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스템으론 오래 못 간다” 분리수거 전면확대에 나선 일선 구청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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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분리수거 시범지역인 대림2동에 설치된 전용용기. 자기 집 앞 설치를 꺼리는 주민을 설득하느라 힘이 들었다. 하루면 더러워지는 용기 청소까지 예산을 들여 용역을 줘야 할 상황이다. ⓒ미디어다음 김진화 |
하루 유동인구 200만, 높은 인구밀도, 재래 시장, 부족한 유휴공간…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 영등포구는 100% 분리수거 체계 구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는 7월 전 지역 시행을 앞두고 현재 대림동 등 3개 동을 시범구역으로 정해 거점별 전용용기 방식으로 분리수거를 진행 중이다.
영등포구는 분리수거 전면확대를 위해 23억의 초기투자비를 투입했다. 배출용기 2만 4000여개를 가정과 음식점 등에 보급했고, 성산대교 옆 고수부지에 500평 규모의 환적장(재활용 처리시설로 운반되기 전 수집공간)도 마련했다. 세대별로 부과하는 1500원의 수수료는 전화요금에 합산 징수하고 있다. 수수료 징수에도 불구 재활용 처리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등 월 2억원 정도의 고정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수거 후 발생되는 폐수는 인근 가양 하수처리장에 보내 처리하기로 했다.
행자부 청소행정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4억의 인센티브까지 챙겼지만 분리수거 전면 실시를 앞둔 구청 관계자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수거용기 위치를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우리집 앞은 절대 안된다”는 등 반발이 심하고, 애써 설치한 용기는 파손되거나 없어지기 일쑤다.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는데, 여름이 되면 전용용기 세척 마저 용역을 맡겨야 할 상황이다. 재정 상황이 여유로운 강남구 같은 곳은 주민서비스 차원에서 부담 없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영등포나 다른 구청은 우선 돈 걱정부터 해야 한다.
청소과 남점현 과장은 “배출원(가정)에서 1차 처리(감량)를 하고 나머지를 구청이 처리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구축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 재활용 처리시설의 확충 등 시스템 안정화도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 방식이 오래 갈 것이라 보여지지는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길목마다 자리한 수거용기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고, 배출하는 주민도 힘들고 수거하는 구청도 힘겨운 구조”라고 잘라 말한다. 그 역시 대안은 가정에서 발생량을 최소화하거나 배출 전 감량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영등포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구청도 있다. 인근 관악구는 용기수거 방식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용기수거를 하게 되면 세대당 1500원을 징수해야 하지만 독거 노인세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특성상 주민 부담이 적은 봉투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 처리에 소요되는 구청 측의 비용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재활용처리 업체들이 봉투방식 물량의 처리를 꺼려해 웃돈을 얹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와 동일한 업체에 처리를 맡기고 있는 관악구는 톤당 30% 가량 높은 처리비를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폐비닐도 직접 수거해와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무조건 따라오라고 일선구청의 등을 떠 밀 것이 아니라 공공처리 시설 등 인프라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며 중앙정부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부, 음식물 쓰레기 대책 겉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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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음식물류 폐기물 종합대책(2004~2007년)’ 분석 | 환경부는 지난 4월 말 음식물 쓰레기 감소와 재활용 효율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음식물류 폐기물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07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매년 2%씩 감소시키고 분리배출과 공공재활용처리시설 확대 등을 통해 재활용 정책에 내실을 기하겠다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종합대책에 대해 “98년부터 5년 간 추진해 온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기본계획’의 성과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치만 제시…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방법 못찾았다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면서 96년 1인당 0.33Kg이던 하루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2002년 0.24Kg으로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종량제의 약효는 이미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98년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던 전체 발생량은 99년(11,577톤/일)부터 2002년(11,397톤/일)까지는 거의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려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환경부가 제시한 정책수단은 3가지. ▲음식업 단체, 음식업소와 체결하는 자발적 협약 활성화 ▲환경사랑음식점 제도 활성화 ▲감량의무사업장(대형음식점과 단체 급식소 등)의 감량이행률 제고 및 관리개선 등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수단이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전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정에서의 감량 대책은 아예 제시돼 있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 3분의 2는 가정…음식점만 집중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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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비닐 등 이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부패 정도도 심해 재활용에 골치를 썩는다는 게 현장의 일관된 반응이다. ⓒ미디어다음 김진화 |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감량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전체 음식물류폐기물 중 약 2/3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최근 가계소득 증가 및 토요휴무제로 인한 외식문화 확산 등으로 가정보다는 음식점에서 발생량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음식점을 중심으로 한 보다 강력한 감량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김두환 과장)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이 같은 판단에 의문을 표시한다. 서울시립대 음식폐기물처리센터 권성환 박사(환경학)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부패되고 불순물이 많아 재활용 처리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재활용 정책의 내실화를 위해서라도 가정에서 배출되는 부분을 줄이거나 다른 방식의 처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선 구청 담당자들 역시 “수거 및 관리가 용이한 사업장(음식점) 보다는 분리배출도 제대로 안되고 수거도 어려운 가정에서의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속 빈 강정’ 자발적 협약이 대책 될 수 있나
그렇다면 환경부가 보다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사업장 대상 감량사업은 실효성 있게 추진돼 온 것일까?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 10개를 중심으로 추진돼 온 음식물류폐기물 줄이기 자발적협약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돼 모두 9만 여 개 음식점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약에 따라 시민단체가 음식점의 감량 실태를 모니터링 해 성과가 있을 경우 환경부와 지자체가 상수도 요금 감면, 위생검사 면제 등의 혜택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환경부를 제외한 나머지 참여주체들은 현재 이 제도가 유야무야된 상황이라고 말한다.
업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던 ‘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 시민협의회’(이하 쓰시협) 강민정 간사는 “음식점 별로 20% 줄이기 감량운동 등을 전개했으나 민간단체의 모니터링만으로 실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발적 협약업소에 부여되는 인센티브 등이 미미해서 참여의지도 매우 낮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다 푸짐한 반찬을 제공하기 위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시 일선 구청 관계자들도 “발 등에 떨어진 불인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것만 해도 벅찬 상황이라 자발적협약 업소를 관리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광진구에 위치한 한 자발적 협약 체결 업소 주인은 “협약이 진행되고 있는 지 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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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운영하는 음식물 쓰레기 홍보 홈페이지. 우측 하단에 환경사랑 음식점 캠페인 홍보 배너가 있지만, 클릭하면 YWCA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문제는 현재 YWCA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미디어다음 김진화 | 환경사랑음식점 캠페인 역시 음식물 쓰레기 감량정책의 주요 과제로 거론될 만큼의 비중을 지닌 사업인지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 우선 위상 자체가 정부시책이라기 보다는 민간단체의 식생활문화개선 캠페인에 가깝다. YWCA가 시작한 이 캠페인에 정부는 일부 사업비를 지원하고 모범업소 포상 및 보고회에 장관이 참석하는 등 후원역할만 담당했다. 사업비도 지난해 2,000만원을 지원했다고 환경부 관계자는 말하고 있으나 사업 주체였던 YWCA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해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이 사업을 YWCA는 더 이상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할 계획이 없다. YWCA 김미자 팀장은 “올해부터는 지역조직이 개별적으로만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계에 부딪친 재활용 일변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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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의 한 재활용처리 업체로 반입된 쓰레기. 음식점에서 배출된 것들이라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미디어다음 정재윤 |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처리에 효율성을 꾀하겠다는 것 역시 구체적인 실행계획 없는 뜬구름 잡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이 여전히 양적인 처리 능력 증대와 시설관리 감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활용 정책이 내실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료, 퇴비 등 재활용 산물의 유상판매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료와 퇴비 등으로 양산되는 재활용 산물의 유상판매 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6%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나머지는 인근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되거나 재활용 시설 내 농장에서 자체 처리되고 있다. 재활용 산물의 품질이 판매될 수 있을 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다. “처리에만 급급할 뿐 제대로 된 재활용 이뤄지지 않고 있다(시립대 권성환 박사)”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는 98년부터 추진돼 온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기본계획’에 따라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재활용 일변도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와 각 지자체는 재활용처리시설로 반입되는 쓰레기 양을 집계해 재활용 처리 실적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 재활용물의 처리 및 관리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한 토론회에서 월간폐기물21 손영배 박사는 “가정에서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는 염분 함유가 높고 전반적으로 질이 낮아 자원화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악구청의 경우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순물이 많아 인근 구청에 비해 30% 가량 높은 처리비를 지불하고 있다. 또 재활용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은 다시 수거해 높은 비용에 소각하고 있다. 말이 재활용이지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처리를 맡기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처리업체 역시 불순물이 기계를 망가뜨리기 일쑤라며 골치 아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처리업체는 일반주택 등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활용 될 수 있는 것과 안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전반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자원화(재활용)의 취지 또한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98년부터 추진돼 온 음식물 쓰레기 감량화 정책이 가져 온 비용절감효과는 약 1,788억원 정도. 재활용에 앞서 원천적인 감량이 가장 효과적이고, 배출이 불가피하더라도 가급적 배출원에서 자체 처리하는 것이 물류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불법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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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현장을 가다 |
쌓아두고, 탈수과정 무시하고… 파행 거듭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업체 ㄴ사 주변 야산.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을 태우고 남은 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회사 관계자는 “폐수는 발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쓰레기를 태우고 그 재를 산에 쌓아 두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폐수를 발생시키지 않는 나름의 노하우란 흘러내린 폐수를 다시 사료가공 과정에 투입하는 것. 비용은 절감되지만 사료의 품질은 현격히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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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된 공정을 거치지 않은 사료. 농장 관계자들은 이 사료를 먹일 경우 일반사료에 비해 두 달 가량 발육이 늦어진다고 말한다. ⓒ미디어다음 정재윤 | 이 업체는 서울 종로구 등의 음식점에서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를 톤당 5만원에 수거해 습식사료(죽 형태의 사료)로 재활용 처리하고 있다. 하루 처리 물량은 15톤에서 20톤 정도. 음식물 쓰레기는 30분간의 가열처리를 거쳐 돼지에게 먹일 습식사료로 가공된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와 주택가가 자리하고 있지만 별도의 악취 및 폐수처리 시설은 가동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반입된 음식물 쓰레기를 곧장 처리 하기 때문에 악취 및 폐수처리 시설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지는 사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하는 탈수과정을 무시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경기도 시흥의 ㅅ사도 많은 비용을 들여 도입한 탈수 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투입구 등에서 기본적인 탈수작업이 이후 별도의 탈수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질 높은 사료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용부담 때문에 가동을 못 하고 있었다. 업체 대표는 “탈수작업을 한 차례 더 하면 돈 주고 처리해야 할 폐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민간처리 업체 관계자도 “두 달 전만 해도 비용 문제로 500톤에 이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쌓아두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과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한바탕 어려움을 겪은 후 이제는 탈수 처리가 끝난 물량만을 처리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에서는 2차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일부 업체에서는 불순물 불법소각, 폐수방출, 음식물 쓰레기 무단 매립 등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한다. 경기도 화성시청 환경자원과 황승순씨는 “반입된 쓰레기를 야산 등에 쌓아두는 바람에 악취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곤 한다”며 “지난해 관내 음식물 재활용업체에 대한 고발건수는 20건을 넘어섰고 올해도 2건이 고발 조치됐다”고 말했다.
업체들 “상황 어려워 불법 유혹에 빠진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의 탈법 운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제대로 처리할 경우 수입이 대폭 감소해 회사가 존폐의 위기로 몰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법대로 처리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며 “비용 문제로 폐수와 불순물 처리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자들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불순물과 폐수 처리 문제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쓰레기 1톤 처리비용으로 5만원 정도를 받는데, 불순물 소각에 드는 비용은 톤당 20만원을 넘기도 한다. 폐수는 대개 전문업체에 의뢰해 톤당 2만원 정도에 해양투기를 한다. 음식물 쓰레기 100톤이 반입되면 불순물은 5톤, 폐수는 30~40톤 발생한다. 매출의 30~40% 가량이 부산물 처리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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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들. 너무 많은 양의 불순물이 나와 건조시킨 후 처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처리하지 않고 소각이나 불법매립하는 경우도 있다. ⓒ미디어다음 정재윤 | 잦은 기계 고장도 민간처리 업체를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다. 음식물쓰레기는 기본적으로 악성 물질이기 때문에 기계를 부식시키고 기계를 망가뜨리기 일쑤다. 국립환경연구원 최훈근 과장이 2003년 10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처리기계의 고장발생 빈도는 연중 4회 이상이 41%, 3회 17% 등이며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현실 무시하고 단속만 강화하는 대책 내놔
우리 음식물 쓰레기 대책은 5, 6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이 기간동안 90%를 넘어서던(96년) 매립비율은 30%대로 크게 줄었다. 반면 3% 정도에 그치던 재활용 비율은 60%대로 올라섰다. 환경부는 98년 하루 1007톤에 불과했던 공공처리시설의 용량이 2598톤으로, 2171톤에 그치던 민간 처리시설 용량은 5977톤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양적인 성장 이면에 자리하고있는 취약한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 한다.
재활용 처리 실적은 재활용업체로 반입된 쓰레기의 양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재활용의 전 과정이 아니라 반입단계까지만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오염물질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업체 관계자들은 “정상적인 재활용 처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처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ㅅ사 관계자는 처리비용이 톤당 10만원, ㅇ사 관계자는 8만원 정도가 보장돼야 정상적인 재활용 처리를 거쳐 비교적 높은 품질의 산물이 생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활용 업체들은 올해 초 이 같은 뜻을 관철하기 의해 협회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협회 결성을 주도했던 정재형 회장은 “현재의 오만원대 처리비는 재활용 업체가 불법처리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한다”며 “최소한 공공처리시설의 처리비용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폭적인 처리비 인상에 대해 지급 주체인 일선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달마다 납부하는 청소비 또는 쓰레기 봉투비만으로는 수거 및 운반비용도 모자란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담하는 비용도 재정상황에 비춰볼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가 새로 내놓은 대책은 민간업체의 시설기준과 처리공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구조적인 해결책 없이 단속과 감독만 강화하는 것은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를 낳아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 민간처리업체 운영 실태를 조사해 온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가 고시한 기준대로 검사가 이루어질 경우 많게는 30% 가량의 민간처리 업체들이 기준에 미달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재활용정책의 내실화를 위해서라도 실적 위주의 사고를 버리고 다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상품화 될 수 있는 재활용 처리물은 보다 엄선된 공정을 처리되도록 유도하고, 재활용이 곤란한 쓰레기는 과감히 처리해 버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양적으로 성장해 온 음식물 쓰레기 처리 정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재활용 일변도, 실적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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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시민이 말하는 올바른 음식물 쓰레기 대책 |
음식물 쓰레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된 지 이제 10년.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 업계, 시민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특히 자원화(재활용)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 대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의 대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재활용이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자원순환체계 구축이라는 장미빛 전망만을 제시해 시민들의 경각심을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하며 재활용 일변도에서 벗어나 현실에 맞는 다양한 정책의 구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처치곤란 음식물쓰레기, 최대한 줄여라 = 음식물 쓰레기 대책에 있어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우선하는 대책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힘주어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음식이 짜고 국물이 많기 때문에 가정과 음식점 등 배출원에서부터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염분과 수분 함량이 높을 경우 운반과 재활용 등 처리절차에 비용이 많이 들고 실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95년부터 실시된 쓰레기 종량제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양이 대폭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종량제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나 지자체는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 등 주부단체, 환경단체 등에서는 매주 수요일을 음식물 쓰레기 없는 날로 정해 시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친환경 식단 보급, 유통업체들의 정량판매 등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감량화의무사업장(음식점, 급식소 등)에 대한 자발적협약 등 각종 프로그램도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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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배출되는 순간부터 음식물쓰레기는 많은 비용을 잡아 먹는 애물단지가 된다. 사진은 음식물쓰레기를 실은 채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운반 차량. 허술한 처리로 주거환경이 크게 위협받기도 한다. ⓒ미디어다음 김진화 | ■ 가정과 사업장에서부터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하자 = 발생된 쓰레기는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원으로부터 배출되는 순간부터 비용이 돼 버린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수집운반부터 최종처분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톤당 10만원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쓰레기 봉투, 청소비 등으로 시민이 담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해당 지자체가 담당하는 꼴이다.
서울산업대 배재근 교수(환경공학)는 “각 가정 및 공동주택, 사업장이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쓰레기를 감량할 경우 이에 상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부담해야할 청소예산을 감소시켜 주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줌으로써 감량화를 적극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반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물류비용도 감소돼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다. 악취에 시달리는 주택가 환경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다.
시중에 유통 중인 10여 종의 처리기기에 대해 테스트작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립대 연구팀은 “효율이 입증된 경우 처리기기를 통한 감량율은 평균 70~80% 수준으로 기대된다”며 “적극적으로 보급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서울시에 조언했다.
각 가정과 사업장별로 감량화 처리기기 구입을 권장하고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이미 활성화 돼 있다. 일본전기공업회가 2001년 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3252개의 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800여개 지자체가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주민도 편리하게 쓰레기를 처리하고 지자체도 부담을 대폭 덜게 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량화기기 이외에도 불교환경교육원 등이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는 지렁이 화분도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친 환경적 처리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 강민정 간사는 “지렁이 화분으로 하루 200g 가량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중앙집중식 처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각 가정에서 시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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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재활용 또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물질을 담은 검은 비닐봉투가 군데군데 눈에 띤다. ⓒ미디어다음 김진화 | ■ 분리배출은 철저히 = 발생량을 최대한 줄이고 발생된 쓰레기는 발효·소멸기기나 친환경적 방법을 통해 처리한 후 남는 부분은 철저하게 분리배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단독주택 등 취약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시민 중 상당수는 분리배출의 필요성과 혼합배출 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다. 시민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과 그에 소요되는 비용, 혼합배출로 인한 문제점 등이 보다 잘 알려질 경우 시민의 자발성이 증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재활용 위한 재활용정책 보다는 처리 안정화가 우선돼야 = 전문가들을 “정부 정책이 단기간의 성과만을 의식하다 보니 목표와 수단이 전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대책에 있어서 재활용은 환경오염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폐기물 재생이용을 최대한 도모한 후 재생이 불가한 폐기물에 대해서는 탈수나 소각 등 중간처리를 해야한다"며 "최종 처분량을 억제하는 기본적 개념에 입각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음식폐기물처리기술센터가 서울시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전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의 11%만이 퇴비화·사료화 되고 있다. 철저한 분리배출, 엄격한 품질관리, 수요처와의 네트워크 형성 등 고도의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센터 측은 “사료화·퇴비화가 곤란한 경우 열회수 및 에너지 회수형 자원화 등 새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유연화와 다양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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