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대중매체의 메시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고, 수신자인 일반 대중은 이런 메시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대중매체는 사회화와 교육의 수단으로도 사용되어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통제가 강압적, 명시적이 아닌 은근한 통제라는 것에 대중매체의 특징이 있다. 대중매체는 수신자들이 이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메시지를 찾지 못하도록 부지부식(不知不識)간에 대중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업성을 가진 대중매체의 특징으로 인해, 정보의 전달의 효율성에 급급한 나머지, 복잡한 사회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다양한 가치를 획일화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또 여론이나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중매체는 대중들을 현혹하여 기존체제의 유지에 자발적으로 협조하게 하여, 평균적인 사람들의 의식을 조작하고 있다.
本.
대중매체가 조작하는 잘못된 의식으로는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 외모지상주의, 엘리트중심주의 등이 있다.
Ⅰ. 얼짱, 몸짱 열풍(외모지상주의)
1.요즘 새롭게 사회의 이슈로 나타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얼짱’, ‘몸짱’ 열풍이다. 얼짱은 ‘얼굴이 짱’을 몸짱은 ‘몸매가 짱’을 나타내는 말로 일부 집단, 특히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사람들에게 쓰이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사회 전반으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외모지상주의는 이미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대중매체의 폐해 중 하나였으나 이 얼짱, 몸짱 열풍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대중매체만의 특징에 기반을 두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인터넷 국가가 되었고 인터넷이 새로운 대중매체로 자리를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은 고전적인 대중매체인 신문이나 뉴스와는 달리 대중이 메시지의 일방적인 수신자가 아니라, 대중이 메시지의 수신자이면서 곧 송신자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10대는 인터넷을 정보교환의 장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일종의 자기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컴퓨터에 부착된 ‘캠’ 사진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진을 찍고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데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캠을 이용한 촬영 자체가 유행하였고 이에 그들 중 특출한 외모를 가진 이들은 ‘5大얼짱’, ‘7大캠사’등으로 불리며 팬클럽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미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이들도 얼짱으로 불리고 싶어 했고 이에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고 일종의 ‘성형’을 하여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집단에 의해 얼짱의 유행이 시작되었고, 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런 유행을 타 각 인터넷사이트에서는 얼짱으로 보이는 사진 찍는 방법이라든가, 얼짱 투표 등 을 실시하여 더욱 유행을 가속화, 확산시켰다.
한편 몸짱 열풍은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 열풍과 함께,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연예인 권상우, 40세 몸짱아줌마, 정다연씨로 인해 유행하기 시작했다. 본래 몸짱열풍은 새로운 유행인 ‘웰빙’과 함께 건강한 신체를 만들자는 것에서 시작하였으나, 외적인 것만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질되었고, 이에 일부에서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폐해가 나타났으며 급기야 위 축소수술을 하여 사망하는 결과도 나타났다.
2. 문제점: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아름답게’보이고 싶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 자체가 관념적인 것이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여 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현대에 와서 획일적으로, 예를 들어 여성의 경우에는 ‘하얀 피부와 날씬한 몸매, 쌍까풀 있는 큰 눈’ 등으로 평가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특히 신문이나 인터넷 등은 사회의 대중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어야할 역할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획득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며, 심지어는 성형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TV에서는 그러한 아름다움을 소지한 연예인들만이 나오고 이로 인해 대중들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과 함께 무리한 다이어트, 성형수술 등을 하게 되고 외적인 모습에만 집착하게 되어 인간 내면의 모습을 소홀히 하게 된다.
Ⅱ. 드라마에 의한 폐해
1. 드라마는 대표적인 대중매체인 TV를 통해 방영되며, 남녀노소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청 층을 갖고 있는 만큼 대중들에게 미치는 그 영향이 어느 매체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 그 외에도 ‘아침드라마’등 모든 방송국에서 수시로 드라마를 방영하여 그 양이 타국에 비하여 많다. 이런 우리나라 드라마들의 공통점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주인공들이 뛰어난 외모, 즉 현대에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연예인들이라는 점과 계층간의 차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 이다.
2. 경제적 차이, 황금만능주의, 일부 계층에 대한 왜곡
우리나라 드라마의 대부분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며, 그 주인공들은 한쪽은 재벌2세 등 부자로 나오고, 다른 한쪽은 어렵게 살아가는 아르바이트생, 산동네 주민 등으로 나온다. 또 이런 경우에 남자 쪽이 부자이고 여자 쪽은 가난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여성이, 우연히, 부자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신분상승을 하는 일종의 ‘신데렐라’와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경우 재산적인 차이로 인하여 갈등이 생기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갈등의 표현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위의 경우 부자인 남성은 재산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의 주위에서는 결코 그 사랑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많이 배운 자, 유산자, 사회 지도층의 역할을 맡은 인물들은 ‘교양과 품위’를 외치면서 실제적으로는 정 반대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드라마와 같은 극화에서는 갈등을 위해 ‘악역’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왜곡되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의 월화 드라마 ‘불새’는 경제적 차이가 있는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고, 그 경제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재벌2세인 이지은은 가난한 대학생인 장세훈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의 부모는 결코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부모는 많이 배우고, 많이 가졌지만 대화나 타협이 아닌 폭력, 협박의 방법으로 그들을 헤어지게 하려고 하고 장세훈이 자신들의 재산을 목적으로 한다고 오인하며 지극히 속물적인 근성을 표현한다. 또 경제적 차이로 인하여 결국 헤어지게 되는 점에서는 ‘연인’이라는 인간의 관계에서 ‘사랑’보다도 ‘돈’이 더 중요하다는 그런 ‘황금만능주의’를 느끼게 한다. 한편 또 다른 재벌2세인 서정민은 ‘자기는 돈에 관심이 없다’라는 대사를 말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고가의 명품을 마치 슈퍼에서 과자 사듯이 선물하며, 심지어 그녀의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먹을 수 있는 생계란 한판을 자신의 차에 던지게 한다. 이처럼 일부 계층에 대해 지나치게 표리부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왜곡된 가치관을 심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3.문제점: 드라마는 다양한 시청 층을 갖고 있고 시청률이 높은 일부 드라마는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10대나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획일적인 내용의 드라마를 방영할 경우 그런 ‘가상적인 극화’의 내용을 현실과 혼동할 우려조차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고, 우리사회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부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으며, 교양, 품위가 실제로는 전혀 없고, 인심도 나쁘고, 외모가 ‘아름답기’만 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다. 획일적인 드라마의 내용으로 인해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감을 느끼게 하고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비리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사회의 실정과 결합하여 그들 모두가 부정한 방법으로 그 지위, 재산을 취득하였으므로 자신 또한 어떠한 방법을 써도 괜찮다는 오해를 할 우려가 있으며, 계층간의 갈등이 더욱 확산되고 국가의 정책이나 기업에 대하여도 나쁜 이미지를 갖게 만든다. 또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황금만능주의는 돈을 위해 부모를, 자식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 ‘돈이 곧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고 돈을 위해서는 규범, 윤리를 무시하는 행위가 확산될 수 있다.
Ⅲ. 광고에서의 성의 상품화, 성역할의 고정
1. 광고나 TV와 같은 대중매체는 우리가 생활을 하면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요즘 상품의 판매,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성을 상품화’시키는 광고들이 무분별하게 등장한다. 이런 성의 상품화는 외모지상주의와 결합하여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화질의 선명함을 강조하는 휴대전화기 광고에서 여성의 스타킹에 전화기를 집어넣는 장면이 나오고, 과자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서 과자의 부스러기가 자고 있는 여성의 가슴위에 떨어졌지만 위험을 감수하며 주워 먹는 장면이 나온다. 또 꼭 여성이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아파트 광고나 은행광고도 대부분이 예쁘게 꾸며진 여성이 주역이다. 물론 이런 광고가 여성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며, 남성도 단지 면도기광고에서 근육질의 상위를 강조한다는 등의 성의 상품화로 되고 있다. 이처럼 여성과 남성 모두 성의 상품화가 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며 대중매체의 특징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광고에서 성의 상품화를 표현하면서 그 속에서 항상 고정된 역할을 맡는 남성과 여성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이온음료의 광고에서는 항상 땀을 뻘뻘 흘리며 남성이 운동을 하고 있고 여성이 그 음료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경우에도 남성과 여성모두 날씬한 몸매와 그 몸매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의상을 입고 있다. 또 조미료 등의 광고에서는 항상 여성이 음식을 만들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남편과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또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남편과 아이들의 바라보면 마치 자기의 모든 역할 수행을 하였다는 그런 표정을 짓는다.
2.문제점: 요즘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성역할에 대한 변화된 인식과 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생물학적인 성(SEX)에서 사회학적인 성(Gender)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고전적인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 아닌 양성적인 특징을 가진 인간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광고에서 고정된 성역할을 상품화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광고의 문제점은 크게 여성은 순종, 나약함, 남성은 지적 능력과 우월함을 강조하는 성역할 고정의 문제와 성의 이미지를, 특히 여성의 이미지를 성적으로 과장하여 묘사하는 성 상품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광고는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한 효과는 단지 제품의 판매가 아닌 사람들의 인식에서 나타나게 된다. 전통적인 여성역할의 고정은 순종, 보조를 의미하여 여성들의 학업과 직업적 성취욕구의 저하를 가져오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아정체감을 확립하지 못해 남성에게 의존적으로 살아가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외모를 꾸미는데 있어서도 여성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남성들의 기준에 의한 외모를 경쟁적으로 꾸미게 된다. 한편 남성의 성격이 남성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현대 사회의 남성들이 건강한 정서를 발달시키는데 에 장애가 된다. 남성은 강하고 거칠고, 책임감이 넘치는 그런 존재로 자라나는 것은 남성들이 감정 표현에 무감하게 만들고 또 자신의 가정에 대하여 필요이상의 중압감,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結.
대중매체는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며 사회화와 교육의 수단, 문화 발전의 추진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 대중매체가 단순히 그러한 역할의 수행만이 아닌 올바른 방향으로의 인도를 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지대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대중매체가 무책임하게 대중들에게 잘못된, 왜곡된 인식,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대중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강압적이 아닌 은근하게 영향을 받음으로써 마치 그러한 생각들이 본래 자신의 생각이며 사회의 바람직한 생각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며, 주로 시각적인 매체의 특성상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며 무감각해진다. 이처럼 대중매체가 기존의 사회에 쉽게 협조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매체의 악영향의 원인으로는 대중매체 그 자체가 상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언론기관, 대중매체로서의 윤리의식의 부족, 또 메시지의 수용자인 대중의 비판의식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의식의 개선은 수용자인 대중 스스로 비판의식을 갖춰서 메시지를 수용하며, 의식을 개선하고 대중매체 자신 또한 윤리적인 면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