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봉작 138편 중 손익분기점 넘긴 영화는 겨우 16편
'워낭소리' 수익률 9500%
1132만명 관객 동원한 '해운대' 810억원 벌었지만…
개봉작 평균 수익률 -19.6%… 86%가 투자원금도 못건져
전 세계 영화팬에게 '3D'(3차원 입체영상) 신드롬을 불러온 영화 '아바타'는 상복(賞福)은 없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3개 부문만 수상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하지만 '돈복'은 있었다. '아바타'의 국내 배급사인 20세기 폭스코리아에 따르면 8일까지 '아바타'가 한국에서 번 돈은 1231억원이다. 1321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국민 3.7명 중 한명이 극장에서 '아바타'를 본 셈이다. 전 세계에서 번 돈은 26억달러에 달한다. '아바타효과'라는 말이 생겼고, 증시엔 '3D 테마주'도 등장했다. '아바타' 흥행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영화산업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과연 영화 투자는 대박일까?
◆영화 투자의 구조
영화는 크게 영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제작사(기획사), 돈을 투자하는 투자사, 극장에 필름을 공급하는 배급사가 함께 만든다. 우선 제작사가 시나리오와 감독·배우를 섭외해 인력 구성을 마친다. 이후 투자 심사 보고서라는 A4 종이 열 쪽 내외의 자료를 만들어 투자사 모집에 나선다. 투자사를 확보하면 제작에 들어간다. 영화가 완성되면 배급사가 극장에 영화를 공급한다. 극장에 영화가 걸리고 관객들이 영화를 본다. 매출이 생긴다. 영화 상영이 끝나면 매출을 정산하고 수익이 생길 경우 극장과 배급사·제작사·투자사가 나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영화 투자사는 정부 예산으로 펀드를 만들어 영화에 투자하는 창업투자사와 극장에 영화를 공급하며 투자까지 맡는 투자배급사, 저축은행 등으로 나뉜다. 창업투자사는 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영화 펀드를 조성한다. 올해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배정된 중소기업청의 예산은 400억원 규모다.
-
배급사는 보통 자체 자금으로 영화에 투자한다. 현재 활발하게 영화 투자활동을 벌이는 창업투자회사는 7~8개사다. 대형 투자배급사는 CJ엔터테인먼트 등 4개사다. 이들이 지난해 영화에 투자한 돈은 총 3188억원 정도다.
손익분기점은 대개 관객 숫자로 계산한다. 국내 영화계는 판권 등 다른 분야에서 얻는 수익이 적어 극장 관객 매출에 주로 의존한다. 김현우 보스톤창업투자 대표는 "극장 개봉 외에 DVD 판권이나 해외 판권 등에서도 수익이 생기지만 국내의 경우 미국과 달리 이익 중 90%가 극장 관객 수익"이라며 "극장에서 영화를 내리고 2~3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액 1위 '해운대', 수익률 1위 '워낭소리'
매출 집계가 공식적으로 이뤄진 2008년 이후 최고 매출을 올린 한국 영화는 '해운대'다. '해운대'는 11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810억원을 벌었다. 839만명이 찾은 '국가대표'는 6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8년 이전 상영작 중에선 '괴물'이 1301만명을 모아 433억원가량을 벌었다.
올해 흥행작은 '의형제'가 대표적이다. 총 63억원을 들여 만든 의형제는 투자사들이 목표로 했던 350만 관객을 넘겼다. 지금까지 '의형제'를 찾은 관객은 480만명이 넘는다. 투자사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의 송동희 과장은 "추세대로라면 최소 60%의 수익률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률(수출가와 부가판권료는 제외)은 매출액과 다르다. 매출액이 적더라도 적게 투자하고 많이 번 영화라면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객 순위 1위와 7위를 차지한 '해운대'와 '워낭소리'가 대표적인 사례. 11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의 수익률은 539%이다. '워낭소리'는 292만명이 극장을 찾았지만 95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억원을 들여 190억원을 벌었다.
◆"영화는 돈 벌기 어려운 벤처 투자"
언뜻 보면 영화 투자가 돈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사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영화 수익금 중 일부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가 주원인이다. 8000원을 주고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공제하고 10%의 부가세를 매긴다. 1040원 정도다. 남은 6960원을 극장과 배급사가 반으로 나눈다. 배급사가 손에 쥐는 돈은 3480원. 여기서 배급 수수료 등을 배급사가 먼저 확보한다. 그리고 남은 돈에서 총제작비를 뺀다. 이후 잔액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물론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영화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제작된 국내 영화는 총 138편. 이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6편뿐이다. 비율로 따지면 13.6%다. 86%가 넘는 영화가 제작 후 투자 원금도 못 건졌다. 전체 개봉작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19.6%다.
5~8년가량 운용되는 영화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최근 해산한 바이넥스트창업투자의 '바이넥스트엔터테인먼트1호조합'은 영화펀드로서는 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4.4%에 그치고 있다. 5년 동안 원금 100억원을 들여 104억4000만원을 거둬들였다. 이 펀드는 '괴물' '말아톤' 등에 투자했다. 한 관계자는 "다른 영화펀드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최인국 출자사업 담당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출자한 영화펀드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10% 수준이었다"며 "해운대·국가대표 등 흥행작에 대부분 투자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한 영화도 많아 전체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영화는 관람할 때는 멋지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전형적인 벤처산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