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말랑 애만 태우는 하늘은 여전히 뿌릴듯 말듯
구름 속에 한가득 비를 머금었을텐데 정작 바지끈을 꼭 잠그고선
기우제(祈雨祭) 잔칫상을 요구하는지도 혹 모를 일이다.
간 밤 늦도록까지 자경(自耕)의 방향과 농지관리, 작목에 대하여
도시근교 농업인과의 설전(舌戰)이 계속되었다.
만여평의 농지에 봄배추로부터 감자, 대파, 열무, 시금치..,
출하 가능한 상품은 종류를 불문하고 품종으로부터 재배방법까지
해박한 지식을 갖춘 대박 농사꾼인데 갑작스레 변화하고 있는
기후의 이모저모를 정작 읽어내지 못한다.
'배'라 하면 그 누구도 나주를 마다한 사람 없었고
'사과' 또한 충주나 제천이 입방아에 단골손님이었다.
서울로부터 경기이북에서 90일배추를 논할 수 있었던가?
몇 세대를 거쳐 교과서화된 지방별 특산품은 언제부터인가
속으로부터 미세한 반란의 조짐을 예고하고 있었다.
물러버린 나주배를 보며 의하해 했고
제주 일부지역보다 맛있는 고흥산 감귤을 맛보며 눈과 혀의 미각을
의심하였다.
DMZ 허가받은 농지에서는 지금 사과나무가 쏙쏙 자라나고 있다.
그 어느 해엔가는 봉화나 청송보다 맛있는 사과를 선물할지도 혹
모를 일이다.
그렇게 세월과 함께 호흡하고 만지작거렸던 온도의 기운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며 땅은 이변(異變)을 연출한다.
제멋대로의 가족내력을 주제로 삼은 소위 막장 드라마처럼
제 고장의 오래된 텃밭을 잊어버리고 뿌리의 근본마저 휘둘린
과일과 채소들이 새로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성씨를 만드려나 보다.
새로운 족보를 향한 창조주인 셈인가?
대대로 수억원의 연간 출하실적을 자랑해온 지인도 거듭된 새주의
기온차 공격에 약간은 세뇌작용을 일으킨 듯
김장배추로는 여태 심어오던 품종의 일부를 개량하여 구매팀장이
권하는 종자로 갈아타기를 약속한다.
풍년이 거듭되며 양보다는 품질로 승부해야 하는 조절의 시기이다.
어느날엔간 풍년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흉년도 자리하겠지만
그땐 그때의 지략가와 전술가가 선두에 앞장설 것이다.
점심시간.
상암DMC 종합유통센터내 개점할 한식과 한우전문식당에 대해
이모저모의 조언을 선물한다하여 명함만으로도 금세 알아차릴
조리장을 만난다.
2시간여에 걸친 섬세한 충고들이 레미콘 타설 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값진 보약이 되었다.
생활과 환경의 정도가 나아지며 입맛 또한 변화하는 기후마냥
무쌍한 변화들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있으니 요즘의 레시피는
회사나 요리연구가의 손에서가 아니라 급진전된 미디어의 발달로
개미군단의 사람, 사람들에 의해서 전혀 다른 레시피가 소개되고
제조회사는 공짜 레시피를 응용하여 감칠맛나는 요리재료를
창조해내는 모두가 '주어'인 세상에서 희노애락으로 호흡한다.
감사의 뜻으로 상암에서 유명한 순대국으로 대접하니 궁중식 따분^
정식만을 만들어온 조리장님도 5일장을 만난 것처럼 기뻐한다.
저녁으로는 아직도 꽃샘씨의 시샘과 질투가 계속되는 날씨인데
딸래미네 학교 벌써 하복을 준비해야 한다며 피곤에 절여 퇴근한
제 아빵의 허리를 제멋대로 밀고 당긴다.
가벼워보이는 스커트와 자율상의, 반바지 하나인데 제 아빵의
양복값에 한냥을 더 얹는다.
공동구매라 하는데도 짐짓 놀라운 교복가격에 방송으로 -
신문으로 -
줌마들의 깨어지는 그릇으로- 시끄러운 소리들을 이해할만 하다.
감기기운이 있는 딸래미녀석.
얼큰한 아빵표 된장찌개를 먹고 싶대나.
욘석은 제 아빵의 허리통증을 새까맣게 잊고 있다.
어이구~ 불여우(^.^)
달무리에 젖은 밤하늘!
내일은 정말 비가 오려는지.., 두 손을 포개고 또 포개어
기우제(祈雨祭)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