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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적귀노파 청백구 새벽바람은 쌀쌀한데 무덤 주위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모든 사람들은 무거운 돌이 가슴을 누르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이때 지옥혈녀가 숨 막히는 침묵을 깨뜨리고 서릿발 같은 싸늘한 음성으로 외쳤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이기에 모습을 숨기는 거요?” 그러자 몽롱한 새벽안개에 덮인 묘지 저쪽에서 음산한 음성이 들려 왔다. “계집애야, 네가 묘지가 아니라 하늘 끝이라도 나는 너를 찾아낼 것이다.” 음성이 카랑카랑해도 날카로운 것으로 보아 여자임이 분명했다. 지옥혈녀 흑백사는 그 음성을 듣자 얼굴에 한 가닥 희열의 빛을 떠올리며 급히 소리쳤다. “청(靑) 선배님, 빨리 오세요. 저는 곧 남에게 사지를 찢길 형편입니다.” 카랑카랑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계집애야, 이번에는 네가 어디로 도망가는지 두고 보자!” “청 선배님,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다만 선배님께서… …” 지옥혈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벼운 바람이 일면서 한 줄기 인영이 공중으로부터 날아 내렸다. 그 사람의 경공은 신속하기 이를 데 없어 어느 곳에서 나타났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나타난 사람은 얼굴이 몹시 추하고 머리카락이 백설같이 센 노파였다. 그녀는 땅으로 내려서자마자 오른손의 귀두괴장(鬼頭拐杖)으로 땅을 가볍게 찍으면서 냉정히 말을 받았다. “이 계집애야,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이냐? 어서 말해라!” 청풍명사 청룡백호는 추한 노파를 보자 가슴이 섬뜩했다. ‘어째서 이 늙은 괴물까지 강호 무림에 출현했을까. 보아 하니 무림칠절은 정말로 십팔 년 전의 약속을 이행하려는 모양이구나.’ “호호호… 두 분 언니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세요? 언니들은 이분과 같이 몹시 아름다운 모습을 지녔군요!” 그리곤 지옥혈녀를 턱으로 가리켰다. 지옥혈녀 흑백사는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앙칼지게 호통을 쳤다. “요녀야, 너는 얼마나 잘 났느냐… …” 원래 지옥혈녀 흑백사는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었다. 얼굴 윤곽과 피부색은 극히 아름다웠으나 백설같이 흰 얼굴에 검은 점이 잔뜩 박혀 있었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여자의 심중에서 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혈녀 흑백사는 평생 동안 자신의 얼굴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지만 남의소녀가 비꼬며 모욕을 주자 화가 치밀었다. 실로 그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이었다. 흑백사는 또 비류신을 만난 후부터 자기의 얼굴에 대해 몹시 부끄러움을 느껴오던 터였다. 그런데 지금 남의소녀에게 모욕을 당하자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호통을 치고 동시에 오른손의 잔금섭혼신편을 휘둘러 번갯불 같은 금빛 광선을 뿌리며 남의소녀의 얼굴을 향해 후려쳤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백살소녀는 오른손을 힘차게 휘둘러 흑백사를 향해 한 줄기 부드러운 바람을 쏟아냈다. 흑백사는 잔금섭혼신편을 떨쳐내는 순간 한 줄기 위맹한 경력이 채찍의 경력을 뚫고 자신의 급소로 뻗어오는 것을 느끼자 흠칫 놀라면서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러나 그녀의 채찍은 여전히 남의소녀의 얼굴을 향해 뻗쳐 갔다. 다음 순간, 잔금섭혼신편의 금빛이 더욱 길게 뻗쳤다. 지극히 예리한 기세였다. 백살 소녀는 이 채찍이 경력의 강약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휘두르는 사이에 다른 손으로 남의소녀를 가볍게 끌어안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흑백사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주위의 동정에 대해서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백살 소녀가 남의소녀를 데리고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자 왼손의 장검을 번개처럼 빠르게 후려 돌렸다. 그녀의 이 일 검의 초식은 지극히 정묘한 배합을 이루어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다. 백살 소녀와 남의소녀는 몸을 채 가누기도 전에 서릿발같이 싸늘한 검광이 사나운 기세로 뻗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나머지 백미소녀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흑백사가 채찍으로 공격을 할 때 그녀는 이미 흑백사가 왼손의 장검으로 후려칠 수 있을 만한 위치로 옮겨갔다. 마치 흑백사가 그런 공세를 펼칠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흑백사가 왼손의 장검으로 악랄한 초식을 펼치는 순간, 백미소녀도 왼손을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떨쳐내어 삼양개태(三陽開泰)의 초식을 발휘, 세 손가락으로 흑백사의 삼대요혈(三大要穴)을 찔러갔다. 장세가 이르기도 전에 세 가닥 지풍이 먼저 흑백사의 몸으로 접근했다. 흑백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실로 강맹한 장풍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상대방의 지풍을 피하면서 동시에 오른손의 검을 중도에서 뒤집어 백미소녀의 왼팔을 내리쳤다. “호호호… …” 백미소녀는 은방울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찔러가던 세 손가락을 갑자기 기묘한 초식으로 변화시켜 손가락을 뒤집는 사이에 흑백사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고수들의 승패는 불과 일순간에 판가름이 나는 것이다. 흑백사는 상대방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 바람에 수중의 장검은 속도가 약간 느려졌으며, 이 실낱같은 차이로 인해 그녀는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완맥(腕脈)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낀 순간 그녀는 백미소녀의 왼손에 맥문을 잡히자 즉시 내리치던 장검을 떨어뜨렸다. 백미소녀는 오른손을 살짝 내밀어 떨어지는 장검을 받아들고 만면에 사람의 혼백을 녹일 듯한 요염한 웃음을 띠었다. 그러나 오른손의 장검은 이미 서서히 흑백사의 가슴 밑 심장부분을 찔러가고 있었다. 이때 추한 노파가 날카로운 음성으로 외쳤다. “요녀야, 손을 멈춰라!” 노파는 수중의 귀두괴장으로 땅을 찍고 공중으로 치솟아 덮쳐왔다. 덮쳐오는 기세는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이 빨라 보는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했으며, 지팡이에서 뻗쳐 나오는 경력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백미소녀는 뒤에서 공격해 오는 기세가 무섭다는 것을 알자, 왼손에 경력을 모아 흑백사를 힘껏 밀어내면서 오른손의 장검을 후려 돌려 한 줄기 은빛 무지개를 뿌리며 상대방이 덮쳐오는 길을 차단했다. 이 일 검은 창졸간에 후려 돌린 것이었으나 위세가 극히 강맹하였다. 쩡!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려 퍼지자 질풍같이 덮쳐오던 추한 노파는 공중에서 진동에 의하여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백미소녀 역시 귀두괴장의 강맹한 반탄력에 의해 몸뚱이를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래도 여전히 만면에 요염한 미소를 띤 채 괴노파를 바라보았다. 추한 노파는 이렇게 얼굴이 아름다운 일개 소녀에게 그토록 강맹한 완력이 있으며, 또 기묘한 검법으로 자기의 일격을 막아내리라고 생각지 못했는지라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지옥혈녀 흑백사도 백미소녀가 천하 무림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괴노파의 일격을 맞받으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괴노파는 바로 무림칠절 중 다섯 번째 고수인 적귀노파 청백구였던 것이다. 그녀는 무림칠절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십팔 넌 동안 은거하다가 다시 강호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처음으로 손을 썼다가 젊은 강적을 만나게 되자 호승심이 크게 일어났다. 이에 그녀는 침중한 음성으로 외쳤다. “조그만 요녀야, 너의 공력은 제법 심후하구나. 그래서 감히 중원 땅에 나타나 건방지게 날뛰는구나. 용기가 있으면 다시 나의 일 초를 받아보아라.” 이때 남의소녀가 상냥한 음성으로 말했다. “백미 언니, 그의 몇 초를 받아보세요. 무림칠절의 하나인 적귀노파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 한 번 봅시다.” 원래 적귀노파 청백구는 비록 추하게 생겼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를 적귀노파라고 부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남의소녀의 말을 듣자 악을 쓰며 고함을 질렀다. “이 꼬마 계집애야, 너희들은 모두 간덩이가 부은 년들이로구나! 내가 너희들의 몸뚱이를 천만 조각으로 찢어버리고 말 테다!” 이어 오른손의 귀두괴장으로 땅을 찍으면서 백미소녀를 향해 덮쳐들었다. 백미소녀는 오른손의 장검으로 비스듬히 후려치면서 잇달아 초식을 변화시켜 싸늘한 검광을 뿌렸다. 그러나 검광에 쇠지팡이가 맞닥뜨리는 순간 백미소녀가 뿌려낸 무수한 검화(劍花)가 돌연 한데 뭉쳐지면서 힘없이 쇠지팡이로 빨려들었다. 마치 적귀노파의 쇠지팡이에 막대한 흡인력이 있는 것처럼. 백미소녀는 자기의 장검이 빨려가자 가슴이 철렁했다. 바로 이때 남의소녀가 급히 외쳤다. “백미 언니, 급변을 당했을 땐 침착해야 되며 교묘한 기회가 생겼을 때는 신속해야 합니다.” 이 두 마디의 현묘한 무공진결(武功眞訣)이 백미소녀의 귀에 들어가자 그녀 수중의 장검이 빛을 발하며 부르르 떨렸다. 쩡! 가벼운 음향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그녀의 장검은 갑자기 쇠지팡이에서 떨어져 눈부신 검광을 번쩍이면서 청백구의 오른팔을 쓸어 돌렸다. 이 기묘하고 괴이한 검식(劍式)을 본 청풍명사 청룡백호는 속으로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는 강호 무림에 고수들이 구름같이 많다는 것을 느꼈으며,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무공이 모두 자기보다 한 계단 높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의 의제(義弟)가 멸문(滅門)의 참화를 당한 것을 생각하자, 즉시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이윽고 그 눈물은 한 방울 한 방울 비류신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가 슬퍼하는 것은 자기에게 곧 죽음이 올 것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의제의 피맺힌 원한과 가문의 치욕을 씻어줄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지난밤의 괴이한 변화를 생각하자 즉시 지신도 소대천의 노련한 흉계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자기가 소대천의 만성 독약을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지금 자기 체내의 한 경맥(經脈)에 고통스런 느낌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독성이 경맥에 응결된 현상이다. 시일이 도래하여 혈맥이 폭발되기만 하면 그는 처참한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적귀노파 청백구도 백미소녀의 기묘한 검식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얏!” 그녀는 사납게 소리치면서 수중의 쇠지팡이를 휘둘러 백미소녀의 장검을 밀쳐내었다. 그와 동시에 쇠지팡이를 치켜들어 재빨리 백미소녀의 현기혈(玄機穴)을 찔러갔다. 백미소녀는 잽싸게 두 걸음 물러서서 상대방의 지팡이 공세를 피한 다음 오른손의 장검으로 무수한 검화를 뿌리며 신속하고 날카로운 공세를 펼쳤다. 그녀의 검초(劍招)는 신속하고 악랄하면서 변화무쌍했다. 연속으로 몇 차례 공격을 퍼붓자 적귀노파 청백구는 반격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몇 초를 겨룬 후 백미소녀는 돌연 적귀노파 수중의 검은 쇠지팡이에 극히 강한 흡인력이 있어서 자기 검세(劍勢)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정묘한 초식을 발휘할 수 없는 그녀는 도리어 적귀노파 청백구의 공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곁에서 냉정히 관전하고 있던 지옥혈녀 흑백사도 청백구가 쇠지팡이로 괴이하고 기묘한 초식을 펼쳐 백미소녀가 구사하는 흑룡강 일파의 괴이한 검초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발견했다. 원래 무림칠절은 모두 무공이 비범한 방문좌도의 고수들이다. 왕년에 칠절의 격투에서 야월광명지신도 소대호의 무공이 나머지 여섯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었지만, 여섯 사람들 상호간 무공 역시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적귀노파 청백구는 무림칠절 중 다섯 번째에 속하는 고수이므로 신독괴살수와 익공관주 순천진인보다 무공이 한층 뛰어난 터였다. 그러나 십팔 년이 지난 오늘날에 있어서는 무림칠절이 모두 무공이 증진되어 그 정도를 추측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누가 강하고 약한지는 오직 치열한 격투를 한 후에나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림의 인물들은 신비스럽고 속임수가 많아서 때로는 자기들의 명성을 더럽히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진실한 무공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다. 십여 합이 지나자 백미소녀는 완전히 기선을 빼앗겼다. 이때 남의소녀가 다시 외쳤다. “백미 언니, 천회이식(天廻二式)과 반기오식(返機五式)을 쓰세요.” 말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아서 백미소녀의 장검이 돌연 이 초의 기이한 검식을 펼쳐내어 청백구를 한 걸음 물러서게 했다. 그리고 백미소녀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함께 장검이 온 하늘에 비무(飛舞)하면서 무수한 변화를 일으켰다. 순식간에 연달아 오 초를 공격했다. 이 오 초는 신속하면서도 악랄하여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렸다. 그리하여 적귀노파 청백구와 같이 무림에 명성을 떨친 절정고수도 손발이 문란해져서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이러만 상황은 청백구 자신은 물론 흑백사와 청룡백호까지도 놀라게 만들었다. 조금 전 흑백사가 남의소녀를 찔러갈 때, 그들은 모두 남의소녀의 무공이 절대로 백살, 백미 두 여인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남의소녀가 두 차례나 정묘한 무공을 전개함으로써 백미소녀로 하여금 열세를 만회하도록 한 신기한 사실을 목도하자, 그들은 남의소녀의 재능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청풍명사 청룡백호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남의소녀는 분명히 기이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서 일거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남과 겨루지 않으니, 그 원인이 무엇일까… …’ 그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별안간 뒤에서 가벼운 바람결을 따라 한 가닥 그윽한 향기가 풍겨 왔다. 청룡백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보았다.순간 음산한 눈초리로 자기를 노려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 그는 흠칫 놀라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알고 보니 그의 옆으로 석 자 거리에 복면을 한 청의(靑衣) 여인이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최근 천하 무림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청색혈마(靑色血魔)였다. 청룡백호는 그녀의 원한이 가득서린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자 가슴이 섬뜩했다. 청색혈마는 비류신에게 눈길을 주더니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는 누구에게 독수(毒手)를 당했나요?” 청룡백호는 이 말을 듣자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지령보의 지신도 소대천이 그를 살해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게 좋을까… …’ 이때 돌연 남의소녀의 간드러진 음성이 들려왔다. “백미 언니, 이제 그만 손을 멈추세요. 나는 이미 그 노파의 무공을 짐작했어요.” 그러나 장중의 두 사람은 치열한 격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더욱이 적귀노파 청백구는 극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쇠지팡이를 춤추듯 휘두르면서 잇달아 독랄한 절초를 펼쳐내었다. 이에 백미소녀는 도저히 손을 떼고 물러날 수 없었다. 청색혈마는 청룡백호가 오랫동안 대답을 하지 않자 싸늘한 눈길로 장중의 사람들을 쓸어보았다. 그녀는 비류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적귀노파와 흑룡강의 세 여자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갑자기 날카롭게 호통 쳤다. “당신들은 속히 손을 멈추시오!” 바로 이때 적귀노파 청백구는 귀두괴장으로 기묘한 초식을 펼쳐 백미소녀의 장검을 쳐내고 번개같이 그녀의 오른팔을 내리치고 있었다. 백미는 자기의 장검이 상대방 쇠지팡이에 밀려나고 날카로운 쇠지팡이의 경풍이 팔로 뻗쳐오는 것을 느끼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수중의 장검을 버리고 재빨리 팔을 움츠려 쇠지팡이를 피했다. 적귀노파 청백구는 왼발을 앞으로 한 걸음 내딛고 왼손 손가락을 창처럼 꼿꼿이 뻗쳐 번개같이 백미소녀의 현기혈(玄機穴)을 찔러갔다. 청색혈마는 적귀노파가 자기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자 크게 노하였다. 그녀는 이 노파가 비류신을 해쳤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던 참이라 갑자기 노성을 질렀다. “추한 할망구야, 내가 손을 멈추라고 한 말을 못 들었느냐?” 그녀는 손을 치켜들어 앞으로 일 장을 뻗쳐내었다. 그러자 강맹한 장풍이 날카로운 파공성(破空聲)을 내면서 적귀노파를 향해 몰려갔다. 적귀노파는 여전히 귀두괴장의 초식을 변화시키지 않고 백미소녀를 공격하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현기혈을 찔러가다가 별안간 손을 옆으로 쓸어 돌리며 청색혈마의 일격을 맞받았다. 원래 청색혈마는 현기(玄機)와 현청(玄淸) 두 사람이 감추어 둔 이기혼원단(二氣混元丹)을 복용한 후 공력이 적잖이 증진되어 있었다. 그 영단(靈丹)의 약력을 전부 흡수시키기만 하면 즉시 이 갑자(二甲子), 즉 백이십 년의 공력이 증진되는 것이다. 그녀는 약력을 전부 흡수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십 분의 오, 육을 흡수한 관계로 이미 육칠십 년의 공력은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일장은 몹시 웅혼하였다. 쌍방의 장력이 맞닥뜨리자 거센 회오리바람이 소용돌이쳤다. 순간 청색혈마는 두 어깨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러나 적귀노파 청백구는 장력이 맞닥뜨리는 기세에 의하여 뒤로 서너 걸음이나 밀려나게 되었다. 백미소녀는 그 기회를 틈타 몸을 옆으로 틀어 상대방의 귀두괴장을 피한 다음 손을 뻗쳐 땅바닥에 떨어진 장검을 집으려 했다. 이때 지옥혈녀 흑백사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그 검은 내 것이야!” 그녀는 오른손의 잔금섭혼신편을 떨쳐내어 사람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는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백미소녀를 후려쳤다. 백미소녀는 별안간 금빛이 허공을 가르면서 예리한 바람소리가 들리자 약간 굽히고 있던 몸을 기묘하게 돌려 남의소녀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흑백사가 왼손을 가볍게 뻗쳐 땅바닥의 검 자루를 막 집으려는 순간, 한 가닥 미풍이 일면서 청색혈마가 번개처럼 덮쳐왔다. 그녀는 이때 청색혈마가 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재빨리 왼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오른손의 잔금섭혼신편을 지극히 사납게 후려 돌렸다. 이 일 초는 극히 신속하고 오묘하며, 또 신편(神鞭)의 위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높은 무공을 지닌 청색혈마도 옆으로 비스듬히 몸을 날려 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백사는 채찍을 후려 돌리는 순간 왼발로 땅바닥의 장검을 차올려 손으로 잡았다. 이렇게 적을 피하고 반격을 하면서 검을 발로 차서 손으로 받는 동작은 몹시 신속하여 거의 동시에 취해진 동작 같았다. 다음 순간, 싸늘한 빛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흑백사의 왼손에 들린 장검이 번갯불처럼 앞으로 뻗쳤다. 청색혈마는 흑백사의 그러한 재간을 보자 돌연 두 눈에 싸늘한 살기를 뿜어내면서 사납게 호통 쳤다. 그리고 오른손을 옆으로 돌리며 비스듬히 쓸어 돌렸다. 흑백사는 이때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밀어나면서 한 줄기 거센 장력이 가슴으로 뻗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견식이 풍부하고 기지가 높기로 유명한 인물인 지라, 방금 청색혈마가 일장으로 적귀노파를 격퇴시키는 광경을 목도하고 그녀의 공력이 극히 심후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상대방의 장력과 맞닥뜨리지 않고 재빨리 몸을 약간 흔들면서 장검을 거두어들이고 물러났다. 그러나 이때 청색혈마는 이미 왼손을 뻗쳐내었다. 이 일격은 단번에 흑백사를 격살시키려는 살초였다. 청색혈마는 비류신이 땅바닥에 누워 있고, 흑백사가 비류신의 잔금섭혼신편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녀의 장검을 백미소녀에게 빼앗겼던 사실로 미루어 보아 흑백사가 반드시 흑룡강의 삼녀보다 이곳에 먼저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류신은 틀림없이 흑백사와 적귀노파의 협공을 받고 해를 입은 것이라 추측했다. 그래서 청색혈마는 일거에 흑백사를 죽이려고 덤벼들었다. 이 광경을 본 청풍명사 청룡백호가 돌연 급히 외쳤다. “청색여협,잠시 손을 멈추시오. 내 할 말이 있소!” 알고 보니 이때 청색혈마는 이미 빙선일월장의 공력을 왼손에 잔뜩 모으고 있었다. 그녀가 왼손을 힘껏 떨쳐내기만 하면 흑백사는 필시 그녀의 손길에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다. 청룡백호는 지난 하룻밤 사이에 어찌된 일인지 비류신과 흑백사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었으므로 지금 흑백사가 청색혈마의 손길에 해를 입을 것 같자 멈추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청색혈마는 싸늘한 눈빛을 번쩍이며 냉랭히 말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요? 비류신은 누구에게 해를 입었죠? 어서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여섯 사람은 모두 살지 못할 거요.” 남의소녀가 말을 받았다. “오만한 말은 삼가세요. 당신의 그따위 하찮은 재주로는 도저히 천하 무림을 경시할 수 없어요.” 청색혈마는 냉소를 흘렸다. “그렇다면 너부터 가루로 만들어놓고 말 테다!” 그녀는 왼손에 잔뜩 모으고 있던 빙선일월장의 공력을 막 쏟아내려고 했다. 그 순간-- 백살, 백미 두 여인이 이 광경을 보고 일제히 몸을 날려 남의소녀의 면전을 막아섰다. 남의소녀는 간드러지게 웃었다. “언니들께서는 뭘 그리 급하게 서두르세요? 저 여인은 감히 나를 해치지 못할 겁니다. 나를 해친다면 비가는 목숨을 건질 수 없게 되거든요.” 청색혈마는 이 말을 듣자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뭐라고? 그는 아직 죽지 앉았단 말인가?” 남의소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하지만 내가 손을 써서 그를 구하지 않는다면 그는 곧 죽을 거예요.” 지옥혈녀 흑백사는 이 말을 듣자 급히 앞으로 두 걸음을 나섰다. “당신이 그를 구하기만 한다면 나는 이 잔금섭혼신편을 당신에게 주겠어요.” 남의소녀는 냉소를 쳤다. “흥! 그 채찍이 당신 것이란 말인가요?” 흑백사는 노하여 외쳤다. “이 채찍은 누구든지 수중에 넣기만 하면 그 사람 것이 되는 거야!” 청색혈마가 돌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럼 네가 바로 비류신을 해치고 채찍을 뺏은 흉수가 아닌가?” 흑백사는 냉랭히 대꾸했다. “내가 그의 채찍을 강탈했다면 무엇 때문에 이 채찍으로 그의 목숨과 바꾸려 하겠어요?” 청색혈마는 비류신이 누런 얼굴로 뻣뻣하게 땅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녀는 여전히 앙칼진 음성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를 해쳤지?” 지옥혈녀 흑백사는 청색혈마가 그토록 비류신의 생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 은근히 불만을 품고 있다가 다시 그녀가 흉흉한 기세로 추궁해 묻자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냉랭히 대꾸했다. “나는 귀머거리가 아닌데 당신은 뭣 때문에 소리를 빽빽 지르는 거요? 당신은 비류신과 어떤 관계가 있기에 그토록 관심을 기울이는 가요?” 청색혈마는 갑자기 처량한 한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가씨, 당신은 누구요?” 지옥혈녀 흑백사는 담담히 대답했다. “천하 무림의 제일고수인 황천선구의 제자 지옥혈녀 흑백사에요. 그래, 어떡할 작정이죠?” 청색혈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흑 낭자, 당신이 비류신과 정이 깊은 사연이라면 당신은 나에게 흉수가 누구인가를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때 적귀노파 청백구가 돌연 수중의 쇠지팡이로 땅을 찍으면서 날카롭게 욕설을 퍼부었다. “좋다! 이 계집애야, 너는 나를 사부로 인정하지 않는 거냐!” 흑백사는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청 선배님, 양해하여 주십시오. 제가 어찌 사문(師門)을 등지고 무예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남의소녀가 쌀쌀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 천박한 무공을 가지고서 남에게 무공을 전수해주려 하다니, 정말 수치를 모르는 사람이군.” 적귀노파 청백구는 당금 무림에서 배분(輩分)이 극히 높은 인물이었다. 그러한 그녀가 어찌 남의소녀의 오만불손한 말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흥!” 냉소를 치면서 손을 떨치자 한 무더기 녹색 한광(寒光)이 남의소녀를 향해 쏜살같이 뻗쳐갔다. 지옥혈녀 흑백사가 놀라 소리쳤다. “낭자, 속히 피해요! 그것은 녹린독침(綠璘毒針)이에요… …” 그녀가 외치는 가운데 청색혈마가 잽싸게 쌍장을 잇달아 휘두르자 남의소녀를 향해 날아가던 녹린독침이 그녀의 강맹한 장풍에 의해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청색혈마는 적귀노파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냉정히 소리쳤다. “추한 할망구야, 저 아가씨가 비류신을 구하기 전에 당신이 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한다면, 나는 즉시 당신을 죽여 버리겠어!” 적귀노파 청백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네 이년… 네 년은 누구이기에 감히 나에게 이토록 무례하게 구느냐… …”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청색혈마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힘껏 오른손을 떨쳐내었다. 적귀노파 청백구도 왼손을 치켜들어 한 줄기 위맹한 경력을 쏟아 보냈다. 실로 광풍노도와 같은 기세였다. 두 사람의 강맹한 장력이 서로 부딪치자 땅바닥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날아올라 쌍방의 모습을 가렸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적귀노파 청백구는 원위치에서 일 장 밖으로 물러서 있었다. 그 녀는 추한 얼굴에 경악의 빛을 드러낸 채 충혈된 눈으로 청색혈마를 노려보았다. 청색혈마의 눈에도 약간 놀라운 빛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서릿발같이 싸늘하게 반짝거렸다. 그녀들은 서로 일 장을 접한 후 상대방의 공력이 극히 심후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면 누가 누구의 손에 죽음을 당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청색혈마는 지금 비류신의 생사를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적귀노파를 향해 냉소를 치고는 남의소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가씨! 시간이 없으니 속히 비류신의 상처를 치료해 주시오!” 남의소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당신은 무슨 대가를 치르겠어요?” 지옥혈녀 흑백사가 입을 열었다. “무림 인물들의 마음을 미치게 만드는 이 채찍을 사례로 주겠어요. 그 정도라면 부족하지 않겠지요?” 남의소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잔금섭혼신편은 확실히 절세의 신병이기(神兵利器)라서 보는 사람마다 탐을 내지요. 그리고 하나의 성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더욱 진귀한 것은 연금(軟金)으로 만든 채찍집입니다. 채찍집까지 나에게 주겠다면 나는 즉시 그를 구해 주겠어요.” 지옥혈녀 흑백사는 쓸쓸히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채찍집까지 당신에게 주겠어요.” 이어 그녀는 비류신의 곁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이때 별안간 청룡백호가 외쳤다. “흑 낭자, 가지러 갈 필요가 없소. 채찍집은 이미 다른 사람이 약탈해 갔소!” 지옥혈녀 흑백사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누가 빼앗아갔습니까? 그 우람하게 생긴 괴물인가요?” 청풍명사 청룡백호는 처량하게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 괴인이 약탈해 갔소.” 흑백사는 갑자기 놀라 부르짖었다. “앗… 그가 죽… 죽었군요.” 흑백사는 비류신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쳐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던 것이다. 순간 얼음장같이 싸늘한 감촉을 느낀 그녀는 소스라쳐 놀라면서 다시 그의 코에다 손을 대어 보았지만 한 가닥 가냘픈 숨결마저 없었다. 분명히 심장의 활동이 정지된 것이었다. 이에 날벼락을 맞은 듯 크게 놀란 흑백사는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듯하여 급히 부르짖었던 것이다. 청색혈마는 그녀의 말을 듣자 질풍같이 덮쳐 와서 비류신의 손을 움켜쥐었다. 순간,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온갖 생각이 흩어져 버렸다.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하느님… 당신은 정말 이 애의 목숨을 앗아갔습니까?” 그녀의 음성은 거의 울음으로 변했다. “가련한 애야, 고생만 하다가 죽다니… 얘야… 편히 쉬어라! 내가 너의… 원한을 씻어… …” 알고 보니 비류신의 손도 얼음장같이 차가왔던 것이다. 청색혈마는 극히 애통하게 울먹이다가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어깨를 들먹이면서 비 오듯 눈물을 쏟았다. 청색혈마와 비류신의 관계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애통하게 울먹이는 것을 보자 기지가 뛰어난 청룡백호와 남의소녀는 그들 사이의 관계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그것은 남의소녀가 그에게 갖는 그런 연정이 아니라 선배와 후배 사이의 자애(慈愛)라는 것을… … 청룡백호는 몹시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기쁜 표정 같기도 하고 괴로운 표정 같기도 한 묘한 표정, 그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무수한 변화 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몇 가지 표정이 아니라 실로 천만 가지의 표정이었다. 마침내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는 이미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지난날의 흔적 한 가닥을 생각해 내었다. 이 가을, 여전히 밝은 태양은 동쪽 하늘 위로 불쑥 솟아오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다. 그러나 음산하고 황량한 이 묘지에는 짙은 우수와 애상이 덮여 있었다. 이때 돌연 남의소녀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청색혈마와 흑백사, 청룡백호 세 사람의 비통한 심정을 잠시 흩어버렸다. “그는 이미 독이 혈맥으로 스며들어 목숨이 위기에 처해 있어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화타(華陀)와 편작(扁鵲)이 다시 나타난다 해도 그의 생명을 소생시킬 수 없을 거예요.” 청룡백호가 급히 물었다. “낭자, 아직도 그를 구할 수 있단 말이오?” 남의소녀는 싸늘하게 웃었다.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곧 비명에 죽을 거예요.” 지옥혈녀 흑백사가 괴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은 그를 구할 자신이 있나요?” 그녀의 어조에는 회의가 깃들어 있었으나 그녀의 마음만은 남의소녀에게 비류신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