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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07
S#1. VIP 룸 / 낮
6부 엔딩 연결로.........
도영, 좀 떨어진 곳에 서서 웃으며 이야기중인 사월과 정희를 본다.
도영 : 일단 결과부터 알려주세요. 지금요.
(F) : 친자관계가 맞습니다. 99퍼센트 일치합니다.
도영 : ........틀림....없나요?
(F) : 예, 모근이 잘 확보돼 있어서 검사 결과는 정확합니다. 친자 관계가 확실합니다. 와서 감정서를 보시면 자세한 사항까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두 모녀를 보는 도영의 굳은 표정.
정희와 얘기하다 도영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밝게 웃는 사월.
사월 : 언니한테 여쭤봐야겠다. 어떻게 해야 교수님 작업 잘되게 도울 수 있는지.
정희 : 쟨 무슨 전화를 저렇게 심각하게 하는거야.
도영, 계속 수화기를 귀에 댄 채 말없이 서 있다.
사월 : 언니야 늘 바쁘시죠. 우리나라 최고 아나운서니까 찾는 데가 많잖아요. 그러다보면 귀찮고 심각한 전화도 있겠죠.
정희 : 윤사월씨는 아는 것 많아 좋겠어요.
사월 : 그럼요 교수님, 제가 아이큐가 좀 낮아서 그렇지 아는 건 무지 많아요.
정희 : 얼마나 낮은데?
사월 : 침팬지랑 거의 비슷할껄요.
두 사람 깔깔.
사월 : 옛날에 시골에서 썰매 타다가 한번 굴렀거든요. 그 때 이후로 좀 멍청해진 것 같아요.
정희 : (깔깔)
사월 : 월급 나오면 총명탕 지어 먹을려구요.
정희 : 부모님이 자기 참 귀여워하시겠다.... 그때 시골에 계신다고 그랬나?
사월 : 네?...... 아...... 예.
도영 : ..........(두 사람 얘기하는 것 물끄러미 보는)
플래쉬백-
2부. 집 앞. 세 모녀의 외출, 지영을 번쩍 들어 안고 가는 정희. ///
2부 놀이터. 도영, 달려가 옷을 벗어 불을 끄려고 안간힘. 지영은 겁에 질려 펄쩍펄쩍 뛰면서 운다.
도영 : 지영아, 조금만 참아. 언니가 꺼 줄게.
2부 서울역.
도영, 걷기 시작한다. 두렵다. 걸음을 빨리 한다.
지영 : .........(소리치는) 언니 빨리 와!
도영 : .... (돌아본다)
지영 : (목걸이 만지며 바라보고 있다)
도영 : 그래, 거기서 기다려!
현재 백화점 VIP 룸.
도영, 사월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사월, 정희 옆을 떠나 쥬스 빈 잔을 치우고 의자를 똑바로 놓고 바닥에 있는 얼룩을 맨 손으로 문지르고.....
허리를 굽혀 얼룩을 문지르는데 길이가 긴 상의를 입어 허리 흉터가 보이진 않는다.
도영 : (눈물이 핑글)
도영, 화장실 쪽으로 빨리 걸음을 옮긴다.
S#2. 화장실 / 낮
화장실 칸.
변기에 앉아있는 도영.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도영 : .............어떡하지..........
도영, 멍하니 앉아있는데 사월, 살그머니 화장실로 들어와
사월 : (E) 언니..... 안에 계세요? 모델들 사정 때문에 쇼가 한 20분 늦게 시작한대요. 시간 괜찮으세요?
도영 : ..............
사월 : 여기 안 계시나? 언니 여기 안계세요?
도영 : ............
사월, 물을 튼다. 거울보고 손 씻는데 마 회장 들어온다.
사월 : 어? 안녕하세요 회장님.
마회장 : 아직 시작 안했지? (거울 앞에서 화장 고치는)
사월 : 네, 좀 늦어질 것 같아요.
마회장 : 방금 보니까 최정희 교수도 앉아있는 것 같던데.
사월 : 네, 따님하고 같이 오셨습니다.
도영 : ...............
마회장 : 이따 한번 물어봐봐, 그 때 그거.
도영 : ...........?
사월 : 뭘요?
마회장 : 친딸이 아니란 소문 말야. 그리고 그 집 친딸은 갑자기 없어졌다는 얘기, 도대체 뭐냐구.
도영 : !
사월 : 회장님도 참..... 그게 그렇게 알고 싶으세요?
마회장 : 내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친구랑 내기 걸었거든. 난 소문이 맞다. 내 친구는 틀리다, 헛소문이다.
2백만 원짜리 와인 걸었어.
사월 : 어떡하죠, 마회장님. 와인 날아갔네요.
도영 : ..............
마회장 : 어떻게 알아?
사월 : 사실은 제가 아까 대놓고 여쭤봤어요. 친 딸이 아니란 소문도 있다.... 사실이냐, 그랬더니....
도영 : ......(귀 기울이고 있는)
마회장 : 그랬더니?
사월 : 아 글쎄 마침 무슨 프랑스 비자 발급 때문에 호적 등본 초본, 주민등록 등본 이런 걸 다 갖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봤더니 친딸 맞아요. 그리고 그 집엔 신도영 아나운서가 외동딸 이예요. 동생이고 자시고 태어난 기록이 없어요.
도영 : .............
마회장 : 이상하네.
사월 : 제 두 눈으로 딱! 확인했어요. 그래도 못 믿으시겠담 가서 복사해 달라고 할까요? 마회장님이 자꾸 물어보신다고.
오세요 회장님, 가서 확인해 드릴께요.
마회장 : 됐어, 됐어. 최교수 성격 별난 거아는데 괜히 또 여기서 머리 끄댕이 잡힐라. 그깟 와인 내고 말지 뭐.
사월 : 신도영 아나운서 공인이예요. 괜히 소문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이상한 빌미 만들어 주지 마세요.
마회장 : 자긴 왜 그렇게 신도영을 좋아해? 팁을 많이 주나?
사월 : 멋지고 따뜻한 분이세요. 그런 사람이 친언니면 좋을만큼.....
도영 : .........
사월 : 얼른 오세요, 회장님.
사월, 회장을 데리고 나간다.
화장실 안의 도영, 손으로 눈물 훔친다.
S#3. 도 로 / 낮
달리는 차. 도영, 속도를 내 운전 중.
S#4. 유전자 검사 센터 / 낮
감정서를 보는 도영. 99% 일치.... 친자... 친모....같은 단어들, 눈에 들어온다.
S#5. 한강 변 일각 / 낮
사람이 뜸한 한강변. 도영, 감정서를 찢어 한강에 던진다.
도영 : 엄마!.........내가 막아 달랬잖아...... 날 지켜준다면서요.... 옛날도 지금도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거야? ..... 왜?.......왜?
도영, 흐느낀다.
S#6. VIP 룸 / 낮
초대받은 손님들 15명 정도 앉아있다.
늘씬한 몸매의 전문 모델들, 손님들 사이로 워킹. 옷과 구두, 백, 쥬얼리를 멋지게 연출해 보이는 모델들.
정희, 모델들을 구경한다. 정희 옆자리는 비어있다.
마회장은 갤러리 명숙진 관장 옆에 앉아 남자 모델들이 지나가면 더 관심 있게 보고 좋아하고.
귓속말로 명 관장에게 소곤소곤 뭐라하기도 하고.
도영, 걸어온다. 자리에 앉지 않고 뒤쪽에 선다.
도영, 한 쪽 구석에서 열심히 왔다 갔다 하는 사월에만 시선이 맞춰져 있다.
천으로 막이 가려진 무대 뒤로 계속 드나들며 소품과 옷 갈아입는 모델을 챙기고 시중을 든다.
도영 : (E) 지영아......이쁘게 자랐구나...... 죽는 날까지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내 발로 나서서 널 찾아냈다. 이런 악몽이 없어.
우리 엄마가 널 찾게 한거니.... 그래서 그런 유언을 남기신건가. 그 애를 만나면 잘해 주라구.......어떻게 잘해줄까.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사월, 쭈그려 앉아서 모델의 구두끈도 매고, 구두도 닦아주고.
한 쪽 테이블에 쥬스와 쿠키를 놓고 다과상을 차리느라 바쁜 사월.
도영 : (E) 지영아....... 옛날 기억을 굳게 닫고 살아줘. 한 올도 떠올려선 안 돼. 네 기억이 떠오르는 날,
우리 둘 중 하나는 다쳐야 할꺼야. 미안해, 지영아. 니가 누군지 밝힐수 없어, 나는... 난 지금 너무 외롭고 무서워.
S#7. 준세 사무실 / 낮
준세, 수호와 이야기 중.
준세 : 홍콩 침사추이 쪽에도 인수할만한 쇼핑몰이 하나 있는데요. 해외시장 진출도 경영진에서 관심이 있으신지
일단 차진을 해야 제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스터 창이 좋은 정보를 몇 개 물어왔어요.
수호 : 회장님 귀국 하시는대로 회의해 보자구.
준세 : 일이 더 커지긴 하겠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수호 : 자네도 워커홀릭증세가 있어.
준세 : 그래도 젊었을 때 바빠야 나중에 여유 있게 지내죠.
수호 : 참, 도영이가 즈이 엄마랑 이리 무슨 패션쇼 하는 걸 보러 왔다는데 같이 저녁할 시간 당연히 안되지?
준세 : 예, 퇴근하실 때 짜장면이나 시켜주십시오.
수호 : 곱배기로 시켜주지.
준세 : 저녁은 못해도 내려가서 인사는 드리고 오죠 뭐.
수호 : 그러겠나?
준세, 일어나 수호와 나가는데 사무실 전화벨 울린다.
비서 : (전화받아) 프로젝트 개발실입니다.... Ok, hold on please! 김이사님, 홍콩에서 온 전환데요.
준세 : ..........(나가다 주춤)
수호 : 괜찮아. 전화 받아.
준세 :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수호 : 그래.
준세 : (급하게 전화로 달려간다)
S#8. VIP 룸 / 낮
리셉션 테이블 차려져 있다. 한 쪽엔 모델이 신었던 것과 같은 구두, 백, 옷들 걸려있어 손님들이 구경하고 있고.
팀장과 사월은 손님들 옆에서 챙겨주는. 옷도 입혀주고 백도 보여주고....
마회장 명관장 옷 구경하며 수다 떠는.
마회장 : 사월씨 그거 줘봐. 명관장, 나 이거 어울려?
명관장 : 어울려요. 그거 입고 저희 갤러리 초대전 때 꼭 좀 오세요.
마회장 : 그림 좀 싸게 주면 가구....
정희, 도영 테이블 앞에 서서 커피 마시고 있다.
정희 : 넌 어딜 가있었니?
도영 :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근처에요... 금방 와서 뒷자리에서 봤어요.
정희 : 아깐 무슨 전화야? 그 전화 받고 나간거지?
도영 : 별거 아니예요.
정희 : 그 전화 받은 뒤론 얼굴이 계속 어두워.
도영 : 일 땜에 정신이 좀 없어서요...
정희 : (어디론가 시선) 저이 진짜 내려왔네.
도영, 돌아보면 수호 걸어온다.
도영, 사월을 본다. 사월, 한 쪽 무릎 꿇고 앉아 손님들 사이에서 구두 신겨주는 것 거들고 있다.
수호 : 패션숀지 뭔지는 다 끝난거야?
정희 : 지금 막 끝났어요.
수호 : 김이사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홍콩에서 급한 전화가 와서.....
팀장 : (사월에게) 신 고문님 오셨다. 가서 음료 좀 챙겨 드려.
사월 : 네.
사월, 일어나 후다닥 쥬스 한잔을 들고 수호가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도영의 시선은 계속 사월의 동선을 따라 흐른다.
사월 : 쥬스 한잔 하시겠어요?
수호 : 고맙습니다.
정희 : 퍼스널 쇼퍼 윤사월씬데 아주 일을 싹싹하게 잘해요.
사월 : (꾸벅 인사하며) 처음 뵙겠습니다. 윤사월입니다.
도영 : ..........(부모에게 인사하는 사월을 보며 물끄러미).........
수호 : 윤사월씨...... 낯이 익네요.
도영 : ..................
정희 : 그쵸? 나도 그랬다니까요.
사월 : 워낙에 흔한 인상이어서요.
정희 : 이 블라우스도 이 친구가 골라준 거예요.
수호 : 아..... 어쩐지 요란하다 싶었어. 산에서 내려온 사람 같고.
수호, 정희, 사월 마주보며 깔깔 웃는다. 도영도 따라 웃는데 쓸쓸한 웃음.
사월 :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더 화려한 색깔로 힘써 보겠습니다.
수호 : 기대할께요.... 자, 우린 일 끝났음 가지.
정희 : 그럽시다. 오늘 잘 봤어요.
사월 : 잠깐만 기다리세요. 오늘 오신 손님들한테 드리는 작은 선물이 있거든요. (후다닥 달려간다)
수호 : 저 친구는 다람쥐 같애.
마 회장, 다가온다.
마회장 : 신고문 님 안녕하세요.
수호 : 아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마영자 회장님. 싱싱해운은 요즘 주가가 계속 올라요. 좋으시겠습니다.
마회장 : 뭐 애들이 다 나눠 갖고 난 말뿐인 회장이죠. 잘 아시면서.
수호 : 그러게 너무 일찍 나눠 주셨어요. 끝까지 붙들고 계셨어야지.
마회장 : 세 식구 같이 있는걸 보니 참 아름답네요.... 이러니까 누가 질투로 그런 소문을 냈겠지 싶어요.
정희 : 소문이라뇨.
마회장 : 우리 신도영 아나운서가 이 집 친딸이 아니라구요. 친 딸은 어릴 때 실종됐다구. 정말 황당하지 않아요?
도영 : ......... !
마회장 : 더 험한 소문도 있었지요 왜. 그 친딸이 어릴 때.....
도영 : (말 끊어) 다 헛소문이예요. 그런 말씀은 안 하셨음 좋겠네요.
마회장 : 어디서 그런 소문이 나왔나 몰라. 오늘부턴 내가 그런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 바로 잡을께요.
정희 : 막내 따님은 잘 계시죠?
마회장 : ....(뜨끔) 뭐..... 잘 있죠.
정희 : 너무 놀랐잖아요. 제일 공주처럼 자란 막내딸이 유학 가서 스물 둘에 사기결혼 당하고 정신병원에서 지낸다는 소식 듣고
제가 얼마나 가슴 아팠다구요.... 같이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회장 : ...........이젠 좋은 남편 만나 잘 지냅니다.
정희 : 그 땐 어떻게 눈에 멍든 사진까지 여성지에 나오게 두셨어요, 그래.... 그런 건 막아주셨어야지.
눈에 멍들고 갈비뼈 금간 병원 챠트까지.... 앞니도 부러지구요..
수호 : 여보, 그만 갑시다.
정희 : 두 번 째 아니 세 번짼가? 이번 결혼은 잘했다니 정말 다행이예요. 그런데 사위가 돈 때문에 결혼하고
뒤로 딴 여자 만난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한번 알아보세요.
마회장 : .......그런 소문이 있어요?
정희 : 만나는 여자가 텐 프로라는 얘기도 있고, 명문대 여대생이란 설도 있어요. 아마 두 여자를 다 만날 수도 있겠죠.
도영 : 엄마 그만 가요.
수호 : 마회장님,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정희 : (우아하게 여유있게) 박팀장, 수고해요! 오늘 쇼 아주 멋졌어요.
정희, 수호, 도영 나간다.
마회장 : (부글부글)
사월, 쇼핑백을 들고 달려오는.
사월 : 어? 벌써 가셨나?
S#9. 레스토랑 / 밤
와인 잔 들고 깔깔깔 정신없이 웃고 있는 정희. 취기가 올라있다.
샐러드와 와인이 놓인 테이블. 도영 수호 함께 앉아있다.
정희 : 하하하.... 아까 그 여자 얼굴 봤어요? 하하하..... 그 표정.... 어떻게 흉내도 못 내겠네..... 하하하..... 도영아, 너 봤지?
도영 : 네, 웃겼어요. 엄마 아주 통쾌했어요.
수호 : 사람들 있는데서 그게 뭐야.
정희 : 내가 뭘? 먼저 잘못한건 그 여자 아녜요? 내가 불쌍해서 더 끔찍한 얘기는 그나마 빼고 말한 거예요.
수호 : 알았으니까 좀 천천히 마셔. 아직 메인요리도 안 나왔는데 벌써 세잔 째야, 당신.
정희 : 어디서 감히 우리 지영일 들먹여! 세상엔 그렇게 잔인한 인종들이 있어요. 남의 상처를 푹 쑤셔놓고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나 보면서 즐기지. 아까 그 여자, 날 빤히 쳐다보는 그 눈알을 파내 버리고 싶었어.
수호 : 마회장도 좀 개념이 없는 여자야. 무시해요.
정희 : 나 우리 도영이 맘에 안들 때도 많지만.......그래도 남들이 신도영이 친 딸 아닌가요 어쩌구 하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도영 : ...........
정희 : 그래서 그러지. 내 친딸 맞아요. 우린 혈액형도 같구. 식성도 같고, 좋아하는 색깔도 같고, 비슷한 것 투성이예요.
도영 : ..........전 한 번도 엄마가 내 친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적 없어요.
정희 : 너 또 방송하니?
도영 : 정말이예요.
정희 : 나 너한테 이유 없이 화풀이 한 적 많아. 사흘에 한 번씩 짜증내고.
수호 : 알았음 고쳐!
도영 : 바보가 아닌 이상 왜 모르겠어요. 저도 알죠. 엄마가 날 한결같이, 늘 사랑해 주진 않는다는 걸.
정희 : 그런데도 넌 나한테 잘해.
도영 : 어릴 때 놀이터에 왔던 엄마 때문에 그래요.
정희 : ............?
수호 : .........?
도영 : 제가 이 집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은 때 였어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엄마가 날 찾으러 왔어요.
내 이름을 부르고, 애들 틈에서 놀고 있는 내 손을 잡았어요.... 도영아 가서 저녁 먹어야지. 엄마 기억나요?
정희 : ............
도영 : 그때 난 새 세상이 열린 것 같았어요. 나도 이제 남들처럼 살고 있구나.....내 인생이 새로 시작된 건 핑크 침대가 있는 예쁜
방에서 잔 날도 아니고, 좋은 옷을 입기 시작한 날도 아니예요. 해 저무는 놀이터로 엄마가 날 데리러 온 날, 그 때부터예요.
정희 : ..........
도영 : 난 너무 좋고 행복해서 결심했어요. 엄마한테 잘해 드릴꺼야. 엄마한테 계속 사랑받기 위해선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수호 : (눈물이 나는지 눈을 꿈쩍꿈쩍)
도영 : 엄마가 나한테 아무리 섭섭한 말씀을 하셔도.... 다 웃어넘길 수 있어요. 그날 그 기억 때문에.....
정희 : ..........
세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정희 : 와인 한 병 더 시켜요 여보.
S#10. 도영 방 / 밤
도영,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가는데 노크소리.
도영 : 네.
나무 브러쉬를 든 정희, 들어온다.
도영 : 엄마.
정희 : 나 머리 좀 빗겨 줄래. 그 때 니가 머리 빗겨주니까 참 기분 좋더라.
도영 : 그래요 엄마. 여기 앉으세요.
정희, 침대에 걸터앉고 도영 침대로 풀썩 뛰어올라 머리를 빗겨준다.
도영, 말없이 정희의 머리를 빗겨준다. 정희도 말없이 앉아있고. 사이좋은 모녀같은 두 사람.
정희 : .............
도영 : ..............
정희 : ........놀이터에서 그렇게 좋았니?
도영 : ..........네.
정희 : ............딱한 것...........
도영 : ...............
정희 : ..........우리 지영인....... 놀이터로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었을까...
도영 : ...................
두 모녀의 모습에서 F.O.
S#11. 길거리 농구 골대 / 낮
햇살 좋은 일요일 오전. 세 사람 신나게 농구하는 중. 사월과 용자가 한 편, 동우 혼자 편먹고 농구 시합중.
사월, 슛 쏘는데 튕겨져 나온다. 동우에게 간 볼, 동우 재빠르게 뛰어가 슛, 골인. 사월의 드리블 동우가 가로 채 슛! 골인.
용자 : 우와!!! (신나서 박수) 동우씨 짱이다!
사월 : 넌 누구 편이야.
동우 : 12대 5지! 진 팀이 청소, 빨래, 냉장고 정리. 맞지?
사월 : 무슨 소리야. 이긴 팀이 하기로 했지. 용자야 패스!
용자 : 패스! (공을 던지는데 엉뚱한 데로 날아간다.... 또는 사월 머리에 쾅 맞거나)
사월 : (바락) 야!
동우 : (깔깔... 박수치며) 나이스!
둘러서서 가위 바위 보 하는 세 사람.
사월 동우 용자 :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처음에 동우가 이기고,
사월과 용자의 가위 바위보. 계속 가위, 주먹 주먹, 접전으로 가다 사월 가위, 용자 보자기. 사월이 이긴다.
사월 : 아싸!
용자 : 아우, 내가 주먹 낼려고 했는데.
동우 : 아이스크림은 제가 낼께요. 뭐 드실래요?
용자 : 아니예요. 제가 사올께요. 쉬고 계세요.
동우 : 제가 살께요.
용자 : 아뇨, 제가 사야 돼요. 그래야 먹고 싶은 걸 다 사올 수 있거든요. (달려간다)
벤치에 앉아 땀 닦고 물 마시는 사월, 동우.
동우 : 참, 나 다음 주에 출입국 관리소 가야 해.
사월 : 왜?
동우 : 운동하러 갔던 도장에서 유도사범 구하는 데를 소개해 줬어. 사범으로 일도 하고, 좀 더 여기 있으려면 비자를 받아야 해서.
사월 : 서울에 오래 있을 수 있어?
동우 : 아니, 그렇게 오랜 못 있어. 너두 나랑 같이 미국에 가기 싫다고 하고.....
사월 : ..............
동우 : 그냥 많이 아쉽지 않을 만큼만 좀 더 있고 싶어.
사월 : ........ 응.....
동우 : 아........날씨 좋다..... 역시 날씨도 음식도 친구도 한국이 좋아.
사월 : 참, 동우야. 프랑스 비자 낼 때 뭐뭐 필요하니?
동우 : 어떤 비자냐에 따라 다르지. 왜, 너 비자 필요해? 여행가는 건 비자 없이도 되는데.
사월 : 아니, 내가 뻥을 좀 쳤는데 호적등본 초본 이런 거 다 있어야하는 것처럼 말을 했거든.
동우 : 누구한테?
사월 : 우리 손님 한 분한테. 아니 그 분이 신도영 아나운서가 그 집 딸이 아니라는 거야.
동우 : (웃으며) 그럼 그 집 아들이래?
사월 : 입양 된 딸이래.
동우 : (놀라서 보는) !!
사월 : 애가 없어서 신도영을 입양했고 그 후에 친딸이 태어났는데 그 딸은 실종됐다나 뭐라나.....
그래서 신도영이 엄청 미움 받고 사는 것 처럼 얘기를 하더라구.
동우 : .............
사월 : 그래서 뻥을 친거야. 프랑스 비자 낼려고 갖고 있는 서류를 봤는데 그 집 딸이 맞다.
나도 기발하지 않니? 어떻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까. 나 너무 똑똑해.
동우 : 응, 그래 잘했다.
사월 : 공인들은 정말 힘들겠어. 이상한 소문 지어내고 졸업앨범 사진 찾아서 인터넷에 올리고.
동우 : 신도영씨 어머님은 뭐하는 분이셔?
사월 : 미대 교수님. 되게 멋쟁이고 미인인데 예민하고 까다로우셔. 그렇게 살갑고 다정한 엄마는 아닌 것 같아.
동우 : 어머니가 아프셔?
사월 : 아아니. 얼마나 쌩쌩하신데. 몸도 날씬하고. 등산이랑 운동도 자주 하신대.
동우 : ...........
플래쉬 백. 2부. 홍콩 거리.
술 취해 거리에 쓰러져 있는 도영, 슬프게 ‘엄마....’
벤치의 동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
사월 : 우아하면서도 다혈질이셔. 딸한테 대놓고 타박을 하기도 하고.....소문 들은 사람이 보면 오해 할 수도 있겠더라구.
동우 : ...............
용자, 아이스크림 여러 개 왕창 들고 온다.
용자 : 산딸기, 초코, 레몬, 요거트, 녹차, 바닐라아몬드 다 있어.
사월 : 난 녹차랑 바닐라. 동우 넌?
동우 : ..........(멍하니)......
사월 : 차동우!
동우 : (깨어나) 응? 응.........
사월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용자 : 동우씬 요거트 드세요. 자!
사월 : 참, 나 엄마 찾기 안한다고 신도영씨한테 말했어. 이해해주더라.
동우 : 응...... (미소)
S#12. 골프장 / 낮
준세, 멋진 포즈로 스윙. 잘 맞은 공 멀리 날아간다.
도영 : 와.... 나이스 샷!
준세 : 오랜만에 치니까 엉망이다. 올해 들어 처음 나온 거 같아.
도영 : 그래도 폼은 근사해.
준세 : 쳐 봐.
도영, 공 놓고 선다. 골프채 잡고 서서 가늠해 보며
도영 : 나야 말로 감을 잃었다. 나 지금 맞는 거야?
(E) : 핸드폰 벨
준세 : (주머니서 핸드폰 꺼낸다) 여보세요. (몇발짝 떨어져 걸어가) Oh, Mr. 창! No, No. It's OK. I was waiting for your calling.
도영 : ...............
도영, 볼을 친다. 잘 맞아 멀리 날아가는 공.
S#13. 골프장 레스토랑 / 낮
운동을 마친 도영과 준세, 들어와 앉는다. 웨이터 메뉴를 갖다준다.
도영 : 배고프다. 자긴 뭐 먹을래?
준세 : 뭐 빨리 되는 거 아무거나 시켜줘.
도영 : 바빠?
준세 : 집에 가서 메일을 좀 보내야 할 것 같아.
도영 : 차에 노트북 있는데.... 갖다 줄까?
준세 : 첨부해야 할 파일이 집에 있어.
도영 : 그럼 집으로 가. 내가 가서 스파게티 만들어 줄게.
준세 : 배고프다면서.
도영 : 가자! (웨이터에게) 죄송한데요, 다음에 올께요. (준세 팔을 잡아 끌며) 가자, 자기.
S#14. 준세네 외경 / 낮
S#15. 준세의 집 / 낮
준세, 노트 북 앞에서 바쁘다. 스파게티 면을 건져내는 도영.
도영 : 자기 소스에 월계수 이파리 많이 넣는 거 좋아하지?
준세 : 응, 많이!
도영 : 오케이!
도영, 먹음직스럽게 만든 스파게티 접시와 샐러드를 식탁에 차려낸다. 바게트 빵과 올리브오일에 발사믹 식초도.
도영 : 먹자.
준세 : 언제 이렇게 했어?
도영 :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일등 신부감이야.
준세 : 와인도 한 잔 하자. 선물 받은 거 좋은 거 있어. (와인 꺼내는)
도영 : 낮술 먹음 안되는데.
두 사람, 와인 잔 부딪히며 건배 하는데 도영의 핸드폰이 다른 테이블 위에서 진동으로 울린다.
도영 : 누가 또 이렇게 방해를 해. (핸드폰 본다)...... 아빠?
수호 : (F) 경찰청 민원실에 엄마가 신청서를 접수시키겠다는구나.
S#16. 도영네 거실 / 낮
‘헤어진 가족찾기 신청서’ 를 작성중인 정희.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수호.
수호 : 경찰에 있는 동창한테 물어봤는데.... 재수사라고 해도 형사들이 찾아오고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건 아니란다.
가족 란에 니 이름을 써도 큰 탈은 없을 것 같아서.... 엄마 소원이라니 우리가 이해해 드리자.
S#17. 준세의 집 / 낮
도영, 말없이 와인 마신다.
준세 : 집에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어두워.
도영 : 일은.... 아냐.
도영, 와인 잔을 비운다.
도영 : 이거 너무 맛있다.
준세 : 한잔 더? (술 따라준다)
도영 : 낮술 마시면 안 되는데....
준세 : 그래놓곤 벌써 몇 잔째야.
도영 : 집에서 먹기 잘했어. 자기랑 이렇게 있으니까 너무 편하고 좋다.
(E) : 전화벨
준세 : 받았다고 전화왔나 보다. (달려가 전화 받는다) Hello. Mr. 창! Sure! That's great. Thank you......Ok, Let me check.
(노트북 뒤적이고)
도영 : ........(와인 마신다)
S#18. 유도 도장 / 낮
운동하는 동우. 대련중. 집중을 못하는 지 계속 메쳐지고 나가떨어지는 동우.
플래쉬 백.
1부. 홍콩 거리에 쓰러져 있던 도영의 모습.
6부. 카페.
도영 : 사월씬 좋겠어요. 휘청거릴 때 옆에서 붙잡아 줄 사람이 있으니까.
동우 : 도영씬 없어요?
도영 : ..........있겠죠.
땀 흘리며 매트위에 널브러져 있는 동우. 동우, 핸드폰을 꺼내든다. 만지작거리다 다시 놓는 동우.
S#19. 준세의 집 / 낮
창가로 기우는 햇살.
소파에 잠들어 있는 도영, 일어난다. 일어나 둘러보면 준세가 보이질 않는다.
도영 : ..........(둘러보며 부르는) 자기야!
도영, 테이블에 놓인 쪽지를 본다.
준세 : (E) 사무실에 가. 혼자 두고 가서 미안. 늦을 것 같으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가. 전화할게.
도영 : ...............
도영, 혼자 멍청히 앉아있다. 어디선가 핸드폰이 울린다.
도영, 표정이 풀린다. 기대감. 얼른 일어나 소리 나는 곳으로 간다. 발신자 보면 ‘김은비’
S#20. 방송국 사무실 / 낮
실종 아동 전단 뒤적거리며 통화중인 은비.
은비 : 자기야, 내가 받아온 실종 전단 한 장이 분실됐는데 혹시 자기한테 있어?
내가 분명히 마흔다섯 장을 가져왔는데 지금 마흔 네장 밖에 없네.
S#21. 준세의 집 / 낮
도영 : 그거 필요 없어졌어. 윤사월씨가 안하겠대.
은비 : (E) 그런 게 어딨냐!
도영 : 일요일은 좀 쉬어라. 왜 휴일까지 나와서 일을 하고 그래.
은비 : 윤사월씨 설득해줘. 나 이거 하고 싶어. 나 여기 꽂혀있단 말야.
도영 : (화를 버럭) 당사자가 안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야. 안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전화 끊고 소파에 털썩 엎어진다. 한참 꼼짝도 않고 엎드려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받지 않고 가만히 있는 도영. 전화벨 계속 울린다. 도영, 벌떡 일어나 가서 전화를 받자마자
도영 : 안한다잖아! 나한테 설득해라 마라 하지 마.
동우 : (E) 뭘 안하는데요?
도영 : ..........여보세요?
동우 : (E) 도영씨, 나 차동우예요.
도영 : ............
S#22. 카페 / 낮
동우, 책 읽고 있다. 선글래스 낀 도영, 다가온다.
도영 : 왜 보자고 했어요?
동우 : 보고 싶어서.
도영 : .............
동우 : 농담이구요. 내가 그 때 술 한 잔 산댔잖아요.
도영 : 별로 술 마실 기분 아니예요.
동우 :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도영 : 네.
동우 : 아깐 화가 많이 나있는 것 같던데.
도영 : 별일 아니예요.
동우 : 세상에 별일이 뭐 있겠어요. 하늘 아래 다 똑같고 뻔하지. 너무 심각하게 아등바등 사는 사람이 손해예요.
도영 : 무슨 책 읽어요? (테이블에 놓인 책 들어 펼쳐 보는데 책 사이에 여권이 끼워져 있다) 여권은 왜 갖고 다녀요?
동우 : 도영씨랑 술 마시면 혹시 내가 운전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여권이랑 운전면허증, 갖고 나와 봤어요.
도영 : 술은 됐구. 답답한 데 드라이브나 할래요?
동우 : 답답하면 더 재밌게 놀아야죠.
S#23. 놀이 공원 / 낮
모자를 푹 눌러쓴 도영과 동우.
동우 : (도영의 머리에 모자를 더 푹 눌러 씌운다) 이럼 누군지 절대 모르겠다.... (자기 모자도 더 푹 쓰고)
도영 : 자긴 왜 그렇게 눌러 쓰는데?
동우 : 신도영씨 남자친구로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요.
도영 : 별 걱정을 다해.
동우 : 어떤 거부터 탈까요. 저거!
신나게 놀이기구 타는 두 사람. 도영, 소리 지르고 웃고 하면서 점점 표정이 밝아진다. 무서운 일들을 잠시 잊는다.
도영, 무섭다고 소리치며 동우 옆에서 귀 막고 밀어내고. 도영, 깔깔.
계속 모자는 푹푹 눌러쓰고. 솜사탕 먹으며 걸어가는 두 사람.
동우 : 옛날 소원 중에 하나였는데.
도영 : 뭐가요?
동우 : 아무때나 놀이공원 갈 수 있게 되는 거.... 사월이랑.
도영 : 나 갈테니까 그럼 사월씨 불러요.
동우 : 삐졌어요?
도영 : 앞서 가지 좀 마요. 네?
동우 : 어, 어! 그 봐! 웃으니까 이쁘잖아요.
도영 : .............
동우 : 저거 타 볼래요?
도영 : 저건 무서워서 싫은데.
동우 : 엄살은.....
동우, 도영의 손을 잡아끈다. 놀이기구 타는 도영, 동우.
도영, 내려 걸어오는데 비틀거린다.
동우 : 어...어.... 왜 이래요.
도영 : 좀 어지러워요....
동우 : 엄살 아니었어요?
도영 : (주저앉는데)
동우 : (놀라) 도영씨!
동우, 도영을 번쩍 안아 든다.
도영 : !!
동우, 달리기 시작한다.
도영, 동우를 본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따뜻하다.
S#24. 놀이 공원 일각 / 낮
사람이 별로 없는 외진 곳. 벤치에 앉아있는 도영.
동우, 생수병을 들고 달려온다.
동우 : ..... 물 좀 마셔요.
도영 : .......(물 마신다)
동우 : 미안해요.
도영 : 이제 괜찮아요.
동우 : 미안해요. 난 도영씨 기분 좀 풀어주고 싶어서.
도영 : 왜?
동우 : ........
도영 : 내 기분을 왜 풀어주고 싶은데요?
동우 : 힘들어 보여서.
도영 : 힘들지 않아요.
동우 : ........외롭지도 않구?
도영 : 외롭지도 않구.
동우 : 그럼 됐어요.
말없이 벤치에 앉아있는 두 사람.
도영 : ............
동우 : ............
도영 : 뭘 또 물어보고 싶은 표정이네.
동우 : ..........나중에 한번은 물어볼 꺼예요.
도영 : 어떤 걸?
동우 : 왜 하필 그 술집에 왔었는지..... 홍콩에서. 당신하고 어울리지 않는 그 허름한 동네에.
도영 : ..........
동우 : 언젠간 나한테 그 얘길 하고 싶을 꺼란 생각이 들어요. 아님 말구요.
도영 : 집에 가야겠어요.
동우 : 데려다 줄께요.
도영 : 혼자 갈래요.
동우 : (터프) 오늘은 내 말 들어요..
S#25. 도 로 / 밤
도영의 차 운전 중인 동우. 도영, 옆에 앉아있다.
동우가 읽던 책은 다른 짐들과 함께 뒷자리에.
동우 : 눈 좀 붙여요.
도영 : 서울 지리 모르잖아요.
동우 : 네비게이션 열심히 보고 있어요. 날 믿고 한번 눈 감고 있어 봐요.
도영 : .........(눈 똘망똘망, 앞 만 보고)
동우 : 거참 말 안 듣네.
도영 : 우리 인생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음 참 좋겠죠?
동우 : 난 별루요. 어쩔 땐 더 멀고 엉뚱한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하잖아요. 목적지에 닿긴 닿지만.
도영 : 맞아요. 나도 잘못된 곳을 한번 찍고 왔어요.
동우 : 인생에서요?
도영 : ..............
동우 : 목적지는 어디였는데?
도영 : 행복하고 따뜻하고 빛나는 곳.
동우 : 맞게 왔네, 그럼. 잘못 들렀던 데는 잊어버려요.
도영 : 그러구 싶어요.
S#26. 도영 집 앞 / 밤
도영의 차 와서 선다. 동우와 도영, 내린다.
동우 : 딴 생각하지 말고 푹 자요. 술 사기로 한건 오늘 못 지켰네. 다음에 두 배로 살께요.
도영 : 사월씨랑 지내는 건 어때요?
동우 : 재밌어요. 사월이가 첫 월급 나오면 도영씨 초대해서 파티 한대요.
도영 : 사월씨 잘 챙겨주세요.
동우 : 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왜 그래요.
도영 : 참! (뒷 좌석 문 열어 책 건네준다) 잘가요.
동우 : 잘 자요.
동우, 손 흔들고 뛰어간다. 저만치 뛰어가다 뒤돌아서서 손 흔들고 다시 달려가고.
도영 : .................
S#27. 용자네 거실 / 밤
콩나물 다듬으며 TV 보고 있는 사월과 옆엔 눈만 내놓고 고무팩을 한 용자.
동우, 현관에서 들어선다.
용자 : 엄마야! (놀라 방으로 뛰어가고)
사월 : 넌 하루종일 어딜 갔다오니?
동우 : 친구 좀 만나고 오는길이야.
사월 : 서울에도 친구가 있었어?
동우 : 당연하지. 이 오빠가 그럼 서울에 친구 없겠니.
사월 : 목포 집에 같이 살던 친구?
동우 : 아니.... 홍콩에서 만난 친구. 콩나물 그냥 놔둬. 내가 샤워하고 다듬어 놓을게. (방으로 들어간다)
사월 : ........은근히 바쁘네. (방에 큰소리로) 용자야, 나와. 동우 들어갔어.
용자, 거실로 살그머니 나와 사월 옆에 와서 앉으려는데
동우, 방에서 샤워 타월을 들고 나온다. 용자, 다시 벌떡 일어나 후다닥.
S#28. 방송국 사무실 / 아침
은비, 사무실 전화로 열 받아 통화중. 조연출과 상구, 옆에서 소심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은비 : 선생님! 출연하시겠다고 해서 저희는 벌써 회의끝내고 큐시트까지 만들어 놨는데 이제 와서 못하시겠다면 저희 어떡해요...
선생님, 저 죽는 거 보고 싶으세요? 저 지금 죽음 처녀귀신 돼요. 그러니까 출연 못하겠단 말씀 마시.....(끊겨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버럭) 아저씨!
은비, 전화 꽝 내려놓는다.
은비 : 내가 못 살아!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가.... 왜 이렇게 섭외가 힘들어.
상구 : (음료수 주며) 웰빙 음료 드시고 열 좀 시키세요.
조연출 : 윤사월씨도 부모찾기 안하겠다고 했대요.
은비 : 왜 다들 변덕이야.
조연출 : 사월씨는 그 때 군산 어머니 만나고 상처 받은 것 같아요.
상구 : 나 같아도 안한다고 했을 꺼예요.
은비 : 우리 이번 주 펑크 나겠다. 위기상황이야 지금.
조연출 : 우리를 팔죠 뭐.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보니까 한 회를 그 팀의 모든 스탭들 소개로 가더라구요.
정 없음 우리라도 나가요. 회의부터 방송까지, 야외스탭 부조스탭 몽땅 다 소개하고.
상구 : 찬영 선배는 노래랑 춤도 된다면서요.
조연출 : (노래와 춤 살짝)
은비 : 와... 저런 재주가 또 있었어?
상구 : 채널은 좀 돌아가겠네.
은비 : 근데 무슨 명분이 있어야지. 백회 특집이라든가, 수상기념이라든가....
조연출 : 그 때 상 탔을 때 한번 할 껄.
상구 : 그럼 우리 여자친구도 생겼을텐데.
은비 : 시끄러! 지금 헛소리 하고 있을때야.
고훈, 들어서며
고훈 : 30미터 밖에서도 다 들린다. 열 받아 뛰는 소리.
은비 : 우리 이번 주 펑크나게 생겼어요.
고훈 : 펑크 냅시다. 피곤했는데 잘 됐다.
은비 : 미치겠네.
고훈 : 올림픽 특집 방송 땜에 우리 방송이 한 주 죽어. 놀자구!
은비, 조연출, 상구 갑자기 환해지며 껴안고 뛴다. 우와......!!!!!
S#29. 도영네 거실 / 아침
도영, 2층에서 내려온다. 정희, 거실에서 차 마시며 신문 보는 중.
정희 : 출근하니.
도영 : 네, 엄마는 종강 하셨어요?
정희 : 이제 성적 내느라고 바쁠 것 같다.
도영 : 경찰에 내신다는 그 신청서, 제가 출근하면서 접수할께요.
정희 : 그래 줄래?
도영 : 네, 주세요.
정희, 방에서 봉투를 들고 나온다. 도영에게 건네준다.
도영 : .........오늘 접수할께요.
S#30. 방송국 야외주차장 / 아침
차에서 내리는 도영. 봉투를 트렁크에 넣는다. 문을 탕 닫아 내린다.
S#31. 교향악단 연습실 / 낮
리허설 몽타쥬. 지휘자와 함께 연습중인 오케스트라. 출연하는 성악가도 함께 연습 중.
도영, 리허설 참관 중. 같이 악보 보며 흥얼거리기도 하고. 곡이 끝나면 박수도 쳐주고 밝은 모습.
쉬는 시간, 연주자들 각자 줄 맞추고 개인 연습중인 소란스러운 방.
<창사특집 그랜드 음악회> 큐시트 보며 담당 PD와 이야기중.
도영 : 라 트라비아타 ‘축배의 노래’ 끝나면, 소개 멘트없이 바로 카르멘 ‘하바네라’ 로 이어지네요.
가수가 바뀌는데 따로 소개를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여기 소프라노하고 메조 소프라노 두 분,
어떤 드레스를 입으실 껀지 미리 알려주심 좋겠어요. 저랑 드레스 스타일이나 색깔이 겹치지 않게요.
S#32. 라디오 스튜디오 / 낮
클래식 CD와 LP판 보고 메모하는 도영. 은비, 들어온다.
은비 : (밝은) 소식 들었어?
도영 : 들었어. 신나지?
은비 : 근데 윤사월은 왜 안하겠단 거야?
도영 : 마음이 변할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집착해? 군산 어머니 일 때문에 상처 받은 것 같아.
그 아주머니 상처 받은 것도 마음 아파하더라구.
은비 : 역시 속 깊고 착한 애야. 난 윤사월이 괜히 좋더라.
도영 : 라디오 원고나 빨리 줘. 오프닝이 좀 더 튀었으면 좋겠어.
은비 : 남들이 좀 질투하더라. 자기 덕분에 내가 라디오도 한다고.
도영 : 실력이 있으니까 하는 거지. 노력도 안하고 뒤에서 군시렁거리는 사람들 정말 상종하기 싫어.
은비 : 점심 같이 할래?
도영 : 미안, 약속이 있어.
은비 : 준세씨?
도영 : 아니... 고등학교 때 친구.
S#33. 햄버거 집 / 낮
도영, 사월 앉아있다. 작은 쇼핑백 2개 놓여있다.
사월 : 그 날 그냥 가셔서 못 드린거요. 향수랑 바디 세트 샘플 들어있어요.
도영 : 고마워요, 사월씨. 내가 맛난 거 사줄려고 왔는데... 햄버거로 되겠어요?
사월 : 오늘은 진짜 이게 먹고 싶었어요.
도영 : 그럼 하나 더 먹던지. 하나 더 먹구, 하나는 싸가고.
사월 : 내 마음을 어떻게 읽으셨을까. 큭큭.
도영 : (미소)
사월, 맛나게 먹는다. 감자튀김도 두 개씩 집어 먹고.
도영 : 배고팠나봐요.
사월 : 아침부터 계속 뛰었더니 힘이 쪽 빠졌어요.
도영 : 일 많이 힘들어요?
사월 : 재밌기도 하지만 많이 힘들죠. 계속 매장을 뛰어다녀야 하니까 밤만 되면 다리가 퉁퉁 부어요.
도영 : 오후에도 일이 많아요?
사월 : 아뇨, 오후엔 텅 비어요. 언니 와서 드레스나 결정하세요.
도영 : 그럼 나랑 성형외과 좀 들렀다 백화점으로 가요.
사월 : 성형외과요? 왜요? (코도 만졌다 가슴도 가렸다) 저 어디 고치라구요?
도영 : 아니. 다 이뻐요. 손 댈 데가 어딨어.
사월 : 그럼....
도영 : 허리에 흉터, 내가 없애주고 싶어서....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이 있거든요.
사월 : .........
도영 : 허리 굽힐 때 자주 보여요. 손님들 보기에도 좀 그렇고 수영장에서 비키니도 못 입을 꺼 아녜요.
사월 : 비키니보단 원피스 수영복을 더 좋아하구요, 허리 안 나오게 긴 옷을 입으면 될꺼예요...
언니 신경써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데 이 흉터는 일단 그대로 두고 싶어요.
도영 : 왜?
사월 : 혹시 이 흉터가 나중에 엄마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도영 : .............
사월 : 그냥.... 아직은 손을 대고 싶지가 않아요.
도영 : ........흉터에 대한 기억도 없다면서.
사월 : 그래도.....
도영 : 그래요, 사월씨 편한대로 해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사월 : 왜 언니가 여대생들이 닮고 싶은 여자 1위인지 알겠어요. 언니는 정말 너무 좋은 분이세요.
도영 : ......(미소)
S#34. VIP 룸 / 낮
도영에게 드레스를 입혀 주는 사월. 드레스 한 벌은 옆에 걸려있고.
사월 : 어제 새로 들어온 건데. 파리에서 엄청 반응이 좋았대요.
도영 :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맘에 들어요.
사월 : 그럼 일단 이거 홀딩 시켜 놓을께요. 다른 사람 입지 못하게.
도영 : 동우씨는 잘 있어요?
사월 : 네.... 제가 바빠서 잘 놀아주지도 못하네요. 기장은 맞으세요?
도영 : 응, 적당해요. 동우씬 한국에 언제까지 있는대요?
사월 : 그렇게 오래 있진 않을껀가봐요...
도영 : 동우씨랑 결혼해서 외국에서 살아도 좋지 않아요?
사월 : ......
도영 : 동우씨 참 속도 깊고, 좋은 사람 같던데.
사월 : 네 엄청 좋은 아이예요.
도영 : 동우씨랑 외국에 살면서 거기서 공부도 더 하고... 그럼 좋을 것 같아요.
사월 : 허리도 이 정도면 괜찮죠? 여기서 더 타이트하면 너무 끼니까.
도영 : 외국가서 공부도 하고 더 멋지게 살아봐요 사월씨.
사월 : 그럴까요? 참, 저 어제 기억이 하나 또 떠올랐어요.
도영 : ..........
사월 : 우리 언니랑 나랑 어디 먼데를 같이 갔던 것 같아요. 버스를 타고.
도영 : ...............먼데 어디요?
사월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언니랑 같이 버스를 타고 멀리 간 기억, 내가 막 신나있었던 기억이 나요....
플래쉬 백 2부. 버스 정류장.
어린 지영, 신나서 언니 우리 어야 가자.
도영 : ...........
사월 : 이상하죠. 지난번 군산어머니를 만났을때부터 묻혀있던 기억이 몇개 떠오르기시작했어요. 그게 저한텐 좀 충격이었나봐요.
(E) : 사무실 전화벨
사월 : 언니 잠깐만요. (전화로 달려간다) 네, 퍼스널 쇼퍼팀 윤사월입니다. (네... 퍼스널 쇼퍼 서비스 신청하시면 됩니다.
원하시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구매를 원하시는 품목을 미리 알려주시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도영, 거울보고 서 있다. 뒤에선 사월의 전화 받는 소리 간간히 들려오고 사월의 뒷모습 보인다.
도영 : .......기억을 잠궈, 지영아.
S#35. 경마장 / 낮
달리는 말들. 사람들 자신이 찍은 말을 응원하며 소리치고 서 있다. 은섭도 그 중 하나.
은섭 : 빨리 빨리! 제껴 버려! 달려! 달려!
말이 결승선에 들어온다.
은섭, 화를 내고 마권을 집어던진다.
S#36. 축산물 시장 정육점 / 낮
핏물이 밴 장갑을 끼고 고기를 들쳐 메고 오는 은섭. 고깃집으로 들어가 고기를 내려놓는다.
은섭 : 배달 가져왔어요.
은섭, 장갑을 벗고 신경질 적으로 집어 던지는데
가게에 켜놓은 TV에선 도영 웃고 있는 모습. 70년대 스타일로 찍은 원더우먼 쇼 예고, 나온다.
은섭 : ..........(메마르고 불쾌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은섭, 리모콘을 들어 누르는 데 TV가 꺼지지 않는다.
몇 번을 꾹꾹 누르다 성질이 나는 지 리모콘을 던져 버리고 TV로 다가가 주먹으로 전원 스위치를 쳐 TV를 끄는 은섭.
S#37. 준세 사무실 / 낮
준세, 노트북 앞에서 뭔가 쓰느라 바쁜.
수호 : 본사 회의는 몇 시로 잡혔어?
준세 : 10분 후에 출발할 껍니다.
수호 : 본부장이 잔뜩 기대하고 있던데.
준세 : (미소) 잘 되겠죠.
수호 : .....회의자료는 벌써 보내지 않았어?
준세 : 보냈죠. 지금은 아버지한테 메일 쓰고 있는 중이예요.
수호 : 내 안부도 챙겨주게.
준세 : 예. (미소)
준세가 쓰고 있는 메일 문장 ‘아버지가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해주면 사월이도 기뻐할 꺼예요. 꼭 전하겠습니다’.
준세, 보내기를 클릭한다.
S#38. VIP 룸 / 낮
장태문과 미미, 앉아있다. 비서, 옆에 서 있고.
사월, 흰 장갑을 끼고 시계를 보여준다.
사월 : 스테디 셀러는 여기 이 골드스틸 라인인데요. 산토레 마드모아젤이 제일 예쁘고 많이 나가죠.
미미 : 그건 당연히 있지. 그거 하나 없는 사람도 있을까봐.
사월 : .........죄송합니다. 그럼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 장식이 된 베고니아 1930은 어떠세요?
미미 : 나이 들어 보여.
사월 : 아님 핑크골드 계열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미미 : 어머? 여기 핑크 골드 시계는 헐리웃에서 싸구려 모델들이 많이 하는 거 모르세요?
사월 : 아,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미미 : 공부 좀 하세요. 깔대기 있음 한 대 치고 싶네.
태문 : 박팀장, 쟨 왜 아직 안 짜른거야.
팀장 : 짜를래두 일을 너무 잘해요. 죄송해요, 회장님. 회장님 오실 땐 어디 숨겨 놓을께요.
태문 : 당장 치워. 따박따박 말 대답 하는 것도 보기 싫고.
팀장 : 사월씨, 들어가 있어. 내가 할게.
사월 : 팀장님은 예약 있으시잖아요. 제가 할께요.
태문 : 버릇없는 것 하곤.
사월 : 회장님. 1968년 대구에서 태문상회란 작은 상점으로 시작해서 우리나라 재계서열 30위 안에 드신 분 아닙니까.
태문 : ..............
사월 : 많은 사람들한테 꿈을 갖게 해준 대단한 분 아니시냐구요. 그런데 어떻게 아랫사람한테 이렇게 함부로 하시나요.
천박한 졸부처럼요!
팀장 : 사월씨!
비서 : (사월의 팔을 잡아 뒤로 꺾는다)
사월 : 아!
태문 : 놔줘!
비서 : (손을 풀고 물러선다)
태문 : 너 참 발칙하구나.
사월 : 전 회장님이 더 멋진 부자의 모습으로 남들한테 비춰졌음 합니다.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셨음 좋...(겠어요).
태문 : (말 끊고 화를 버럭) 니 깟 년이 뭘 안다고 나한테 훈계야. 니 까짓게 뭘 안다고!
미미 : 오빠 왜 이러세요. 나 쇼핑하는데 정신없게.
태문 : 나가자.
미미 : 저 이거 주세요.
사월 : 있으시다면서요.
미미 : 디자인이 살짝 달라요. 내가 갖고 있는 건 금줄이 두 갠데, 이건 세 개네. 오빠, 저 이걸로 할께요.
쇼핑백 들고 나가는 비서. 회장과 미미 나가는데 사월, 고개 숙여 인사한다.
태문 : (나가다 멈춰 서서) 너 지금 속으로 죽일 놈이라고 했지?
사월 : ....아닙니다.
태문 : 뭐가 아냐. 다 들리는데.
사월 : 맹세코 아닙니다.
태문 : 그럼 뭐라고 했냐?
팀장 : 회장님도 참.... 어서 가세요. 오늘은 병원 들리시는 날이시잖아요.
태문 : 뭐라고 했는지 얘기해봐.
사월 : 회장님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팀장 : (버럭) 사월씨!
사월 : 뭔가 상처가 곪아서 마음에 종기가 나신 거라고.... 화내지 말자고 저를 다독였습니다.
태문 : ..........넌 니가 지금 멋져 보이지?
사월 : ........ 살짝.
태문 : 박팀장, 얘 다음부터 치워요.
태문, 미미와 나간다.
팀장, 따라 나가면서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서며 무섭게 변한다.
팀장 : 사월씨 미쳤어? 저 분은 우리 백화점 회장님이랑도 친하신 분이야.
사월 : 저런 사람이 드나드는 건 우리 명품관의 수치예요.
팀장 : 윤사월! 앞으로 사흘간 근신하고 있어. 여기 나오지 마.
사월 : ........ 팀장님.......
팀장 : 팀장으로 하는 명령이야. 사흘간 나오지 마!
사월 : ...........
S#39. 백화점 옥상 / 낮
울적하게 앉아있는 사월.
사월 : 오늘은 준세 오빠도 안 마주쳐지네......
준세 : (E) 전화를 해보지 그래.
사월 : 오빠야 늘 바쁘...... (하다가 뒤 돌아보는)
준세, 아이스라떼 2잔을 들고 있다.
사월 : 오빠!
벤치에 앉아 커피 마시는 두 사람.
준세 : 본사로 회의 갔다 오는 길이야.
사월 : 내가 일 하는 중이면 어쩔려구 커피를 두 잔 샀어?
준세 : 여기 와서 전화해 보구, 일 한다고 그럼 우리 팀 비서 갖다 줄려구 했지.
사월 : 히히, 다행이다.
준세 : 넌 옛날부터 사소한 데 감동하고 좋아하더라.
사월 : 귀엽지?
준세 : 별로.
사월 : 오빠 진짜! 섭섭해.
준세 : (웃는) 농담이야. 귀여워. 많이 귀여워.
사월 : 참, 우리 손님 중에 민간요법으로 병 고친 분이 있어. 김 박사님, 왼 쪽 팔 다리 아직 마비라고 하셨지? 그거 고칠 수 있나봐.
내가 다음에 자세히 물어볼께 오빠.
준세 : 아버지가 너 보고 싶다고. 사월인 아직도 그렇게 뛰어다니냐고 하시더라.
사월 : (반가움에) 나 만났단 얘기 했어?
준세 : 그럼 했지. 엄청 반가워 하시더라. 사진 좀 보내달래.
사월 : 어머! 정말? (머리랑 얼굴 만지며) 예쁘게 하고 하나 찍어야겠다.
준세 : 목포 미카엘의 집도 그리우시대.
사월 : 김박사님 그 때 참 멋진 의사 선생님이셨지....
준세 : 파견근무 하던 그 때가 아버지한텐 제일 평화롭고 좋은 시기였던 거 같아. 그 때 얘기 참 많이 하셨어.
사월 : 그럼 내가 가서 사진을 찍어올게, 그거 보내드려 오빠.
준세 : .......시간이 돼?
사월 : 일요일까진 시간 남아돌아. 디카 있음 좀 빌려주라. 친구 꺼 써도 되긴 하는데 요새 가게를 새로 열어서 계속 필요한가봐.
오빠가 빌려주면 내가 가서 찍어다 줄게.
준세 : 고맙다.
사월 : 뭘요.
준세 : 우리 집에 내 동생으로 들어왔음 어땠을까 가끔 상상해 봤어.
사월 : ..............
준세 : 아버지 쓰러지시고 우리 집 힘들어 졌을때 니가 안 오길 잘했단 생각은 여러 번 했어.
사월 : ........난 오빠네 집에 갔음 어땠을까 여러 번 상상해봤는데.
준세 : 그래?
사월 : 안 가길 잘한거 같아. 여기서 이렇게 오빠만나는 게 훨씬 더 재밌어.
S#40. 용자네 가게 / 낮
앉아서 카드전표 세고 있는 용자. 신나 있다.
용자 : 와.... 재벌 박용자. 매출이 장난 아냐.... 이히!
현주, 들어온다.
용자 : 어서오세.....(하다가)....오픈하던 날 그 도우미.....?
현주 : 아르바이트 구함 보고 들어왔어요.
용자 : 아이구 됐어요. 댁이랑 일하면 그 깡패도 우리 가게에 들락날락할 꺼 아녜요.
현주 : 그런 일 없어요. 약속 드려요.
용자 : 어떻게 믿어.
현주 : 절 보세요. 어디 제가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여요.
용자 :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이네요.
현주 : 에이 사장님 왜 이러세요. 저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시간이 좋아요. 월요일은 밤까지 풀로 가능하구요.
저 일 잘해요. 싹싹하고.
용자 : 이 사람 참 나만큼이나 막무가내네........ 학생은 아니죠?
현주 : 연극배우 지망생이예요. 가끔 단역으로 출연도 하구요. 제가 유명한 배우로 확 뜨면 그 때 제가 잊지 않을께요.
가난한 연극배우 좀 도와주세요. 네?
용자 : 연락처 주고 가세요, 그럼. 정 사람 없음 연락할께요.
현주 : 제가 오면 돈이 붙을껄요. 꼭 연락 주세요. (메모지에 적는)
S#41. 대학로 / 낮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극 리플렛 나눠주는 현주.
현주 : 4시 공연 보러 오세요. 야하고 재밌어요. 저도 나와요.
은섭 걸어온다.
현주 : 오빠!
은섭 : ..........
현주 : 돈 아직 못 구했어?
은섭 : 그 자식 입원한 병원이 어디야?
현주 :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가르쳐 줘. 가서 사람 또 패놓을 생각하지 말고 빨리 돈이나 구해봐.
이번 주까지 안 주면 당장 쳐 넣겠대.
은섭 : .................
마로니에 공원 벤치. 은섭,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S#42. 방송국 사무실 / 낮
전화벨 울린다.
상구 : 네, 원더우먼쇼입니다. 네....... 어디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선배님, 친구라는데요.
도영 : ..........그래?
상구 : (작은 소리로) 남자.
도영 : (전화받아) 여보세요.
은섭 : (F) 신도영씨 되십니까?
도영 : 어디신가요?
은섭 : (F) ...........한숙아. 반갑다.
도영 : ...............!!!!!!!
은섭 : 나 은섭이야 한숙아. 옛날 제성보육원에 같이 살던 홍은섭.
도영 : ..............
S#43. 거 리 / 낮
공중전화에서 통화중인 은섭.
은섭 : 나 좀 만나줄래. 사정이 좀 급하게 돼서 너한테 연락했다. 부탁이야.
도영 : (F)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끊는)
은섭 : ...............
은섭, 거칠게 공중전화 부스를 걷어찬다.
S#44. 방송국 사무실 / 낮
도영, 불같이 화를 낸다.
도영 : 넌 여기서 전화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몰라? 무조건 날 바꿔주면 어떡하니. 사방에 날 귀찮게 하는 사람들뿐인데.
상구 : .....죄송합니다.
도영 : 다음부턴 그 어떤 전화도 바꾸지마. 알았어?
상구 : 예.
도영 : .........(불안감 불쾌함 가득......)
S#45. 분장실 / 낮
경미, 시은 메이컵 해주고 있다.
경미 : 올림픽 특집 때문에 원더우먼쇼 한 주 안한다면서요.
시은 : 그 팀 다들 축제 분위기더라.
경미 : 너무한다. 시청자들은 섭섭하다고 글 올리던데.
시은 : 배가 불렀지 뭐. 신도영부터 프리로 나갈 생각을 하던데.
경미 : 정말요?
시은 : 사표까지 썼다 찢었다 하던데 뭘.
경미 : 하긴.... 그 정도면 밖에서 러브 콜이 장난 아니겠죠.
시은 : 신도영이 나가면 원더우먼쇼 누가 할 꺼 같아?
경미 : 아무래도 장시은 선배......
시은 : 그치? 내가 딱이겠지?
경미 : ....만 빼고.
시은 : 야!
경미 : 농담이예요.
시은 : 난 신도영 빨리 나갔음 좋겠어. 우리 회사 신도영만 편애하는 거 지긋지긋해. 그 자리 꼭 내가 맡고 싶어.
S#46. 용자네 집 / 밤
베란다에서 유도복 걷어오는 동우. 사월, 들어온다.
사월 : 비자 받는 건 언제해?
동우 :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지.
사월 : 제깍제깍 해라. 너 불법체류자 되면 이 누나 맘 아프다.
동우 : 까불기는.
S#47. 준세네 집 / 아침
준세, 셔츠를 입고 부산히 출근준비 중. 책상 한 쪽에 디카를 올려놓았다.
S#48. 거 리 / 아침
달리는 준세의 차. 운전중인 준세. 핸드폰 벨이 울린다. 핸즈프리로 전화 받는다.
준세 : 여보세요.
비서 : (F) 이사님 저 김비선데요.
준세 : 네, 지금 가고 있어요.
비서 : (F) 어제 일에 차질이 좀 생겨 회장님이 내일 귀국 하신답니다. 오늘 잡힌 회의하고 미팅 다 연기됐어요.
준세 : ......그럼 전 홍콩쪽과 진척 상황만 메일로 보고 드림 되는겁니까?
비서 : (F) 그렇습니다 이사님.
준세, 차선을 바꿔 유턴을 한다. 쌩하니 달려가는 준세의 차.
S#49. 동우 방 / 아침
책이 수십 권 쌓여있는 방. 동우, 이 책 저책 뒤적거린다.
사월, 들어오는
사월 : 차동팔, 아침 먹자.
동우 : 너 내 여권 못 봤니?
사월 : 여권? (밖에 부르는) 용자야... 너 동우 여권 못봤니?
S#50. 도영네 집 앞 / 아침
방금 일어난 듯 편한 복장에 모자 눌러쓴 도영. 차 문을 열어놓고 뭔가를 찾는다.
의자 뒤를 뒤적거리다 바닥에서 여권을 찾아든다.
도영 : (핸드폰에) 여기 있어요. 그날 책 사이에 끼워놨던 게 빠졌나봐요.
S#51. 용자네 아파트 앞 / 아침
동우 : 회사 앞으로 갈께요.
도영 : (F) 오늘은 오후 늦게 나가는데요.
동우 : 그럼 집 앞으로 갈께요, 죄송합니다. (전화끊고) 나 잠깐 신도영씨한테 갔다올게.
사월 : 니 여권이 거기있어?
용자 : 그리고 신도영네 집을 동우씨가 어떻게 알아요?
동우 : 그저께 만났을 때 차안에 떨어뜨렸나봐.
사월 : 그저께 만난 친구가 그럼 신도영씨야?
동우 : 응. 다녀올게.
동우, 뛰어나간다.
용자 : (질투) 동우씨는 신도영이랑 왜 급 친해진거야?
사월 : 여권 들고 간 걸 보니 뭐 일 때문 아닐까?
(E) : 핸드폰 벨
S#52. 용자네 아파트 앞 / 아침
준세의 차, 서 있다. 아파트에서 사월, 달려 나온다.
사월 : 오빠!
준세 : 일찍 일어났네.
사월 : 오빠도 일찍 출근하네. 디카 주세요.
준세 : (디카 건네준다) 메모리 큰 걸로 넣었으니까 가서 잔뜩 찍을 수 있어.
사월 : 여기까지 뭣하러 왔어. 내가 백화점 들러서 받아가면 되는데.
준세 : 시간 아끼고 좋잖아.
사월 : 고마워. 가서 구석구석 다 찍어올게. 김박사님 생각하면서.
준세 : 타, 찍으러 가자.
사월 : 응?
준세 : 같이 가기 싫어?
사월 : 오빠......
준세 : 가방 챙겨 내려와. 기다리고 있을게.
사월 : ... (후다닥 올라간다)
S#54. 도영네 거실 / 낮
정희, 신문 보고 있다. 아줌마, 급하게 들어와
아줌마 : 이삿짐 트럭이 지나가는데 차를 좀 빼달라는데요. 도영씨가 어제 바짝 붙여 주차를 안했더라구요.
정희 : (짜증) 걘 늘 그렇게 차를 세우더라.
아줌마 : 차들이 쫙 밀려있는데요 지금.
S#55. 도영 방 / 낮
샤워소리. 도영, 샤워 중.
정희 : 얘! 차 좀 빼달라는데. ...... 안 들리니? 차 빼달래.
샤워소리만 나고 대답 없는 도영.
정희, 책상을 본다. 동우여권과 핸드백 열쇠고리 등등이 놓여있는 책상.
정희, 열쇠고리를 갖고 나간다.
S#56. 도영네 집 앞 / 낮
동우, 걸어온다. 문이 열리고 정희가 나온다.
동우 : ..........(한 쪽에 멈춰서는)........
정희, 도영의 차를 움직인다. 뒤에 서 있던 이사 트럭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승용차 2대도 지나간다.
정희, 차에서 내리는데 뒷좌석에 놓인 커다란 가방과 책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정희 : ..........이게 다 뭐야, 지저분하게....
정희, 책이 잔뜩 든 가방을 꺼낸다. 트렁크로 가 문을 열고 가방을 놓는데 트렁크 바닥에 놓인 봉투가 보인다.
봉투를 꺼내 열어보는 정희. 신청서가 그대로 들어있다.
정희 : !!!!!!!!!!
정희, 싸늘하게 얼굴이 굳는다. 봉투를 든 손,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동우 : (멀찌 감치에서 뭔일인가 주시하고 있고)
머리에 물기 있는 도영, 뛰어 나온다.
도영 : 엄마, 차를 빼달라고 했다면.....(서요)..........
도영, 뛰어나오다 트렁크가 열려있고 정희가 들고 서 있는 봉투를 보고 멈칫.
도영 : .........
정희 : (분노를 담아 도영의 뺨을 때린다)
도영의 따귀 맞는 모습을 본 동우의 놀란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