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아저씨 불러 혼낸다’ 말해도 아동학대

[전지혜]

어린이집 교사들에겐 훈육이나 사소한 실수로 여길 수 있는 행동들이 아이들에겐 엄연한 학대행위가 될 수 있지만, 대다수 교사가 훈육과 학대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무의식중에 학대를 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관내 어린이집 교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와 처벌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소개된 사례는 모두 실제 경찰에 입건된 경우로 구성됐지만 참석한 교사들은 “이런 것도 학대행위에 해당하느냐?”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가 식사시간에 아이들에게 특정 종교의 기도행위를 시키거나 ‘경찰 아저씨 불러서 혼내줄 거야’같은 가벼운 위협을 하는 것도 모두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

아동복지법은 직접적인 폭행이나 욕설뿐 아니라 정서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다양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잘못을 했다고 어린이집 밖으로 쫓아내거나 때리지 않더라도 물건을 들고 때릴 듯 위협하는 것도 엄연한 학대행위다. 또 보육교사가 낮잠 시간에 아이들이 잠든 동안 자리를 비우고 볼일을 보고 오는 것도 ‘물리적 방임’ 행위로 학대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

이 같은 학대행위들은 폭행 등에 비해선 경미해 기소유예 처분이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학대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또 이런 학대행위가 상습적으로 이어질 경우 형사처벌이나 어린이집 폐쇄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무심코 한 행동들이 학대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몰랐다”며 “혼자 여러 아이를 장시간 돌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짊어질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무심코 이뤄지는 정신적 학대가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큰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음을 강조하며 일선 교사들이 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정부경찰서 아동·학교폭력 팀장 이정삼 경위는 “정말 악의적인 학대도 있지만, 교사들이 훈육 차원에서 한 일이나 사소한 부주의가 학대행위로 판정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행동도 엄연한 학대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윤재준·최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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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규]

인권이란 모든 인간을 그 대상으로 한다....흔히 아동의 인권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