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의 죽음, 그리고 장례...

[이영성]

한 친구의 죽음, 그리고 장례

며칠 전, 아주 가까웠던 고향친구의 부음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는 모 제약회사에 입사하여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동창의 빚보증을 잘못 선 것이 문제가 되어 월급 차압과 함께 살던 집까지 날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성실했던 친구였지만 이 일이 빌미가 되어 1997년에 있었던 외환위기(IMF)의 파고를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그는 실직하자마자 바로 도망치듯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1년에 벌어진 뉴욕의 9.11테러사건으로 인해 수년간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9.11테러사건이 벌어졌을 때 저는 뉴욕에 사는 친구가 걱정되어 장문의 편지를 띄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편지가 되돌아왔습니다. 당시의 제 일기장을 들춰보니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용균이에게 보낸 편지가 <Return to sender no such number unable to forward>라고 쓴 노란 딱지가 붙은 채 되돌아왔다. 거처를 옮겼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지만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평소 빈틈이 없는 친구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말 설고 낯 선 나라에서 무슨 일이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 된다’

그의 미국이민생활은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시민권이 없다 보니 허드렛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취업할 수 없었던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그는 담낭도암에 이어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투병생활을 해왔습니다. 그가 2014년 10월에 아들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을 때만 하더라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 그의 안사람이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형제님, 김용균 안드레아가 위독합니다. 선종을 위한 기도 부탁드립니다. 좋은 사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엊그제 그의 부음을 받았습니다. 그는 끝내 자리 털고 일어서지 못한 채 11월 7일, 65세의 일기로 영영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뉴욕에 있는 베이사이드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른 뒤 유해를 고국으로 옮겨 와 11월 11일(금) 오전 10시, 충북 진천군 초평면 금곡리 403번지에 있는 선산에 안장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몹시 아픕니다. 머잖아 우리도 그의 뒤를 따라가게 되겠지요. 그를 묻고 산을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는데 목덜미로 파고드는 초겨울 바람이 무척 차가웠습니다.

[남명애]

저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던 용균님은 대단히 명석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또한 중심역할로 많은 친구들과 균형을 맞추며 조화를 이루어 가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막연히 외국생활이 힘들진 않을까? 하는 염려를 지나가듯 하긴 했었지요.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65세로 이 생을 마치리라곤 짐작도 못했었습니다. 저는 반 백년 전의 용균님의 그 멋진 모습으로 기억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