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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달콤한 식해가 먹고 싶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는 척이라도 좀 하지 그냥 가네, 반갑지도 않나.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눈에 띠게 듬직해졌다.한참 붐빌 시간에 외출하고 싶지 않아.
혹시, 위의 문장들 읽으면서 '엇! 이상하다!' 하신 분들, 위의 네 문장은 모두 잘못된 표현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옳은 표현은 무엇일까요?
스크랩하면 정답이 보여요
☞ 식해→식혜, 아는 척→알은척, 띠게→띄게, 한참→한창
가끔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에게 "한국어는 제대로 알고 있니?"하면서 짖굳게 놀리기도 하는데요. 매일매일 한글을 사용하면서도 우리는 종종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서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한글날과 한글주간을 맞아, 헷갈리기 쉬운 알송달쏭 한글 맞춤법을 퀴즈로 함께 풀어 보아요~
발음이 비슷해서 알쏭달쏭
Q 엄마, 나는 쌀알이 동동 뜬 달콤한 (식혜, 식해)가 좋아요.
안동에서 헛제사밥을 먹고 시원하게 입가심을 하려고 평소 좋아하는 식해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요? 쌀알이 동동 떠 있는 달콤한 감주 대신, 짭짤하고 요상한 향이 나는 음식이 나왔습니다. 이런! 황당한 표정으로 음식점 주인 아주머니께 여쭙자, 이 '식해'는 그 '식혜'가 아니라네요. 메뉴를 다시 자세히 보니 단맛이 나는 음료인 '식혜'가 아니라,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쌀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해'였네요. 이런.
그러므로 '식혜'가 맞지요.
Q 가방 (매고, 메고) 빨리 학교 가야지?
'매다'와 '메다'는 전혀 다른 의미지만, 발음상 구별이 잘 안되다 보니 헷갈리지요. 다음은 두 단어의 올바른 사용인데요. 확인해 보세요.
- 군인들이 어깨에 총을 메고 달려간다. /하수도 구멍이 메어서 물이 안 내려가.
- 원피스를 입고 허리띠를 맸다. / 아낙네들이 콩받을 매고 있다.
어떠세요? 이제 확실히 기억이 나시죠? '메다'는 어깨에 무엇인가를 걸치거나 올려놓는다는 뜻, 혹은 구멍 따위가 막히거나 좁은 장소에 무엇이 가득 차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다'의 경우에는 끈 따위를 묶어서 풀어지지 않게 하거나, 논밭에 난 잡초를 뽑는 행위를 의미하지요.
그러므로 가방 '메고' 학교 가야죠.
Q 오랜만에 찾은 고향은 눈에 (띠게, 띄게) 변해 있었다.
'띠다'와 '띄다' 역시 발음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예문을 더 살펴 볼까요?
- 노을에 물든 하늘이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 선생님은 미소를 띠고 계셨다.
- 선생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도망가자! / 의자들을 적당히 띄어서 놓자.
'띠다'는 어떠한 빛깔이나 기운, 책임 따위를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띄다'는 '뜨이다', 혹은 '띄우다'의 준말인데요, 고로 '뜨이다', '띄우다'로 바꾸어도 문장의 의미자 달라지지 않습니다. '뜨이다'는 다른 것보다 훨씬 두드러진다는 뜻이고, '띄우다'는 둘 사이에 간격이 좀 있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지요. 한 번 바꾸어 볼까요?
- 선생님 눈에 뜨이지 않게 도망가자! / 의자들을 적당히 띄워서 놓자!
그러므로 고향은 눈에 '띄게' 변한 것이 맞습니다.
Q 오늘도 안 와? 그럼 나는 (어떻게, 어떡해)!
'어떻게'와 '어떡해'는 발음이 유사해 혼동하기 쉽지만, 의미는 엄연히 다릅니다. '어떻게'는 '어떠하다'가 줄어든 '어떻다'에 어미 '-게'가 결합해 부사적으로 쓰이는 말이고, '어떡해'는 '어떠하게 해'라는 구가 줄어든 말입니다.
예문을 살펴 볼까요?
- 어떻게 된 거야, 대체. / 요즘 어떻게 지내니?
- 이 일을 어떡하냐. / 그럼 이제 나는 어떡하라고.
둘은 의미만 다른 게 아니라, 전자는 단어이고 후자는 구이기 때문에 문장에서의 쓰임도 다르지요. '어떻게'는 부사적으로 쓰여 다양한 용언을 수식합니다. 반면, '어떡해'는 그 자체가 완결된 구이므로 서술어로는 쓰일 수 있어도 다른 용언을 수식하지는 못하지요.
그러니까, 오늘도 안오면 어떡해!
형태가 비슷해서 알쏭달쏭
Q 약초는 뿌리(채, 체, 째) 캐야지.
일하기 싫어서 아픈 (채, 체)했어, 어제.
'체'와 '채' 그리고 '째'는 형태가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체'와 '채'는 의존 명사이고, '-째'는 접미사입니다. 확실히 알아 두기 위해, 예문을 한 번 살펴 볼까요?
- 난 포도 씨째 먹어 원래. / 국을 냄비째 상에 올려 주세요.
- 다 알고도 모른 체했어, 미안. / 잘난 체하더니 망신 당했지?
- 옷을 입은 채 바다에 빠졌다. / 포로는 산 채로 잡아 오시오.
'-째'는 '그대로' 혹은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그래서 항상 앞에 나오는 말과 붙여 쓰는데요. '체'와 '채'는 '-째'와는 달리 의존 명사기 때문에 앞의 말과 듸어서 써야 합니다. '체'는 거짓으로 꾸미는 태도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주로 '-는 체하다'의 형태로 많이 쓰이고요,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라는 뜻으로, 주로 '-는 채', '-는 채로'의 형태로 많이 쓰인답니다.
그러므로 약초는 뿌리째 캐고, 일하기 싫어서 아픈 체하네요.^^
Q 그 사람, 어제 다리를 자동차에 살짝 (받쳤대, 받혔대, 바쳤대).
'받치다', '받히다', '바치다'는 발음도 형태도 비슷해서 많이 헷갈리는 단어입니다. '받치다'는 '받다'에 강세를 나타내는 접미사 '치'가 결합한 말인데요. 어떤 물건의 밑에 다른 물체를 올리거나 댈 때, 우산이나 양산을 펴 들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받히다'는 '받다'가 원형인 말인데요, 머리나 뿔 따위로 세차게 부딪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바치다'는 '받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별개의 단어인데요,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히 드리거나 어떤 것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거나 쓴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예문을 통해 확실히! 기억하자고요.
- 그릇을 잘 받쳐 들어야지./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졸았지.
- 옛날에 소뿔에 받혀 다쳤었지. / 그 나무, 트럭에 받혔다면서?
- 임금님께 예물을 바칩시다! /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제 다리를 자동차에 살짝 받혔나 봐요.
의미가 비슷한 것 같아 알쏭달송
Q (한참, 한창) 붐빌 시간인데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하네?
드라마가 (한참, 한창) 재밌을 때 끝나서 조금 아쉬워요.
'한참'과 '한참'. 조금 헷갈리시죠? '한참' 대신 '한창'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한창'을 써야 할 때 '한참'을 쓰는 경우는 꽤 있답니다. 예문을 통해 정확한 표현을 알아 볼까요?
- 어제 거기서 너 한참 기다렸는데, 대체 왜 안 왔었니?
- 요즘 시장에 가면 수박이 한창이지.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가리키며,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가리킵니다. '한창'은 '한창이다' 꼴로 많이 쓰이고요.
그러므로 '한창 붐빌 시간', '드라마가 한창 재밌을 때'가 맞습니다.
Q 오랜만에 만났는데, (알은척, 아는 척)이라도 좀 하지.
'아는 체'와 '알은체', 정말 헷갈리는데요. '아는 체'는 '아는 척하다', '아는 체하다'는 말 그대로 잘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행세할 때 사용됩니다. '알은체', 혹은 '알은척'은 이와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데요. 이는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거나 아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하지요. 예문을 살펴 볼까요?
- 그는 그 학설에 대해 아는 체하다가 망신만 당했다.
- 그는 내 직장에 대해 일은체를 하며 말을 걸었다.
'아는 척'은 가능하면 하지 말고 '알은척'은 되도록 많이 하라고 기억하면, 혼동이 덜 하겠죠? ^^
그러니까 오랜만에 만나면 '알은척' 합시다. ^^
높임말 쓰려니 알쏭달쏭
Q 잠시 외출합니다. 용무 (계신, 있으신)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 주세요.
예의를 갖추기 위해 사용하는 높임말.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다 자칫 요상한 것을 높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 무슨 말이냐고요?
'계시다'와 '있으시다'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높임말인데요, 이 때는 주어를 잘 살펴보면 됩니다. 예문을 살펴 볼까요?
- 내일 댁에 계실 건가요?
- 우산이 있으시면 좀 빌려 주시겠어요?
'계시다'와 '있으시다'의 일반적으로 '있다'의 높임말은 '계시다'가 옳은데요, 처음 문장은 행동의 주체를 높이기 위해 '있다' 대신 '계시다'를 사용한 것이므로 옳은 표현입니다. 아래 문장의 경우, '있다'의 직접적인 주체는 상대가 되는 사람이 아니라 '우산'이죠. 이런 경우 '계시다'를 쓰는 것은 틀린 표현이고, '있으시다'라고 써야 상대가 되는 사람을 바르게 높이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용무가 있으신 분은 전화하세요~
외래어 발음 때문에 알쏭달쏭
Q 사회 지도층이라면, (노블리스, 노블레스) (오블리제, 오블리주)는 기본이지.
사회의 지도적인 지위에 있거나 여론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도덕적, 정신적 의무를 뜻하는 말은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맞을까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맞을까요,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맞을까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맞을까요? 이도 아니면, '노블레스 오블리지'?
아, 어렵네요. 사실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에는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는 규정이 있는데요, 그 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제'와 '노블레스 오블르주'가 관용적으로 사용이 되어 왔어요. 하지만 프랑스 어 표기 원칙을 따라 '오블리주'로 최종 결정되었답니다.
그러므로, 사회 지도층이라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잊지 마세요~
Q 저는 (쉬바이처, 슈바이처) 박사를 존경했지만 (세프, 쉐프)가 되었지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서 sh나 sch로 주로 표기되는 [ ʃ ] 소리를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 많죠. [ ʃ ]가 모음 앞에 올 때는 영어나 다른 언어일 때 모두 같은데요. 모두 '시'로 적지만, 실제로 뒤에 나오는 모음과 합쳐져 적게 됩니다. 그렇다면 chef의 경우, '시+에프'가 합쳐져 '셰프'가 되겠지요.
[ ʃ ]가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경우, 영어에서는 '시'로, 프랑스어나 독일어, 그 밖의 다른 외국어에서 온 말의 경우는 '슈'로 적습니다. 예를 들어 English, British, Irish의 경우 '잉글리쉬, 브리티쉬, 아이리쉬'가 아닌 '잉글리시, 브리티시, 아이리시'로 적어야 옳고요. Schweitzer와 Einstein은 슈바이처와 아인슈타인이 맞습니다.
그러면, 슈바이처 박사를 존경한 셰프가 되겠네요.
기타
Q 회계 (연도, 년도)는 회계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단위를 말합니다.
'연도'와 '년도'는 두음 법칙이 적용되는 표현 중 하나로 헷갈리기 무척 쉬운데요. 두음 법칙은 'ㅣ, ㅑ, ㅕ, ㅛ, ㅠ' 앞에서 'ㄴ' 소리는 단어의 첫머리에서 'ㅇ'으로 변하는 법칙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년'은 단어의 첫머리에서 '연'으로 나타나는데요. 우선 예문을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매년, 작년, 학년, 미성년, 2005년
- 연감, 연봉
- 이 합창단은 1945년도 출생자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표현에서 '년'은 단어의 두 번째 이하 음절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두 원래의 음인 '년'대로 표기가 되었고, '2005년'처럼 의존 명사로 쓰이는 경우에도 앞에 항상 다른 말이 나오기 때문에 '년'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연감'처럼 단어의 첫머리에 오는 경우에는 모두 '연'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연도'의 경우 의존 명사로 쓰일 때에는 '년도'로, 독립된 단어로 쓰일 때는 '연도'로 써야 옳습니다.
그러므로 회계 관련 업무 처리 단위는 '회계 연도'입니다.
사실 맞춤법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바른 표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요. 하루 아침에 한글의 올바른 표기를 모두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매일 한글에 작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공부한다면 언젠가는 '혹시 지금 이 철자, 이 표현 틀린 거 아냐?'하는 생각 없이 그 어떤 표현도 떳떳하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첫댓글 우리 말도 참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