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언론, 지식인, 법조인들의 방향상실과 인식의 도착
조국 사태는 그 동안 우리 사회 민주 진보의 주축이었으며, 국민들에게 존경받아 오던 언론, 지식인, 법조인들마저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I.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인 박찬수는 <군부 쿠데타, 검찰의 '반란'>이라는 용감무쌍한 칼럼을 실어 우리를 경악케 하였습니다. 박찬수 실장은 "대통령 인사권과 국회의 인준 권한을 침범한 검찰은 이제 칼끝을 야당으로 돌리고 있다"며, "검찰이 독점적 수사권으로" 정치인들을 다스리는 것은 "군부가 쿠데타를 해서라도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진단합니다....
박실장께 묻겠습니다.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범한 것이 무엇이고, 국회의 인준 권한을 침해한 것은 또 무엇인가요? 검찰이 국가적 중대 사건에서 증거인멸이 진행되고 있는데 손을 놓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검찰이 수사를 완료해 놓고도 공소시효가 그냥 지나도록 했어야 합니까? 대통령이 총애하고, 민주당이 줄을 서고 있는 실제 법무부장관이라서 그리해야 합니까? 그것이야말로 검찰이 권력에 아부하는 정치검찰임을 선언하고, 검찰 독립의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는 것 아닙니까?
박실장은 정경심 교수를 소환없이 기소한 것도 검찰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론사 논설위원실장이 정말 사태를 그렇게 모르고 있습니까?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소환할 수도 있었지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라서 자제하였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검찰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정도면 검찰이 많이 조심한 것 아닙니까? 인사청문회 진행 중에 소환해서 바로 구속시킬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박실장님 지금 쿠데타가 어느 쪽에서 진행되고 있는지요? 국회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려고 먼저 시도한 쪽이 누구인지요? 국민대표 기구인 의회의 인사청문회를 '사설' '셀프 청문회'라는 참람된 방식으로 뭉개려고 했던 세력이 어느 쪽인지요? 자기들만이 '유일한 주권자'인양 지금 이 나라의 진실과 민주주의를 농단하며 찬탈하려는 세력이 누구인지요?
저는 지금 민주당 그리고 대부분의 민주진보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저 수 십만의 철없는 아이돌 팬과 같은 열혈 네티즌 부대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실과 가치 그리고 민주주의와 검찰의 독립을 오도하고 찬탈하고 '쿠데타' 세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 진보를 한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를 보쌈하여 납치하고 있습니다!
참고 : 박찬수 한겨레 논설위원 실장 칼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09333.html
II.
김상봉 교수님, 존경하는 김교수님의 철학도 이렇게 전도될 수 있구나, 전율이 일었습니다. 저 자신, 아니 우리 지식인의 한계가 실로 두렵습니다.
김교수님의 '너릿재 너머의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연대는 숭고합니다. 우리사회 교육 불평등과 계급 대물림에 고뇌와 분노 추상과 같습니다. 그러나 김교수님 어떻게 지금 서울대생들이 '스카이 캐슬'의 부대들이라고 단정하실 수 있습니까? 반대로 조국 교수에 대하여는 또 어떻게 "개인으로서 단정하게 공인으로서 헌신적으로 삶을 살아왔다"고 평가하실 수 있습니까? 어떻게 촛불을 들고 나선 스카이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야박하고, 조국과 그 딸에 대하여는 그렇게 관대합시니까?
반칙과 특권의 입시제도에 대한 교수님의 참담한 심경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촛불을 든 스카이 학생들에 대하여 자신들의 특권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이라고 그렇게 쉽게 매도할 수 있습니까?
서울대 학생들이 자신들의 치부가 탄로날까봐 '쇼'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서울대 학생들이 자신들도 조국 일가와 같이 낙인찍히는 것이 억울해서 촛불을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생들 가운데, 조국 일가와 같이 그렇게 징그럽게 편법과 탈법으로 억지 스펙을 만들어 들어간 학생이 얼마나 될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 행운의 재능과 땀흘린 노력으로 명예롭게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도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교수님은 서울대 학생들 촛불 집회에서 학생증 검사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민감합니다. 그것을 마치 서울대 학생들의 폐쇄적인 특권의식의 발로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증 검사는 학내 행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될까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이라고 이미 양해를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그렇게 곡해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의 교육과 입시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교수님의 증오는 열화와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증오가 촛불을 든 학생들에게만 향하고 있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반칙과 특권을 거부하여 나선 학생들에게 "열심히 촛불을 들어라. 닥쳐올 분노의 심판 날에 그 불장난이 그대들의 성채를 잿더미로 태워버릴 때까지!"라고 비난하셨습니다. 거의 저주 수준입니다. 그러나 현재 그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조국 일가에 대하여는 "단정하게 살아 왔고", "본의 아니게 강남의 길을 따라 걸었고",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며, 자애로운 동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끔찍하면서도 흉악한 교육과 입시체계는 전복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모순의 최고 수혜자이자 그것을 학대재생산 시킨 권부 실세를 먼저 단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수님의 전도된 인식은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참고 : 김상봉 교수의 칼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08859.html
III.
민변의 성명서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의뭉스러운 성명서였습니다.
민변은 "조국 장관에게 철저한 검찰개혁을, 정부에게는 진정한 평등을 위한 개혁을 요구" 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지금 조국 일가의 의혹이 점점 커져, 조국 장관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법무부는 윤석렬 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제안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 장관에게 장관으로서의 할 일을 '당부'한 것입니다.
짐짓 장관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조국의 장관으로서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에 더하여 더 이상 다투지 말라는 경고와 다름 없는 성명서였습니다.
이 성명서의 핵심은 사실상 맨 끝에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한 비판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위조사문서행사죄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기소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 편을 들고 있습니다. 민변이 조국 일가의 변호인단을 자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사문서위조의 주체는 정겸심 교수가 분명하지만, 위조사문서행사의 주체는 그 딸이 될지 부모가 될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사문서위조의 공소시효를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니다. 그러나 민변의 성명서는 그 논점에 대하여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단지 위조사문서행사죄의 공소시효가 많이 남아 있다면서 검찰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인 민변이 법에 대한 무지를 가장하면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참으로 놀라운 수법입니다.
저는 이 성명서의 이러한 교묘한 화법이 조국 장관이 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수준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조국스러운' 성명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화려한 언사로 성토하면서 그 이익 추구의 제일선에 있었던 조국 일가에 대한 비난은 쏙 빼고, 조국 장관의 정책적 입장에 대하여는 진지하게 비판하는 것처럼 하면서, 조국 일가의 심각한 범법 의혹에 대하여는 슬쩍 건너 뛰고, 검찰 개혁을 말하면서 정부여당의 부당한 검찰 협박에 대하여는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민변은 현재 우리 사회 권력의 중심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민변의 수준이 조국 장관의 수준과 비숫한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 민변의 성명서 http://minbyun.or.kr/?p=43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