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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 1740년 초파일 무렵 유산기.
■김지익(金之益,1685~1736) : 본관 상산(商山) 현 김천시 남면(초곡,율리) 거주.
遊黃岳山吟咏
황악산을 유람하고 읊다
김지익(金之益,1685~1736)
山僧進酒(산승진주)
산승에게 술을 올리다
芒鞋閑穿樹色來(망혜한천수색래) 짚신 신고 틈을 내어 산속을 찾아오니
白雲深處寺門開(백운심처사문개) 흰 구름 깊은 곳에 절 문을 열어두고
起塵雪衲偏多意(기진설납편다의) 비질하던 스님이 다정하게 맞아주며
石榻松醪勸一盃 석탑송료권일배) 돌 의자에 앉아서 송료주를 권하네.
*설납(雪衲) : 스님 *송료(松醪) : 소나무로 빚은 술
山僧進酒(산승진주)
산승에게 술을 올리다
심구보(沈久甫)
一笻遥指白雲來(일공요지백운래) 멀리서 지팡이 가리키던 백운 가에 오게 되니
隨處名區好笑開(수처명구소회개) 어디에나 좋은 경치 웃음이 걸리고
多少風光看厯厯(다소풍광간무무) 크고 작은 풍광에 세월 흔적 역력하여
悠我詩興酒三盃(유아시흥주삼배) 아득한 나의 시흥 석잔 술로 달래네.
山僧進酒(산승진주)
산승에게 술을 올리다
김자정(金子精)
風引閑蹤上寺來(풍인한종상사래) 바람에 이끌려 한가한 걸음으로 절에 오르니
共消塵慮好懷開(공소진려호회개) 세상 근심 사라지고 좋은 감회 열리네.
山中莫謂無珎味(산중막위무진미) 산중에 진미가 없다 이르지 말고
多謝高僧酒一盃(다사고승주일배) 사양만 하는 큰 스님 한 잔만 드시게.
贈僧統太鑑上人(증승통태감상인)
승통 태감상인에게 주다
心如水鑑太聰明(심여수감태총명) 마음이 물속 거울처럼 태감은 총명하여
大衆叢林獨主張(대중총림독주장) 대중의 총림에서 홀로 주장 되었네.
惜別何須論異道(석별하수논이도) 아쉬운 이별에 어찌 다른 도를 논 하리오.
萍蹤邂逅是同鄕(평종해후시동향) 부평초처럼 만났는데 알고 보니 동향이네.
*승통(僧統) : 교단과 승려를 통솔하는 승직 *태감상인(太鑑上人) : 경월태감(鏡月泰鑑,1690~1769)으로 추정. 김천시 증산면 쌍계사터에 남아 있는 태감대사(泰鑑大師) 공덕비에는 경월장로(1690~1769)가 관직에서 물러나 토방에 머물면서 그간 모아왔던 사재를 털어 각지의 사찰에 나누고 불사를 일으키는 원력을 세웠고 특히 직지사 중창에도 큰 역할을 하여, 1735년 대웅전을 중창한 후 1741년 사적비를 조성하고, 1744년 대웅전 삼세후불탱의 화주化主를 맡고 1750년 철제은입사향로를 제작하게 하였다. 고 기록되어 있음.
雲水路中(운수로중)
龍宮何處在(용궁하처재) 용궁이 어디에 있는지 물으니
僧指水雲邉(승지수운변) 스님이 수운 변을 가리켜
未到詩先詠(미도시선영) 도착도 하지 전에 시를 먼저 읊으며
停笻自不前(정공자부전) 앞으로 가지 않고 지팡이 멈추네.
*용궁(龍宮) : 용왕의 궁전임. ‘현세에 불법(佛法)이 유행하지 않게 될 때에는 용궁에서 불교의 경전을 수호한다.’ 함. *수운(水雲) : 물과 구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행운유수(行雲流水) :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일정한 본질이 없이 각양각색으로 변화함을 이르는 말.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움과 모든 것을 비우는 빈 마음이 스며 들어갈 수 있는 상태를 표현 *부전(不前) : 우물쭈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멈추어 서는 모습
雲水路中(운수로중)
심구보(沈久甫)
水雲深處訪眞仙(수운심처방진선) 물과 구름 깊은 곳으로 신선을 찾아가니
厯厯山庵指點邉(무무산암지점변) 오래된 산 암자 손가락 끝에 있기에
徐行緩步論心地(서행완보론심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며 마음 바탕 논하는데
酒老詩朋在後前(주노시붕재후전) 술 좋아하는 늙은이 뒤에 있고 시 벗은 앞에 있네.
*심지(心地) : 마음의 본 바탕
雲水路中(운수로중)
김자정(金子精)
有寺知非遠(유사지비원) 절 있는 곳 멀지 않다고 알리는
鐘聲洛耳邉(종성락이변) 종소리 귓가에 떨어지고
沿溪路轉邃(연계로전수) 개울 따라 길이 깊어져
探景不能前(탐경부능전) 구경하느라 나아가지 못하네.
雲水庵訪澄大師不遇(운수암방징대사불우)
운수암 징대사를 방문하였으나 만나지 못하다
佛法雖云舊(불법수운구) 불법이 비록 옛것이라 말하지만
至君又有新(지군우유신) 자네에 이르러 또다시 새롭게 되었네.
俗緣磨不得(속연마부득) 속세 인연 갈아서 없애지를 못했기에
未遇水雲身(미우수운신) 행운유수 같은 몸을 만나지 못하네.
*징대사(澄大師) : 1741년의「직지사중수기」에는 당시 직지사의 大師로 貫澄大師가 있었음, <열락재유고>「유황악산록」에 진언-영수-정혜-관징(1702~1778)이 운수암에 기거하고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음.
靈雲菴(영운암)
金山形勝說靈雲(김산형승설영운) 김산의 형승으로 영운암을 말하는데
今見果如古所聞(금견과여고소문) 지금 보니 옛 소문 지나치지 않았네.
屳子盡乘黃鶴去(선자진승황학거) 신선은 황학 타고 모두 다 떠났지만
空留風景後人分(공유풍경후인분) 허공에 남은 풍경 후인에게 나눠주네.
*형승(形勝) : 지세나 풍경이 뛰어남
用許僉知韻 贈處明大師(용허첨지운 증처명대사)
허첨지 운을 사용하여 처명대사에게 주다
惟子聰明一見知(유자총명일견지) 그대가 총명한 걸 단번에 알았는데
玄經觸處盡通之(현경촉처진통지) 태현경 곳곳을 모두 다 통달했네.
禪門入定如君小(선문입정여군소) 선문의 입정한 이가 자네처럼 젊다면
後世亦應爲祖師(후세역응위조사) 후세에는 역시나 조사(祖師)가 되겠네.
*처명대사(處明大師) : 김천직지사사적비에 처명대사가 맨 앞에 있음. 법명 운암(雲岩). 금릉(金陵) 고라향(古羅鄕) 출신이다. 충허 지책(冲虛旨冊)이 지은 〈운암화상초골후통유문(雲巖和尙超骨後通諭文)〉가 있어 간략한 행적을 확인할 수 있다. 황악산 직지사 능신 장로(能信長老)에게 출가하여 대산 청봉(臺山晴峯)과 모운 진언(慕雲震言)에게 수학하였다. 직지사 영운암(靈雲庵)에 주석하다 82세로 입적하였고, 다비 후 정골사리를 수습해 부도에 모셨다. *현경(玄經) : 태현경(太玄經). 漢나라 양웅이 周易을 모방해서 자신이 평생 닦은 학문에 첨가하여 지은 저서.
深寂庵(심적암)
琳宮隱寂寥(림궁은적요) 임궁(琳宮) 숨은 곳 고요하고
山色更幽深(산색경유심) 산 풍경 다시금 그윽하게 깊어진 곳에서
石榻逢僧語(석탑봉승어) 돌 의자에 앉아서 스님 말씀 만났는데
塵機不入心(진기불입심) 속세 기미 마음에 들지 않네.
*임궁(琳宮) : 도교(道敎)의 사원(寺院)
次許僉知韻 贈倓肅大師(차허첨지운 증담숙대사)
허첨지 운을 차운하여 담숙대사에게 주다
上人亦可與言詩(상인역가여언시) 스님과 말하며 시를 함께 나누니
性既聰敏道理知(성기총민도리지) 성품이 총민하고 도리를 알고 있네.
松暗水涓無寐夜(송암수연무매야) 물가의 솔 그늘에서 밤을 새우며
草堂遙憶明月時(초당요억명월시) 초당에서 거닐 던 달 밝릉 때 생각하네.
*담숙대사(倓肅大師) : 직지사 사적비에는 湛肅으로 기록되어 있음. *상인(上人) : 승려에 대한 존칭
白雲庵(백운암)
千峯萬壑一蹊通(천봉만학일혜통)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를 지름길로 지나자
日暮鐘聲落遠風(일모종성락원풍) 날은 저물고 종소리 바람결에 떨어지네.
借問琳宮何処在(차문림궁하처재) 임궁이 어디에 있는지 물으니
老僧逕指白雲中(노승경지백운중) 노승은 백운 속 오솔길 가리키네.
*차문(借問) :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물음
金剛臺(금강대)
地秘金剛護(지비금강호) 땅의 신비로움 금강처럼 지키고
天敎石作臺(천교석작대) 하늘의 가르침 돌로 대를 만들어
千年塔廟上(천년탑묘상) 천년의 탑 묘위에
淸淨慧雲開(청정혜운개) 청정한 혜운이 열리네.
*금강대(金剛臺) : 직지사 중수기에 직지사의 암자로 기록. *혜운(慧雲) : 지혜의 구름이라는 뜻으로, 모든 중생을 포섭하는 부처의 지혜를 이르는 말
上院庵(상원암)
攀木登登去(반목등등거) 나무줄기 잡고서 오르고 또 올라
尋庵上上巔(심암상상전) 암자를 찾아서 산꼭대기 오르니
烏山靑點點(오산청점점) 금오산의 푸른빛 점점이 작아지고
鑑水白涓涓(감수백연연) 감천의 백사장 굽이굽이 이어지네.
浩浩仍忘世(호호잉망세) 아득히 넓어져 세상사 잊고서
飄飄欲化仙(표표욕화선) 표표히 날아서 신선이 되고자 하는데
興悠悠未己(흥유유미기) 흥이 유유하게 일어나 다할 수 없기에
緩步步臺前(완보보대전) 느린 걸음으로 대 앞으로 걸어가네.
*호호(浩浩) : (가없이) 넓고 크다 *표표(飄飄) : (세상사에) 초연. 펄펄 나부낌 *유유(悠悠) : 유구하다
內院庵留宿(내원암유숙)
내원암에서 유숙하다
高僧禮七佛(고승예칠불) 고승은 칠불에 예불하고
逰客坐三更(유객좌삼경) 유람객 삼경에 좌정하니
寒磬與溪水(한경여계수) 차가운 종소리 물 소리와 어울려
舂舂㶁㶁徹(용용괵괵철) 콸콸콸 방아찌며 돌아나가네.
夜鳴詩思蕩(야명시사탕) 야조의 울음소리 시상을 흩어내고
夢魂淸松窓(몽혼청송창) 꿈속에 송창이 선명하여
睡覺催歸興(수각최귀흥) 잠 깨어 돌아갈 생각 재촉하니
烏岳日己生(오악일기생) 금오산 자락에 날이 이미 새고 있네.
*내원(內院) : 미륵보살(彌勒菩薩)이 도솔천(兜率天)의 내원(內院)에서 미래불(未來佛)로 이 땅에 하생(下生)하려고 준비하면서 천신(天神)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솔천은 불교의 이른바 욕계(欲界) 육천(六天) 가운데 넷째 층에 있는 하늘로, 외원(外院)과 내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함. *칠불(七佛) : 석가모니불 이전의 여섯 부처와 석가모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괵괵(㶁㶁) : 콸콸 흐르는 물소리
能如寺(능여사)
極樂堂壯麗(극락당장려) 극락당은 장려하고
靈山殿新奇(영산전신기) 영산전은 신기하네.
道場今猶舊(도장금유구) 도장이 지금도 옛 모습 간직하여
功德想祖師(공덕상조사) 조사의 공덕을 상상하네.
*능여사(能如寺) : 직지사 중수기에는 직지사의 암자로 나타남. 「유황악산록」p78에 능여사 앞에 부도가 줄지어 있고 석가산이 있는데 능여조사의 부도라고 전해오는 말을 기록 *신기(新奇) : 신기하다. 불가사의하다. 새롭다
謝元一首座款接(사원일수좌관접)
원일 수좌의 정성스런 접대에 사례하다
莫謂無別味(막위무별미) 별미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藥草勝魚果(약초승어과) 산나물 고기와 과일 보다 낫다네.
爲謝慇懃情(위사은근정) 은근한 정으로 사례하고
同携石上坐(동휴석상좌) 두 손을 맞잡고 돌 위에 앉네.
*원일(元一) : ? *관접(款接) : 친절하게 대하거나 정성껏 대접함
見佛庵(견불암)
靈區多歷覽(영구다역람) 역사를 살펴보니 신령한 땅 많지만
佛法見玆庵(불법견자암) 이 암자에서 불법을 드러냈네.
莫謂道場小(막위도장소) 도장이 작다고 말하지 말라.
猶勝大伽藍(유승대가람) 대가람보다도 오히려 낫네.
龍湫(용추)
山僧傳古跡(산승전고적) 산승이 오랜 전설 전하길
老龍在此湫(노룡재차추) 늙은 용이 이 소에 있다고 하는데
瀑噴三伏雪(폭분삼복설) 폭포는 삼복인데도 눈가루 쏟아내고
波嘘五月秋(파허오월추) 물보라는 오월에도 가을 기운 불어내네.
明寂庵(명적암)
風光多此地(풍광다차지) 풍광 많은 이 땅은
山明境寂寥(산명경적요) 산이 밝고 경역 고요하네.
金沙知不遠(금사지불원) 대웅전 멀지 않음 알기에
催笻渡石橋(최공도석교) 지팡이 재촉하여 돌다리 건너네.
*명적암(明寂庵) : 직지사 사적기에 명적암 있음 *금사(金沙) : 극락정토. 부처가 있는 세상으로 대웅전을 의미.
隱屳庵(은선암)
緑羅紅袈着(녹라홍가착) 녹색 나삼에 홍색 가사 걸치고
义手禮佛前(차수예불전) 차수하고 예불하며 나아가는데
松形皆瀟洒(송형개소쇄) 송형으로 모두 맑고 깨끗하니
大隱是眞仙(대은시진선) 크게 깨달은 은자 이들이 참된 신선이네.
*차수(义手) : 손을 마주 잡는 것 *송형(松形) : 鶴體松形의 준말. 기품이 서리고 수척한 모습. *소쇄(瀟洒) : 맑고 깨끗하여 속세의 티끌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 이백의 시 <왕우군(王右軍)>에 나오는 말이다. 이 시에서 이백은 왕희지의 맑은 성품을 칭송하였다. *대은(大隱) : 크게 깨달아 번뇌와 의혹을 모두 떨쳐 버린 은자
過浮屠庵遇雨未入(과부도암우우미입)
부도암을 지나며 비를 만나 들어가지 못하였다
天雨還爲逐客令(천우환위축객령) 하늘이 비를 내려 축객령 내려서
浮庵咫尺跡難通(부암지척적난통) 부도암이 지척인데 걸음걸이 어렵네.
身或未逕心豈恨(신혹미경심개한) 몸이 혹시 지나지 못하여 마음에 한이 될까
萬山風景一嚢中(만산풍경일낭중) 만산의 풍경을 시 주머니에 담아두네.
次直旨寺萬歲樓題詠(차직지사만세루제영)
직지사 만세루 제목으로 읊은 것을 차운하다(1)
黃山嵂屼碧溪流(황산률올벽계류) 우뚝한 황악산 푸른 계곡 흐르는 곳에
千古勝觀萬歲樓(천고승관만세루) 천고의 좋은 경치 만세루 있는데
屳侣盡乘雲鶴去(선려진승운학거) 짝하던 신선은 운학 타고 가버렸지만
風光都付後人逰(풍광도부후인유) 풍광은 그대로 있어 후인이 유람하네.
*승관(勝觀) : 좋은 구경거리
次直旨寺萬歲樓題詠(차직지사만세루제영)
직지사 만세루 제목으로 읊은 것을 차운하다(2)
緑樹陰中碧水流(녹수음중벽수류) 푸른 나무 그늘 속에 푸른 물이 흐르고
千年勝地一高樓(천년승지일고루) 천년의 승지에 높은 루 하나 있네.
冷冷此日諸天雨(냉냉차일제천우) 쌀쌀하게 오늘은 제천이 비 뿌리는데
亦觧關人辨壯逰(역해관인변장유) 촌 늙은이 빗잘풀고 장한 유람 하게 되네.
*제천(諸天) : 불법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들을 말함 *관인(關人) : 변방사람
次萬歲樓五言四韻 (차만세루오언사운)
만세루 오언사운을 차운하다
金陵名勝迹(금릉명승적) 금릉의 이름난 자취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다만 이 산중에 있어
地古文章會(지고문장회) 오래된 승지에 문장이 모이고
寺今佛道降(사금불도강) 지금은 절에 불도가 내려왔네.
彩欄留寶唾(채란유보타) 단청한 기둥에는 보타가 걸려있고
虛閣吹仙風(허각취선풍) 빈 루각에는 선풍이 불어와
俛仰傷心事(면앙상심사) 굽어보고 우러러 보며 상심에 젖는데
鳥音過耳空(조음과문공) 새소리 귓가를 스쳐가네.
*보타(寶唾) : 타인의 시(詩)를 높여 부르는 말임. 《장자(莊子)》 추수(秋水)의 “欬唾成珠”의 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萬歲樓卽事(만세루즉사)
만세루에서 그때 있었던 일
平生昔聞金陵寺(평생석문금릉사) 지난 날 평생토록 금릉의 절에 대해 들었는데
暇日今登萬歲樓(가일금등만세루) 지금은 한가하게 만세루에 오르니
寶殿三千諸佛坐(보전삼천제불좌) 보전에는 삼천의 여러 부처 앉아있고
衆寮百憶比丘留(중료백억비구유) 중료에는 번민하는 비구승 머무네.
詩屳墨客逰幾度(시선묵객유기도) 시인 묵객 여러 곳 노닐다가
樹色山光去後愁(수색산광거후수) 나무와 산의 풍광 떠나려니 슬픔일어
詠罷新詞探勝盡(영파신사탐승진) 새 글을 읽고서 탐승을 다하니
夕陽西下水東流(석양서하수동류) 석양은 서쪽으로 기울고 물은 동으로 흐르네.
*중료(衆寮) : 좌선하는 수행승이 자유 시간에 경전이나 어록 등을 읽기 위해 지어진 집 *수동류(水東流) : 《주역》〈송괘(訟卦) 상전(象傳)〉에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가는 것이 송(訟)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일을 시작할 때에 처음을 잘 도모한다.〔天與水違行訟 君子以 作事謀始〕” 하였다.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에서 이를 풀이하기를 “하늘은 서쪽으로 운행하고 물은 동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긋나게 간다고 하는 것이다.〔天西運水東流 故曰違行〕” 하였다.
再宿直旨詠流堂(재숙직지영류당)
직지사 영류당에서 다시 자다
遍觀形勝作奇逰(편관형승작기류) 좋은 경치 두루 보며 기이한 유람 하고
前度藜笻又此留(전도려공우차유) 지팡이 짚고 다시 와 또 이곳에 머무는데
誰便不眠詩獨詠(수편불면시독영) 누가 편히 자지 못하고 홀로 시를 읊는가.
枕邉長聽碧溪流(침변장청벽계류) 베개 곁에서 오래도록 벽계수 소리 듣고 있네.
*전도(前度) : 떠났다 다시 옴
次沈久甫臨別韻(차심구보임별운)
심구보의 ‘이별하다 운’을 차운하다
酒老詩豪作主賓(주노시호작주빈) 술 좋아하는 늙은이와 시호가 주빈으로 만나니
簫簫白髪映靑春(소소백발영청춘) 쓸쓸한 백발이 청춘을 비추는데
江山獨有唐虞舊(강산독유당우구) 강산은 오로지 옛날의 당우지만
風景皆呈面目新(풍경개정면목신) 풍경을 모두 올리니 새로운 면목이네.
世既棄吾身自放(세기기오신자방) 세상이 나를 버려 스스로 내려놓았고
物無猜我孰能嗔(물무시아숙능진) 만물이 시기하지 않는데 어찌 능히 성내리오.
淸逰未盡君先去(청유미진군선거) 좋은 유람 다하지 못했는데 자네가 먼저 가니
隨處烟霞憶故人(수처연하억고인) 연하 속 어디에 있든지 벗을 생각하겠네.
*면목(面目) : 남을 대하기에 번듯한 도리 *연하(烟霞) : 연하는 연기와 노을, 즉 산수(山水)의 경치를 말한 것이다
遊山日憶羣弟子(유산일억군제자)
산에서 유람하는 날 여러 제자를 생각하다
自慚踈劣爲人望(자참소열위인망) 거칠고 못난 게 부끄러워 사람 되길 바라며
回首諸君輒有愁(회수제군첩유수) 제군들 돌아보니 문득 시름 생겨나네.
我既留連忘返久(아기유연망반구) 계속해서 머물며 돌아가길 잊은지 오래되어
效尤無乃亦優逰(효우무내역우유) 잘못을 본 받지 않으니 좋은 유람 아니겠는가.
*소열(踈劣) : 우둔하고 못나다 *효우(效尤) : 남의 나쁜 짓을 본받음.
出山日口號(출산일구호)
산에서 나오는 날 부르다
名區每欲一觀逰(명구매욕일관유) 이름난 곳 매번 유람하길 원했기에
宿願平生快始酬(숙원평생쾌시수) 평생 숙원 주고받아 상쾌한데
却恨塵緣猶未斷(각한진연유미단) 속세 인연 한스럽게 여전히 끊지 못하고
施回藜杖出橋頭(장회려장출교두) 지팡이 다시 돌려 다리로 나아가네.
歸家路中口號(귀가로중구호)
집으로 오는 도중 부르다
魂逐浮雲返舊逰(혼수부운반구유) 심혼이 부운 쫒다 지난 유람에서 돌아와
身隨流水出口頭(신수유수출구두) 흐르는 물 따라 마주 말하며 나아가니
名區漸遠家鄕近(명구점원가향근) 명승지 점점 멀어지고 고향집 가까우니
兩角心懸去且留(양각심현거차류) 양 이마에 마음 걸려 가다가 머뭇거리네.
*구두(口頭) : 마주 대하여 말로 함 *양각(兩角) : 두 뿔, 여기서는 양이마 정도로 해석
過沈久甫門前(과심구보문전)
심구보 문 앞을 지나면서
緑水靑山未盡興(녹수청산미진흥) 녹수청산에서 흥을 다하지 못해
淸軒欲叩續前逰(청헌욕고속전유) 맑은 집을 두드려서 이전 유람 이어가고 싶지만
苦被同刂捝袖去(고피동도탈수거) 베는 듯한 모진 고통 소매로 닦아 가며
途中十步九回頭(도중십보구회두) 열 걸음 가는 도중 아홉 번을 돌아보네.
*심구보(沈久甫) : 집은 김천시 남산동 학사대 부근으로 추정
逰山日雨下 泉甫呂友君正誐以山靈厭塵蹤洗滌 故有此吟
산을 유람하는 날 비속에서 천보 여우군정이 “산신령이 속세 자취 싫어하여 씻는다.”며 좋아하여 다음과 같이 읊다.
洗出山光一挌竒(세출산광일격기)
씻고 드러난 산의 풍경 단번에 기이하네.
老眼矒矒每憙微(노안몽몽매희미) 노안이 침침해도 세세한 걸 좋아하지만
雖逢好景未詳知(수봉호경미상지) 좋은 경치 만나도 상세히 알지 못했는데
天公故降神靈雨(천공고강신령우) 천공이 신령한 비 내려주어
洗出山光一挌竒(세출산광일격기) 씻고 드러난 산의 풍경 단번에 기이하네.
*몽몽(矒矒) : 눈이 침침함
還家憶泉甫呂學士周翰(환가억천보 여학사주한)
집으로 돌아와 천보 여학사 주한을 생각하다
追隨累日幾同樂 추수누일기동락 / 오가며 사귀다가 여러 날 얼마를 같이 즐겼던가
關別飜成不耐愁 관별번성불내수 / 관문에서 이별하니 불현듯 슬픔을 견딜 수 없네.
緑水靑山長入夢 녹수청산장입몽 / 녹수청산 오래도록 꿈에 보이는데
何時更去續前逰 하시갱거속전유 / 어느 때 다시 가서 이전 유람 이어가리.
*추수(追隨) : 친구끼리 서로 오가며 사귐. *번성(飜成) : 갑자기, 홀연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