臨鏡面遠山容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바람 맞으면 서 있는 자태 가는 버들이요, 거울 속에 비친 눈섭 먼 산 모양이라
4. 花草木*葉, 鳥*魚..
*木에는 柳(楊),竹(篁),松, 등 각종 나무들, *鳥에는 燕,鶯,鶴 등 포함
예 : 花紅小院黃蜂鬧 草綠長堤白馬嘶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 붉은 작은 집안에 누런 벌들 시끄럽고, 풀 파란 긴 둑에 흰말이 운다
花因雨過紅將老 柳被風欺綠漸除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은 비를 맞아 붉은 빛이 시들려 하는데, 버들은 바람이 부니 점점 녹색이 사라지네
花下露垂紅玉軟 柳中煙鎖碧羅輕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잎에 이슬 내리니 붉은 옥인양 부드럽고, 부들에 물안개 서리니 푸른 비단처럼 날렵하네
花色淺深先後發 柳行高下古今栽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색이 짙고 옅음은 먼저 피고 뒤 핀 연유요, 버들 높이 높낮음은 심은 시기 때문이라
花間蝶舞紛紛雪 柳上鶯飛片片金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 사이 나비 춤추니 눈발 어지러히 날리는듯, 버들가지 위에 꾀꼬리 나니 들락날락 금빛이라
花迎暖日粧春色 竹帶淸風掃月光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따뜻한 날을 맞은 꽃 봄색을 단장하고, 맑은 바람을 두른 대나무 달빛을 쓰누나
花裏着碁紅照局 竹間開酒碧迷樽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속에 바둑두니 붉은빛 바둑판에 비치고, 대숲에서 술자리를 벌리니 푸른빛 술동이에 일렁이네
花笑檻前聲未聽 鳥啼林下淚難看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꽃은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숲속에서 우는데 눈물 보이지 않네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두보의 春望 중)
시국이 서러워 꽃을 봐도 눈물이 나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놀라네
春前有雨花開早 秋後無霜葉落遲 (明 傳採童詩 중)
봄 오기 앞서 비내리니 꽃 일찍 피고, 가을 지나도 서리 없으니 낙엽 늦게 지네
春庭亂舞尋花蝶 夏院狂歌選柳鶯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몸뜰 어지러히 춤추는 건 꽃찾는 나비, 여름 뜨락 시끄럽게 노래하는 건 버들을 가리는 꾀꼬리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고려 김극기의 田家四時 중)
갯풀아래 물고기 뛰놀고 버들 뚝에 철새들 나네
螢飛草葉無煙火 鶯囀花林有翼金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반디불이 날아 풀잎에 앉아도 불나지 않고, 꾀꼬리 꽃숲에서 지저귀어도 날개는 금빛이라
郊外雨餘生草綠 檻前風起落花紅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성밖에 비가 넉넉하니 풀이 파랗게 돋아나고, 난간 앞에 바람 이니 꽃이 붉게 떨어지네
柳爲翠幕鶯爲客 花作紅房蝶作郞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버들 푸른 장막을 만드니 꾀꼬리가 손님이 되고, 꽃 붉은 방을 꾸미니 나비가 신랑이 되네
竹芽似筆難成字 松葉如針未貫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죽순은 붓처럼 생겼으나 글씨를 쓰지 못하고, 솔닢은 바늘 같아도 실을 꿰지 못하네
修竹映波魚怯釣 垂楊俠道馬驚鞭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긴 대나무 물결에 비치니 물고기 낚시대인가 두렵고, 길가에 늘어진 버들 말 채찍인가 놀래네
庭畔脩篁篩月影 門前細柳帶霜痕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뜰가에 긴 대는 달그림자를 체질하고, 문앞 가는 버들은 서리 흔적을 지니고 있네
春色每留階下竹 雨聲長在檻前松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봄빛은 매양 섬돌 아래 대나무에 머믈고, 빗소리는 오랫동안 난간 앞 소나무에 남아
松含雪裏靑春色 竹帶風前細雨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소나무 눈속에서 푸른 봄빛을 머금고, 대나무 바람을 맞아 가랑비 소리를 낸다
雪裏高松含素月 庭前脩竹帶淸風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눈속에 높은 소나무 하얀 달을 품고, 뜰앞 대나무 청풍을 지니고 있네
春光不老靑松院 秋氣長留翠竹亭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봄빛 푸른 솔 우거진 집에서 사그러지지 않고, 가을 기운 푸른 대숲 정자에 오래 머믄다
村逕繞山松葉滑 柴門臨水稻花香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산을 휘도는 시골길에 솔잎 매끄럽고, 물가 사립문에는 벼꽃 향기
鳥鳴天氣暖 魚泳浪紋平 (고려 郭預의 시)
새 울고 날씨 따뜻하고, 고기는 헤엄치고 물결 잔잔하구나
水鳥有情啼向我 野花無語笑征人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물새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어대고, 들꽃은 말없이 웃으며 사람을 보낸다
春鳥弄春春不怒 曉鷄唱曉曉無言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봄새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새벽닭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네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燃 (두보의 절구 중)
강이 파라니 새는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이 불붙은 하구나
垂柳均綠鶯返囀 群林紅盡雁廻聲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늘어진 버들 짙푸르니 꾀꼬리 돌아와 지저귀고, 숲에 붉은 낙엽지니 기러기 돌아오는 소리 난다
月鉤潛水魚驚釣 煙帳橫山鳥畏羅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갈고리 달 물에 잠기니 고기는 낚시인가 놀라고, 안개 장막 산을 가로 지르니 새는 그물인가 두렵네
池中荷葉魚兒傘 梁上蛛絲燕子簾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못 속 연잎은 고기들의 일산이요, 들보 위에 친 거미줄은 제비들의 주렴이라
池邊洗硯魚呑墨 松下烹茶鶴避煙 (조선 김인후의 백련초해 중)
못 가에서 벼루를 씻으니 고기는 먹물을 삼키고, 소나무 아래에서 차를 끓이니 학은 연기를 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