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Fact – 토론의 바닥이번 대대에서 주로 특별결의안 발의 대의원과 여성위가 맞서는 모양새였는데,
이때 문제 되었던 ‘Fact’를 다루겠습니다.
첫 번째. ‘배이상헌이 수업 배제를 따르지 않아 직위해제 되었다’광주 분들은 이 문장이 사실이 아님을 거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배제와 수사의뢰는 동시에 이루어지며, 직위해제되지 않은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여성위가 전국대의원에게 보낸 의견서는 非Fact를 Fact로 전제한 첫 문장에서 출발합니다.
“특별결의문은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교사’를 전교조 차원에서 옹호하는 결의문이다.
이 중
배이상헌이 수업배제를 따르지 않아서 직위해제 조치되었다. - 신뢰성 판단 문제
특별결의문은 수업배제를 따르지 않아 직위해제가 불가피했던 자를 ‘조직의 이름으로 옹호하는 결의문’이다. - 타당성 판단 문제
먼저 이 글에서는 Fact 문제만 다루겠습니다.
별도 문서인 여성위 입장문을 보면,
‘배이상헌이 수업 분리 요구를 따르지 않’아서 직위해제가 불가피했다’는 광주 김옥희 연구원의 칼럼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광주 드림까지 뒤적거려 이 칼럼을 찾아내었다면,
수업배제와 수사의뢰를 동시에 지시했다는 사실은 더욱 쉽게 찾았을 것입니다.
당사자인 배이상헌도 계속 여성위에 알려주었구요.
제게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공문이 있고,
진행 중인 행정 소송에서도 확정된 Fact입니다.
여성위가 이 칼럼이 필요했던 것은 ‘이것이 Fact다’고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비Fact로 Fact’를 가린 것에 대한 면죄부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여하튼 이걸 바로 잡지 않으면 이 위에 쌓인 주장은 모두 삽질이 됩니다.
주장의 당사자가 바로 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요.
그래서 여성위원장님께 이 Fact를 바로 잡은 채 그 위에 의견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성위원장님 답변은 ‘검찰의 판단을 봐야 한다’였습니다.
전국 대대는 전교조의 몸에 가장 강력한 명령을 내리는 회의이지요.
어떤 명령을 내릴지는 토론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구요.
그런데, 이미 토론하고 있으면서
그 토론의 기반은 검찰의 판단을 받자고 말하는 건 어마어마한 넌센스입니다.
게다가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요.
심지어 검찰은 ‘영상자료상영의 범죄성’만 다루고 있어서 검찰에서 이걸 판단할 확률은 0%입니다.
사실이 아닌 사실을 사실로 움켜쥐고 싶어하면서
쉽고 빠른 검증 도구마저 거부한 채
검증해줄 리 없는 기관이 검증해 줄 거라 둘러대고
신뢰성 판단을 ‘미래’로 쓰윽 밀어둔 채
조직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 주장의 밑천으로 삼는 태도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그간 교사가 평소 학생의 문제제기를 무시하거나 억압해 왔다.아래에서 정석 샘이 제기하신 내용입니다.
(‘메모’와 관련된 제기였더군요.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은 해당 게시물 댓글에 올렸고요.
나중에 ‘학생의 목소리’ 편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교육청 모 장학사가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흘렸던 내용이기도 한데,
국민신문고를 통해 ‘그렇게 말한 근거가 있는가’,
‘학생 증언이 있었는가’에 대해
교육청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메모 이야기를 하기에는 궁색했나 봅니다.)
배이상헌 사건은 수업 장학의 맥락 위에서 Fact를 다투고 있지 않습니다.
행정폭력은 이미 사건을 ‘사법 처리’의 맥락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따라서,
그는 어떤 죄를 지었는가? 그를 처벌함으로써 앞으로 어떤 피해를 막을 수 있는가?
를 명확한 언어로 진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 아닌가요?
그런데, 수업 장학의 문제, 성평등한 학교를 위해 장기적으로 함께 성찰할 일을
사법 처리의 맥락 위에 올려 놓습니다.
‘나라면 이렇게 수업했을 텐데’
‘아마 평소에도 학생들 말을 억압했나 보지’
이런 말을 올려 놓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의견입니다.
특히 광주전남여성연합은 기소 여부를 심의 중인 검찰시민위원회에
‘원래 교사는 학생에 비해 막강한 나이, 성, 평가 권력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학생들은 교사를 선택할 권리가 없지’ 하면서
유죄 취지의 압력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이런 말은 학교 자치와 성평등 학교에 대한 성찰을 촉구할 때 쓰일 말이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왜 기소되어야 하는지 한 마디도 설명할 줄 모르면서
이런 추상적인 담론을 구체적인 사건에 올려 놓는 건 잔인하고 우악스런 폭력일 뿐입니다.
배이상헌을 범죄자로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Fact는
‘수업자료가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입니다.
따라서, ‘수업 중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일은 사법적으로 처벌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주장을 하고 그 근거에 대해 타당성 판단을 해야지요.
세 번째 ‘샘이 생기부 적어주시는데 어떻게 말해요’배이상헌이 평소 학생들 문제제기를 억압해 왔다.
여기에 더해 여성위는 입장문에서 그보다 근본적 억압 기제가 있었다고 말하기 위해 광주전남 여성연합이 검찰에 보낸 예의 의견서를 Fact로 활용합니다.
이 의견서는 크게 두 가지 내용입니다.
하나. 검찰시민위가 예민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배이상헌 범죄를 판단할 수 있을랑가?
둘. 범죄여부를 판단할 때 성별권력, 나이권력, 평가권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 학생의 수업 선택권이 없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텐데.
여연의 의견서 중 두 번째 파트에서 ‘샘이 생기부 적어주시는데 어떻게 말해요’라는 서술이 등장하는데, 이건 ‘교사와 학생 사이에 평가 권력이 작동한다’는 보편 정황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그런데, 실제 중학생들이 배이샘에 대해 이렇게 증언한 것처럼 전제하고 있지요.
Fact를 확정하는 일은 각자에게 유리한 바닥을 다지는 일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바닥을 만드는 일입니다.
Fact를 알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조합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야말로
‘조합 권력’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 다음에는 Fact처럼 전제되는 ‘의견’에 대해 서술하겠습니다.* 지난 이야기
1편 사실과 의견
https://band.us/band/52886805/post/926886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