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S 침법의 정교한 자극기술과 그 효과

[류지혁]

우공침술의 TLS 침법은 우리 몸의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침법이다. 특히 어깨통증과 허리통증에는 아직까지 TLS 침법과 같은 효과적인 침법이 이 세상 어는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TLS 침법은 어깨의 통증과 허리의 통증을 다스리는 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통증을 유발시키고 있는 손상된 조직을 자연치유가 되도록 하는 데에도 이만한 침법은 없을 것이다. TLS 침법의 효과에 대해서 이렇게 단호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시술법이 다른 침법과는 달리 과학적인 이론의 바탕에서 고안되었으므로 시술에 대한 결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체에서 통증이 유발되는 원인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알게되면 그 통증을 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 통증은 결국 자연치유가 되게끔 되어 있는데 침술은 자연치유를 극대화시키는 요법이다.

우리 몸의 어는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왜 그러한지를 신경과학과 면역학적으로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허리통증은 대부분이 추간판이라는 조직의 손상이 원인이다. 손상된 조직은 인체가 반드시 스스로 치유하려고 한다. 그 치유의 주체는 백혈구(면역세포)들이다. 손상된 조직으로 온갖 병원체가 몰려드는데 이때 백혈구들이 염증반응을 일으켜서 병원체를 제거하려고 한다. 이보다 앞서서는 중추신경계인 뇌가, 손상된 조직으로 통증신호를 보내 통증을 유발시킨다. 이유는 손상된 조직의 보호와 백혈구들을 활성화시켜 자연치유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백혈구들은 인체가 활동상태에서는 억제되어 있다. 뇌는, 손상된 조직에서 통증을 유발시켜 손상된 조직의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억제되어 있는 백혈구들을 활성화시켜야만 한다. 손상된 조직, 즉 여기서는 허리의 추간판 부위에서 격렬한 통증이 일어나는 것은 결국 뇌에 의한 통증 유발과 백혈구들에 의한 염증반응에 의해서이다. 염증반응에는 통증과 발열이 어쩔 수 없이 수반되기 때문에 염증반응은 통증반응이고 발열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듭 말해서 우리 몸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원인은 손상된 조직에 대해서 뇌와 면역계가 통증을 유발시키기 때문인데, 통증을 유발시키는 이유는 면역계로 하여금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도록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피할 수 없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증상이다. 그런데 통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환자가 너무 고틍스럽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통증을 차단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있다. 즉, 뇌가 유발시키는 통증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척수라는 중추신경계에 존재하고 있다. TLS 침법은 척수 안의 통증차단장치를 작동하게끔 자극하는 기술이다. 뿐만 아니라 TLS 침법은 이물질이나 병원체에 대해서 철저하게 제거하려는 백혈구들의 본질적인 기능을 이용해 침으로 백혈구들을 흥분시켜 활성화 하는 것이다. TLS 침법은 결국 신경계에 개입하여 통증을 차단하고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자연치유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침의 자극으로 신경계와 면역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지식을 바탕으로 침을 꽂는 방식은 안 되고 과학적이고 정교한 기술적인 자극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자극법이 바로 TLS 침법이다.

여태까지 수십 명의 한의사들에게 TLS 침법을 전수해 주었다. TLS 침법을 전수받은 한의사들이 이 침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이 침법에 대한 유효성이 어느 정도인지 무척 궁금하지만 극소수의 한의들만이 소식을 전해 온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TLS 침법을 잘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 믿지만, 한편으로는 활용을 못하는 한의사들도 있을 것이다. TLS 침법은 통증환자들에게 분명히 활용가치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극하는 기술이 까다로운 관계로 나에게서 이 침법을 전수받은 일부 한의사들이 제대로 활용을 못해 TLS 침법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듯하여 내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TLS 침법을 전수받으려는 한의사들이 단순하게 조작하는 방법만을 익히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기술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을 통한 숙련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나를 꽤나 성가시게 했던 P 라는 한의사의 이야기이다.  

P 는 한의원을 개원한지가 10년이 넘었다. P 는 주로 사암오행침을 사용하는 한의사였다. P 가 사용하는 침법으로 그를 찾는 많은 통증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통증 자체가 완치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블로그를 통해 나에게 침술을 배우러 왔었다. P 는 한의학적인 지식이 상당했다. 그러나 그는 한의학적 지식에 대해서 지나치게 교조주의적이었다. 한의학에 대한 그의 신념이 절대적이었고 현대의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생명과학이나 인체생리학을 현대의학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그가 인체생리학을 제대로 공부했을 리가 없다. 어떤 한의사는 인체생리학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상당했음에도 한의학과는 별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의사들은 한의사들 입장에 의한 편향된 지식을 갖고 있고 양방의사들은 그들 입장에서 전통의학이나 한의학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한의사들은 한의학적 지식에 대해서 편견이나 교조주의적인 신념을 버리지 못하면 유능한 의사가 될 수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의학적인 이론이나 지식을 자연과학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혜안과 능력을 가져야 하며, 한의학적인 이론이나 지식을 체계화시켰던 선조들의 깊은 뜻과 진정성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수백 년 전의 선조들은 음양오행론과 기혈론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인체에 대해서 사유하고 관찰했다. 그런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경험으로 터득되어진 것들을 이론화하고 체계화시켜 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그 당시에는 적절한 과학적인 용어가 없었으므로 음양오행 또는 기(氣) 혈(血) 신(神) 정(精) 등을 핵심적인 용어로 삼아 인체의 생리나 병리적인 현상을 설명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선조들의 설명이나 이론들이 오늘날에 이르러 과학적으로 적절하게 설명되거나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자연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이런 내용들을 굳이 한의학적인 견지에서만 이해하려고 한다면 과학과 끝내 단절되고 마는 것이다.

한의학적인 이론들은 과학이론처럼 구체적이고 명확하지가 않아서 막연한 내용들 투성이다. 그리고 너무 포괄적이어서 이렇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고 저렇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 막연함을 넘어서 애매하고 모호한 부분도 많이 있다. 그래서 선조들은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들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후세의 사람들이 막연하게만 받아들여 선조들이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정확한 의도나 사실들을 간파하지 못하고 헛다리를 잡고 오묘하다느니 신비하다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침술의 어떤 기전이 환자들의 질병을 낫게 하는가?"라는 근거로 선조들은 음양의 조화라는 말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후세의 사람들은 이 말 자체를 막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음과 양이라는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인체 안에서의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달리 표현할 용어가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그러나 그들로서는 정확한 의도를 갖고 음양의 조화라고 했던 것이다. 선조들이 말했던 음양의 조화는 신경과학에서 말하는 자율신경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과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의 여기저기서 불편해지기 마련인데 이를 현대의학에서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침을 놓으면 부정거사(扶正祛邪)가 됨으로써 질병이 낫는다고 선조들은 설명했다. 이 말은 바른 기를 북돋아 주고 나쁜 기는 몰아낸다는 말인데 바른 기와 나쁜 기를 구체적으로 무엇을 나타내는 지도 막연하다. 선조들이 말했던 바른 기는 과학에서의 백혈구, 즉 면역세포들을 일컫는 것이고 나쁜 기는 병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선조들은 몸 안에는 백혈구와 같이 우리 몸을 방어해주는 물질이 있고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병원균 같은 물질들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막연하게 정기(正氣)와 사기(邪氣)라는 말로 표현했던 것이다. 부정거사라는 말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을 말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침법을 선조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오늘날의 침쟁이들이 그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앞에서의 단지 두 가지의 예를 들어서 한의학적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과 과학적으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과의 차이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그 차이는 침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가령 음양의 부조화로 몸이 불편하다면 도대체 침은 어떻게 놓아야 되는 것인가? 음양의 부조화라는 말 자체가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침을 놓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막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음양의 조화라는 말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계의 균형이라는 과학적으로 사고하면 침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가 생겨나는 것이다.

P 라는 한의사는 한의학적 지식은 해박했으나 그가 가진 지식을 과학적으로 재조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는 한의학적인 절대적인 신념만 가지고 사암오행침법을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었다. 사암오행침법은 손목에 있는 요골동맥의 혈관(촌구맥이라고 함)을 눌러서 오장육부의 음양증 및 허실증, 한열증을 판단하여 적절한 오수혈에 보사법으로 침을 꽂아 치료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침법을 과학적으로 고려해 보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짓인지 모른다. 나도 한 때는 사암오행침법을 마스터하기 위해 진맥하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참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런데 P 라는 한의사 뿐만 아니라 많은 한의사들은 사암오행침법에 관한 견해는 물론, 진맥을 통해서 오장육부의 병리적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한의학적 지식과 이론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으나 진맥과 같은 비과학적인 부분도 많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P 는 사암오행침의 치료 효과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암오행침법으로 통증환자들을 완치시키지 못하는 결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P 에 의하면 팔을 못움직이는 환자에게 사지말단 부위에 있는 오수혈 몇 군데에 침을 꽂으면 팔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발한다는 것이다.

어떻든 P 는 나에게 TLS 침법을 전수받아 그의 많은 환자들에게 TLS 침법으로 시술했으나 기대만큼 치료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 왜 잘 안 되는지를 수시로 나에게 전화하여 갑갑함을 드러내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TLS 침법을 환자들이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이었다. TLS 침법은 원래 전통적인 침법에서의 고통을 최소화 할 목적으로 고안된 시술법인데 환자들이 고통스러워 한다면 P 가 무엇인지를 잘못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그래서 그의 한의원을 방문하여 그가 어떤 식으로 시술하는 지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내가 방문하는 것을 꺼려했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일반인인 나에게 침술을 배웠다는 사실이 혹여 그의 환자들에게 들통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임을 짐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마음이 변하여 나를 자기 한의원으로 불렀다. 그가 환자들에게 TLS 침법을 시술하는 모습을 눈여겨 살펴 보았다. 그의 시술하는 모습을 보며 환자들이 고통스러워 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치료 효과도 없음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TLS의 시술법이 몹시 서툴렀다. 특히 시술할 때의 주의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TLS 침법은 손에 침을 쥐고 아주 정교하고 세심하게 행침자극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게 서툴면 환자가 고통스러워진다.

내가 한의사들에게 TLS 침법을 가르칠 때 나의 입장만 생각하고 행침하는 요령을 설명해주고 한 번의 실습으로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충분하게 연습을 시켰어야 했음을 깨닫고 그 후의 한의사들게는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연습을 반복케 하며 자신의 몸에다 충분히 연습한 다음 자신이 있을 때 환자들에게 시술하라고 거듭 당부한다.

내가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에서 수술실에서 외과의사들의 집도하는 장면을 종종 보여주고 있는데, 메스를 잡은 손의 솜씨가 정확하고 세심하지 않으면 환자를 심각한 지경으로 빠뜨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TLS 침법과 연관짓고는 한다. 물론 TLS 침법의 부주의한 시술로 인해 환자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지만, 치료 효과가 없고 환자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부작용은 분명히 나타날 수 있다. 여태까지 수십 명의 한의사들에게 TLS 침법을 전수해 주었으나 어떤 한의사는 침을 잡은 손의 움직임이 정교하면서도 세심한 반면에 어떤 한의사들은 서툴렀다. 외과 의사들의 메스를 잡는 솜씨도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음을 내가 보았던 드라마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손재주가 남들에 비해 좀 떨어지면 그 만큼 연습을 많이 해서 솜씨를 익혀야 한다. 노련함이 하루 아침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을 익히는 손의 움직임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기술을 익히려는 열정과 반복된 연습이다. 열정이 없으면 기술을 익히는데 정신을 집중 할 수 없다. 마지못해 기술을 익히는 것과 열정을 가지고 기술을 익히는 것은 엄청난 실력의 차이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처음부터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는 없다. 열정을 통한 피와 땀으로 얼룩진 연습만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P 는 성격이 좀 까칠하기는 했으나 무척 집요한 사람이었고 열정을 가진 한의사였다. 자기를 찾아온 환자들의 통증을 어떻게 하면 완치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 무척 고민하는 한의사였다. 그는 TLS 침법의 행침하는 기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TLS 침법의 정확한 기법을 익히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그의 한의원을 방문하여 재차 TLS 침법의 행침기법의 요령을 가르쳐 주었고, 환자들에게 시술할 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하여 정교하고 세심하게 시술할 수 있도록 교정해 주었다.

P 는 아주 열심히 자신의 몸에 TLS 침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한 후, 환자들에게 자신있게 TLS 침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려 왔다. 그 후 P 로부터 몇 차례의 감사하다는 전화는 있었으나 더 이상 나를 성가시게 하는 전화는 걸려오지 않게 되었다.  

[출처] TLS 침법의 정교한 자극기술과 그 효과|작성자 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