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5시 1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나로호가 발사 137초 만에 통신이 두절되며 실패로 끝났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 탑재 카메라에 섬광처럼 밝아지는 영상이 나타난 걸 볼 때 비행 중 폭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숨을 죽이고 나로호 발사 장면을 지켜본 국민의 낙심이 크다. 밤낮없이 준비에 몰두해온 연구진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 우주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비가 많은 것인지를 또 일깨워줬다. 아쉬움은 크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과학기술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 발전하는 법이다. 로켓 우주 기술은 0.0001%의 오차만 생겨도 실패할 수가 있다. 미국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탑승 우주인 모두가 사망했을 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까지 위원으로 참여시켜 5개월간 조사를 벌인 끝에 연료 누출을 막는 작은 부품의 결함을 찾아냈다.
이번 실패의 원인 규명 과정에 우리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 철저하게 규명해내야 한다. 러시아측과 협조해 3차 발사도 관철시키고 꼭 성공시켜야 한다.
나로호 발사는 우주 강국을 향한 첫걸음 중에서도 첫걸음이다. 우리는 2020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 'KSLV-2'를 개발 중이다. 우주탐사용으로 꼭 필요한 액체로켓의 기술력, 위성 정보 활용 능력 등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선진국보다 40년 정도 늦은 1990년대에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따라잡을 수가 있다. 조선(造船)이나 IT도 처음부터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학계,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선진국과 공동연구, 우수 연구인력 확보, 과감한 투자를 하면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수가 있다. 뼈아픈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올라서야만 그 실패가 실패의 값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