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의 기준에 대해서 관대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같이 날씨가 점점 추워오기 시작하는 이즈음에는 혈관계 질환이 많이 온다. 혈관의 상태를 가장 손쉽게 알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가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 하면 수명감소, 심장관상혈관질환, 뇌졸중위험도 증가, 뇌출혈 신부전 망막병증 등과 관련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중 가장 심각하고 빈발되는 병증이 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이다. 이 뇌혈관 질환은 후유증도 심각한 질환이라 다들 무서워하기 때문에 조금만 혈압이 올라가도 심각하게 생각하며 또 무조건 혈압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필자가 학생시절 때만 하더라도 정상혈압은 120/80인데 아래위로 20씩의 여유를 두어서 100/60과 140/100까지도 정상영역으로 인정을 했다.
나이가 들면 혈관 탄력성이 줄어서 약간 더 올라가는 정도도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질환이 없다면 정상으로 볼 수 있으며 또 혈압은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한두번 재서 바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혈압은 일정한 시간에 1주일 이상을 재어서 평균을 내야 한다고 배웠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초진인데도 불구하고 120/80이 넘었다고 혈압약을 처방받았다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이 의문이 최근에 접해본 김진목원장이 지은 <의사가 된 후에야 알게 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라는 책을 읽어보고는 현재의 의료마케팅에 대해서도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고혈압 학회는 최고 혈압 160mmHg 이상, 최저혈압 95mmHg 이상이던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2000년 최고 혈압 140mmHg이상, 최저혈압 90mmHg이상으로 낮추었다. 그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어제까지 건강하던 최고 혈압 150, 최저혈압 92인 사람이 바로 오늘부터는 고혈압 환자가 되어 약을 처방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듯 진단 기준을 낮춘 결과, 2100만명의 새로운 고혈압 환자가 생겼으며, 총 3700만 명의 고혈압 환자가 혈압강하제를 처방받게 되어 제약업계는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최고혈압을 140 이상 최저혈압이 90 이상일 때 약을 처방한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 하는데 필자는 최근에 120/80에 들지 않았다고 혈압약을 처방받았다는 환자를 상당수 보았다.
혈압강하제는 현대의학에서 만성병에 쓰이는 대부분의 약이 그렇듯이 일시적인 효과가 있는 증상완화제에 불과하다. 즉 혈압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고 잠시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혈압강하 효과를 지속하게 하려면 계속 복용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와전이 되어서 “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거의 종교적인 경구가 되어 버렸다.
이에 반하여 다들 혈압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로 무관심한 것 같다. 혈압약은 공통적으로 성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그 악영향이란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장애 등을 말한다. 양약의 혈압약은 기전으로 구분하면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그 첫 번째가 이뇨제이다. 소변을 통해서 수분을 많이 배출시켜서 혈액양을 줄여서 혈압을 낮추는 방법이다. 낮은 용량에서는 뚜렷한 부작용이 없다고 평가되며 노인 환자들에 효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나트륨의 감소가 두드러져서 저칼륨혈증이나 당뇨병 통풍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두 번째가 베타-아드레날린 차단제인데 이는 교감신경을 차단시켜서 심박출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하강시킨다.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천식 심부전 또는 심장마비 같은 심한 유해작용이 있어서 따로 심장약을 사용해서 일부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혈관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올리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줄이는 부작용이 있어서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심근경색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세 번째가 혈관확장제인데 주로 세동맥의 평활근을 이완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린다. 종류가 가장 많은데 몇 가지만 예를 들면 ACE억제제(안지오텐신합성억제제) 안지오텐신수용체길항제는 혈관성부종이나 단백뇨 호중구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신동맥(腎動脈)협착증(狹窄症)환자의 경우에는 신부전을 일으킬 수 도 있다. 칼슘통로차단제는 가장 많이 쓰이는 혈압약으로 칼슘농도를 떨어뜨려서 세동맥의 평활근을 이완시킨다.
부작용으로 과도한 혈관확장에 의해서 현기증 저혈압 홍조 관절의 부종 등이 올 수 있으며 심장의 근력이 약해져서 심부전이 초래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추성작용약물이 있으며 이 약들은 교감신경 활성을 감소시키는데 졸음과 무기력이 공통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용혈성 빈혈이 일어나는 수도 있으며 대부분의 중추신경제가 그렇듯이 의존성이 생겨서 갑자기 투약을 중지하면 반동성 고혈압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어떤 혈압약도 장기간 복용을 할 경우에는 절대로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다. 시험을 치거나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이론상의 일들은 선명하게 컷트라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인체의 생리상태는 선명하게 컷트라인을 주장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체의 생리상태는 끊임없이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조정을 해서 원상태로 복원 되는 동적인 균형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동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자연 치유력이라 한다.
양의가 제아무리 날고 뛴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이 자연치유력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자연치유력이 혼돈이 오는 질환 즉 예를 들자면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에는 아직은 속수무책이다. 그런데도 현대의학에서는 병을 고친다는 행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연치유력을 훼손시켜서 환자의 안녕을 크게 해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심지어는 가만 놔두면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사람을 단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것도 지금의 아주 엄격한 기준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혈압약을 써서 점점 진짜 환자로 몰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질병이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경우는 병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치료가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경우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오죽하면 동의보감조차 “병을 차라리 치료하지 않으면 오히려 중의(中醫)는 취한다.”고 했겠는가.
모름지기 혈압약을 복용함에 있어서 적어도 혈압과 유관한 병증들 즉 당뇨, 동맥경화, 비만, 통풍 등이 없다면 160/100정도라도 정상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며 혈압을 잴 때 최소한 1주일정도는 같은 시간에 재서 평균치를 내는 신중함만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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