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0457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1407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3929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4788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5978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7176
https://m.blog.naver.com/kim000294/220760518276
리좀적 표현의 방법
1. 빙산이론
수면 위에 떠있는 빙산은 드러난 부분보다 감춰진 부분이 더 많다. 드러난 부분만 보고 가까이 다가가면 배는 충돌하여 난파될 것이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유능한 선장은 수면 위에 뜬 빙산만 보고도 수면 속의 빙산을 눈치 챈다. 배에 탄 여행객들은 수면에 뜬 빙산만 볼 뿐 감춰진 부분을 보기는 어렵다. 시쓰기는 빙산의 보이는 부분을 그리는 것이다. 고급 독자는 빙산의 보이는 부분만 보고도 유능한 선장처럼 수면 속에 잠긴 부분을 읽을 줄 안다. 시는 수면 위에 뜬 빙산의 일부를 그리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어마어마한 상징의 얼음이 잠겨 있어야 한다. 잠긴 부분까지 다 보여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잠긴 부분은 유능한 선장인 독자들이 각자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수면이라는 수평선상의 위로 드러난 부분은 이미지가 있는 시어이지만 가라앉은 것은 관념이다. 그래서 이미지가 있는 시어로 그림을 그려주면 그 언어 속의 관념들이 가라앉아 수면 속에 많은 의미를 감추게 된다. 이미지어와 관념어의 구분선은 빙산이 떠있는 수평선이다. 수평선에 의해 이미지와 관념이 나누어지듯 우리의 마음속에도 엄격한 수평선을 긋고 시를 써야 한다. 아무리 욕심이 날지라도 관념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관념어는 땅이 다 파헤쳐진 밭에 드러난 고구마와 같은 것이니 더 이상 상상의 여지가 없다. 고구마 밭의 줄기와 잎의 표현을 빌려야 한다. 그 줄기와 잎을 보고 농부는 튼실한 고구마를 상상한다.
물에 잠긴 부분까지 다 드러내려고 하게 되면 그 빙산은 녹아서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차갑고 투명하면서 돌처럼 굳어진 시의 결정들은 풀어져 맹물 같은 시가 될 것이다. 이미지의 결합으로 고농도의 압축된 시는 얼음덩어리 같지만, 관념으로 풀어진 시는 맹물같이 무덤덤하고 싱거운 것이다. 독자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설명해야 이해할 것 같은 인식은 이미 자신이 풀어져 물같이 된 것이다. 작은 빙산을 수면에 띄우고 수면 속에 산 같은 덩치를 키워야 한다. 작은 빙산을 보고 섣불리 다가왔던 배들이 파손될 수 있도록 엄청난 무게와 파워를 키워야 한다. 그 무게와 파워는 상상의 크기와 깊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수면 속에 감추면 감출수록, 해저로 가라앉으면 가라앉을수록 빙산은 더 무서워진다. 무서운 빙산처럼 다가오는 시, 수면 위에 작은 단면을 보고 감이 상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시를 써야 한다.
2. 시어라인
시어라인은 하나의 제목이나 소재를 놓고 마인드맵을 통해 관련 언어를 찾았을 때 이미지가 있는 단어는 시어가 되지만, 관념으로 이루어진 단어는 시어가 될 수 없다는 구분을 갖게 하는 구획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드 와인’을 가지고 마인드맵을 통해 관련 언어를 찾아본다면, 레드와인은 마인드맵의 둥치가 될 것이다. 이 둥치에서 각자 나름대로 줄기를 뽑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과거, 현재, 미래, 유사성 등의 줄기를 설정하고 가지를 뽑아보자.
과거의 줄기엔 포도밭, 햇빛, 바람, 거름, 포도, 장화, 오크통 등의 관련 이미지들이 나왔다면 이 이미지들만을 시를 쓰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도밭, 햇빛, 바람, 거름 등은 밑바탕이라든지, 본능, 원초성을, 장화는 밟히고 으깨어짐을, 오크통은 어둠이나 감옥, 절망 등을 내포하고 있다. 시를 쓸 때는 이미지 속에 들어 있는 관념어를 쓰지 말고 관념어 대신 관념어를 담고 있는 이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줄기에서 이미지를 뽑아본다면 포도주, 코르크, 입술, 글라스 등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어가 시어가 되고, 이 이미지 속에 들어 있는 포도주의 정신인 열정이나 자유, 코르크의 억압이나 질식, 입술의 사랑이나 열정, 글라스의 투명함이나 맑음과 같은 관념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줄기에서 이미지를 뽑는다면 찢어진 라벨, 빈병, 쏟아진 피와 같은 것을 찾을 수 있다. 짖어진 라벨은 처녀성의 상실이나 파괴를, 빈병은 죽음이나 허무를, 쏟아진 피는 전쟁이나 상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유사성의 시각에서 본다면 입술이나 피, 볼, 낙엽, 노을 등을 찾을 수 있다. 입술은 사랑이나 정열을, 피는 죽음이나 생명을, 볼은 수줍음이나 취기를, 낙엽이나 노을은 사라짐과 같은 관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상의 열거는 개략적인 것이다. 더 복잡한 관념을 끌어낼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에 머물렀다.
시를 쓸 때는 관념을 쓰지 말고 관념을 포함하고 있는 이미지를 써야 한다. 그래서 이미지 속에 들어 있는 관념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물 속의 관념을 읽고 관념 대신 사물로 자신의 관념을 대신 나타내는 것이 시적 표현의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자유자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징성을 알아야 한다. 상징이 빠진 시는 상상할 수 없다. 생명이 빠져나간 시체요, 마른 나무에 불과하다.
상징성을 품고 있는 이미지와 상징성이 드러난 관념과의 구별이 곧 시어라인이다. 마인드맵을 통해 줄기에서 가지로 분화될 때 이미지로만 그리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관념의 가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가지는 반드시 이미지의 가지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마인드맵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시어라인은 형성될 것이다.
또한 동사의 사용이 중요하다. 추상적인 동사들은 좋은 시를 쓰는데 적합하지 않다. 구체적인 동사를 끌어와서 명사와 짝을 이루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먹다’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동사이다. “그녀는 밥을 먹는다.”라는 문장의 ‘먹는다’라는 동사는 시쓰기에 적합한 언어가 아니다. ‘먹는다’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맷돌을 갈듯 밥을 자근자근 씹는다.”라든지, “볼때기가 터지도록 밥을 퍼 담는다.”와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동반될 수 있는 동사의 사용이 중요하다. 이미지적인 명사에 구체적 묘사의 동사가 결합될 때 문장은 표현의 문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장을 만들기 위한 명사와 동사의 채취 ‧ 절단이 가능한 구역의 경계가 바로 시어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레드와인 /김기덕
코르크를 뽑자 4백 년 전의 바람이 인다
뚜껑이 열린 알라딘의 램프
햇빛 출렁이는 포도밭과 포도송이들
광장과 깃발과 군중들의 압축파일이 풀려나온다.
오크통 속으로 쏟아진 눈알들
발굽에 짓밟혀 어둠에서 피 흘리던 얼굴들과
인두 같은 입을 맞춘다.
혀끝에서 감전되어 전신을 마비시키는 뇌향
굽고 뒤틀린 가지에 매달렸던 벙어리들이
두 손으로 받쳐 든 고풍의 병 속에서 나와 자유를 외친다.
시간의 눈금을 긋고 강물로 기다린 오늘
칼이 울리는 축배의 종소리에
나는 천상의 불을 훔친다.
유리창에 달라붙는 단풍의 입술 속에서 불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루즈가 묻어난 하늘
비틀거리며 루이 13세는 노을 속으로 떠나고
깃발과 함성과 징소리 불길로 번진다.
본인의 졸작을 실었다. 넓은 마음으로 시의 내용보다는 방법에 중점을 두어 봐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새로운 시의 선구자가 되기를 바란다.
3. 시의 상징성
상징은 존재와 의미의 2가성, 다의성 또한 모호성이나 밝혀짐의 기대를 갖는 것을 본질로 한다고 김기붕은 『프랑스 상징주의와 시인들』중에서 언급하고 있다. 상징은 하나의 기호이며 동시에 의미를 갖는 것으로 현상은 곧 무언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호의 의미의 우호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유추관계가 긴밀히 작용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유사성이 아니라 막연한 암시에 의해 다른 것을 뜻하거나 표현하는 것이다.
낭만주의는 감성체계에 바탕을 둔 서정적 산물로서 우주의 중심을 주관적, 개인적 관념에 두고 있다면, 상징주의는 감성체계와 이성체계에 근거를 둔 이념적 정화를 중심으로 하고 인간까지 포괄하는 우주 자신을 중심에 두고 감각과 이념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모든 현상은 자족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여기에 인간의 인식이 첨가되면 경이로운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 그래서 하나의 사물은 존재하지 않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의미와 속뜻을 갖게 된다. 시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볼 때 의미나 관념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상이나 사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이미지어가 필요한데, 그 표현된 언어의 그림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속뜻이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읽으려고 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이미지어가 갖는 자체의 상징성, 또한 같은 이미지라 해도 여러 사람의 감정이나 시각차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는 시의 모호성을 극대화 시키는 요소이다. 모호성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다양체적 요소이며, 나와 세상 모든 현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시의 필연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현상 속에 담긴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현상을 만들고, 의도된 사물의 조합을 이루어 다양한 형식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작품 세계는 다층적이고 다면적이어서 보다 많은 현상을 유추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의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상징주의자들은 “가시세계는 불가시 세계의 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감각적 대상 속에 정신적 현상의 상징적 요소가 공존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언어로써 생각하게 하는, 또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감각적 언어들 속의 상징들을 꿰뚫고 있지 않으면 자유자재로 감각적 언어를 요리할 수 없을 것이다.
4. 상징과 리좀적 관계
하나의 이미지는 여러 상징적 관계를 만들어 분화되고 확장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십자가라는 상징물은 구원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사형의 형틀이 되기도 한다. 또한 플러스의 의미도 되며, 우주나 영원한 세상을 상징하고 부처님 가슴에 있는 길상을 의미하는 卍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십자가가 네 개의 상징물로 분화되었다면, 이 네 개의 분화점은 곧 접속점이 될 수 있고, 이 네 개의 접속점은 다양한 배치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구원의 상징으로 배치한다면 교회, 미사, 성경책, 천국, 천사, 베드로 등등으로 분화되고 여기에서 또 다시 수없는 분화가 가능할 것이다. 형틀의 의미로 배치한다면 로마, 죄수, 사형장, 못, 창 등으로 분화될 수 있을 것이고, 플러스의 의미로 배치된다면, 드라이버, 계산기, 수학책, 양지, 저축 등으로 확장될 것이다. 또한 卍 으로 배치된다면 절이나 나치, 우주 등과 같은 새로운 접속점을 만들 것이다. 이렇듯 십자가라는 하나의 이미지는 무수히 많은 접속점을 만들고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며 다양체를 만든다. 이것이 몇 번 더 확장되면서 분화된다면 세상의 모든 사물과 맞닿게 될 것이고,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사물은 상징적인 관계를 통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고, 리좀의 뿌리처럼 뒤얽혀 있다.
하나의 사물이 하나의 의미로만 사용되는 1:1의 관계는 없다. 하나의 사물 속에는 미처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많은 연결고리와 접속점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이것을 발견하고 찾아서 서로 분기 ‧ 접속시킴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다양체를 만들어서 그 안에 새로운 의미나 진리, 주제의식들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나를 비롯한 하나하나의 사물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물망 같은 상징으로 촘촘히 엮어져 있다. 이 많은 분기 ‧ 접속점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분기 ‧ 접속점을 원하는 대로 찾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시쓰기는 막힘이 없고 그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5. 기호학파적 접근과 상징의 적용
소쉬르가 처음으로 체계화한 기호들은 문학작품의 언어적 의미를 보이지 않는 언어의 관0계성을 강조하며, 이것은 공시적인 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했다. 언어를 사고의 표현에서 언어를 기호의 체계로 이해하면서 기표인 시니피앙과 기의인 시니피에 사이의 관계를 이끌어 왔다. 기호는 세 가지로 기표와 기의 그리고 기표와 기의가 결합하여 만든 새로운 요소인 기호이다. 기표와 기의의 결합은 의미화 작용이라 하고, 외부세계가 공급하는 기표, 마음이라고 하는 내부세계가 공급하는 기의가 결합되어 표상의 세계에 편입하는 기호가 탄생된다. 문학적 기호는 다중의미체이다. 다중의미성은 기표에 기의가 자의로 연결되는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뜻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기호의 다중매체가 바로 상징적 요소이며, 다양체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바르트는 신화체계 속에서 메타언어를 찾고 있다. 바르트는 1차질서, 그리고 2차질서로 구분하면서, 1차질서는 의미작용에서 현실의 수준, 자연의 수준이라 하고, 2차질서는 문화의 수준이라고 했다. 1차질서는 기호의 모호함이 없는 객관적, 직접적 자연의 의미를 가지며, 현실의 외연적 의미만을 생산한다고 했다. 2차질서는 두 가지로 하나는 함축이고, 다른 하나는 질서로 구분한다. 함축은 기표가 기의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의 문화적 배경과 체험에 따라 천차만별의 함축의미를 일으킨다. 예를 들면 달에서 얼굴을 생각한다든지, 배를 상상한다든지, 백동전을 연상하는 것이다. 신화란 함축적 기의들로 엮인 고리의 체계를 말한다. 신화는 함축의 의미체계로 끊임없이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언어들의 조합을 통해 로만 야콥슨은 언어의 시적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야콥슨은 은유/환유의 의미론적 양분법을 바탕으로 그의 시각을 전개하는데, 양극성과 등가성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양극성이라는 개념은 언어 운용의 연합적 축과 통합적 축을 말한다. 전자는 선택의 영역이며, 후자는 결합의 영역이다. 이때 “선택의 근간은 등가성, 유사성, 상이성, 동의어와 반의어 따위가 있고, 결합 곧 배열의 순서를 이루는 밑바탕은 인접성”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상징적 요소들의 결합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야콥슨의 수직적 차원과 수평적 차원에서 수직적 차원은 언어저장고에서 한 단어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때는 은유에 의해서 일어난다. 또한 수평적 차원에서는 환유에 의해서 결합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즉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데 있어서 주어+동사의 문장이라면, 주어의 위치에 놓일 여러 대등한 단어들 중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동사는 대등한 환유적 요소들 중에서 선택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배치의 리좀적 시에 있어서는 은유적 요소가 또 다른 상징적 요소로 전환되어 문장과 문장으로 접속될 수 있다. 예를 들면(도랑물이, 개여울이, 강물이, 시냇물이) 중 하나와 (소리 지르다, 노래하다, 달려간다, 흐른다) 중 하나가 선택되어 만약에 ‘강물이 흐른다’가 되었다면, 강물에 대한 상징(세월-달력, 정화-목욕탕, 식수-수도꼭지, 발전-전구) 등의 여러 상징물 중에서 선택하여 새로운 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치는 또 다른 문장이어야 하고, 그 거리감이 너무 멀거나 이어짐에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단락을 띄워 결합할 수 있다. 야콥슨의 선택 ‧ 결합의 방법을 활용하여 시의 문장을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이에 대하여 상상적 요소들의 활용능력을 키운다면 의식의 확장과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결합을 이룬 새롭고 참신한 시를 쓰게 될 것이다.
6. 상징에 대한 케빈 베이컨의 6단계 이론 접목
케빈 베이컨의 6단계 이론은 한 사람이 평생 살면서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숫자가 적게 잡아 1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다시 그 100명이 또 다른 100명, 그러면 10,000명이 다시 100명해서 여섯 단계만 거슬러 가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징관계에서도 이렇게 단계를 거듭해 나가면 모든 사물이 다 통할 수 있다는 가정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상징을 통한 이미지의 접속은 어떤 사물이든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그 과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의식을 확장해서 사물을 연결, 접속시킬 수만 있다면 시의 구성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또한 사고의 분기, 분화도 더 다양하고 세밀하게 만들어 감으로 의식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1단계에서 2단계로 분화한 상징은 눈에 보이도록 그 관계가 확연히 드러나 있지만, 3단계, 4단계로 더 확장해서 이미지가 분화한다면 복잡해지고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깊은 단계의 상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징단계를 활용해 시를 쓴다면 바다 같은 시, 우주 같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7. 상징 연구의 필요성
시쓰기에서 상징을 꿰뚫고 있다는 것은 큰 재산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상징성을 발견할 때 여러 다양체의 접속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 속에는 이미 많은 상징들이 들어 있다. 공중적이든, 원형적이든 삶 속에서 습득되고 인지된 의식에 의해 우리는 사물 속의 상징들을 감지하고 있다. 이 상징의 종류를 많이 알고 있다면 여러 접속점이 있는 장난감 블록으로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시쓰기에 매우 유리하다. 만약 십자가를 구원의 상징으로만 본다면 십자가를 통해 시를 전개 할 때 그 만큼 단순한 전개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칼 구스타프 융의 개인적 상징, 공중적 상징, 원형적 상징을 공부해 왔고,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통해 여러 상징적 요소들을 접해 왔다. 우리의 인식 속에는 이미 이러한 상징들이 고정관념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를 보면 그 속에서 여러 상징적 요소들을 유추하게 된다. 예를 들면 뱀이라는 사물을 보면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한 것과 저주 받아 배로 기어 다니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또한 갈라진 혀로 인해 두 마음을 가진 자 및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을 상상한다. 하지만 불교적 시각으로 보면 우리와 똑같은 중생으로 전생에 죄가 많아 뱀으로 환생한 것일 뿐이다.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으로 보면 남자의 성으로 상징되기도 하지만, 한국의 꿈에서는 조상이나 지혜로운 자녀의 태몽이 되기도 한다.
하나의 뱀이라는 이미지를 시 속에 끌어 오기까지는 이러한 상징성을 다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서정주의 ‘화사’에서 “스며라, 배암!”은 순이를 대상으로 한 성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질 들레즈가 깃발을 통해 말한 배치 관계를 보면, 붉은 깃발이 배와 배치되면 구호신호를, 데모하는 군중과 배치되면 혁명을 상징한다고 했다. 여기에서의 붉은색은 무질서, 위험, 열정, 희생, 피를 원형적 상징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배치가 달라짐으로써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배치관계에서 상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상징성은 신화나 종교, 역사, 이야기 등을 통해 생성 발전되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상징성의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나라의 방대한 꿈풀이 사전을 통해 한국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원형적 상징을 연구해 왔다. 방대한 양의 꿈해석을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다른 장에서 꿈에 대한 해석을 통해 시를 위한 상징성을 확장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