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역사 제51권 / 예문지(藝文志) 10 / 중국 시(詩) 2 기사(紀事), 제영(題詠), 영물(詠物)
고려의 삼(蔘)에 대한 노래를 지어 납란 원장(納蘭院長)에게 사례하다 [주이존(朱彝尊)]
생각건대 그 옛날에 / 若稽古
임금이신 이기께서 / 帝伊耆
아홉 개의 우물 파고 / 穿九井
천자 타는 수레 몰아 / 御六
백곡을 퍼뜨린 뒤 비를 내려 기르니 / 百穀旣播雨露滋
만백성들 곡식 먹어 굶주리지 아니했네 / 烝民乃粒無阻飢
임금께선 사람 오래 못 사는 걸 생각해서 / 維帝念人壽之不永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 절한 뒤에 / 稽首再拜
태일소자 앞에 가서 물었다네 / 就泰壹小子而問之
소자가 이에 말해 주기를 / 小子前致辭
양생함엔 참으로 도가 있는 법인데 / 養生固有道
어찌하여 자편을 가지고서 / 曷不施赭鞭
백초를 치지 않는가 하였네 / 鞭百草
이에 평이한가 독한가를 맛보고 / 嘗其平毒
차가운가 따뜻한가 성질을 살피었네 / 審其寒燠
군약인지 신약인지 구별하고 / 別君臣
습한 건지 마른 건지 나누었네 / 異濕燥
혹은 겨울에 싹트게도 하고 / 或冬而萌
혹은 여름에도 마르게 했네 / 或夏而槁
우거진 건 잘라 내고 / 豐者茀
넝쿨진 건 잡아당겼네 / 蔓者抱
솥에 쪄서 익히고 / 鼎用飪
절구에다 잘게 빻았네 / 臼用擣
그런 다음 삼백예순다섯 가지 맛보고는 / 㕮咀三百六十五味
본초에 대한 경전 저술하여서 / 著爲本草經
의사에게 이를 주어 징험하게 했네 / 授諸醫師俾讎討
산은 아름답고 숲은 드넓은데 / 山娟娟兮樹濛濛
자색 옷 입은 동자 하늘에서 노래했네 / 爰有紫衣童子歌宵中
임금이 탄 수레 뒤에 있던 구슬 광채가 / 瑤光之宿帝車尾
흩어져 풀이 되니 포기마다 세 줄기에 다섯 잎새로 / 散爲仙卉三椏五葉各一叢
인함 귀개 해수로 이름이 같지 않네 / 人銜鬼蓋海腴名不同
이건 바로 땅의 정령이 모인 거라 / 是爲土地精
팔과 다리 있어 각각 몸체를 구비했네 / 肩股各具體
때때로는 아주 어린 어린아이가 / 有時黃口兒
흙 속에서 울음 울어 그치지 아니하네 / 土中啼不已
높고 높아 토란 자란 언덕 위에서 나고 / 高高芋頭岡
깊고 깊어 호랑이 굴 아래에 나네 / 深深虎穴底
싹이 나면 자색 구름 그 주위에 뭉쳐 있고 / 立苗團紫雲
씨 맺히면 붉은 쌀알 땅으로 떨어지네 / 結子墮紅米
진나라의 상당이나 / 晉上黨
조나라의 한단부터 / 趙邯鄲
멀리 신라 백제까지 그 뿌리 서려 있네 / 遠而新羅百濟根結蟠
내가 전에 《고려도경》 책을 펼쳐 보았더니 / 我昔於高麗圖經曾覽觀
서여가 거기에다 나라를 열고부터 / 胥餘啓宇後
조선은 대대로 외번이라 칭해 왔네 / 朝鮮世世稱外藩
삼천칠백 개의 섬이 여기저기 퍼져 있고 / 森羅三千七百島
사방팔방 통하여서 강역이 드넓다네 / 四至八到提封寬
그 땅에서 삼 나는데 양뿔과 흡사하고 / 域中生薓類羊角
그 위에는 무궁화가 푸른 그늘 드리웠네 / 其上椴樹淸陰攢
춘주에서 나는 삼이 더욱더 좋거니와 / 春州産尤嘉
단단하고 하얀 데다 흠집조차 적다네 / 堅白少垢瘢
듣건대 요양에선 토목으로 불가마를 만들어서 / 聞諸遼陽土木榾地
열탕으로 화로에서 찐다고 하니 / 先以熱湯野爐煮
감자를 즙 말려서 소반 위에 올리는 것과 뭐가 다르랴 / 何異都蔗去汁方登盤
이 나라 사람들은 햇볕에다 말리고 바람에 말려 / 此邦之人日炙風戾乾
원기는 줄지 않고 형신은 완전하네 / 元氣不損形神完
진귀한 약재를 어찌 쉽게 얻으리오 / 珍藥豈易得
언제나 구하기 어려운 게 걱정이네 / 恒愁致者難
납란 학사 서로 알고 지낸 지가 오래인데 / 納蘭學士相於久
헤어졌다 유년에 다시금 만났네 / 憶別重逢歲在酉
삼면에 산 둘러 있고 한쪽은 강 닿았는데 / 三面山臨一面江
그대는 쉬지 않고 맑은 시를 읊어 댔네 / 誦君淸詩不去口
이번 봄에 화려한 배 다시금 순시하니 / 今春鳳艦復時巡
여든한 채 수레 뒤서 의연하게 호종하네 / 扈從依然八十一車後
아침나절 장전에서 만나 보고 기뻤는데 / 朝來帳殿喜合竝
마른 데다 얼굴 검은 내 모습을 걱정하네 / 憫我形枯貌黧醜
나에게 백 뿌리의 인삼 나눠 주기에 / 分我神艸凡百莖
책상 위에 내려놓자 쟁쟁한 소리 나네 / 投之几案鏗有聲
오가피 한 묶음을 어찌 족히 말하리오 / 五加一把安足道
소중하긴 품속의 구슬에 못지않네 / 愛玩不異懷中瓊
복용하면 근심 녹고 심기가 안정되며 / 服之洗憂恚定心氣
신지가 보태지고 골수 다시 생겨나리 / 益神智還髓精
우습구나 나는 마치 서역의 낙타처럼 / 失笑頗類西域之駱駝
입으로는 못 씹고서 좌우로 우물대네 / 口不能嚼左右齹
시력 약해 저울 눈금 분간할 수 없기에 / 老眼秤星渾不辨
약 숟갈로 대충 재어 약탕관에 넣었다네 / 刀圭約略付銼𨰠
시를 지어 학사의 기고와 급취에 보답하려 하지만 / 作詩報學士奇觚急就
노동과 마이와 유차에게 부끄럼이 있는데야 어쩌리오 / 有媿盧仝馬異劉叉何
《폭서정집》
원문에는 ‘自若截肪光照凡’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주-D242] 적계(績溪) : 안휘성(安徽省)에 있는 지명이다.[주-D243] 해초(奚超) : 당나라 말기의 묵공(墨工)으로, 그의 아들인 해정규(奚庭珪)와 함께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 높았다.《輟耕錄》[주-D244] 역수(易水)의 양공(良工) : 당나라 때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났던 이정규(李廷邽)를 가리킨다. 이정규는 남당(南唐)의 역수(易水) 사람인 해초(奚超)의 아들로, 원래의 이름은 해정규(奚廷珪)였는데, 뒤에 이씨 성을 하사받고서 이름을 이정규로 고쳤다. 그가 만든 먹은 단단하기가 옥과 같아서 중국 제일의 묵공(墨工)으로 칭해졌는데, 인문(印文)에 규(邽) 자를 새긴 것이 가장 좋고, 규(圭) 자를 새긴 것이 그다음이며, 규(珪) 자를 새긴 것이 그다음이라고 한다.[주-D245] 반옹(潘翁) : 송나라 흡(歙) 지역 사람으로,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 높았던 반곡(潘谷)을 가리킨다.[주-D246] 남당(南唐)의 한 사람 거사 : 시를 지은 한구(韓駒) 자신을 가리킨다.[주-D247] 적관(赤管) 유미(隃糜) : 적관은 적관대필(赤管大筆)로 붓을 가리키며, 유미는 본디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에서는 먹이 많이 생산되므로 먹의 별칭으로 쓰인다. 한(漢)나라 때 상서성(尙書省)의 관원들에게 매달 적관대필 1쌍과 유미묵 1매씩을 하사하였다.[주-D248] 현규(玄圭) : 먹의 별칭이다. 먹이 검으면서도 규(圭)와 같이 생겼으므로 그렇게 칭한다.[주-D249] 붓으로 …… 한다면 : 명작(名作)을 저술하여 후세에 전한다는 뜻이다.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이 다른 사람에게 준 편지에, “저는 참으로 이 책을 저술하여 명산에다 보관해서 적당한 사람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하였다.[주-D250] 담천연(談天衍) : 천문(天文)에 대해 담론하는 추연(鄒衍)이란 뜻으로, 변론(辯論)이 굉박(宏博)한 것을 뜻한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추연은 당시에 유명한 학자로 많은 책을 저술하였는데, 의론(議論)이 굉대하여 위로는 천문에서부터 아래로는 조수(鳥獸)의 출산(出産)에 이르기까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감탄하면서 ‘담천연’이라고 불렀다.《史記 卷74 孟子荀卿列傳》[주-D251] 납란 원장(納蘭院長) : 《폭서정집(曝書亭集)》 권22 소주(小註)에는 이름이 납란규서(納蘭揆敍)로 되어 있다.[주-D252] 이기(伊耆) : 전설 속에 나오는 임금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의 이름이다.[주-D253] 태일소자(泰壹小子) : 전설 속에 나오는 천신(天神)의 이름으로, 태일(泰一), 태을(泰乙)로 표기하기도 한다.[주-D254] 자편(赭鞭) : 붉은 채찍으로, 신농씨가 백초(百草)의 성질과 맛을 검증할 때 이 채찍을 가지고 백초를 후려쳤다고 한다.[주-D255] 樹 : 원문에는 ‘水’로 되어 있는데, 《폭서정집》 권22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주-D256] 인함(人銜) 귀개(鬼蓋) 해수(海膄) : 모두 인삼(人蔘)의 별칭이다.[주-D257] 서여(胥餘) : 기자(箕子)의 이름이다.[주-D258] 椴 : 원문에는 ‘椵’로 되어 있는데, 《폭서정집》 권22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주-D259] 기고(奇觚)와 급취(急就) : 뛰어난 시를 말한다. 기고는 목간(木簡)에다 쓴 기이한 글이고, 급취는 《급취편(急就篇)》으로 고대의 자서(字書)이다.[주-D260] 노동(盧仝)과 …… 어쩌리오 : 묘한 시를 짓는 재주가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뜻이다. 노동은 당나라 제원인(濟源人)으로 소실산(少室山)에 은거한 채 지냈으며, 호가 옥천자(玉川子)이고 시를 잘 지었다. 마이(馬異)는 당나라 하남인(河南人)으로 노동의 친구이다. 유차(劉叉)는 당나라 원화인(元和人)으로, 어려서 술에 취해 살인을 하고 떠돌다가 한유(韓愈)의 문인(門人)이 되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기이한 말로 시를 짓는 재주가 있었다.
주이준(朱彝尊) : 1629~1709. 명말 청초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석창(錫鬯), 호는 죽타(竹坨)이다. 강희 18년(1679) 박학홍사과(博學鴻詞科)에 선발되고 한림원 검토(檢討)에 제수되어 《명사(明史)》 편찬에 참여하였다. 고학(古學)에 정통하여 금석고증(金石考證) 및 고문시사(古文詩詞)에 밝았다.
56 | 주이준(朱彝尊) | 1629~1709. 명말 청초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석창(錫鬯), 호는 죽타(竹坨)이다. 강희 18년(1679) 박학홍사과(博學鴻詞科)에 선발되고 한림원 검토(檢討)에 제수되어 《명사(明史)》 편찬에 참여하였다. 고학(古學)에 정통하여 금석고증(金石考證) 및 고문시사(古文詩詞)에 밝았다. | 도곡집(陶谷集) |
57 | 주이준(朱彝尊) | 1629~1709. 자는 석창(錫鬯), 호는 죽타(竹垞)이다. 청(淸)나라 초기 학자로, 경사(經史)에 널리 통하였고 고문(古文)과 시사(詩詞)에 능하여, 왕사진(王士禛, 1634~1711)과 함께 남북의 두 대가로 일컬어졌다. 저서로는 《폭서정집(曝書亭集)》, 《경의고(經義考)》, 《사종(詞宗)》 등이 있다. | 소호당집(韶濩堂集) |
58 | 주이준(朱彝尊) | 자는 석창(錫鬯). 청(淸)나라 사람으로 고증학(考證學)에 능하였고, 《폭서정전서(曝書亭全書)》ㆍ《경의고(經義考)》ㆍ《일하구문(日下舊聞)》 등 저서가 있다. |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
59 | 주죽타(朱竹坨) | 죽타는 청초(淸初)의 학자 주이준(朱彝尊)의 호. 경사(經史)를 널리 읽어 통하였고 고문(古文)과 시사(詩詞)에 능하여, 왕사진(王士禛)과 함께 남북(南北)의 두 대가(大家)로 칭해졌다. 저서로는 《폭서정집(曝書亭集)》ㆍ《경의고(經義考)》ㆍ《사종(詞宗)》 등이 있다. |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
60 | 주죽타(朱竹坨) | 청(淸) 나라 주이준(朱彝尊). 죽타는 그의 호임. 제자백가에 통하고 경사(經史)에도 훤했으며 고문(古文)과 시사(詩詞)에 일가를 이루어 신성(新城)의 왕사진(王士禛)과 함께 남북의 두 대가(大家)로 통하였음. 《淸史稿 卷489》 |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