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태(擬態) - 왜 일부 해양생물들은
서로 닮아 있을까?
Mimicry – Why some ocean critters look alike?
Text by David Behrens / Photos by Kevin Lee 글 데이비드 베렌스 / 사진 케빈 리 / 번역 편집부
의태(擬態, mimicry)1)란 주제는 흥미로우면서도 간단하지 않다. 우리 가 한 종이 다른 종을 모방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으려면, 먼 저 그들 사이의 관계가 베이츠 의태(Bayesian mimicry)2)인지 혹은 뮐러 의태(Mullerian mimicry)3)인지를 검증해야 한다. 즉 잠재적인 포식자가 그들의 한쪽이나 다른 쪽 또는 둘 다를 맛보고 불쾌한 경 험을 한 후 향후 그러한 색상을 하는 종들과의 접촉을 피하게 되는지 를 입증해야 한다. 그 포식자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태는 작 용하지 않는 셈이다. 많은 종이 포식자로부터 숨기 위해 서로 닮았다. 이를 ‘보호 의태(protective resemblance)’라고 한다. 이러한 예들은 우리가 기고한 이전 글에서 피그미해마, 연산호에 숨는 이올리드 나 새류(Phyllodesmium) 등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의태는 선택 유리성(selective advantage)4)을 얻기 위해 한 생물이 다른 생물과 외관상 유사하게 진화한 경우에 일어난다. 의태는 ‘베이츠 의태’나 ‘뮐러 의태’로 정의된다. 의태는 위장이 아니다. 사실 의 태를 한 동물들은 흔히 색상이 현란해 자신이 유독한 종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린다. 베이츠 의태는 이를 발견한 사람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탐험가이자 진기 한 동물을 수집한 학자인 헨리 베이츠(Henry Bates)의 이름을 따서 지 은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바다 민달팽이를 보면 대개 밝은 색상을 하고 있으면서 포식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맛이 고약하거나 독 성을 띠는 종인 ‘피모방자(모방 대상, model)’ 그리고 이러한 피모방자와
크기, 색상 패턴 및 형태가 비슷하고 독성이 없어 포식자의 먹이가 되 는 종인 ‘모방자(mimic)’가 있다. 포식자는 한 번이라도 위와 같은 피 모방자를 맛보고 불쾌한 경험을 한 후에는 양쪽을 다 회피한다. 후새류가 아닌 동물이 바다 민달팽이 종을 모방하는 예는 수없이 많 다. 나는 이와 반대로 바다 민달팽이가 모방자가 되는 알려지지 않았 으나, 편형동물에 관한 일부 보고서들에 따르면 산을 분비하는 편형 동물이 다른 동물들에게 피모방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독성이 없어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바다 민달팽이가 독성을 띠는 바다 민달팽이를 모방하는 예는 있다. 나새류 및 이와 무관한 바다 생물 사이에 일어나는 베이츠 의태의 아 주 좋은 예를 캘리포니아의 바다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두 종 의 이올리드 나새류가 이들 나새류와 색상이 현저히 비슷한 한 종의
단각류 새우와 함께 관찰된다. 이 경우에 나새류의 외투막 주름 끝에 있는 쐐기 세포인 자포가 방어 기구로 기능한다. 위의 맛좋은 모방자 새우가 급속히 움직여 자신의 변장을 드러내지 않는 한 이 절지동물 은 보호를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열대 바다들에서는 베이츠 의태의 여러 예가 관찰되는데, 이 경우에 독성이 없는 편형동물, 복족류(껍데기가 있는 종)와 심지어 해삼이 바 다 민달팽이를 모방한다. 맛좋은 유생 해삼(Bohadschia graeffei)이 산 을 분비하는 필리디드 나새류(phyllidid nudibranchs) 3종(Phyllidia varicosa, P. coelestis와 Fryeria ruppelli)을 모방하는 경우도 베이츠 의태의
딱 좋은 예이다. 이들 나새류처럼 유생 해삼도 청회색을 띠고 종으 로 검은 라인들과 노란 돌기들이 있다. 이러한 색상 패턴의 유사성 은 해삼의 길이가 약 10cm(이들 나새류의 최대 크기)를 초과할 때까 지 유지되다가, 그 후 해삼은 성체 색상인 회색으로 바뀐다. 유생 해 삼에 공통으로 있는 크고 뾰족한 돌기들은 결국 완전히 사라진다. 따라서 취약한 유생 해삼이 덩치가 너무 크게 그리고 피부가 두껍게 성장해버려 포식자들이 쉽게 섭취할 수 없을 때까지 보호를 받는 것 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예를 또 하나 들면 산을 분비하는 도리드 나새류로 피모 방자인 필리디아 픽타(Phyllidia picta)와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있는 편형동물 수도세로스 이미타투스(Pseudoceros imitatus) 및 유생 오불리 드 달팽이(Ovula ovum) 사이의 밀접한 유사성이다.
뮐러 의태는 독성이 있는 종들 사이에 비슷한 경고색 패턴을 공유 하는 방어 전략이다. 이러한 형태의 의태는 독일 동물학자인 프리츠 뮐러(Fritz Muller)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는 ‘수가 많을수록 강 해진다’는 전략이다. 즉 비슷한 색상의 독성을 띠거나 맛없는 동물 들이 같은 환경에서 서식하면서 그 수가 많을수록 어느 하나의 개체 가 먹힐 확률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어느 쪽 동물도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이들을 피모방자 및 모방자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나새류 사이에 뮐러 의태의 예는 아주 많다.
뮐러 의태는 2가지 이상의 바다 민달팽이 종들 사이에서뿐만 아 니라 기타 동물과도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편형동물은 교란을 받을 때 경고색을 보이거나 독성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다이버들은 흔히 모습이 비슷하므로 편형동물과 나새류를 혼동 한다. 사실 이들은 아주 다른 두 동물이다. 편형동물은 편형동물 문에 속하는 원시 동물이다. 편형동물은 나새류보다 형태가 잎사 귀에 더 흡사하다. 나새류와 유사한 것은 편형동물의 밝은 색상 패턴 및 비슷한 크기뿐이다. 편형동물은 잎사귀처럼 연약하고 평 평한 반면 나새류는 보다 튼실하고 완전한 몸을 한 동물이란 점 을 기억한다면 혼동은 사라질 수 있다. 베이츠 의태와 뮐러 의태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이 들 의태는 양 극단을 나타내고 그사이에 많은 모방자와 피모방 자가 자리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리가 베이츠 의태나 뮐러 의 태라고 말하는 것이 순전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하는 과학적 증거는 설령 있다 해도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그러나 유 사성을 추진하는 선택압(selective force, 종의 변이에 영향을 미 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 상당한 정황 증거가 한쪽 또는 양쪽이 이득을 얻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이러한 변장을 하 고 있는 동물들 중 아무 동물에게도 자신과 닮은 동물이 존재하 기조차 한다는 단서는 없다.
이 글에서 제시한 예 중 어느 것이 진정으로 베이츠 의태인가 아니면 뮐 러 의태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이들 문제와 관련하여 의태를 입증하기 위해 과학적 실험이 아무것도 이루어 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일단 우리가 보호 의태를 활용하고 있는 종들을 추려낸다면, 다이버들 이 당면하는 도전은 다이브 중에 관찰하는 서로 닮은 동물들이 의태인 지 아니면 그저 우연한 일치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즉 포식자가 당신이 관찰하는 생물을 보고 물러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의태가 아니다.
그럼 잠시 되돌아가 보자. 우선 어떻게 의태와 같은 전략이 나타났 을까? 우리는 스쿠바다이버에 기고한 ‘국방부가 배워야 할 해양생물 의 방어 전략 - 2편’이란 글에서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을 논의했다. 자연 선택은 모든 고등 생존 전략(그것이 보호 의태, 경고 색 또는 의태이든)을 가져오는 과정이다.
다시 살펴보자면 자연 선택은 개체들이 그들에게 같은 종의 기타 개 체들들과 비교하면 이점을 안겨주는 특정한 특성으로 인해 환경적 으로 선택되는 진화 과정으로, 그러한 특성과 관련된 그들의 유전 정보가 미래 세대들에게 전달된다. 의태의 경우에 피모방자는 자신 의 독성 화학물질로 포식자를 물리치는 능력으로 인해 선택되는 반 면, 모방자는 독성을 띠는 피모방자와 너무도 비슷한 모습으로 자 신을 포식자로부터 구제하기 때문에 선택된다. 이러한 이점이 없는 종들은 먹힌다. 위와 같은 고약한 피모방자를 먹으려고 시도하지 않 는 법을 재빨리 배우는 포식자는 스스로 선택되며, 그러한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음으로써 생존하게 된다.
요컨대 의태는 고도로 발전된 형태의 방어 전략으로, 일부 종들이 포식 자가 회피하는 유독한 종들을 닮기 때문에 다른 종들에 비해 그들에게 이점을 안긴다. 무자비한 포식자가 당신을 보고 기거나 헤엄쳐 달아나 게 한다면, 그날은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는 날이 될 것이다.
출처
http://www.sdm.kr/bbs/board.php?bo_table=magazine_view&page=3&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