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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하얀 길을 찔레순 따 먹으며
천천히 당산나무 지나 냇가로 내려가요
엄마, 오월이 오면 하귀바다로 우리 가요
매생이 푸른 물가 지나 고동 잡던 돌밭 지나
구멍에 소라 숨 쉬던 검은 여로 우리 가요
엄마, 오월이 오면 보리 패는 오월이 오면
주름살 고랑 져도 환하게 웃는 엄마
이팝꽃 머리에 가득 인 당신 무릎에 누울래요.
- '나래시조' 2009 봄
엄마! 하고 부르면 왜 그래? 다정스레 돌아오는 대답이 있는 날은 행복했다. 그것이 비록 가난일지라도 따스했다. 오월 가장 화사하고 아름다운 날 두 눈을 감다 떠보면 밝게 웃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만날까. 파란 하늘만 눈에 가득 차 온다. 화목한 가정에서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란다. 아무런 속박이나 구속이 없고 무한사랑과 희생과 존경과 효성이 있는 자리.
가장인 아버진 언제나 든든했고, 엄마는 자식사랑밖에 모르는 희생의 화신이었다. 엄마! 하고 부르면 우리는 천진한 아이가 되지 않으랴! 시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찔레순도 따먹고 물 빠진 돌밭(여)에서 고둥을 잡고 엄마 손 이끌고 춤을 추면서 산과 들을 뛰놀고 싶다. 참으로 소박한 시다. 보리 패는 푸른 오월은 싱그럽게 다가오지만 엄마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이팝나무처럼 하얗게 꽃 피어오른 당신의 하얀 머리. 그렇더라도 어머니 더는 늙지 마셔요. 오늘은 이 풍진 세상의 일 다 잊고, 나이도 허접도 벗고 당신 무릎에 누워 잠시 착한 아이로 돌아가고 싶다. 박옥위·시조시인