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lle Claudel
20세때의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나의 광폭한 연인이여......
나의 불쌍한 머리가 아프다오.
나는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다오.
오늘 저녁에 나는 당신을 찾기 위해 우리가 다니던 장소들을 찾아 헤멨다오.
죽음조차 나에게는 부드럽게 여겨지오!
나의 최후는 어찌나 길던지......
어찌하여 당신은 작업실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았단 말이요?
어디에 있었소?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느꼈는지......
나는 가끔 고통이 덜할 때에는 빈혈 같은 것을 느낄때가 있다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너무도 큰 고통이 남아 있다오.
까미유, 나의 사랑이여!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광기가 다가옴을 느끼오.
또한 이것은 당신의 작품이 될 것이라오.
이렇듯 계속되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나를 믿지 않는단 말이요?
나는 조각을 포기하오.
내가 만약 어느 곳에라도 갈 수 있더라면, 내가 잊을 수만 있다면
그렇지만 그런 곳은 없다오.
간혹 내가 당신을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때도 없지 않다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나는 당신의 강한 힘을 느낀다오.
나를 가련하게 모아주오, 나는 더 이상 어쩔수가 없다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서는 하루라도 살 수가 없다오.
그렇지 않다면 이 끔찍한 광란뿐이라오, 이제 끝이라오, 나는 더 이상 작업하지 않는다오.
나의 못된 연인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치도록 당신을 사랑한다오.
나의 까미유여!
나는 우정을 가지고 다른 어느 여인과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오.
나의 모든 영혼은 당신에게 속해 있으니, 믿어주오.
나는 당신을 설득 할 수가 없고, 나의 말들은 무력하고, 나의 고통을 당신은 믿지 않으니......
내가 물어도 당신은 그마저 의심하는구려.
나는 오래전 부터 더 이상 웃지 않으며, 더 이상 울지 않으며, 더 이상 노래 할 수도 없다오.
모든 것이 따분하게 느껴지고,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오.
나는 내가 왜 고통스러워하는지 더 이상 이해가 안 갈 정도라오.
왜냐하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무관하게 보여지기 때문이오.
나를 마음 아프게 했던 것들까지도 말이오.
당신 모습을 매일 볼 수 있게 해주오.
오직 당신의 너그러움만이 나를 구해줄 수 있다오.
나의 당신에 대한 불타는 사랑은 너무도 순결하오.
당신이 나에게 동정을 가져준다면 그대 자신도 보상받게 될 것이오.
이상은 로뎅이 까미유한테 보낸 편지이다.
쾌락과 탐욕에 대한 연구 (1883, Plaster)
젊은 로마인 - 16세의 남동생 폴 (1884, Bronze)
Giganti (1885, Bronze)
뜬소문 (1897, Jade and Bronze)
왈츠 3 - La Valse (1897-1905, Bronze)
로댕과의 스캔들은 참아낼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까미유는 괴로워했다.
로댕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까미유는
그의 아틀리에를 박차고 나온다.
그 해 까미유는 시인 말라르메의 집에서 열린
예술가들의 사교 모임에서 젊은 음악가 끌로드 드뷔시를 만난다.
그녀의 나이 26살, 드뷔시의 나이 28살 때의 일이다.
드뷔시는 그녀 앞에서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했으며,
까미유는 드뷔시가 연주할 때 그를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드뷔시와의 또다른 인연은 그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을 것이고...
1893년 살롱전에 까미유는 석고로 만든 두 개의 작품을 출품하는데
그 중 하나가 "왈츠- La Valse" 라는 작품이다.
조각 속의 여자는 분명 까미유 자신.
그렇다면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는 로댕일지,
아니면 드뷔시일지...... 분명한 것은
두 남녀가 다정스레 포옹하고 있지만 결코 화려한 모습의 왈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인가, 죽음인가? 두 사람의 육체는 젊고 생명이 약동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름잡힌 치맛자락은 마치 수의처럼 보인다.
그들이 춤추며 가는 곳이 사랑인지 죽음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조각에는 어떤 슬픔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슬픔은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거나 아니면
죽음보다 더 슬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Octave Mirbeau -----
훗날, 까미유는 청동으로 주조한 "La Valse"를 드뷔시에게 선물했으며,
드뷔시는 죽을 때까지 그것을 소장했다고 한다.
플륫 연주자 - La Joueuse de Flute (1904, Bronze)
이 조각품은 까미유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로 그녀가 가장 아꼈던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바다의 요정 사이렌을 그려낸 것 같은 위 작품은 차디찬 청동 조각이지만
우아한 자태로 연주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따뜻하고 서정적인 플륫의 선율이 귓가에 한 음절 한 음절 흘러든다.
인상주의 그림의 붓 터치를 연상케 하는 드뷔시의 플륫의 음색은
"La Joueuse de flute" 를 더욱 더 빛을 발하게 한다.
까미유는 로댕 곁을 떠난 뒤, 진보적 사고를 가진 드뷔시를 만나면서
새로운 창작열에 불타올랐을 것이다. 또한 드뷔시 역시
그녀의 작품에서 음악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했을지도 모를 것이고......
파도- La Vague (1900, Onxy and Bronze)
까미유와 헤어진 다음, 드뷔시가 친구에게 고백한 말이 있다.
"자네에게 평범하고 슬프게 끝나 버린 나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내게 들려 오는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거짓 소문들은 어찌 된 것인지
미처 이해할 겨를도 없이 나를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밀어 넣고 있다네.
그렇지만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이 상처를 아물게 해주리라고 생각하네.
아 ! 진실로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닫힌 마음은
나의 부족한 사랑으로는 도저히 열 수가 없다네.
다시는 살아날 것 같지 않은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가라앉겠지......"
깊은 생각 - Profonde Pensee (1905, Onxy and Bronze)
칩거와 정신병동으로 일관된 생애, 그러나 아름답고 천부적 재능을 지닌 여인, 까미유 끌로델...
위 조각상 "깊은 생각 - Profonde Pensee" 은
그녀가 정신병원에 갇히기 몇 해전 제작한 작품이다.
벽난로 앞에 무릎을 꿇고 두 팔로 기대어 있는 여인.
생각한다기 보다는 슬픔에 겨워 통곡하고 있는듯 한 모습이다.
그녀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표현한 것이라는 애절한 느낌을 준다.
사쿤탈라 2 (1905, Marble)
사쿤탈라 3 (1905, Marble)
안녕 - Farewell (1892) Sculptured by Rodin
1929년 몽드베르그 정신병원에서 71세의 까미유 끌로델
조각과 로댕에 대한 사랑으로 젊음을 불태우다가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채 생의 마지막 30년을 정신 병동에서 보낸
비극적 삶의 주인공이자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인 그녀.
조각에 대한 열정이 너무도 강렬했기에 평범한 여자로 머무를 수 없었던 까미유였지만,
그녀는 오늘도 로댕의 조각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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