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밤': 국내 최대규모의 물 테마의 페스티벌이다.
워터밤의 뜻입니다.
"최대 규모의 물 테마 행사는 아니지만 신림동 아이들이 워터밤처럼 물총으로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다."
이 생각으로 시작되어 만들어진 것이 '신림밤'입니다.
처음은 스피커도 빌리고 물놀이장을 대여해서 아이들이 노래, 장기자랑도 할 계획이었습니다.
활동 준비 중 계획이 바뀌었고 변동된 이유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1. 도림천물놀이장은 영유아들이 많이 이용하여 모두 놀기에 위험함은 물론이고 허가받기에 번거롭다.
:사전답사를 갔을 때 장소 자체는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 아이들이 많이 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놀기에는 위험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강우와 친구들이 물놀이하자 주변 아이들에게 물이 튀었습니다.
그러자 부모님들이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강우와 친구들의 문제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시선이 잘못된 것도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구청 치수과에 직접 연락해서 허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허가가 날지도 모르는 상황과 아이들이 눈치 보고 노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저는 반대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장소를 보라매공원으로 바꾸기로 정했습니다.
희서와 하늘이는 처음 물놀이장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고 장소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는 선생님들을 보고 말했습니다.
"사실 저희도 보라매 공원이 더 좋아요!"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같이 느껴집니다.
2. 아이들은 단순한 놀이를 좋아한다.
:노래나 음악을 트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노래나 음악을 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고학년이 좋아한다고 아이들이 말해주었고,
신림동 아이들 연령대가 저학년도 많이 있음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운동회 활동 당시 아이들은 복잡한 규칙이나 놀이보다 단순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여름방학기획단 아이들에게 음악이나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얘들아 혹시 스피커로 노래를 틀거나 마이크로 노래 부르는 것 어떨 것 같아?"
"에이 그냥 저희는 물총놀이하고 뛰노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요. 그리고 노래 부르라고 하면 부끄러워서 애들 잘 안 해요."
당사자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신림밤'의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1. 단순하고 재밌는 놀이로 진행한다.
2. 물총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신림밤 상세 일정을 정했습니다.
기훈 선생님의 제안과 예진 선생님의 아이디어와 기획단 아이들과 회의를 통해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미리 끝낼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활동 당일이 되었습니다.
신림밤을 위해 1시 30분 보라매 공원으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신나 하며 서로 물총으로 쏘고 즐기기 바쁩니다.
정신없이 노는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신림동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부릅니다.
"강우야 어딨어! 이제 신림밤 시작해!"
"희서야 현서아 그만 놀고 우리 시작하자!"
"얘들아 이제 분수대 쪽으로 모이자!"
크게 부르다 보니 아이들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다 모이자 선생님들이 말합니다.
"기획단 소개 시간입니다. 우리 여름방학기획단을 위해 박수!"
아이들이 신나게 손뼉을 칩니다.
그리고 메인 MC 하늘이가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름방학기획단 MC를 맡은 김하늘입니다.
"저는 박현서입니다."
"저는 박희서입니다."
"저는 박강우입니다."
각자 간단하게 본인 이름을 말합니다.
이번에 서연이도 새롭게 와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서연이도 옆에서 쭈뼛거리며 소개합니다.
부끄러워하는 서연이, 현서
자부심을 느끼는 듯 씩씩한 강우
항상 노련한 희서와 하늘이.
정말 고맙고 든든한 아이들입니다.
그렇게 하늘이가 직접 대본을 보고 안전교육을 시작합니다.
1. 기획단과 선생님들을 존중해준다.
2. 얼굴이나 싫어하는 부위에 물을 쏘지 않는다.
3. 기훈쌤을 때리지 않는다.
하늘이가 직접 정한 규칙을 읽어갑니다.
옆에서 의논하고 도와주기만 했을 뿐인데도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하늘이 말이 끝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분수대와 물놀이장에 물이 쏟아져나오고 아이들이 뛰어갑니다.
분수대에서 노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위쪽 물놀이장 쪽에서 노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복잡한 규칙이 아닌 아이들이 단순하게 서로 물을 쏘고 깔깔거리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얼마나 재밌게 놀던지 옆에서 안전을 살피고 있었던 저도 같이 들어가서 놀고 싶었습니다.
30분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물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진행했습니다.
진행하기 전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끄러운 슬리퍼가 희서 발에 끼어버린 것입니다.
피가 안 통하고 아파하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아이들은 웃으며 빼려고 합니다.
그래도 안 빠지자 제가 직접 나서서 슬리퍼를 빼봅니다.
"희서야 괜찮아? 피 안 통하는 것 같아?"
"괜찮아요. 근데 빨리 슬리퍼 빼고 놀고 싶어요."
희서가 말합니다.
슬리퍼가 꽉 끼어서 빠지지 않자 지수가 와서 함께 도와줍니다.
힘을 주어야 할 곳이 두 군데였는데 지수가 도와주자 거짓말처럼 슬리퍼가 빠졌습니다.
"우와아!!"
자기 일도 아닌데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좋아합니다.
"선생님 제가 했어요."
지수의 어깨가 으쓱거립니다.
"고마워 지수 덕분에 해결했어."
서로 아껴주고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다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물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규칙은 동일합니다.
다른 점은 움직이면 안 될 때 움직인 사람은 물총을 맞고 아웃되는 방식입니다.
"물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야 너 움직였잖아!"
기획단 아이들이 움직인 아이에게 물총을 쏘고 아웃됩니다.
생각보다 긴장감 넘치는 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집중합니다.
첫 번째로 아이가 들어오고 두 번째 아이도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조금 처지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은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계획 변경을 얘기합니다.
"다음 판 부터는 그냥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해보는 것 어때요?"
"어? 저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요."
"맞아요. 물총에 물 넣느라 왔다 갔다하는 것도 힘들잖아요."
선생님들은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생각하는 부분이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물총으로 쏴야 하는 복잡한 규칙이 없어지자 아이들이 더 좋아하며 즐깁니다.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서 한 판만 더하고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말합니다.
"선생님 한 판 더 해요!"
시계를 보니 다음 분수 시간까지 남았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하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이어갔습니다.
한 판이 두 판이 되었습니다.
두 판이 세 판이 됩니다.
그렇게 분수대에 물이 나올 시간이 되었고 다시 이동하여 물총놀이를 했습니다.
신나게 놀고 다음은 '기훈쌤을 잡아라' 활동입니다.
완전히 무장한 기훈 선생님을 아이들이 물총을 쏘면서 잡는 간단한 규칙입니다.
기훈 선생님을 보고 아이들은 신납니다.
"내가 제일 먼저 잡을 거야!"
"나는 잠복해있다가 몰래 잡아야지"
달리기가 자신 있는 아이.
전략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아이.
당사자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강점과 색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완전 무장한 기훈 선생님이 아이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닙니다.
약 올라하는 아이도 있고, 의욕 넘치게 뛰어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앗싸 내가 1등이다."
강우가 말했습니다.
"아이 난 2등이네. 자리잡지말걸."
지수가 말합니다.
둘이 항상 싸우면서도 사이좋게 1등, 2등을 가져갔습니다.
서로 신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니 순수함이 느껴졌습니다.
기훈 선생님이 점점 힘들어하자 원을 만든 선생님들이 활동 공간을 줄이기 시작합니다.
최후의 1명 또한 우승자가 될 때까지 반복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기훈쌤을 잡아서야 마무리가 됩니다.
더운 날씨에도 아이들을 위해 무장을 하고 뛰어준 기훈 선생님이 정말 고맙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을 위해 안전을 살펴준 승헌 선생님, 수정 선생님.
아이들이 원하자 물벼락을 맞아준 교진 선생님, 예진 선생님.
사진작가처럼 사진을 잘 찍어주는 나은선생님.
어린아이들을 직접 맡아서 도와주신 이가영 부장님.
당사자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합니다.
하지만 옆에서 도움 주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가능한 활동이었습니다.
사회사업.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구나 조금은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시간이 되어 부모님이 오셔서 데려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새들놀이터에서 해산하기도 합니다.
활동을 본 정아와 지원이가 기획단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3명에서 4명. 4명에서 7명 활동하며 기획단이 늘어가는 신기한 상황입니다.
재밌게 즐기고 주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웁니다.
활동 중 건이는 이미 있던 상처가 벌어져 피가 날 정도로 놀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져온 구급함으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소독하고 있는 건이의 모습을 봤습니다.
"또 다친 건가요?"
"아니요 너무 놀아서 밴드가 날라갔어요."
아픈 건이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아픔을 참고 놀 정도로 신나고 재미있는 건가.?"
중간평가 때 수정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정도와 사회사업의 당사자성은 예산의 규모 대중문화를 반영한 유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더 비싸고 좋은 것, 더 크고 퀄리티 있는 활동이 아이들이 기뻐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크고 근사하게 해주지 않아도 단순한 활동에서도 활동 속에 재미를 찾아갑니다.
"신림밤 어때요?"
그냥 생각나서 한 말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만의 워터밤이 잘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뿌듯하기도 감사한 실습 기간 중 하루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