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三伏) 이야기
‘복날에 시내(市內) 개천이나 강(江)에서 목욕하면 몸이 여윈다.’는 말도 있다.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는데 만약 초복(初伏)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목욕을 하였다면 중복(中伏) 날과 말복(末伏) 날에도 반드시 목욕해야 한다.
이런 경우 복날마다 목욕(沐浴)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참외밭 / 수박밭 / 원두막(참외밭, 수박밭 지키는 곳) / 해변에서 모래찜질
아이들이나 여인(아낙)들은 원두막이나 집에서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발을 씻음)을 하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白沙場)에서 모래 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조선 후기, 홍석모(洪錫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이 개장(狗醬)이다. 닭이나 죽순(竹筍)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 먹으면서 땀을 흘리면 기(氣)가 허(虛)한 것을 보강할 수 있다.
생각건대 사기(史記)를 보면 진덕공 2년, 삼복(三伏) 제사를 지냈는데 성안(城內) 대문에서 개를 잡아 해충의 피해(蟲災)를 막았다는 기록으로 보아 개(犬)를 잡는 것이 복날의 옛 행사요, 지금 풍속에도 개장(狗醬)이 삼복 음식 중 가장 좋은 음식이 된 것이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1800년대 중국의 유만공(柳晩恭)은,
참외 쟁반에다가 맑은 얼음을 수정같이 쪼개 놓으니 냉연(冷然)한 한(寒) 기운이 삼복(三伏)을 제어한다.
푸줏간에 염소와 양 잡는 것을 보지 못하겠고, 집집마다 죄 없는 뛰는 개(犬)만 삶아 먹는다.라고 하여, 지금처럼 19세기, 중국에서도 삼복(三伏)에 개장국을 먹는 풍속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 후기의 문집(文集)에는 삼복 풍속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는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개장국을 먹는 풍속은 조선 시대 이후의 풍속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요즈음도 복날에는 개장국(보신탕/사철탕/영양탕)을 먹는 풍습이 전하는데 우리 속담에 ‘복날 개 패듯 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복에 개(犬)를 잡는 것은 오래된 풍속이며, 예로부터 복날 영양식으로 개고기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중국에서 복날 개를 잡는 것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위로 탈진하기 쉬운 한여름에 사람과 단백질 구조가 가장 유사하여 소화가 잘 되고 또 강장 효과가 있다고 믿어지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하나의 풍속으로 굳어지게 된 듯하다.
서양의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나 동양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야만인(野蠻人) 운운하는데 상식 밖의 말이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 식습관의 차이를 무시한, 자신들과 다르면 야만인으로 치부하는 오만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귀엽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개고기를 ‘정갈하지 않은 음식’으로 간주하였던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개고기를 먹으면 상가(喪家)나 제사(祭祀)를 모시는 집을 방문할 수 없으며 아이를 낳은 집에도 갈 수 없다.
그래서 제사나 출산이 예정된 가정에서는 개고기를 멀리했다.
그러나 복날은 그러한 추육(醜肉)인 개고기를 먹는 것이 허용되며 또한 권장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