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7부 21권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는 로마 공화정 말기에 활약했던 인물들에 대하여 쓴 소설입니다. 마리우스, 술라,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의 3, 4, 5권에 해당됩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마리우스가 전쟁에서는 뛰어난 지휘관이지만 정치감각이 모자라고 외교수완도 아주 서툴고 연설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사람이고 연설도 뛰어난 것으로 묘사됩니다. 늙어서 정신착란을 일으켜서 판단력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원래 마리우스는 카이사르의 고모부인데 이 소설에서는 술라도 카이사르의 고모부로 나옵니다. 다시 말하면 마리우스와 술라는 동서지간이라는 것 입니다.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술라와 비슷하게 다방면에 뛰어난 인물로 묘사를 하지만 카이사르에 대해서는 훨씬 관대한 것으로 나옵니다.
카이사르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위인 중의 위인이지만 조숙한 천재는 아닌 것으로 나오지만 이 소설에서는 어렸을 때 부터 천재중의 천재이고, 출세가 늦어진 것은 로마의 법과 관습을 어기지 않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카이사르의 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카이사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카이사르는 로마의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에 불과하다고 하고 이런 카이사르를 찬양한 시오노 나나미도 극우 제국주의자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마스터스 오브 로마'에서는 3부 '포르투나의 선택'에서 6부 '시월의 말'까지 총12권이 카이사르의 이야기입니다. 콜린 매컬로는 카이사르가 완벽한 인간으로 거의 신적인 인물로 묘사합니다.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카이사르보다 더 위대한 인물로 나오지만 콜린 매컬로에 대해서는 시오노 나나미에게 하는 그런 비판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허약한 몸을 돌보지 않고 분투하지만 적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열한 선전선동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주로 안토니우스에 대해서) 안토니우스가 술에 쩔은 멍청이인 것으로 역사에 남은 것은 옥타비아누스의 흑색선전이 주 이유였다고 합니다. 물론 안토니우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될 여러번의 기회를 자신의 판단착오로 놓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영화에서 당시 최고의 미인이라는 '엘리자베드 테일러'가 클레오파트라의 역을 맡기도 해서 카이사르를 홀릴 정도의 엄청난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못생기고 키가 작고 빼빼 말라서 성적 매력은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카이사르와 자신의 아들인 카이사리온을 로마의 왕으로 만들겠다는 망상으로 안토니우스를 파멸로 이끌고 맙니다.
삼국지는 수십번 읽었고, '로마인 이야기' 4권 카이사르 편은 하도 많이 읽어서 제본이 풀려 책이 낱장으로 분해될 정도였습니다. 한권 또 사서 읽었는데 또 책이 분해되기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등장인물이 너무나 많고, 그 이름들이 한국사람들이 읽기에 어려웠고 비슷한 이름도 많고 지명도 복잡해서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두번 읽을 엄두는 못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