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여러 가지 향기가 있지만 덕행의 향기가 가장 뛰어나다. <법구경>
퇴계 이황선생이 서울로 올라와 성안에 묵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좌의정 권공이 찾아와 선생을 뵙고 식사를 대접받게 되었는데, 반찬과 밥이 맛이 없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선생은 맛있게 들고 계셨으므로 권공은 끝내 수저를 놓을 수가 없었다.
권공은 물러나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내 입을 잘못 길들여 이런 지경이 되었으니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황선생의 검소한 생활에서 풍겨나오는 인격에 감동했던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인격이라고 하면 그 어떤 고매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학식이 있다 해도 교만한 자세로 남을 대한다면 그는 인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인격은 자기를 겸허하게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인격은 지위의 고하나 지식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구절은 우리에게 진정한 인격이란 무엇인지 깨우쳐주고 있다.
“싸우다가 내가 넘어져도 기분 좋은 상대가 있습니다. 아침저녁 수시로 허리 굽혀 절해도 더욱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앞에 서면 가난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지 못한 것이 오히려 수치스럽습니다.”
참사람을 만나면 그 덕행의 향기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