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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속의 경제학> 목마른 놈이 샘 판다 기름보일러나 도시가스가 보급되기 전에는 주로 연탄을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와 날씨가 추워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었으니 바로 연탄파동이었다. 연탄파동은 석탄 생산이 딸리거나 반입에 장애가 생기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생기곤 하는 해마다의 연례행사였고, 그 때마다 서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어떤 해는 연탄업자들의 출고조절 때문에 연탄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업자가 슬그머니 공급을 줄이면 연탄 값은 어김없이 올랐고, 서민들은 비싼 값에 연탄을 구입해야 했다. 그 다음 연탄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가 끝나면 연탄 값은 다시 내렸다. 이러한 연탄 판매 전략은 일종의 가격차별(價格差別)에 속한다. 독점기업이 같은 품질의 상품을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여 이윤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가격차별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격차별은 독점기업이 가격설정자(price-setter)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격차별 전략은 기업이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사용한다. 가격차별에는 강한 정도에 따라 제1도가격차별, 제2도가격차별, 제3도가격차별이 있다. 이중 제1도가격차별이 가장 강력한 가격차별이다. 제1도가격차별이란 연탄 파동 때 악덕업자의 가격 매기기처럼 상품의 모든 단위에 대해서 각각 서로 다른 가격을 설정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1도가격차별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독점기업이 소비자의 수요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하자. 기업은 상품을 한 단위씩 분리하여 출고하면서 각 단위마다에 각각 다른 가격을 매겨 판매할 수 있다. 즉 기업은 매 단위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할 사람에게 판매한다. 일반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가격이 결정되어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한다. 그러나 제1도가격차별을 하면 매 단위마다 가격이 각각 다르다.“딱 하나 남아 있는데, 이거 살 사람?”공급자가 이렇게 묻는다 하자. 누가 사겠는가. 제일 다급한 사람이 제일 높은 가격을 주고 산다. 그 다음에 또 한 단위를 내놓고 “이거 살 사람?” 하면 이번에는 그 다음으로 다급한 사람이 두 번째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산다. 이러한 판매 방식이 바로 제1도가격차별이다. 그야말로 “목마른 놈이 샘 판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1도가격차별은 독점기업에 가장 유리한 가격차별이며, 완전가격차별이라고도 한다. 완전가격차별이 이뤄지면 소비자잉여가 전혀 남지 않고 고스란히 공급자에게 넘어간다. 독점기업의 입장에서는 제1도가격차별이 유리하지만 이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개별 소비자들의 정보를 모두 파악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가격차별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독점기업은 그보다 정도가 약한 가격차별을 시도하기도 한다. 많이 사는 사람에게 할인하거나 끼워팔기를 하는 제2도가격차별, 또는 해외에는 싸게 판매하는 제3도가격차별 전략 등이 그것이다. 가격차별은 독점기업에게는 유리하고 소비자에게는 불리한 판매 방식이다. 소비자가 독과점보다 완전경쟁시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속담 속의 경제학> 교토삼굴(狡兎三窟) -분산투자-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3.02
<속담 속의 경제학> 개똥참외는 먼저 본 놈이 임자다 -공유지의 비극-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3.08
‘금장(金匠)’이 금 불리듯 한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4.05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속담 속의 경제학> -부가노동자 효과-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5.03 에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금 숨바꼭질은 아직도 계속된다.
<속담 속의 경제학>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부가노동자 효과-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5.31
지붕 새는 집도 ‘가옥세’는 내야 한다 <속담 속의 경제학>-조세원칙-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6.28
백 냥 빌린 놈은 펴고 잔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7.26 경제개발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유행했다. 원래 대마불사라는 말은 바둑을 둘 때 ‘큰 말은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바둑판에서 쓰이는 이 말이 대기업이나 은행과 관계된 말로 사용된 것이다. 은행이나 대기업은 좀처럼 파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은행은 개인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과 거래를 한다. 만약 은행이 파산한다면 금융시장이 마비되고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일어나는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은행은 쉽사리 파산하지도 않거니와 파산시켜서도 안 된다. 만약 은행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는 것이 보통이다. 거기서 ‘은행불사’라는 말이 나왔다. 대기업이 부도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하청 기업의 연쇄부도 등 커다란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정부는 대기업의 부도를 가능하면 막아주려고 한다. 은행과 대기업은 망하기엔 너무 크다(too big to fail). 큰 기업은 좀처럼 파산하지 않는다 대마불사의 논리로 정부가 은행이나 대기업을 보호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은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외형 키우기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대기업이 부실경영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하자. 경영자는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행에서 돈을 끌어들여 기업의 덩치를 키워놓는다. 그러고 나서는 ‘이 큰 기업이 망하면 은행도 손해이고 나라도 손해니 살려내라’고 할 수 있다. 경영 잘못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회생시킨 뒤, 기업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서 성과급 나눠먹기를 하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한 냥 빌린 놈은 오그리고 자는데, 백 냥 빌린 놈은 펴고 자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대마불사’ 방치했다간 도덕적 해이 불러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담보도 없이 빚을 많이 얻어 쓴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출세하기 전부터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다. 권력도 없었던 그가 어떻게 많은 빚을 질 수 있었는가. 재미있게도 빚을 많이 진 사람일수록 빚을 얻기가 더 쉽다. 채무자의 빚이 커질수록 채권자는 채무자가 파산하지 않게 계속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 빌려주고 코 꿰이는 것이다. 에스파냐 총독에 임명되어 부임하러 가는 카이사르를 빚쟁이들이 막아섰을 때 보증을 서주어 부임지로 떠날 수 있게 해 준 사람은 최대의 채권자인 크라수스였다고 한다. 이처럼 빚이라는 것은 소액일 때는 채권자가 강자이지만, 거액일 때는 채무자가 강자가 된다. 카이사르는 빚의 이러한 생리를 잘 알았기에 빚을 이용해 더 큰 빚을 얻는 수완을 발휘했던 것이다. 카이사르는 빚으로 만든 돈을 가지고 부하에게 보너스를 주거나 도로 보수 등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일에 사용하여 권력 기반을 확충해나갔다. 그리고 결국 로마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빚을 많이 끌어다 쓰면 최고 권력자도 되고 재벌도 되는 세상이니, 겨우 한 냥 빌리고서 발 뻗고 잠들지 못하는 서민이 딱하다.
‘자식도 많으면 천하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8.23 어느 날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내년 등록금 걱정은 말아라. 올 가을 참깨 값이 좋았거든. 우리도 내년에 참깨 많이 심을 거다.” 올해 참깨 값이 좋으니 내년에 참깨를 많이 심어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는 시골 아버지의 소망은 이뤄질 것인가. 그랬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사마천 ‘사기(史記)’의 화식열전에 나오는 공급과 가격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오(吳)에 패배하고 종살이한 월(越) 왕 구천이 어떻게 하면 오에 당한 수모를 씻을 수 있느냐고 묻자 계연(計然)이 나라의 경제에 대해 말한다. “어떤 물건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거나 아니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질 것입니다.” 평범한 말이지만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은 계연이 말한 대로 움직인다. 어떤 물건이든 공급이 넘치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무엇이든 많으면 가치가 떨어져 참깨의 수요와 공급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 올해 참깨 값이 좋았다고 하자.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음 해에 참깨를 많이 심을 것이다. 그 다음 해 가을의 결과는 독자 여러분이 짐작하는 대로 뻔하다. 너도나도 참깨를 심은 덕분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참깨 값은 떨어질 것이고, 결국 아버지의 주름살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참깨시장에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공급의 법칙이란 재화의 가격이 높으면 공급이 증가하고, 낮으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곡식 중에 비싼 것이 참깨지만, 그 참깨도 많이 나오면 쌀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많으면 값이 싸다. 심지어 ‘자식도 많으면 천하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생산자가 가격에 보이는 반응의 크기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이 변동하는 현상을 거미집이론이라고 한다. 거미집이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변동 현상을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으로 나타내면 거미집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의 거미집 현상은 주로 농산물에서 발생한다. 농산물은 일정한 계절에 생산되기 때문에 어느 해에 농산물 가격이 높다고 해서 바로 생산량이 증가할 수 없다. 다음해에야 공급이 증가한다. 즉 가격에 대한 공급 반응이 한 해 늦게 나타난다.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걱정 이처럼 농산물의 생산에도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지만, 농산물의 공급의 법칙에는 시차(時差)가 있다. 농부는 올해 참깨 가격이 높으면 다음 해에 많이 심고, 가격이 낮으면 다음 해에 적게 심는다. 그런데 올해 참깨 가격이 높다고 모두들 참깨를 많이 심으면 내년의 참깨 가격은 하락한다. 내년의 참깨 가격이 하락하면 그 다음 해의 참깨 생산은 감소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가격이 상승한다. 가격에 대해 공급 반응이 한 해씩 늦으면서, 참깨 가격은 오르고 내리는 진동을 계속하게 된다. 그 조정 과정을 그린 모양은 마치 거미집처럼 보인다.농사라는 것은 풍년이 들어도 걱정, 흉년이 들어도 걱정이다. 양파 재배 농민이 풍년에 기뻐하기는커녕 자신의 밭을 갈아엎어 버렸다는 보도를 우리는 가끔 접한다. 가격 폭락으로 품삯도 건지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갈아엎어 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흉년이 좋은가. 그렇지도 않다. 흉년에 가격이 좋아봤자 팔 물건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올 가을 김장농사가 미리부터 걱정된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즐거워한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8.29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호미 곶에는 일출 외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이름도 아름다운 ‘상생의 손’이 그것이다. 상생(相生)의 손 중 왼손은 해맞이 광장 가운데서 영원의 횃불을 호위하고, 오른손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떠받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가족 간에, 기업 간에, 그리고 민족 간에 상생이 이뤄진다면 이 사회는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송(松)은 소나무, 무(茂)는 무성함, 백(栢)은 잣나무, 열(悅)은 즐거워한다는 한자이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어떤 하나가 무성하게 잘 되면 그 옆도 잘 되어 덕을 본다. 즉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생이 이뤄지는 것이다. 각각의 산업은 연관관계를 가진다 한 경제체제 내에서 각각의 산업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산업 간의 경제적 영향을 ‘산업연관효과’라고 한다. 산업연관효과에는 전방효과와 후방효과가 있다. 전방효과는 어떤 특정 산업이 발전할 때 그 산업의 생산물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다른 산업도 같이 발전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후방효과는 어떤 한 산업이 발전하면 그 산업에 투입되는 중간재를 생산하는 산업이 발전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전방효과나 후방효과는 흔히 사용되는 상생이나, 윈윈(win-win)이라는 말과 통한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즐거워하듯이,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면 부품산업도 덩달아 발달하고 덕을 보는 것이다. 포항의 포스코(POSCO)와 울산의 현대자동차, 그리고 부품을 생산하는 여러 기업은 서로 산업연관효과를 통해 상생을 누리고 있다. 건축 산업도 고용 창출 등 전후방 효과를 많이 일으키는 산업으로 알려진다. 경기침체 시에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는 경우 대개 건축 산업부터 손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건축 산업의 전방효과와 후방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배타적 상생, 치킨 게임의 결과는 ‘공멸’ 그러나 배타적 상생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열그룹에서 자기 계열 기업에게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품 값을 올려서 지급하는 이 등은 결국 선의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다. 치킨 게임(chicken game)도 문제다.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에는 젊은이들이 자동차로 벌이는 치킨 게임이 나온다. 참가자들이 자동차를 몰고 위험한 절벽 끝으로 달리되, 절벽 끝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져다 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생명을 건 이 게임에서 지는 사람은 ‘겁쟁이 치킨’이라고 친구 사이에 불리게 된다. 겁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젊은이들은 결코 브레이크를 먼저 밟지 않으려 한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는 절벽 끝 가까이까지 계속 가야하고, 아무도 멈추지 않으면 두 사람 다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이처럼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이 치킨 게임이고, 그 결과는 공멸이다.요즈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거대자본이 동원된 대형 슈퍼와 동네 슈퍼 사이에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그러한 게임에서는 항상 큰 쪽이 이기고 작은 쪽은 진다. 그리하여 불평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상생의 길은 없을까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09.27 우리 속담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이 있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고 하는 이 말은 사마천의 ‘사기’ 에서 유래한다. 폭정을 일삼던 진시황이 죽자 각처에서 군웅호걸들이 천하를 얻겠다고 군사를 일으켰다. 그 중 항우와 유방이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 두 영웅 초(楚)와 한(漢)의 다툼은 오늘날까지 장기에 전해질 정도로 치열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방이 항우보다 앞서 함양에 입성하여 항복을 받고 아방궁으로 들어갔다. 궁에는 온갖 재보와 아름다운 궁녀들이 잔뜩 있었다. 유방은 이를 즐겨 궁에 머물려고 했다. 그러자 수하인 번쾌가 아직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으니 다른 곳에 물러가 진을 치자고 진언했다. 유방이 망설이자 이번에는 장량이 나서서 말했다. “진(秦)나라가 무도하였기에 주군께서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향락에 눈이 멀어서 진의 폭정을 본받으려 한다면 되겠습니까.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고,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습니다. 번쾌의 말을 들으소서.” 유방은 아방궁을 나와 패상에 가서 주둔했다. 이로 인해 유방은 명분과 민심을 얻을 수 있었고, 결국 천하를 얻어 한고조가 되었다. 효용가치 있으나 자발적 소비하지 않는 재화 약이란 맛있다고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이다. 좋은 약이 입에 써서 사람들이 먹기 싫어하는 것처럼, 개인의 자유에 맡기면 바람직한 양만큼 소비하지 않는 재화를 가치재(價値財)라고 한다. 즉 효용가치가 있지만 자발적으로 소비하려 하지 않는 재화를 말한다. 자동차의 안전벨트는 전형적인 가치재이다. 자동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면 답답하고 불편하다. 이 경우에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운전자와 승객의 선택에 맡겨두면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매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는 법제를 통해서 의무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게 한다.가치재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대개 선택을 법으로 강제한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의무’가 들어가는 것은 대개 가치재에 속한다. 국방과 납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막상 내가 군에 입대하고 세금을 내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방의무니 납세의무니 하는 말이 생겼다. 의무교육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중학교 정도는 마쳐야 현대 사회에서 평균적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 과정까지의 교육이 의무화 된 것이다. 교과목 중 기타과목이라고 불리는 과목이 있다. 하지만 기타과목이야말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양과 문화적 소양을 배우는 과목이다. 입시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지만, 사실은 중요한 가치재 과목인 것이다. 국방, 납세, 교육, 기타과목 등이 모두 가치재이다.
‘어머니 잔소리듣기’는 최고의 가치재 가정에서 어머니의 잔소리 또한 가치재이다. 자녀들에게 어머니가 부과하는 규제나 의무는 대부분 싫은 것들이다. “어른에게 인사 잘 해라, 정직해라, 부지런은 값없는 보배란다, 잠자기 전단 것 먹지 마라, 이 닦고 자거라, 일찍 일어나라, 게임 좀 그만 해라, 화장실 불 꺼라, …….” 어느 집이나 어머니의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입술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말씀들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어머니의 잔소리야말로 삶의 자양분이요, 양약 중에 양약이다. 안전벨트 매기를 법제화하듯, 최고의 가치재인 어머니 잔소리 듣기를 법제화하는 날도 올까?
부는 이웃을 살리고 덕은 만인을 살린다 요즈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노블레스는 고귀한 신분을, 오블리주는 책임을 뜻하는 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및 중세의 귀족들은 신분에 따르는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리고 살았으며, 그 특권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저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의 역사를 지탱해 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했다. 로마에서 부를 축적한 지도자들은 병원이나 목욕탕을 지어 시민들이 사용하도록 하거나, 공연장을 지어 시민들에게 헌정하기도 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솔선수범해서 재산을 군비로 헌납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가 적과 싸웠다. 지금도 로마에는 기부자의 이름을 딴 건축물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귀족의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우리 속담에 ‘부(富)는 이웃을 살리고, 덕(德)은 만인을 살린다’는 말이 있다. 경주 최부자 집과 구례군 운조루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그 속담을 떠올린다. 먼저 최 부자 집 가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에는 논 사지 마라. 다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며느리는 시집 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가훈을 보면 양반 신분은 유지하되 권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 가르치고 있다.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지위를 갖는 것은 필요하나 높은 벼슬이나 권력을 가지면 권력쟁탈전이나 사화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이다. 최부자 집은 소작료를 낮추어 받고, 지나가는 손님을 후하게 대접함으로써 덕을 쌓고 인심을 얻었다. 흉년이야말로 논을 헐값으로 사들여 재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이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훈이 있었기에 최 부자 집은 재산을 지켜 오면서 덕을 널리 베풀 수 있었다. ‘누구든 마음대로 뒤주를 열 수 있다’구례군 토지면에는 운조루라 하는 아흔아홉 칸 집이 있다. 운조루의 대문을 들어서서 마당을 지나면 사랑채이고 그 오른쪽으로 안채가 들어서 있다.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곳간이 있고, 그 가운데에 뒤주가 하나 놓여 있다. 뒤주의 쌀을 꺼내는 구멍의 덮개에는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누구든 마음대로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운조루 주인은 이웃의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이 뒤주를 만들었다. 뒤주는 대문에서 가깝고, 안채와 격리된 곳에 있다. 안채에 들어가 자존심 상하는 구걸을 하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되, 그 자존심과 인격을 배려하였다. 운조루의 굴뚝에도 이웃을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이 굴뚝은 일반 다른 집에 비해서 낮게 설치되어 있다. 굴뚝은 높아야 아궁이에서 불이 잘 탄다. 이 집에서 굴뚝을 낮게 설치한 이유는 밥 짓는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인근의 가난한 사람들이 부잣집에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연기를 보며 더 배고파 할 것을 염려한 배려이다. 나눔이 없는 1%의 많이 가진 자들을 향한 99%의 분노가 뉴욕으로부터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이때다. 최 부자 집 가훈과 가난한 사람의 인격까지 고려하면서 베푸는 운조루 주인의 후덕함이 더욱 값지게 보인다.
“동서 춤추소”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11.28 옛날 우리 농촌에서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날을 잡아 여자들이 밖으로 나가 전을 부쳐 먹으며 하루를 즐겼다. 꽃잎을 넣어 전을 부쳐 먹는다고 해서 화전(花煎)놀이라고 하는 이 모임은 원래 일가친척의 남녀가 모여 즐기는 놀이였으나 나중에 동네 여자들의 놀이가 되었다. 시골에서 이날은 여성들에게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화전놀이에는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았다. 어느 동네에 화전놀이가 열리고, 동서가 나란히 참석했다고 하자. 모두들 흥겹게 춤추고 노는 모습을 보며 형님도 나가서 같이 춤을 추고 싶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랫동서에게 넌지시 말한다. “동서, 춤추소!”형님은 동서에게 춤추라고 권하면서 사실은 “형님이 춤추셔요”라는 말을 기대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권하는 것을 ‘동서 춤추소’라고 한다. 대학가 식당 백반 값이 같은 이유캠퍼스 주변 식당의 백반 값은 왜 모두 같을까? 그것은 식당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담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점시장에서 기업 간에 대립관계의 경쟁을 하면 서로 손해이다. 과점시장에서 원가고에 시달리는 어느 기업이 가격을 올린다고 하자. 이때 다른 기업도 같이 가격을 올리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는 경우 손님을 놓치게 될 것이다. 좋은 방법은 서로 약속을 해서 같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지만, 그것은 당국에서 법으로 금하는 일이다. 이러한 경우에 기업은 가격선도를 시도한다. 가격선도(價格先導)란 한 기업이 가격을 조정하면 다른 기업도 따라서 조정하는 묵시적 담합을 말한다. 춤추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먼저 동서를 시켜 춤추게 하고 자기도 같이 추는 방식이다. 기업 사이에 묵시적으로 협약이 이뤄지면 한 기업이 주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그 후에 다른 기업도 슬그머니 가격을 올린다. 법으로 금하는 담합도 피하고 한 기업만 가격을 올려서 시장을 잃는 위험도 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격을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한 기업이 가격을 먼저 인하하고 얼마 후에 다른 기업들도 가격을 내린다. 그래서 서로 손해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회사 간에 시차를 두고 항공요금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한다. 가격선도는 주로 과점시장에서 일어난다. 시장에서 기업 간의 다툼을 경쟁이라고 하고, 협조를 담합이라고 한다. 담합에는 강력한 담합도 있고 느슨한 담합도 있는데, 가격선도는 느슨한 담합에 속한다.가격선도는 느슨한 담합얼마 전 가격선도 방식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청량음료회사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두 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에 의하면 해당 업체들은 사장단 모임 또는 고위 임원들의 모임이나 연락을 통해 가격인상의 방법을 결정하고, 실무자간 정보 교환을 통해 인상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인상했다. 이들의 담합 수법은 그대로 교과서적이었다. 한 기업이 앞장서고 나머지 기업이 뒤를 따른 전형적인 가격선도 모형을 시장에 재현한 것이다. 이번에는 형님과 동서만 바뀌었다. “형님, 먼저 가격 올리세요. 우리도 따라 올리겠어요.”
거동 길 닦아 놓으니 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1.12.20 임금님의 행차를 거동이라 한다. 임금님이 행차하신다기에 애써서 길을 닦아놓았더니 얄밉게 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지금 깍쟁이가 애써서 만든 도로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길이란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것이고, 또 아무나 무료로 다니라고 닦아놓은 것이 길이다.재화와 서비스는 경합성·배제성이 있다기업은 판매를 목적으로 재화와 서비스, 즉 상품을 생산한다. 재화나 서비스에는 도로처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고, 피자처럼 돈을 내고 사야 하는 것도 있다. 도로와 피자는 어떤 특성이 있기에 무료와 유료일까? 그것은 각각의 재화와 서비스가 갖는 경합성(競合性)과 배제성(排除性)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소비에 경합성이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이 상품을 소비하면 다른 사람은 그 상품을 소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피자를 사서 소비한다면 다른 사람은 그 피자를 소비할 수 없다. 이는 상품 값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소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즉, 배제성이다. 돈을 내지 않은 사람에게는 피자가 제공되지 않고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극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소비 배제이다. 보통의 상품에는 경합성과 배제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내고 사서 소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두 가지 성질을 다 가지고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국방, 도로, 항만시설, 등대 등이 그것이다.소비에 경합성과 배제성을 가지지 않은 상품을 공공재라고 한다. 소비에 경합성이 없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비할 수 있다. 등대의 경우, 한 배가 등대 서비스를 받는다고 해서 다른 배에 대한 서비스를 감소시키지 않는다. 즉 비경합적인 재화와 서비스는 소비해도 닳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소비에 배제성이 없다는 것은 무료로 그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라도 국방 서비스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 밀수선이 등대를 보고 뱃길 잡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즉 거동 길 닦아놓으니 깍쟁이가 지나가는 것처럼 어떤 상품에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으면 아무도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무임승차 현상이 일어난다. 기업은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상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공공재․ 공유재는 무임승차 가능따라서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는 재화와 서비스는 대부분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해 공급된다. 공공재는 공공이 무료로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공공재이고, 공공기관이 공급한다는 의미에서도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소비에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동시에 가진다. 이에 반해 비배제성이나 비경합성 중 한 가지 특성만 가진 재화는 준(準)공공재이다. 준공공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비에 배제성은 있지만 경합성은 없는 경우다. 유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정보가 이 종류에 속한다. 이러한 재화와 서비스를 클럽재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소비에 경합성이 있지만 배제성이 없는 경우이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재화와 서비스는 공유재이다. 공유재는 배제성이 없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개똥참외는 먼저 본 놈이 임자이듯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2.01.03 어떤 거래에서든 서로 거래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야 쉽게 성립할 수 있다. 시장의 특성상 과점시장에서는 기업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 가격을 정할 때 기업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지 않은지, 소비자의 취향은 어떤지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만약 중국에 수출할 물건을 만든다면 가능한 한 붉은 계통의 색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선호를 알면 상품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즉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양쪽에 최선이 돼야 균형 성립미국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내쉬(J. F. Nash)는 서로에게 최선이 되어야 거래나 시장이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물한 살 때 천재적인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내쉬는 교수가 된 뒤 얼마 안 되어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대학 구내를 배회하는 유령으로 불렸으며, 30년 동안이나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고생했다. 오랜 투병 끝에 정신 건강을 되찾은 내쉬는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젊어서 쓴 논문이 40년도 넘어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다. 러셀 크로우가 열연했던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는 내쉬의 일생을 그린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내쉬가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을 때 선배와 동료 학자들이 내쉬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는 마음으로 만년필을 내놓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내쉬가 한번은 친구들과 술집에 들른다. 술집에는 아름다운 금발 아가씨와 그녀의 친구들이 와 있었다. 내쉬의 친구들은 서로 금발 아가씨와 데이트하고 싶어 한다. 이를 본 내쉬가 친구들에게 말한다. ‘모두들 금발 아가씨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더라도 한 명만 선택된다. 나머지는 이제 다른 아가씨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다른 아가씨는 자존심 때문에 데이트를 거절할 것이다. 결국 한 명마저 데이트가 깨질 수도 있다.’ 이어서 내쉬는 말한다. ‘모두가 금발 아가씨에게만 몰려가면 결국 모두 거절당한다. 아가씨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아가씨에게도 골고루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즉 양쪽에 최선이 되어야 데이트라는 균형이 성립한다는 내쉬의 주장이다.‘용의자의 딜레마’도 내쉬 균형내쉬는 서로에게 최선이 되어야 균형에 이른다는 생각을 기업의 행동 양식에 적용하여 이론으로 정립했다. 서로에게 최선이 되는 전략의 짝을 경제학에서는 내쉬균형이라고 부른다. 내쉬균형은 최선의 전략에 대해 최선의 대응 전략이 짝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모두 최선의 전략을 선택할 때만 성립할 수 있다. 또 서로 최선의 전략이기 때문에 그 전략이 바뀔 유인이 없다. 유명한 ‘용의자의 딜레마’에 나오는 자백 전략도 내쉬균형의 일정이다. 용의자 두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택하든 자기에게 최선의 전략은 자백이다. 물론 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백 전략이 균형을 이룰 것이고, 이 균형이 내쉬균형이다. 자백이 최선이라는 해를 법제도에 응용한 것이 요즈음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자진신고자 벌금감면제, 즉 리니언시 제도이다. 담합을 주도하여 부당한 이득을 가장 많이 얻고도 자진신고하면 자기는 살짝 벌금이나 제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법의 맹점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이 단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쨌든, 가는 말 오는 말이 고운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자 집 나락이 먼저 팬다’ 노상채 : 조선대 경제학부 교수 | 이메일 : 기사 게재일 : 2012.01.16 여름철을 보내며 날마다 꽁보리밥만 먹던 아들이 묻는다.“아버지, 쌀밥은 언제 먹어요?” “간지럼나무 꽃이 세 번 피면 먹는단다.”시골에서는 백일홍(百日紅)을 간지럼나무 또는 배롱나무라고 한다. 백일홍나무는 대략 백일 동안 세 번 붉은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불린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백일홍이 몇 번 피고 지면서 벼의 이삭이 올라오면 아버지도 아들도 희망에 부푼다. 백일홍이 세 번째 필 때쯤에는 올라왔던 벼이삭이 여물어 수확할 수 있게 되고, 드디어 쌀밥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꽁보리밥을 먹는 여름을 보내며 시골 아이들은 백일홍 꽃이 세 번 피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갈수록 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그런데 속담은 ‘부자 집 나락이 먼저 팬다’고 말한다. 햅쌀 나오기만 애타게 기다리는 가난한 집은 놔두고 야속하게도 부자 집 나락이 먼저 팬다는 것이다. 아마도 부자 집 논은 햇볕이 잘 들고 물도 좋은 곳에 있어서 가뭄을 타거나 홍수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꾼도 많아 적당한 시기에 파종하고 거름도 주며 잘 가꾸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자 집 논의 이삭이 먼저 올라오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햅쌀을 부자 집에 먼저 안겨준다는 것이다. 이 속담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짧은 몇 마디로 실감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소득격차가 점점 심해져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사회 현상이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다음 가사는 DJ DOC이 부른 노래의 일부이다. ‘돈 없어도 차 없어도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압구정동내가 널 본 것도 압구정동뿌려대는 돈 쉽게 쓰는 돈 아쉬운 줄 모르고 계속 쓰는 돈멋진 자동차에 니 몸에 쳐 바른 돈끊길 줄도 모르고 니 주머니 속에서 계속 나오는 돈……불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있는 놈은 항상 있지, 없는 놈은 항상 없지.’빈부격차와 서민경제 관심 ‘절실’이 가사는 ‘불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있는 놈은 항상 있고, 없는 놈은 항상 없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단점 중 하나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파리도 여윈 말에 더 붙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먹지 못해서 빼빼 마른 말에 파리가 더 많이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여윈 말이라면 아마 가난한 집의 말일 것이다. 이 말은 잘 먹지 못하고 일만 하기에 지저분해 파리가 붙어 성가시게 한다. 가난해서 먹을 것도 없는 집에 돈 들어 갈 일은 겹치는 것처럼.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경제가 요동을 치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급속한 경제발전 때 소득격차가 더 벌어질 뿐만 아니라 경제침체기에도 격차가 벌어진다.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의 상위 20% 소득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 4배였지만 2009년에 8배로 커졌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MB정권과 여당이 빈부격차 문제와 서민경제에 이제야 관심을 갖는 것,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진정성이다. =====4권으로 넘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