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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이렇게 호된 신고식을 치루고 이런 개떡 같은 당나라군대에 정식 데뷔를 하고 나니 그날이후 그 고된 시집살이를 어찌 필설로 다 할 수
있으리오.
군사전문격외구로 한마디 이른다면 오줌 누고 X 볼 사이도 없었다 하리라.
나의 직속 선임들인 일병들은 10여 개월의 눈물겨운 최 말단 쫄짜 생활 끝에 드디어 대망의 직속 쫄짜를 거느리게 되었으니 그 기쁨과 기대와 위세가 얼마나 컷을 것인가?
그저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모든 놈들이 나만 불러대어 제가 할 일을
나에게 넘겨버리니 이건 대천삼천세계를 티끌로 부수어 그 티끌 수만큼의 천백억화신으로 나투는 신통묘용이 자재하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놈이 이것해라 해서 그것을 하고 있으면 어디서 또 다른 놈이 나타나 저것해라 하고 획 가버리니 몸은 하나요 할일은 태산이라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 어김없이 여기저기 허점이 드러나매 일병 놈들은 상병들에게
얻어터지고 그 불똥은 또 자연히 나에게 날아와서 귀신도 놀다 지쳐
졸고 있을 한 밤중에 해우간 뒤로 끌려가서 일병 놈들에 둘러싸여 군기가 빠졌다느니, 요령만 피운다느니, 새카만 쫄병 새끼가 겁대가리가 실종됐다느니 하면서 이 놈에게 얻어터지고 저 놈에게 짓밟히고
온몸이 걸레쪽이 되어 간신히 내무반으로 기어들어와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날이 밝기가 무섭게 또 팽팽 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쫄병 생활이란 것이 원래 그러하니 그것뿐이라면 왜 나만
서럽다고 하겠는가?
이건 날마다 작업장에 차출되어 생전 삽자루 한번 못 잡아 본 놈에게
땅을 파라, 흙을 져 와라, 모래 날라 와라, 시멘트 날라 와라, 벽돌 날라 와라 하면서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지들 손에 쥐어진 연장으로
인정사정없이 내리 치니 매일 목숨이 간당간당하여 지옥과 염라국을
넘나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쓰가발. 지금도 생각하면 또다시 열불난다. (수리수리마하수리수수리사바하)
어느 날 아침 기상 나팔소리에 벌떡 일어나 잽싸게 작업복을 걸치고 잠자리를 정돈하고 중대 본부 앞마당에 모여서 일조점호와 태권도, 함성 삼창을 한 후 연병장을 서너 바퀴 돈 다음 내무반 정리와 막사 주변 청소를 하고 꼭 중국집 철가방처럼 생긴 커다란 식기통을 질질 끌고 식당에 가서 고참들 식사 시중을 들고 식기들을 걷어 식기를 세척하고 뒤늦게 내무반에 돌아오니 2 소대 내무반 앞으로 집합하라는 전달이 왔다.
식기통과 수저통을 제자리에 정위치 시킨 다음 눈썹이 휘날리도록 죽을힘을 다하여 후다닥 튀어 나가보니 2 소대 내무반 앞에 1 소대원(일병)과 3 소대원(중간 상병)이 줄을 서 있고 병장 한명과 2 소대 고참상병 서너명은 내무반 앞 인도의 높은 곳에 5 파운드짜리 곡괭이 자루를
마치 죽비를 잡듯이 두 손에 말아 쥐고 떡 하니 서있었다.
나는 본부소대 줄이 없으므로 어디에 서야할지 몰라 엉거주춤하고 있는데 처음에 나를 보고 강아지 새깽이라고 하던 전라도 사투리의 갈퀴손을 가진 병장이 손을 까딱거리며 나를 불렀다.
“아나, 아가야! 너 쪼깨 이리와 보더라고”
후다닥 뛰어 가서 그 앞에 서서 최대한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며
“네! 이병 OOO"했더니
“어따, 쓰~벌 놈, 뭔 경례를 하고 지랄이다냐, 푹 쉬더라고” 하더니
소대원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나를 똑바로 세워 내 양어깨에 그 갈퀴 같고 솥뚜껑 같은 두 손을 턱 올리고는 대중을 향하여 우렁찬 사자후를 토하는 것이었다.
“나가 오늘 느그들헌티 한 마디 헐팅께 잘들 들어 보더라고,
앞으로 이 노마는 나으 새낑께 느그들 손대지 말더라고 잉!,
오늘부로 이 노마는 우리 중대에 없는 놈이라 이 말이시,
긴말하고 잡지 안응께 잘 들 해 보더라고 잉!
느그들 시방 나으 말 알아들어 부렀제!!!!”
그러자 동시에 “옛!” 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듯 하였다.
“암만! 그래야제, 죽고 잡지 않으면 잘 들 해 보더라고.”(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하더니 나를 중대본부 앞으로 데리고 가서 국기게양대에 척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며 나보고 옆에 앉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에게도 필터가 달린 사제담배에 불을 붙여 한대 주며 피우라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황송하고 뜻밖이라 머뭇머뭇하다가 하릴없이 두 손 모아 공손히 받아들고 물병장 옆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 맛은
순한 것이 기가 막히나 마음은 꼭 가시방석에 앉은 듯 조마조마 하였다.
저쪽 2 소대 앞을 바라보니 전입신고 때 나에게 코가 삐뚤어지게(?) 합환주를 먹인 후 강제로 동서지간을 맺은 명안상병이 앞으로 나서더니 곡괭이 자루를 죽비 치듯 손바닥에 딱딱 내리치며 그 유명한 다라니를 암송하는데 그 진언인즉 꼭 이러하였다.
“대가리 박아! ... 동작 봐라,... 원위치! ... 박아!, ... 좌로 회전, ...우로 회전,... 원위치! ... 뒤로 취침! ... 앞으로 취침! ... 우로 굴러! ... 좌로 굴러!... 원위치!...”
하고 이런 명령을 순서 없이 지 꼴리는 대로 수차례 반복시키더니 모두 엎드려뻗쳐를 시킨 다음 다른 고참 상병들과 함께 우르르 내려가서 곡괭이 자루로 3 소대 상병들의 엉덩이를 다짜고짜 몇 대 씩 내려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숨이 가쁜지 식식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 와서 곡괭이 자루를 주장자 내리치듯 다시 한번 손바닥에 딱 치고는 밑도 끝도 없이
“야 이 C8놈들아! 니들 똑바로 해! 내 두고 보겠어!” 하더니
곡괭이 자루를 그대로 아래로 휙 내던지고 휭~하니 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곡괭이 자루가 저 아래 엎드려있던 한 상병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빡” 하고 떨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잘 봐 두오, 방망이 처리는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오.)
워낙 뜻밖의 일이라 웃음이 터지려는데 이건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코끝이 간질간질하여 미칠 지경이었다.
(이 때 웃는 것도 보지 않고 우는 것도 보지 않을 때 그 허물이 어떠하오?---수미산)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나머지 고참 상병들도 방망이를 내던지고 모두 가 버리자 엎드려 있던 3 소대 상병들이 부스스 일어나 그때까지 엎드려있던 1 소대원들을 불문곡직하고 걷어차더니 다시 모두 일으켜 세우고는 손이며, 발이며 곡괭이 자루로 닥치는 대로 후려 패는 것이었다.
그러니 여기저기에서 아이쿠! 어쿠!, 윽! 하는 오도송이 낭자하였으니 이것이야 말로 말로만 듣던 자타일시 성불도인 것이다.
군사전문용어로 존나게, 허벌나게, 비 오는 날 먼지 날 때까지 두드려
패 대는데 아마 이라크 공습도 이것에 비하면 유식헌 말로 조족지혈이요 속된 말로 새발의 피일 것이다.
(쉿! 이 용어는 군사기밀용어이므로 민간인은 절대 입에 담지 말 것!)
난생처음 이런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니 갑자기 오금이 저리고 아침
먹은 것이 자꾸 올라오며 속이 메슥메슥 하였다.
저 불똥이 틀림없이 나한테 튈 것이야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악에 받힌 일병 30 여명에 둘러 싸여 오늘 밤 해우간 뒤로 끌려가 돼지게 맞을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더라.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 사바하, 사바아하)
광란의 무차별 공습이 끝나자 상병 하나가 나서서 일대 장광설을 쏟아 붓고 모두 해산시켰는데 그 설법의 요체인즉,
이등병 들어 왔다고 겁대가리 없이 왕고참이라도 된 듯 뺀질거리며
의무를 소홀히 한 죄.
군기가 빠져서 고참 알기를 우습게 알고 왕고참의 심기를 알아서 헤아려 드리지 못한 죄.
군기가 빠져서 식기 잃어버리고도 나 몰라라 태연자약하게 밥 처먹은
죄 등이었다.
하여간 이 후 내가 빗자루라도 잡고 나서면 어디선가 이놈들이 잽싸게 달려들어 눈알을 부라리고 빗자루를 빼앗아 지들이 손수 청소를 하였으며 총기관리랄지 빨래랄지 설거지랄지 모든 잡역 현장에는 아예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서 불안하고 황송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전전긍긍 하였으나 그것도 차차 익숙해지니 그건 당연한 듯하여 급기야는 마치 내가 상병이고 그들이 이병이 된 듯 만사가 두루두루 편안하니 비로소 나의 이 불국정토가 안온하더라.
그래도 내가 그리 미욱한 놈은 아니라서 틈틈이 그들의 비위를 맞춰 주고 담배(화랑담배)니 빵 부스러기니 건빵 등을 남몰래 찔러 주기도하고 그들을 기합에서 요령껏 빼주기도 하니 마침내 그놈들도 나를 좋아하게 되어 나중에는 나에게 조언과 도움을 청하는 놈도 많아졌다. (옴마니반메훔)
이 모두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수승하신 가피력 덕분이었음을 오늘날 절감하노라. Tathata ()()()
참고 1)
당시 식기에 대해 말하면 이것이 아마 6.25 사변 때 미군이 쓰다 버린
것 같은데 생기기가 꼭 타원형의 프라이팬처럼 생기고 가운데 홈이
있어서 손잡이를 접어 넣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것의 재질이 스테인리스 스틸이라 당시에는 제법 값이 나갈
것 같아 보였다.
식당에서 고참들은 쫄짜들이 타다 바치는 밥을 먹고는 그냥 휭~하니 가버리기 때문에 자칫 한 눈을 팔다보면 다른 중대 놈들이 이것을 잽싸게 챙겨 가는 일이 다반사라 서로 미루다 보면 식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러면 무슨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그 숫자를 채워 놓아야 하는데 만약 그 숫자를 채우기 전에 이런 사실이 고참에게 발각되면 그날은 바로 제삿날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놈이 목숨 걸고 남의 중대에 가서 이를 훔쳐 오기 전에는 그 숫자를 채우기가 만만치 않았으니 일병 놈들은 서로 미루고 눈치만 보며 지내다가 결국 단체로 된서리를 맞고서야 비장한 각오로 자살특공대를 조직하여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전법으로 달빛조차 없는 흐린 날 야음을 틈타 적진 깊숙이 침투작전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유한 것은 이 작전의 성공률이 매우 높은 반면 역으로 당하기도 쉬어서 이런 광란의 린치극이 각 중대를 순회하며 악성
유행병처럼 끊임없이 옮겨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각 중대 고참들이 서로 짜고 밤중에 식기를 직접
넘겨주거나 도둑맞는 것을 묵인 내지는 방조한다는 유언비어가 대대
내에 공공연히 들리곤 하였다.
참고2)
이후 나는 이 물병장의 시자<군사전문용어로 따까리>가 되어 이 사람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귀여움을 받았다.
이날 이후 적어도 우리 중대 내에서는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정식 일과에 의한 작업 이외에는 오로지 본부소대의 사소한 일만을 내가 챙겼을 뿐 비공식적인 어떤 작업이나 집합, 기합이나 야간 린치 등에 있어 거의 열외가 인정되었다.
이 물병장은 한번 화가 나면 그 성질이 매우 사나워서 장교들도 쩔쩔
매는 사람인데 월남전에서 못 볼꼴을 많이 봐서 그런지 대부분 우수에 젖어 명상에 잠긴 듯 조용하였으며 항상 시니컬한 냉소를 입에 달고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싸늘한 표정으로 번득이는 광기 어린 눈빛을 들어 사람을 쏘아 보면 그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 부대 내에서는 이 사람에 대한 믿기 힘든 전설적인 이야기가 은밀히 전해 내려오고 있었으며 모든 이들이 이 사람을 보스 중의 보스인 흑산도파의 대부로서 항상 외경스런 태도로 대하고 있었으나 나는 사실 이 사람이 싸우거나 직접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다.
이 사람은 월남에서 돈도 꽤 모아서 남에게 돈 쓰는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어에 대한 학구열이 높아서 손때가 까맣게 묻은 조그만 한영사전을 손에 들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나에게 발음을 묻고는 자기가 월남에 있을 때 미군들 발음은 이랬던 것 같은데 넌 왜 그러냐 하며 따지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였다.
그래서 웬만한 영어회화도 곧잘 하였다.
다만 전라도 사투리에 기인한 인토네이션에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차후 여건이 허락된다면 이 사람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와 그가 제대할 때까지 3 개월간 그를 시봉하며 겪은 납량특집 서스펜스 뉴 휴먼드라마를 들려주겠다.(그러나 그러기는 쉽지 않을듯 하다.)
근데 왜 머리만 딥다 식히고 공안 서산발(277번 글)에 대해서는 답들
안하시오?
아따! 느그들 증말 죽고 잡냐? (이건 그 분의 메시지 임다. ㅋㅋㅋ)
첫댓글 서산발/ 사시인가봐. 이쪽이랑께~
틀려뿌렸땅게,
사시에다가 입까지 삐뚤어졌당께. 다시 일러 보랑께
범부님 나하고 지금 놀자는 것이오?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소, 나 그리 한가한 놈 아니오.
틀려부렸당께,
머리만 식히고 답도 못하니 송구합니다.
소나무님 그만하면 사시는 면했다고 봐야죠^^
인과의 결말을 보고 싶습니다. 님께서 올리시는 일이 힘드실 줄 알겠으나 님의 글을 보면서 나름대로 공부도 되는 사람이 있음을 아시고 남의 머리도 식혀 주실 겸해서 계속해서 글을 부탁드립니다.머리가 다 식으면 서산발의 답을 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