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 센터
집에서 가까운 곳에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이 있다. 폭신한 의자에 누워 한숨 잠자는 방도 있었다. 2층엔 여러 여가를 즐기는 곳이 마련되어 성미에 맞춰 놀이를 갖는다. 그러자니 주차장이 복잡하다. 드넓은 자리인데 언제나 들어찬다. 입구 도로 좌우에도 빈틈이 없다. 어쩌다 구청 단속차가 나올라치면 목욕하다 말고 아무렇게나 걸쳐서 차 옮긴다 야단이다.
요즘 다들 집에 욕탕이 있어서 목욕탕엔 잘 안 가지는데 여긴 별로다. 북적북적한다. 남탕 여탕이 지하에 위치하고 옆 수영장은 반지하이다. 2, 3층에도 들랑날랑 사람들로 붐빈다. 사우나도 그렇지만 남녀가 헤엄치는 게 인기인가 보다. 수영강사까지 두고 매일 정한 때에 가득 차고 넘쳐난다. 서로 들어가려 한 달 전에 예약한단다. 남녀 탕에도 자리가 없다. 왜 이리 모여들거나.
예전에 여기가 바닷바람 불어오는 사람 살지 않던 황량한 벌판이었다. 파도 소리 들린다 해서 강서구 모래톱 남단 명지(鳴旨)라고 이름 붙였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이라 여기고 소각장을 세웠다. 자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을숙도 남단과 생곡 산기슭에 묻었는데 자연을 훼손한다 해서 재활용하고 남는 것을 이곳으로 날라와 태웠다.
대티터널이 뚫리기 전 고개를 넘기 어려워 사하구와 강서구 남단은 낙동강을 끼고 있으면서도 개발이 더딘 외진 곳이었다. 인분과 쓰레기를 버려 지저분한 장소였고 목마장과 나환자촌, 떠돌이와 부랑아, 일본인 선원 수용소가 있었다. 몹쓸 곳으로 여겼나 보다. 을숙도와 강서구 남쪽은 다리도 없어서 진해로 가자면 저 북쪽 구포다리를 건너 돌아내려야 했다.
그랬던 데가 드넓게 매립되면서 어언 신호공단에 수많은 기업이 들어서고 자동차 조립 공장과 얕은 수심을 깊게 한 거대한 신항이 다듬어졌다. 비행장이 세워진다는 가덕도와 거제도로 거가대교가 놓이면서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다소곳하던 서부산이 갑자기 뜨고 있다.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 해협으로 드는 국제 신도시이다.
그만 소각장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주택가에 이게 웬 말이냐이다. 모진 연기를 뿜어내는 게 되겠나. 반대 현수막과 시위가 일었다. 미안한가 어찌할까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온수를 만들어 무료 레포츠 센터를 이용하게 했다. 사르는 열로 쉽게 많은 물을 데워 보내는 것이다. 몇 해 뒤 조금씩 돈을 내게 됐다.
관리와 청소하는 종업원을 쓰고 강사, 수도, 수영복, 타월, 세제, 조명 등 시설유지비가 필요했다. ‘그깐 게 얼마 된다고.’ 싼 맛에 다녔는데 그것도 이내 바뀌었다. 구청으로부터 노인에게 목욕비가 분기별로 나왔다. 한여름은 집에서 하게 되니, 다 쓰지 못하고 연말로 넘어간다. 모임에서 이런 내용을 알고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다. 다른 데는 없는가.
시니어 일자리도 많다.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쏠쏠하게 잡비를 벌 수 있어서 좋다. 잠시 나가 교통 안내나, 휴지를 주우면 된다. 마을과 아파트마다의 경로당엔 냉난방과 주방 관리비가 듬뿍 나온다. 각종 시청 정보기와 오락기에다 안락 시설이 갖춰진다. 하릴없고 가난한 회원을 지정 관리하게 한 뒤 수고비를 준다.
살만한 노인 세상으로 나아간다. 갈 곳 없는 이에게 레포츠와 이곳이 안성맞춤으로 아주 마땅하다. 대중교통 버스가 구석구석으로 다니며 걸음 느린 구부정한 영감과 할멈을 싣고 다닌다. 지하철이 금방금방 지나간다. 모두 노약자석이 있어 자리를 양보한다. 무료인 도시철도와 공원, 할인되는 항공, 철도 등 늙은이에게 좋은 세월이다.
지난날 여름 더위를 이기지 못해 허덕이며 살았다. 한겨울 추위는 얼마나 매서웠나. 그런 가운데 고된 노동으로 시달리고 굶주리며 온갖 질병으로 헤매다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다. 지금은 가는 곳마다 시원하고 따스하다. 태평성대 요순시절이 바로 이즈음이다. 먹고 입을 게 널렸다. 정류장 의자도 앉으면 따스하고 더울 땐 찹찹해지니 냉난방이 들어있나 보다.
젊은 날 전쟁과 건설로 허리 휘어지게 일했던 것의 뒷배이다. 레포츠 센터에 담그고 있노라면 참 편하다. 마치고 나와 한참 기다려야 한다. 같이 들어간 아내는 냉큼 나올 생각이 없다. 어디를 그리 씻는지 더디기만 하다. 마당 그늘나무 아래 정자가 근사하다. 지그시 누워보면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뭉게뭉게 흘러간다.
첫댓글 선생님 살기 좋은 세상
수출도 신기록 이렇게 훌륭한
복지사회가 되어가는데 정치 꼴은
왜 이래요 명지 하단 이 삼십 년 전엔 밀양보다
더 후진 곳이였지요 천지가 개벽을 했습니다
새해 더 건강하시고 많은 애기 들려주세요
독감이 기승입니다 조심하시고
날씨 조금 풀리면 한재 미나리 시식합시다
소한 추위를 합니다.
2월 중순 12일(수)쯤 날이 누그러지면 미나리 갑시다.
늘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