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경주뻐꾹이* / 조미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
억센 풀들이 각설이패처럼 자라는 소노라** 사막,
신전의 기둥처럼 죽죽 솟은 선인장 사이로
도마뱀 방울뱀.... 으스스한 동물들이
불 속에 굴러도 이세상이 좋다고 설설 기는 불가마 속
그 곳에도 딱따구리가 선인장의 기둥에 구멍을 파고
각가지 새들이 높은 곳에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친다
그 중에 독한 새가 도로경주뻐꾹이.
날기보다 뛰기를 잘하는 이 새는
가시선인장 가시 가운데 둥지를 튼다
무시무시한 바늘 숲을 어느 적이 넘보랴
도로경주뻐꾹이는 문 밖이 가시밭.
그 뿐이랴, 새끼의 먹잇감으로
도마뱀, 방울뱀도 꽉 물고 패대기를 쳐 죽인다
축 늘어진 뱀을 물고 죽기로 뛰는 도로경주뻐꾹이,
뱀살을 찢어 새끼들 입에 넣어주고는
훌쩍 날아 착지하자 불이 나게 달리는데
정강이에 가시 한 모숨 박혀있다
부리로 연방 가시를 뜯으며 뛰는 도로경주뻐꾹이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들은 먹여도 먹여도 배고프다 보채고
죽기 아니면 살기다, 정말
‘무자식상팔자다’ 귀띔해 주고 싶은데
TV로 보는 동물의 왕국이다
푹신한 요에서 잠자며 불임하는 친구들아
도로경주뻐꾹이가 흉본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 있는 사막
*소노라 사막에 사는 뻐꾸기과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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