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림 연습 후기 (2021/11/22) - 발성과 호흡
참여자:
단장/지휘: 노영식 사도요한
테너: 오계근 요셉
바리톤: 감명부 유스티노, 김동언 대건안드레아
베이스: 송일찬 이냐시오, 이영민 사도요한
연습곡: How can I keep from singing
늦가을의 쌀쌀함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11월 4째주 월요일이다. 연말이 가까이 오면서 정신없이 바빠진 월요일,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메일과 전화, 서류들 틈에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른다. 연습시간에 맞춰 오시는 다른 단원들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정말 제때 도착해야지 아침부터 각오를 다졌는데 역시나 또 지각이다.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지. 하루 종일 씨름하던 보고서를 후다닥 전송 버튼 누르고 사무실 동료들의 눈빛을 애써 무시한채 헐레벌떡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철로 뛰어가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지하철 출구로 내려가려다 오늘 또 지각하는 미안한 마음에 갓 구워져 나온 소보로 빵을 손에 잡히는 데로 비닐종이에 구겨 넣고 잔돈 셈할 겨를 없이 지하철 역을 뛰었다.
저녁 7시를 한참 넘겨 20분 지각..
들어가자마자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꽤 싸~ 하다. 이냐시오가 빵 들고 왔다고 반기는데 그 표정이 얼차려 받다가 잠깐 살았다는 안도의 표정이다. 나 오기 전에 발성연습 하면서 혼나고 있었다면서 다음 내 차례라는 저 의미심장한 눈빛… 오늘 늦게 오길 잘 했구나 이왕 늦을 거 좀 더 늦게 올 걸.
단장님께서 발성의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끼셨는지 오늘은 곡을 연습하지 않고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발성을 계속 하게 하셨다. 이냐시오 형제는 자기는 베이스가 한계라 바리톤, 테너 발성이 힘들다고 자신의 음역에 맞는 발성을 하겠다고 반항조로 읊조리다 단장님께 기본에 충실하면 다 소화할 수 있다고 반 훈계조의 꾸지람을 들었다. 늦게 온 탓에 이냐시오가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좀 혼이 난듯.. 그 전에 이영민 사도요한의 발성연습을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매끄럽게 잘 넘어간 듯 하다(역시 하울림 베이스의 다크호스).
단장님 말씀(曰) "오늘 발성하면서 보니 단원들 소리가 처음에 모였을 때 처럼 소리에 힘이 없고 빠지고 흔들리고 이거 영 아니다라고 생각이 되네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발성과 호흡에 주의를 기울여 연습합시다. 예쁘게 소리를 내기 보다는 진성으로 과감한 소리지르기( 발성)를 통해 자기 소리를 찾아 울림이 있는 소리가 유지되도록 하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솔리스트라 생각하고 즐기면서 불렀으면 좋겠어요."
다음 차례는 나. 아 이렇게 주목 받고 싶지는 않는데. 오늘은 소리가 둔탁하다. 고음으로 넘어 갈수록 힘이 달려서 뱃심이 아니라 목에서 억지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한마디로 멱따는 소리가 났다. 위기상황이 오면 돌아가라고 최선의 방어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상책이다. 분위기 전환용 질문을 던져서 단장님의 예리한 강평을 피해가야지. '단장님 저 질문이 있는데요 우리가 연습만 잘 하면 정말 득음 할 수 있나요?
단장님이 하울림이 기초가 다져지면 벨칸토 발성이 될거라고 하신다. 사실 이때 나는 '벨칸토'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벌칸포'를 맞은 듯 머리속이 새하얗게 비워져 있었다.
주: 벨칸토(bel canto)란 ‘아름다운(bel) 노래(canto)’라는 뜻을 지닌 롯시니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기교적 창법으로 아름다운 소리, 부드러운 가락, 훌륭한 연주효과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치밀한 성량조절, 유연한 레가토, 화려한 기교를 중요시하는 창법이다.
내가 식은 땀을 흘릴 때 또 한명의 지각생이 들어온다. 감명부유스티노.. 숨 좀 고르라고 시간을 주고 바로 테너 오계근 요셉형제님 차례. 역시 고음처리는 무리없이 소화를 해내신다. 그러나 여전히 단장님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과감히 소리를 지르세요'라고 연신 푸쉬를 하셨다
아직 분위기 파악이 안된 체 겨우 숨고르기를 마친 유스티노 형제 차례가 되었다. 단장님이 하울림의 떠오르는 기대주라며 발성연습 시작도 전에 기대를 한껏 모아주셨다. 그런데 유스티노도 오늘은 목소리가 허스키하다. 평소의 미성은 사라지고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눈치.
"오늘 기대주 유스티노 형제의 발성을 못들어 아쉽군요. 아마 하루종일근무하면서 말을 많이해서소리가제대로나지않는지생각이 들네요. 말을 할 때도 발성적으로 하면 오히려 목이 쉬지 않고 울림이 있습니다. 쉽지않지만 노력해보세요.. 허스키 보이스로 말하면 목이 금방 쉽니다. 목에서 나오는 소리 그대로 말하지 말고 코 비강에서 소리낸다 생각하고 목젓 위를 약간 들어올려 코와 입주변 앞으로 밀면서 말하면 좋죠.. 우리 모두 그렇게 하면 듣는 사람도 좋습니다. 송 이냐시오가 노래할때보다오히려말 할 때제대로비강에서부드럽게발성을내고있어요"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반복해서 발성을 하고 단장님의 강평과 이론수업이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연습을 마치기 전에 짧게 How can I keep from singing 을 두번 합창연습을 했다. 처음은 Felix 교수가 녹음해 준 피아노 반주에, 두번째는 반주없이 아카펠라로 각자의 목소리와 화음을 비교하면서 호흡을 맞춰봤다. 다행히 마지막 노래 중창은 훨씬 좋아졌다.
오늘 무엇보다 한계와 발성의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날이다. 단장님이 호흡과 발성이 되려면 하체도 단단해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를 하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비강으로 음을 집어넣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과제는 아니고, 호흡을 받칠 수 있는 강한 뱃심은 비결이 무얼까?
그래서 찾아봤다 ! (연습 후기가 연구과제가 된 지 오래되었음)
오늘부터 피트니스 가면 아랫배와 엉덩이 근육을 오므리고 당기는 운동으로 특훈을 좀 받아야겠다. 위 그림은 발성의 과학과 기법이란 책에 나오는 유명한 그림이랍니다. 엉덩이 근육이랑 성대, 안면근육이 어떻게 연결이 될지 나도 궁금하다오.. 배가 나오면 집사람이 싫어 할텐데 암튼 저게 과학적인 그림이라 하니 다른 단원들도 참고하셔요~^^
하울림의 후기 작가 김윤모 요셉형제가 업무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여 남은 단원들이 가위,바위, 보 해서 간만에 당첨되어 올리는 글입니다. 이번 연습은 호흡, 발성에 초점을 맞춰져서 후기로 담을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부족한 후기지만 재밌게 읽어 주시구요… 아참. 광고성 글 하나 올립니다.
하울림에서는 매월 한주는 노래 연습 대신 친목을 다지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음 월례회(12월 6일)은 첼로와 피아노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1. How can I keep from singing을 우리와 첼로의 협연 .
2. 장해윤 첼리나 자매의 첼로 독주 - 2곡
3. Dr Felix 교수의 피아노 독주 2 곡
4. 우리의 희망 송일찬이냐시오의 피아노 독주 2곡..
하울림 안에서 다시 이러한 훌륭한 음악을 접할 기회가 있다니 너무도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 하울림에 더 많은 교우 형제님들께서 같이 참여하여 주님 안에서 음악과 노래로 하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환절기 건강 유념하세요.
김동언 대건 안드레아
(작성: 202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