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희미하게 휴대폰이 울린다.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거실 쪽에서 자꾸 들리는 것 같다. 남편이 전화를 안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기다려 보았다.
"전화받아요." 라며 거실로 나가보니 소리가 안난다. 다시 내 방으로 와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해 왼쪽 귀를 살짝 갖다 대어 보았다. "윙" 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이게뭐지?" 급하게 오른쪽 귀에도 대어 보았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왼쪽 귀를 다시 막고 TV를 틀어보니 아무것도 들리지않는다. 갑자기 자고 일어나서 생긴 일이라 서둘렀다.
집 앞 이비인후과로 갔다. 마침 손님이 많이없어서 진료를 빨리 했다. 귀가 안들리니 눈을 안대로 막아서 체험해 보았다. 너무 불편하다. 장애를 느껴보기 위해 두가지 동시에 해보니 시력의 장애가 더 힘듦을 알았다. 어떤 심정으로 했을까? 혹시나하는 불안감...
진료를 마친 의사는" 지금 의뢰서를 가지고 큰 병윈으로 바로 가세요." 지체하면 안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남편이 허둥지둥 경대병원에 전화를 하니 전공 교수들이 모두 공석이라 했다 . 2차병원 의뢰서를 다시 적어서 카톨릭병원으로 갔더니, 오늘 진료 접수는 끝났다고 한다. 아직 오전인데.. 초조하기 시작한다. 불안한 마음을 잠시 접고 동네 병원에 다시 부탁을 했다
"원장님.이디로 갈까요? 접수가 안됩니다" "그래요? 기다려보세요. "
"지금 연락해 두었으니 다시 접수 해 달라고 하세요" 라고 하셨다. 안도의 마음으로 다시 접수를 하고 진료와 검사가 들어갔다.
고압산소 마스크를 끼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니 얼굴과 몸은 벌겋게 홍조를 띄었다. 약 부작용으로 열이나고 피부는 고추가루를 뿌린듯 따갑기 시작한다. 약이 독해서 2주일 이상 사용을 못한다. 의료파업사태가 길어 지면서 환자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피해를 보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치며 환자의 생명을 고귀하게 다루겠다는 다짐을 잊지 말고, 생명을 다루는 역할에 전념을 하기를 바래본다. 퇴원 후 동네병원 원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러 가야겠다.
외래진료실은 오늘도 북새통이다.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과 따뜻한 미소 덕분에 청력은 정상 가까이로 돌아왔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후두 부분의 종양 크기도 변함이 없고 신경에도 이상이 없다고하니 안심이 되었다. 약 부작용으로 얼굴이 퉁퉁 부어있지만 걱정은 안한다. 같은 병실 동생이" 언니 보톡스값 벌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인을 모르는 병에는 스트레스란 놈이 항상 주범이다. 작년부터 어머니 병. 수발과 집안 일,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과부화가 걸린것이다. 지난 건강검사때 왼쪽 청력 재검 결과 통지를 무심히 지나쳐 버린 아둔함 탓도 있다.
분명 내 몸이 힘들다고 칭얼 거렸음을 무시하고 '괜찮겠지. 잠깐 아픈 거겠지.별 것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병을 키운거다. 이번기회에 작은 내 몽뚱이를 관리하고 보살피는 담금질을 시작하라는 신호임을 알아차렸다
드디어 퇴원하는 날. 날씨도 환하게 밝다. 물리치료로 내몸을 이완시키며 "돌발성난청아. 나를 깨우쳐줘서 고맙구나."
첫댓글 건강이 최고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됩니다. 사람들이 만나면 건강 한냐고? 묻지요. 나이가 주는 선물입니다. 잘 이겨내시고 정진 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몸이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않는 것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걱정 많으셨겠습니다. 이젠 아프다는게 일반화되어 버렸습니다. 아프기 전에 나를 되돌아보며 혹시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조리하셔서 건강하게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