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샴푸>를 읽고
올해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받은 박미영의 <마법 샴푸>를 읽었다.
이야기 하나 들어 볼래? 로 시작하는 동화의 시작은 자못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무슨 이야기일까 빨려들어간다.
제목 또한 마법 샴푸라니, 샴퓨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기억을 지워주는 샴푸라는 판타지적 매개체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며 주제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점도 탁월하다.
동화는 말하는 사람이 지금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어린이에게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시에는 어른들은 모르는 어린이 사이에서만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학교 뒤 호수공원에 매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마법샴푸라는 가게 였다고 한다. 마법 샴푸로 머리를 감겨주면 힘들고 우울한 기억이 모두 사라져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린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마법 샴푸 가게는 단골고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이는 강아지 머핀과 함께 호수를 산책하다가 이 가게를 발견하고 한 아이에게서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곳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조이는 자기의 나쁜 기억을 생각해봤지만 아주 못 참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그 때 마법 샴푸 가게에서 나오는 유라와 만난다. 어제 강아지 머핀에게 돌을 던지며 신경질을 부린 유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반갑게 인사를 하자 조이는 쓴 웃음이 나왔다. 유라를 보며 나쁜 기억은 잊었으나 제멋대로인 것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며 뭔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고 분한 기분이 든다. 조이는 머핀을 괴롭히던 유라가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법 샴푸 가게의 미스터 장 아저씨는 조이를 보며 가게에 들어올 건지를 묻지만 지우고 싶을만큼 힘든 기억이 없다고 대답하자 그는 행복에 겨워 사는 아가씨인가보다고 비꼰다. 조이는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곳이라면서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절대 그곳에 안가겠다고 생각한다.
조이는 친구들이 샴푸 가게에 다녀와서 밝아진 건 좋았는데 함께 고민을 나누는 마음까지 사라진 것 같아서 좀 혼란스러워한다.
그런데 조이가 사랑하는 강아지 머핀이 갑작스런 사고로 조이 곁을 떠나게 된다. 조이는 점점 우울해졌고 친구는 샴푸 가게에 다녀오라고 한다. 조이는 너무 힘들어서 마법 샴푸 가게에 오게 된다. 샴푸가 너를 자유롭게 해줄거라며 미스터 장은 샴푸를 풀어내고 지우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라고 한다. 조이의 머릿속은 머핀의 추억이 가득해서 눈물이 차오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힘든 기억 속에도 머핀이 있어요. 아무리 지우려 해도…. 힘들지만, 머핀이 죽은 건 너무, 너무너무 슬프지만 그 기억을 지우면 난 머핀의 모든 걸 기억하는 친구가 아닌 걸요. 그럴 순 없어요.”
조이는 눈물을 닦으며 이건 너무 쉽고 비열한 방법이라며 마법 샴푸 가게를 뛰쳐나온다.
미스터 장은 처음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힘든 기억은 스스로 극복해야하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스터 장은 마법 샴푸가 들어 있는 항아리를 내동댕이 치고 그 후로 호숫가에서 마법 샴푸 가게를 본 어린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고?
그건 말이야, 넌 조이를 떠올리게 했거든.
이 동화는 특히 기억을 지우는 마법 샴푸를 판타지적 매개로 어린이들이 상처와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나가야 하는가 하는 주제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 9월에 읽은 책
1.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 말의 품격(이기주, 황소북스)
3. 명견만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