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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분노하지만 게임을 모르는 엄마들
LOL을 아는가?
최근 국내외 모바일 게임 업체가 TV 광고까지 뛰어들며 대대적인 홍보 전쟁 중입니다. 흡사 영화 광고를 연상케 하는 배우 리암 니슨의 ‘앵그리니슨52’ 를 비롯해 영웅, 모두의 마블, 라인 레인저스, 레이븐, 캔디크러쉬 등이 TV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죠. 종전의 게임이 PC방 중심의 청소년 문화였다면,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게임 천국에 살게 된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 입장에서 게임은 원천 봉쇄해야 할 유해 환경이라는 게 지배적인 생각이죠. 산업의 논리 지배냐, 게임의 긍정적 효과냐 등 논란이 여전하지만, 자녀의 게임 행위를 완벽 차단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올바른 지침이 필요합니다. 게임에 분노하지만 게임을 모르는 엄마들을 향한 제언, 지금 들어보시죠.
진행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사진 전호성
도움말 서형교 실장(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홍보실) 자료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주)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왜 코드 뽑아요? 아휴, 열 받아!
“엄마 이 게임은 폭력적인 게 아니라고요. 이제 겨우 30분 했는데, 코드를 뽑으면 어떡해요?”
“30분이면 충분하지. 게임 중에 좋은 게임이 어디 있어? 다 폭력적이고 중독성이 있지.”
“엄마 이건 프로야구 선수들을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마구마구’ 란 게임이에요. 아주 건전한 거라고요.”
“네가 지금 게임 할 때야? 차라리 운동을 해. 대학 갈 때까지 게임은 절대 안 돼.”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박현준(가명, 19·서울 송파구 문정동) 학생은 이후 엄마와 갈등이 심해져 지금까지 일상적인 대화 외에 교류가 없다.
엄마, 게임 못해서 왕따야
“나만 게임 안 해. 시험 끝나고 2시간 정도 PC방 가는 게 탈선이야?”
“PC방은 위험한 곳이야. 그럼 친구들과 집으로 와.”
“우리 집에는 PC가 한 대밖에 없잖아. 마비노기는 친구들과 하는 게임이야. 혼자 못 해.”
“그럼 엄만 몰라.”
“엄마가 자꾸 이래서 나 친구가 없어. 왕따라고.”
고등학교 1학년 손영민(가명,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학생은 중간·기말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PC방 가는 게 유일한 스트레스 탈출구였는데,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이를 못 하게 하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난다고. 영민 학생은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공부할 때 집중이 더 안 된다.
게임에 대한 생각, 부모·자녀 간극 넓어
지난 2012년 (주)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6개월 이내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만 13~18세 청소년 500명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기혼자 347명 등 총 847명을 대상으로 10대 자녀의 게임 이용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 10대의 게임 이용에 대해서 실제 이용자인 청소년과 학부모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의 81.2%가 게임 때문에 자녀에게 꾸중을 많이 한다고 응답했으나, 10대 자녀들은 26.2%만이 게임 때문에 부모에게 꾸중을 듣는다고 여겼다. 게임 때문에 자녀와 싸워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학부모는 56.7%에 이른 데 반해, 10대 자녀는 33%만이 게임 문제로 부모와 싸워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즉 자녀들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은 걱정스런 시선으로 꾸중하거나 야단을 치지만, 정작 자녀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서형교 홍보실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이 특정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화된 시점에서 청소년에게 게임은 유해한 요소가 아니라 농구나 축구 같은 건전한 취미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학부모들은 게임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보니 갈등이 클 수밖에 없다고.
“게임이 청소년 또래 문화의 필수 요소인 만큼 무작정 막기보다 적절한 수준에서 허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거나 중독성이 강한 게임은 삼가도록 해야죠.”
몰래 게임 하느라 늦게 자는 청소년 72.8%
전문가들은 게임을 권장할 수 없지만, 건전한 놀이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적극 나서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TV만 틀면 게임 광고가 쏟아지고, 스마트폰을 쥐면 못 할 게임이 없는 세상에서 무작정 게임을 막으면 아무 효과도 볼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청소년은 게임을 하느라 늦게 잠든 적이 있냐는 질문에 72.8%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자신의 자녀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35.4%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자녀들이 학부모의 생각보다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며, 특히 부모에게 노출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몰래’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임의 유해성과 폭력성, 중독성에 대한 규제는 언제나 되풀이되는 논란거리. 성적과 입시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게임 외에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는 점 때문에 게임을 이용하는 10대가 더욱 늘어나는 상황에서 게임의 유해성을 논하는 건 공염불일 공산이 크다. 부모가 나서서 우리 자녀가 즐기는 게임이 무엇인지, 어떤 제재나 계도가 필요한지 알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녀 게임 하기, 원천봉쇄 힘들다면?
엄마가 게임 공부하라
아이들이 사족 못 쓰는 게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말리는 엄마. ‘게임은 나쁜 것’ 이라는 선입관이 깊이 박혀 어떻게든 아이와 게임을 떼어놓는 데 혈안이 되기 십상이다.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우리 아이가 빠져드는 걸까. 자녀 게임 하기, 원천봉쇄 힘들다면 엄마가 게임을 알아야 자녀의 성적을 지키고 지나친 몰입도 막을 수 있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도움말 김성완 교수(부산게임아카데미)·임수정 팀장(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소센터)·나동현(게임 BJ)·임재인 원장(서울수클리닉) 참고 사이트 게임문화재단·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요즘 핫한 롤(LOL), 넌 누구?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남자아이치고 롤(LOL)을 모르는 아이가 없을 만큼 핫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의 줄임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고 부르는 아이는 없으니, 엄마들도 롤에 익숙해지자. 롤은 한마디로 상대 팀과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두뇌 게임.
RTS(Real?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게임)와 RPG(Role?Playing Game, 롤플레잉 게임)를 접목하고 전투 액션을 가미했으니 아이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게임 몰입도에서 다른 게임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게임이 끝나지 않으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치명적이다. 엄마들이 롤을 즐기는 자녀와 갈등을 빚는 것도 이 때문. “몇 시까지 게임 할 거니?”라는 질문은 우문이다. 게임의 횟수를 정해 타협하는 편이 현명하다.
엄마 이것만은 유의 깊게! 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은 “120개가 넘는 챔피언 캐릭터 중 어떤 능력과 특성이 있는 챔피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전략을 짤 수 있는 게 롤의 매력” 이라고 말하다. 롤의 장점은 공간 지각력과 순발력,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있다는 점. 12세 이용 가능한 게임이라 폭력적이지도 않다. 단 게임 채팅방에서 오가는 욕설이 문제다. 게임이 안 풀릴 때 과도한 승부욕으로 상대에게 욕을 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으니 엄마의 안테나를 높이 세울 것.
세상엔 착한 게임도 많다_ 기능성 게임
‘게임중독법’ ‘셧다운제’ 등은 게임의 해로운 측면을 자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 하지만 폭력성과 중독성에서 자유로운 게임도 있다. 착한 게임, 좋은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기능성 게임’이 그것.
기능성 게임은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교육과 과학, 의료, 국방 등의 콘텐츠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고안한 게임. 초기엔 군사용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주로 교육과 훈련, 치료 등의 목적성 게임으로 쓰인다. 그중에서도 대중화된 닌텐도의 ‘위 스포츠’와 Xbox의 ‘키넥트’ 는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로 인식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부산게임아카데미 김성완 교수가 추천하는 착한 게임은 레고의 게임 버전인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여러 가지를 자유롭게 짓는 디지털 블록 게임으로, 모든 것이 네모로 만든 세상에서 상상하는 것은 뭐든 만들 수 있다.
엄마 이것만은 유의 깊게! 게임에도 교육적 효과는 얼마든지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조립처럼 창의력과 끈기를 발휘할 수 있다. 레드스톤 기능이나 커멘드 블록을 이용하면 논리회로나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학적·논리적 사고를 기르거나 코딩 교육을 하는 데도 유익하다. 특히 이공 계열을 지향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웹툰의 한계는 어디까지? _ 웹툰 게임
모바일 게임과 웹툰이 만난 게임도 청소년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와라! 편의점’부터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의 웹툰이 모바일 게임으로 변신한 것.
모바일 게임 ‘와라! 편의점’은 편의점이라는 친근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웹툰 스토리를 게임으로 옮긴 것으로, 편의점 사장이 되어 물건을 구입하고 진열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내용.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과 연계되어 친구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둔 모바일 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도 네이버의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 600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해 가장 강한 캐릭터를 가리는 무한 경쟁 액션 RPG다. 웹툰의 주인공인 진모리와 한대위, 유미라 등 주요 인물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엄마 이것만은 유의 깊게! 아이가 게임 웹툰을 하고 있다면 원작 웹툰이 어떤 작품인지 엄마 관심은 필수.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판타지 액션 장르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 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금요일 네이버에서 연재 중이다. 네이버에 접속해 로그인이나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볼 수 있다.
자녀 게임 관련 고민, 이렇게 풀었다!
진로- ‘게임 중독 고딩’ 에서 ‘게임 전공 대학생’으로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기던 정승권(가명·21)씨.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게임을 끊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 고2 무렵 게임 기획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동안 등한시한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데다, 수능도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
다행히 수도권 모 대학의 소프트웨어대학 게임학과에 수시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내신 3등급을 목표로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린 것이 성공의 비결.
정씨는 “게임을 잘하느냐보다는 자신이 게임학과에 얼마나 열의가 있고, 게임 업계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필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대화법- 게임 좀 아는 엄마, 아이 반응은? “헐, 대박~”
자녀와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당신은 100점짜리 엄마다. 김교수는 “아이가 하는 게임이 어떤 장르인지, 게임 이름은 무엇인지만 알아도 아이들이 엄마를 다시 볼지 모른다”고 말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엄마 어릴 땐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하며 놀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모여 놀 친구들이 없지? 컴퓨터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이해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에 한창 빠져들 무렵 꿈을 물으면 ‘프로 게이머’라고 얘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프로게이머는 아무나 되냐?”고 핀잔할 게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게임 기업에는 여러 분야 직군이 있으며, 게임을 지나치게 좋아한다면 ‘게임 회사’에 입사해 실컷 게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그런 다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게임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고 지도하는 게 현명하다.
게임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게임을 많이 하면 두뇌 개발이 된다?
SoSo ‘게임을 많이 하면 뇌가 죽는다’ ‘게임을 많이 하면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된다’ 등 많은 얘기가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착한 게임 중에는 뇌파를 이용해 집중력을 높이는 게임도 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게임 속 캐릭터가 균형을 잃으며 쓰러지는 식이다. 반면 일부 게임의 폭력성과 선전성, 지나친 몰입에 따른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나친 몰입 여부가 게임 매출 좌우한다?
Yes 게임은 여러 가지 특징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중독성이 조금이라도 없다면 그 게임은 실패작” 이라는 것이 게임 업계의 공공연한 얘기. 즉 몰입하기 어려운 게임이라면 사용자들이 지루해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싱글 플레이보다 멀티 플레이가 몰입이 잘된다?
Yes 싱글 플레이는 게임 제작자가 일정한 세계관과 스토리로 완성한 게임을 게이머가 플레이 하는 것. 반면 멀티 플레이는 온라인을 통해 만난 다른 게이머와 함께 협동과 경쟁 플레이를 하는 것을 뜻한다. 싱글 플레이 게임은 한 번 플레이를 끝내면 다시 즐기기 어려운 것이 한계다. 반면 멀티 플레이 게임은 같은 장소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명이 게임 하기도 하고, 온라인을 통해 다른 공간에 있는 게이머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어 흥미를 유도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