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망]
어린 시절,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날들이 있었다.
흐르는 물줄기를 막아 돌담을 쌓고, 된장과 밀가루 반죽을 넣은 유리 어항을 물속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멀찍이 떨어져 뛰어논다. 20분쯤 지나 어항을 건져 올리면, 어느새 물고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만 보내도 제법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잡은 물고기는 반드시 살림망에 넣어 물속에 두어야 했다. 만약 그릇에 꺼내 놓으면, 물고기는 금세 죽었다. 그리고 여름날 뜨거운 햇볕 아래, 죽은 물고기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상해 버렸다. 이상한 것은, 겉모양은 여전히 멀쩡하고 깨끗한데, 코를 가져다 대면 뱃속에서 냄새가 풍겨 온다는 것이었다. 물고기는 겉에서부터 썩은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속부터 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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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 이렇게 말한다.
"속상하다."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상했다."
공통점이 있다. 겉이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속이, 중심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화가 난다"는 말도 들여다보면 불이 난다는 뜻이다. 마음에 불이 붙는 것이다. 그래서 심장이 빨라지고, 속이 쓰리고, 밥을 먹어도 체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속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진다.
속이 상한 사람에게는 기쁨이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건강까지 잃는다. 그것이 속부터 상한다는 것의 무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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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망가질 때도 마찬가지다.
겉에서부터 허물어지는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속이 상하고, 그 상함이 조금씩 번져, 마침내 그 사람 전체를 집어삼킨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공동체도, 조직도, 오랜 신뢰도 모두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겉은 여전히 멀쩡해 보이는데, 어느 날 문득 냄새가 난다. 그때는 이미 속이 많이 상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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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답은 하나다. 속이다.
물고기를 살림망에 넣어 물속에 두어야 싱싱하게 살아 있듯, 사람도 자신의 속을 살아 있게 할 것들이 필요하다.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관계, 나를 회복시키는 말 한마디, 내 중심을 붙잡아 주는 시간. 그것들이 바로 우리의 살림망이다.
겉을 가꾸는 데는 많은 시간을 쓰면서, 정작 속을 돌보는 일은 미루고 또 미룬다. 그러나 기억하라. 썩은 물고기는 냄새가 나기 전까지 멀쩡해 보였다. 무너지는 사람도, 무너지는 공동체도, 겉으로는 오랫동안 괜찮아 보인다. 무너짐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시작된다.
속을 돌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이다. 그리고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선택이다.
오늘, 당신의 속은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