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and deep kiss
Kai - <2002.3.30>
그 피를 네 눈물로 씻어 내려라
그 더러운 눈물을 내 혀로 닦아 내 안에 머금은 채 '함께'
소리를 저주 하는 그 혀로 내 입술을 덮쳐 내 목안에서 네 울부짖음을 토해 내도록
그리해 내 혀는 너의 눈물과 너의 소리를 담아 한껏 젖어 의미있는 단 하나의 고깃덩어리가 된다
너의 손으로 내 머리카락이 뒤엉키도록 힘 주어 잡아 채도록
네게 걸려 있는 한 줄기 바람이 될 수 있다면
너의 손에 들려진 칼로 나를 헤집고 나의 심장을 갈라 확인 해 주어라 그 눈으로 보아라
그 안에 가득 담겨진 썩은 눈알들 네 눈알을 비출 테니 그 눈알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삼킨 나의 잔재
그 눈알 하나 하나에 담긴 눈물과 핏 물이 넘쳐 너를 적시고 너의 눈알을 유혹할 수 없도록
너는 그것들을 세차게 내리쳐라 쪼개지고 또다시 갈라져 진물만이 흘러 내려 으깨어 지도록
그리해 그 것들을 삼킨 원래는 나의 심장일 징그러운 핏덩이를 그 손에서 씻어 내려라
나는 너를 애타게 부르짖더라도 네 혀는 내 안에서만 울부짖어라 네 혓바닥의 까칠한 돌기들은
내게서 목마름에 구원은 얻을지언정 내게 소유의 권리를 주장하진 못할 것이다
내 혀를 그 이로 물어 뜯어라 그리해 나 또한 너를 삼키지 못하게 하라
나는 너를 사랑할지언정 너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웃기만 해라
그 잇새로 가득한 잘려진 혀를 내뱉지 못한 채 그렇게 붉은 빛 입술을 살며시 베어 물며
가지지 못할 것을 소원하는 사람들에게 네 핏빛 물방울로 세례를 내려라
그 피를 내 잘려진 혀는 더 이상은 머금을 수 없겠지
그래서 삼켜 주겠다 너의 혀 너의 언어 너의 사랑
하지만 너는 아니다 너는 내 것이 아니다
내가 너의 것이 아니듯 우린 서로에게 혀를 넘겨주며 언어를 뒤바꾼다
서로의 마음을 변상하듯 상처를 헤집는다
물컹한 너의 혀를 살짝 깨물어 나의 안으로 받아 들인다
뒤바뀐 마음으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도 될까 하지만 그것은 착각
나를 사랑하는 너의 혀는 달콤한 말로 나를 위로하는 구나
나의 내장을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자신을 가지라 하는 구나 더 괴로워 지고 마는 구나
kiss
"너 벙어리냐?"
"응"
"역시 그랬구나."
물기 어려 반짝이는 눈동자가 말을 건넸다.
눈알이 그 물에 번져 흐려졌다.
눈알이 점점 그 물 안으로 가라앉아 어둠이 되고 까만 빛 동공만이 가득해 해골의 눈 구멍처럼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
녀석이 손을 내밀어 입가를 쓰다듬는다 싶더니 갑자기 입 안으로 손가락하나를 밀어 넣는다.
하지만 그 손가락은 단단한 이에 가로 막혀 버린다. 부드럽게, 열어 달라는 듯 살짝 손톱 끝으로 이를
톡톡 건드린다. 키스를 바라는 혀처럼.
기꺼이 입을 개봉하여 녀석의 손가락을 받아 들인다. 녀석의 손가락을 흠뻑 적시는 듯한 느낌으로 혀로
감싼다. 조금 더 들어 오라는 표시로 녀석의 검지 손가락의 밑 부분을 혀로 핥아 올린다.
"내 혀를 가질래 아니면 클리토리스를 가질래. 그것도 아니라면 보이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을
내 심장을 가질래."
"네 손가락을 내게 주어. 네 혀처럼 너를 내게 노크한 네 손가락을 내게 주어."
녀석이 눈을 감는다.
녀석의 어둠이 다섯 기둥을 쏘아 내며 내게 다가와 나의 눈꺼풀을 감기고 그 온기를 나누어 주며
통증을 선사한다.
녀석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파리가 날아 다니는 듯 아주 거슬리게, 까칠하고 메마른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며 내 귓바퀴를 세게 물어 뜯는다.
암흑 그 안에서 붉은 피가 흔들린다. 내 눈을 구속한 녀석의 손가락에 내 손을 겹쳐 깍지를 끼어 도망
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잡아맨 뒤 녀석에게 내 눈을 준다.
온전히 녀석만을 담아 내는 내 눈알은 붉게 피칠 한 녀석의 입술을 투영한다.
핏기가 모자라 보였던 그 입술에 칠해진 피는 조금 부족했던 듯. 녀석의 혀가 입술 새로 샐쭉 머리를
들이밀 때마다 엷어져 사라진다. 립스틱을 닦아 내듯 혀로 피를 닦아 낸 녀석이 뱉어 낸 것은 나의 귀
걸이. 녀석의 연인이 내게 선물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파이어.
"어울리지 않아. 네 피와 사파이어는."
"너와 너의 그처럼?"
"응. 나와 너의 사파이어처럼"
녀석이 싱긋 웃는다. 녀석의 눈은 여전히 어두운데 그 미소는 너무 밟아,흑점이다.
녀석이 다시 입을 연다. 어쩌면 녀석은 벙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울리느냐가 문제가 되진 않아. 비싸고 많은 이들이 가지길 소망하는 거라면.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도
한번쯤은 입어 볼 가치가 생기겠지."
"많은 이들이 원하는 값어치 있는 보석과 네가 죽도록 소원해도 가질 수 없을 너만의 보석과.
어느 게 더 매력적일까?"
"전자는 나의 만족이겠지. 그러나 가치 없을 테고. 후자는 갖지 못해야만 영원히 동경하겠지.
굳이 고르라면 후자가 아닐까."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고르게 되는 건. 꿈이란 것과 같은 걸까. 쿡 "
"이렇게만 존재하자. 이렇게만.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서로를 애타게 부르며.
그렇게 우리만의 언어를 갖고 서로의 혀를 먹어 버리자. 내가 아니면 알 수 없도록.
네가 아니면 가치 없도록. 늦은 후회는 추해지는 법.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끊임 없이 나를
내쳐 가며 손 뻗게 되는 것이 꿈. 나의 꿈."
"너는 벙어리야. 나는 귀머거리. 쿡. 네가 입을 벙긋 거리면 나는 너의 말을 들을 수 있어.
네 혀는 내 안에 담겨 있으니까."
"나는 장님이고 너는 벙어리야. 네가 내 말을 들을 때 내 혀는 네 안에서 네게 속삭이고 내 눈은 이미
감겨져 너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너의 혀는 내 안에 담겨 나의 혀를 찾아. 내 온몸을 헤집겠지."
"하지만 너는 그의 손을 잡고 빛 속을 걸어야 하는 사람"
"그리고 너는 내 손을 잡아 그에게로 이끌어야 하는 사람"
<kiss and deep kiss.......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