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창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대산 강원기]

그들의 理想은 조선의 독립 그 以上이었다
- 86돌 3.1절,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54명에 대한 서훈에 부쳐 -

최광은 / 사회당 정책위원장

3.1절 맞아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54명 서훈

   3.1절이 올해로 86돌을 맞았다. 3.1운동은 맨 처음 천도교를 중심으로 한 청원운동의 일환으로 구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은 민족대표 33인의 투항 이후 학생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비타협적인 인민 투쟁으로 발전했다. 이 운동은 3월 중순부터 전국적 규모로 확대되었고,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에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 투쟁의 격렬함은 사망 6천여 명, 중상 1만 4천여 명, 투옥 5만 2천여 명이라는 사상자, 투옥자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투쟁을 통해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의 배신성이 폭로되었고, 인민은 민족해방운동의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1920년대 이후 일제하 민족해방운동사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되었다.

   정부는 이 날을 맞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54명에게도 훈.포장을 수여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기존의 서훈 지침을 수정, 제외 기준을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활동에 주력했거나 적극 동조한 자’로 완화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한국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이동휘 등과 같이 해방 이전에 사망해 이후 사회주의 활동 경력이 없는 인사들에 국한하여 독립유공자로 포상해왔다. 이전까지 정부수립 후 독립유공 포상을 받은 9500여명 가운데 100명가량만이 이에 따른 포상을 받은 사회주의 계열의 인사였다.

   따라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54명에 대한 이번 서훈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조차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를 두고 일부 언론들과 몇몇 학자들처럼 ‘반쪽 독립운동사의 복원’이라 단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태도이다. 한편, 이 같은 서훈 지침 또한 좌우 모두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 우익들은 좌익 계열 인사의 서훈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흐리는 것이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또한 좌익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들 인사들이 과연 ‘사회주의 조선’을 궁극 목표로 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했다고 취급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누가 어떤 등급의 서훈을 받아야 하고, 그 척도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서훈을 보며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점들이 있다.

   우선 몽양 여운형 선생 추모사업회 측의 항변이 있다. 추모사업회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좌우합작의 우측 영수로 활약했던 김규식 박사는 서훈 1급을 받았다”며 “몽양 선생이 서훈 2급이 된 기준은 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가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는 “여운형 선생의 경우는 관심이 집중돼 있고 포상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많아 너그럽게 하지 못하고 엄격히 규정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는 아직까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원칙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며, 정치적인 고려가 여전히 우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1차 조선공산당 책임비서 김재봉이 건국훈장 애국장(4급)을 받은 데 반해 국가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의 대략적인 심사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투쟁을 벌였던 4차 조선공산당 책임비서 차금봉은 서훈을 받지 못했다. 2차 조선공산당 책임비서였던 강달영 또한 지난 1968년 3.1운동에의 참가 업적만 인정받아 추서되었을 뿐이다.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이번 서훈을 정당화하려는 시각에도 우려스러운 점들이 발견된다. ‘당시 사회주의 운동은 혁명운동이라기보다는 계몽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당시 사회주의 운동의 궁극 목표는 이념이 아닌 조국독립에 있었다’, ‘김재봉, 강달영, 차금봉과 같은 공산주의자들을 좌파 민족주의자로 볼 수 있다’ 등과 같은 성격 규정이 이른바 진보적인 역사학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단지 우익들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이는 당시의 사회주의 운동사를 곡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상은 조선의 독립에 머물지 않았다

   이재유 그룹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최근 생존이 확인된 이효정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주위에서 서훈을 받도록 신청하라고 하면 “동지들도 죽고 없는데 혼자 받아 뭐 하나”라며 말렸다고 한다. 올해 아흔 둘의 이효정은 70여년 전의 동지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1930년대 말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활동한 경성콤그룹의 대표적 인물들인 이관술, 이순금, 김삼룡, 이현상, 정태식 등은 모두 이 이재유 그룹 출신이었다. 경성콤그룹의 사회주의자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탄압이 극대화되는 시기에도 좌절하거나 전향하지 않고 최후까지 사상적 지조를 지키며 민족해방, 계급해방을 위해 투쟁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견결한 투쟁은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 재건의 튼실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파 사회주의자들의 대부분은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남과 북 모두로부터 버림받고 일찍이 죽임을 당했다.

   한국 정부에 의해 이번 훈.포장을 수여받은 사회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과연 기뻐하고 있을까. 그들의 수많은 동지들이 또한 대한민국에 의해 죽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이념’은 독립을 위한 ‘항거수단’ 그 이상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들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목표는 분명 그 너머에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조선의 독립, 민족해방의 과제는 계급해방, 인간해방의 길과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온전한 평가를 받는 것은 단지 한국 정부에 의한 서훈 여부가 아닐 것이다. 만일 통일을 상정한다고 한다면, 이들의 역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해서도 온전한 평가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적어도 반쪽 민족해방운동사는 넘어설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사회주의 계열 독립유공자 명단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	여운형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	권오설 조동호
건국훈장 애국장(4등급)	강창보 구연흠 김재봉
건국훈장 애족장(5등급)	강관순 강병창 강종득 강해석 권대형 권오돈 권평근 김남수 김성오 김순종 김유인 도정호 박봉석 박태홍 배성룡 서재익 이강목 이태로 장순기 전순협 조옥현 조점환
건국포장	강몽호 강치구 김재증 김종택 김지태 박병두 신명준 안창대 육학림 임종만 임종환 장태형 정진무 정창남 정해철 조준기 최봉기 최영운 하준기 황수룡
대통령표창	김덕연 배덕수 성낙용 안상태 이용근 조균

 여운형 | 1920년 상해파,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가입. 1944년 조선건국동맹 조직.

               1945년 건국준비위원회 조직.
 권오설 | 1924년 조선노농총동맹 상무집행위원. 1925년 고려공산청년회 중앙집행위원.

               1926년 6.10만세투쟁 주도. 1930년 옥사.
 조동호 | 1921년 상해파 고려공산당 가입. 1925년 조선공산당 중앙위원.

               1930년대 조선공산당 재건운동. 1946년 민주주의민족전선 중앙위원.
 강창보 | 1927년 조선공산당 가입, 제주도 야체이카 조직. 1939년 조선문제시국연구회 조직.

               1945년 옥사.
 구연흠 | 1923년 신사상연구회 가입. 1925년 조선공산당 활동. 1926년 6.10 만세운동 참여.
 김재봉 | 1922년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가입. 1925년 1차 조선공산당 책임비서.

[지산 강기정]

설악공(강수환)의 큰아들이신 강병창 족숙님께 국가에서 건국훈장 애족장 (5등급)의 (2005년 서훈).
독립운동가 강병창 족숙께서는 기미년(1919년) 3.15 독립운동 만세를 설매리 용지골에 위치해 있는
서소대에서 인근마을 모든 사람들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며 독립만세를 외쳤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