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박멸작전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사람이 벌레를 대하는 기분은 그 생긴 모양의 흉측함 여부를 떠나 대체로 해악을 끼치는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가 한다. 그것을 알 수 있는 본보기가 있다. 생김새가 징그럽게 보이는 것으로는 누에나 굼벵이도 있는데 그것들은 혐오감이 덜 하는데 비해 모기와 파리, 그리고 바퀴벌레는 모양과는 관계없이 눈에 띄는 즉시 죽이고 싶은 증오심이 드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퀴벌레는 박멸해야할 1순위로 꼽힌다. 그런 만큼 고개를 쳐 박고 은밀히 기어 다니는 조심하는 행동을 보일 지라도 한번 사람의 눈에 띄는 날엔 눈곱만큼도 동정하지 않는다. 거기다 번식력은 놀랄만한 정도여서 잡아야 한다는 조급증을 불러일으킨다. 해서 보이면 바로 파리채를 집어 들게 만든다.
최근 우리 집에 비상이 걸렸다. 바퀴벌레의 출현으로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드문드문 녀석들이 보이기는 했으나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퇴치작전을 벌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심각한 상황이 된 것이다. 아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인 줄을 어찌 알았는지 발가락을 물어놓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심각성을 깨닫고 전문 방제업체를 불러 대대적인 박멸작전을 벌리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업자는 연락을 받자 바로 완전무장을 하고 나타났다. 마치 우주인 같은 복장을 한 것으로 보아 직감적으로 약제가 예사 독하지 않는 맹독성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입에다가는 특수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거실을 들어서며 일성으로 한 말은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퇴치약이 독하니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나가 있어야 하며 실내를 비워야 한다고 통고를 했다. 그 바람에 나는 몸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서 부랴부랴 아파트 밖 통로로 피신을 했다.
퇴치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런 작업은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감행 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어제였다. 잠을 자고 일어난 집사람이 하소를 하였다. 한밤중에 바퀴벌레가 나와서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는 거였다.
그렇지 않아도 누워있는 소파에 바퀴벌레가 산다고 하여 폐기처분을 하고 새것으로 들여놓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나타나 돌아다닌다니 난감했다. 그것도 낮에는 보이지 않게 한쪽 구석에 은신을 하고 있다가 밤에 나타난다고 했다.
나는 대체로 다른 것은 몰라도 바퀴벌레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집사람은 기겁을 했다. 나는 그것이 보이면 파리나 모기정도로 생각하고 서슴없이 맨손으로도 때려잡는다. 그런데 집사람은 보이면 비명을 질렀다.
아마도 그러한 것은 생긴 모양이 흉측해서라기보다는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집사람은 자기가 몸이 아프니 이것들도 사람을 무시하고 도망가지 않으며 예사로 몸으로 기어오르기도 한다고 믿는 것 같다.
녀석들은 대체로 크게 보아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매미처럼 크고 다른 것들은 좁 쌀 만하게 작다. 그러나 눈치는 대단히 빠르며 기민하게 움직인다. 매미크기의 녀석은 긴 더듬이와 좌우에 각각 세 개의 발을 가지고 있다. 그것으로 못 오른 데가 없고 못 기어드는 데가 없다.
전에 그것을 응용하여 로봇을 만들어 선보인 것을 본적이 있다. 어디든지 잘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것을 보고 녀석의 최적화된 발에 놀랐다. 한데 그런 발로 밤이 되면 슬슬 기어 나와 몸에 접근하니 집사람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녀석이 소름끼쳐지는 것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한번은 집사람이 소리치기에 달려가 보았더니 모기가 손등에 달라붙어서 피를 빨고 있었다. 이미 투명한 배는 붉은 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수족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안심하고 느긋하게 앉아서는 날아갈 생각도 안했다. 나는 그런 행동이 더 괘씸하여 녀석을 잡아서는 짓이겨 버렸다. 모기를 대하는 마음이 그 정도니 그보다 한수 위인 바퀴벌레는 어쩌겠는가. 이미 환자의 몸인 줄 알고 안심하고서 오르내리지 않았을까.
녀석의 생존역사는 3억2천이나 되었다고 한다. 지구상에는 4천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7종이 산다고 한다. 녀석들은 머리가 잘려도 8일간을 생존하며 냉동실에서도 3일을 견딘단다. 또한 한번 교미로 평생 동안 알을 낳으며 인간보다 120배나 뛰어난 후각을 지녔단다. 이러니 박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야 한다.
해서 나는 우선 집사람을 대동하고 밖으로 나와 두 시간을 채운 후 밀폐된 실내를 들어왔다. 와보니 상황은 처참했다. 화분이 있는 베란다 쪽에는 큰 바퀴벌레들이 몇 마리가 나뒹굴고 있고 주방과 소파 주위에는 좁쌀만 한 작은 바퀴벌레들이 즉사해 있었다.
그것을 보니 밖에서 대책 없이 기다린 시간은 하나도 아깝지 않고 녀석들이 죽어 나가떨어진 것만 속이 시원했다.
나는 방제사의 조언에 따라 구석구석 물청소를 했다. 스며든 독성약제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청소를 하며 땀을 많이 흘렀지만 짜증스럽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을 밖에서 버텨준 집사람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힘들게 있었으면서도 밝은 표정이었다. 아마도 다시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때문에 그러한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집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그것이 더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제 더는 그 하찮은 미물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밝은 표정을 짓게 하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2017)
첫댓글 바퀴벌레를 박멸하여 시원하시겠습니다. 저는 1965년 52년 전에 광주에서 자취방을 얻어 생활하는데
'빈대'라는 놈이 어찌나 나와 잠을 잘 수가 없어 "빈대 박멸하세요" 외치는 사람이 지나가 불러서 빈대박멸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빈대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아 잘 지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해충 바퀴벌레라는 놈이 사람을 귀찮게 하는데 박멸하여 시원하시겠습니다. ㅎㅎ
초가삼간 다 태워도 빈데 없어진것만 시원하다는 말이 있는데,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염천지절에 한나절을 힘들게 보냈지만 지금 기분은 상쾌합니다. 우선 집사람이 안도를 하는것 같아서 박멸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덩치가 큰놈들이 미국바퀴벌레라지요. 놈들은 꼭 쌍으로 움직이는 것같아요. 요즘엔 바퀴벌레를 잡는 좋은 약이 많은데 좀 소홀하셨던가 봅니다. 미물도 감각만큼은 인간 뺨 치죠. 파리한테 몇 번 에프킬러를 들이댔더니 나중에는 에프킬러 병을 집어들기만 해도 감쪽같이 몸을 숨기더군요. 집안소독 덕분에 사모님도 모처럼 바깥바람을 쐬셨으니 금상첨화입니다. 하나, 놈들이 제아무리 설쳐 본들 뛰어야 벼룩이죠. 앞으로는 작은 새끼 한 마리만 보여도 즉시 바퀴잡이 약을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바퀴벌레는 무섭고 징그러워 잡을 때도 꼭 휴지나 도구를 이용하지 손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바퀴벌레는 이웃에서 날아오기도 하지요
바퀴벌레가 급속하게 번식하더군요
더위에 고생은 했지만 박멸을 했다고 생걱하니 속은 시원합니다
선생님의 바퀴벌레 소탕작전 일화를 들으니 제가 다 개운해집니다. 지구가 멸망해도 최후 생존하는 존재는 바뀌벌레라고 하지요.
버퀴벌레의 번식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있니다. 어느정도 박멸을 했는데 지금도 가끔 한마리씩 출현을 하여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