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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1일 조약도 삼문산 해맞이 산행.
무자년(戊子年)이 저물어 가고 있다. 잠시 후면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는 해맞이 산행을 하기 위하여
늦은 밤 시간대인 오후10시에 출발을 하여 해맞이 장소인 조약도로 향하는 길이다.
불빛을 향하여 속절없이 달려드는 부나비 처럼 하나 둘 희끄무레한 눈발이 차창으로
날아들기 시작한다.호남지방으로는 눈 소식이 있었지만 해맞이에는 별 영향이
없으리라는 예보를 우선 믿어 보려한다.광주에 접어 들면서 부터는 눈발이 굵어지고
양이 사뭇 많아 졌다. 도로사정을 감안하여 운행을 해야만 할 정도로 퍼붓는 눈의 양이
부쩍 늘어 난 것이다. 자연히 운행속도가 느려 질 수 밖에 없다.
육지를 벗어나는 고금대교를 지나니 눈발이 서서히 그쳐 간다. 그동안에 고금도에는
눈이 별로 오지 않은 모양이다. 도로변에도 눈 온 흔적이라고는 살짝 흰 소금을
뿌려 놓은 듯 눈이 비켜간 모습 뿐이다.
고금도를 경유하여 약산대교를 건너서야 오늘 해맞이 산행지인 삼문산에 이를 수 가
있다. 약산 대교를 지나서 얼마 안가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진행 하여야 한다.
이윽고 약산면 소재지에서 득암항을 잇는 지방도를 만나고,곧이어 득암항 방향으로
진행을 하다보면 작은 고개를 만나는데 그곳이 삼문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다.
약산대교를 건느면서 내리기 시작하던 눈발이 해풍이 가세 하면서 거칠어 지기
시작한다. 해뜨는 시간이 오전 7시30분에서 40분 쯤이 예상이 되니, 시간상으로
느긋하게 조반을 뜬 다음에 날씨를 살피며 여유있게 나서도 될 듯하다.
해풍을 동반한 눈발이 심통을 부린다. 먹거리는 모두 미리 준비하였으니 걱정은 없으나
이른 새벽이고 날씨가 험상 궂으니 조금이라도 더 뜨거운 국물을 대접하려는
마음이 앞 섰는지 모르겠다. 버너가 속을 썩인다. 그 놈이 왜 말썽을 부리는 지
짐작은 가는데 치료를 해줄 재료가 없다. 결국은 뜨겁지는 않지만 미지근한 국사발에
밥을 말아서 조반들을 마친다. 그 덕분에 면 사무소 앞 약산중고교 정문이 새해 벽두부터
번잡스러웠을 것이다. 6시40분 가량되어서 산행에 나선다. 걱정스러웠던 눈발도
어지간이 잦아 들었고, 심술 궂게 몰아치던 해풍도 심기를 많이 누그려 트린 모양이다.
삼문산에 오르는 초입은 우마차나 수레도 드나 들 수 있는 임도에서 시작이 된다.
우측으로 작은 공동묘지가 눈에 띄고 거무스름한 차광망이 씌워진 밭에는 무슨 종류의
작물을 키우는지 빙둘러 철망이 쳐져있다. 좌측으로 작은 계곡으로는 여기 저기
커다란 바위가 희끗희끗 몸을 일으키고 새벽 잠을 깨우는 거무스름한 무리들을 의심어린
눈으로 주시 하는 듯하다. 가뭄 탓 인지 계곡은 적막만이 감돌고,
골 안을 오가는 바람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로 산길은 이어지고 완만하게 등성이로 향하는 산길 주변을
깔끔하게 잡초를 베어 놓아 산길이 깨끗하다.
이곳 주민들의 산 사랑이 그져 고맙기만 하다. 이파리를 모두 떨꾼채 나신을 드러낸
소사나무들이 가득하고, 추위에 아랑 곳 없이 얼굴 빛 하나 까닥않는 동백 식솔들의
기상이 가상하다. 꽃잎을 모두 떨 군 한 길이 넘는 억새가 해풍과 희롱을 하는 움먹재,
좌측으로는 삼문산의 정상인 망봉으로 막바로 오르는 산길이고 우측으로는 최고의
전망대인 토끼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일명 등거산이라고도 불리는 토끼봉을 올랐다가 되짚어 망봉으로 향 할 참이다.
한 길이 넘는 엉성한 억새사이로 점잖게 산길이 나 있다. 이곳 저곳 불빛을 반짝거리는
어촌들의 풍경이 정겹다. 금당도와 평일도,생일도등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식솔들도
새해를 맞이 하려면 이불을 박차야 하는데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불빛만이 반짝거리고
물 살을 가르는 고깃배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다도해의 식솔들 머리위로 먹물을 가득 머금은 구름이 자리를 잡고 떠날 줄을 모른다.
다만 점잖아 진 해풍이 고맙기만 할 뿐이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토끼봉에는 여기저기 조망처에서 카메라 샷다 누르는 동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먼동은 훤하게 밝아 오려 하는데 새해를 기다리는 해맞이 산꾼들에게
검은 구름이 심통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아침을 맞는 어촌들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짐짓 떠오르는 해를 기다려 본다.
그러나 시간상으로는 떠오르는 햇님을 만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바닷 바람이 인심좋게 뒷짐을 지고 있다. 하지만 동짓달 꼭두새벽의 섬 마을 산 꼭대기가
아늑할 리가 없다. 한기(寒氣)가 따뜻한 품속으로 차츰 파고 들기 시작한다.
핑게 김에 소 잡아 먹는다고, 꼭두새벽의 찬 기운은 해장술로 쫓아내야 그 버르장 머리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술꾼들의 항변이고 보면 술 한잔 안 할수 없지 않은가.
가뜩이나 검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심술을 부릴 요량이니 심사가 편치 만은 않은 지도
모른다. 마가목 열매로 빚은 술에, 과메기를 다시마에 돌돌말아 초고추장을 찍었으니
술 좋고 안주 그만이니 안 마시는 술꾼이 공연히 의심받을 만 하다.
그러나 술이란 게 종종 비난 받는 것이 조절의 완급이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완급을 조절할 수 만 있다면 술이란 천하의 명약이 아닐 수 없다.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뒷맛과 위에서 느껴지는 짜르르 한 느낌, 발길을 잡는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망봉을 바라보며 토끼봉을 떠난다.
반듯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움먹재, 봉화대인 망봉을 빤히 바라보며 오르막을
재촉한다.여러 입산객들의 움직임이 관측이 된다. 우리 동료들을 제하고는 다른 산악회
회원들의 움직임을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분명 우리 동료들이 틀림없다.
미리 올라와 검은 구름을 비집고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는 것이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먼동이 트인 걸 보면 태양은 이미 대지위로 솟아 오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이제는 구름을 헤치고 얼굴을 내미는 태양을 맞이 할 뿐이다.
봉화대가 있는 망봉에서 우측으로의 동쪽 능선은 진달래 공원을 경유하여
가사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검은 구름은 곧 내어 밀 것 같은 태양의 얼굴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방해를 한다.
작으마한 봉화대가 꾸며진 삼문산의 정상, 해발356,2m의 망봉이다. 어느 곳을 특별히
바라보는 곳인지? 봉우리 이름대로라면 사방 쪽빛 바다와 다도해의 무수한 섬 식구뿐
더 이상 바라 뵈는 곳이 없다. 그저 바다와 섬의 식솔뿐!
간신히 검은 구름을 뚫고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태양의 식지않는 열정이, 사바세계의
온갖 삼라만상에게 밤새 뒤집어 쓰고 있던 검은 색 일색에서 그들 각자 고유의 색깔을
선사한다. 태양이 나타나자 그동안 심통을 부리던 구름들이 새떼가 흩어지 듯이
소리없이 사라져 간다. 유유자적 망봉을 벗어난다. 오롯히 이파리를 떨꾼채 겨울 해풍에
당당하게 화려한 시절을 위하여 몸을 수구린 나신(裸身)의 나무들, 독야청청의
소나무와 동백의 식솔들, 말라 붙은 이끼와 세월의 물때를 덕지덕지 덮고있는
커다란 바위들이 작으마한 삼문의 능선 길을 지킨다.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서 암봉을 이루고 있는 전망바위, 어느새 천지를 석권한 태양으로
눈이 부시다. 빨강,파랑,초록의 지붕을 이고 있는 어촌이 귀엽다. 우울하고 어두운
회색의 잿빛 가난한 얼굴에서 화려하고 밝고 여유로운 본연의 모습을 되 찿은 것이다.
여유롭게 오르내리던 산길이 살짝 봉우리 하나를 솟구쳐 놓았다.
커다란 공룡 알을 닮은 바위 너덧 개가 유별나고 삼각점이 유일하게 봉우리를
지키고 있다. 해발356m의 장룡산이다. 키는 작아도 조망하나는 육지의 어느 명산
못지 않은 곳이지만 미안 하게도 이곳도 정상을 알리는 빗돌은 세워져 있지 않다.
장룡산을 지나면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직진 방향은 해동리 방향이고, 러쎌의 가야 할 길은 신선골 약수터라 씌어진
좌측의 산길을 따라야 한다. 덩치가 작은 산에 비하면 하산길은 가파르다.
이리저리 휘돌아 나가던 산길에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우측으로 돌아 나가니
직벽아래 작은 샘터가 있고 바위아래 작으마한 굴 같은곳에 물이 담긴 종재기며
양초가 남아 있는 걸 보면 이곳 주민들이 신성시 하는 곳인 모양이고,
또 한켠에는 몸을 단련 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사뭇 넓어진 산길을 따르면 세멘트 포장길을 만난다. 산아래 죽선마을의
주민인 듯한 분이 배낭에 2리터 들이 페트병을 가득지고 샘터로 물을 길러 온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해뜨는 걸 보러 오셨구만!"
밝은 인사가 고맙다. 죽선 마을! 유자 과수원의 유자 알맹이가 햇살에 노릇노릇 빛이
난다. 미역이나 메셍이를 건조하는 야외 건조시설인지 따비 밭에 검은 차광망위에
나이론 그물을 가득 깔아 놓았다. 집집마다 빈 공간이 어구(漁具)들로 가득한 걸 보면
바다가 일터인 분이 이 동네 분들 대부분이 지 싶다.
주로 메셍이와 김, 전복을 양식하여 생활하는 어촌, 얼마 전까지 5,000~6,000원 하던
메생이 가격이 2,000원으로 폭락하여 지금은 마지못해 양식장을 꾸려 가고 있다고
어두운 표정을 짓던 마을 분, 그러나 금새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벌이가 좋다하면
너도나도 덤벼 드는 통에 가격이 떨어진 게 아니냐고 입 맛만 쩍쩍 다신다.
아침나절에 눈보라 몰아치던 사실을 잊은 듯 하늘색과 바닷색이 꽤나 닮아 보인다.
시간은 오전 10시 가량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에 지나쳐 왔으니 바닷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새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름답고 정겨운 바닷 풍광을 즐기며
조약도를 떠난다. 곧이어 고금대교를 넘어서면 마량포구에 도착할 수 있다.
텅빈 포구 주차장에 눈부신 햇볕은 내려 쬐지만 바닷 바람이 비릿한 냄새를 품고
소슬하게 불어온다. 주차장 한켠에는 마을 할머니들인지 여러종류의 건어물을
팔고 있고, 해변을 향해서 횟집들이 죽 들어서 있다.
준비 해간 점심도 해결해야 하고, 바닷가에 모처럼 왔으니 생선회 맛도 봐야
할 게 아닌가. 구수하고 칼칼하게 끓인 육계장에 밥 한덩어리를 말아 먹으니
생선회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애저녁에 횟집으로 몰려 간 대원들은
반대로 점심 육계장 먹을 기분이 아닌 모양이다.점심자리를 파하고 몇군데 동료들이
몰려 간 횟집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이미 농 익었다.
두툼하게 떠놓은 생선회를 겨자섞은 간장에 살짝 찍어 소주와 곁들이니 차진 생선살이
살살 녹는다. 몇 순배 술잔을 나누고 자리를 턴다. 대부분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이제는 귀경을 서두룰 시간이다. 전망좋고 바람부는 겨울철 바닷가 해변의 횟집에서
지루한 귀경의 버스로의 이동이 마뜩찮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도드람 바우님이 바람잡이에 나섰다. "갈 길도 먼데 잠시 여독 좀 풀었으면
좋지 않겠느냐!", 그래서 잠시 노래방 시간으로 지루함을 달래본다.
여러 아마추어 노래자랑에서 실력을 과시했던 정박사 안식구의 노래가 구성지고
가수 조영남씨와도 음악교류를 하곤 했다던 중앙병원 모(某)씨도 예의 노래 솜씨를
과시한다. 노래는 인생의 윤활유 임이 분명하고 음악을 싫어 하는 분은 아마
없을 지 싶다. 그러나 차내에서 부르는 번잡스러운 노래를 피할 뿐이 아니겠는가.
가무(歌舞)를 좋아하는 山客도 차내에서 부르는 노래와 춤은 피하고 싶다.
왜냐하면 차안에서의 가무는 가무 자체의 격(格)을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노래는 노래방이나 무대에서, 춤은 무도장이나 일정하게 마련된 장소에서 즐기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그나저나 즐거운 노래방 시간은 간단히 마치기로 한다.
간밤에 제대로 잠에 들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리고 꼭두새벽부터 해맞이에 나섰으니
피곤도 할 것이고, 게다가 새해를 맞아 건배도 나누었으니 코를 골며 잠에 빠져도
그리 별 흉은 되지 않을 것이다.
조금 전에 18번으로 즐겨 부르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여운이 남아있다.
여러번 불러봐도 가사 외우기가 안되는 걸 보면 총기도 한참이나 떨어진 모양이다.
"궂은 비 내리는 밤, 그야 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섹스폰 소리 들어 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 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을 아쉬워 하는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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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의 구수한 노랫가락도 구성지다 싶었는데 섬산행의 멋을 더욱더 가미한 후기글도 다시금 가고싶게 만드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기대 한만큼의 일출은 아니었지만 마량포구에서의 여유로운시간을
얼큰 구수한 육개장 
모대장님에 구수한 노래 하며 모두 가수 빰칠만큼의 실력들이었어요 이 모든것이 아름다운 추억이 될거예요 러쎌 
해맞이 산행은 러쎌에서 해야...즐거운 산행길...!! 룰루랄라~^^
울님들 덕분에 즐거운 산행 했습니다.
화기애애한 해맞이 산행이 되도록 마음써주신 동료 여러분에게 기축년에는 분명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